옛날에,
(아이쿠 ‘옛날’이라 그러면 아버지한테 혼나는데,,)
암튼간에 예전에 큰집에서 제사 지낼 때 더러 동네 어른들이나 아버지 항렬의 친척분들이 오십니다.
그러면 ‘반드시!’ 누군가 한마디씩 참견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제물 놓는 위치가 잘못됐다느니, 음식이 어쨌다느니, 뭐이가 빠졌다느니, 순서가 틀렸다느니,
제사 다 끝나고 돌아가서는, 자기한테 술 한잔 부으라는 소리를 안했다느니……,
아무도 대꾸를 안하면 그냥 넘어가 지는데, 반박을 하면 말이 말이 길어져요.
어리버리 일자무식꾼도 제사만큼은 한마디 거들어요. ‘홍동백서’니, ‘조○이○’니.
진짜 우스워요. ㅎㅎㅎㅎ
다시 그 얘기로 돌아가서─.
하야튼 그렇게 누가 꼬투리 잡으면,, 큰아버지가 계셨을 때는 들은 척도 안하셨어요.
"시끄러! 느집에서나 그렇게 지내!"
큰아버지 돌아가시고 큰형님이 제주가 되니까 아무래도 작은아버지인 제 아버지를 쳐다보게 되는데,
아버지도 말을 한번 시작하면 길어요. 그러다 보니, ㅋㅋ
아버지가 보시기에 큰집 형제들이 미덥지 못하시니까,
병풍을 크게 만들어서는 거기에다 제사 지내는 순서 등등을 아예 써놓으셨습니다.
기억납니다.
추운 겨울이었는데 아버지가 그 병풍을 들고 버스를 여러번 바꿔 타면서 가져가셨더랬습니다.
축문도 '요즘 글'로 바꾸어서 코팅까지 해서 주셨습니다.
-> ‘유세차 모년 모일’은 ‘아버지 돌아가신지 오늘로 몇 년이 되었습니다.’ ... 식으로.
아버지는 큰집의 조카들을 그렇게까지 챙겨주셨는데,
이번 아버지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큰형님 내외나 양구 큰누님네나 다 안 오셨더군요.
형님이랑 큰누님이 거동이 어렵다고는 들었습니다만.
아버진 큰병 나시기 전까지 그러니까 83세 되시던 해까지 제 차를 타고 성묘를 다녀오셨습니다.
제사 때랑 추석명절에 더러 못 가시게 되면 상 차리는데 쓰라고 돈을 20만원씩 부쳐주셨고.
그런데 고마운 줄을 모르는 눈치입니다. 당연하게 여기는 눈칩니다.
이모 돌아가신지 네 해던가? 이종동생들은 제사· 차례 몇 번 지냈잖습니까.
해서, 아버지 어머니 삼우제 때 큰동생이 와서 이리저리 하라고 제사 주관을 해줬습니다.
아무래도 우리야 첨인데 서툴지요. 아 근데, 이녀석이 또 아는 척을 해요!
내가 이러구 저러구 토를 다니까, "아이 그러면 형이 알아서 해!"
^___^
가만 생각하니까 제사는 일사천리로 후딱 끝내면 재미가 없더군요. 애들도 배우는 게 없겠고요.
처가에 처 작은아버지 제사 지내는 걸 두어번 가봤는데,
이건 정말 뭐하는 짓인가 싶습디다. 10분도 안 걸려요.
"매형! 이제 드시지요?" .. "뭬야? 벌써 끝난 거야?"
그래애서,,
제사 지낼 때 되지도 않게 트집 잡는 사람이 있어야 좋겠더라는.... ㅎㅎㅋㅋ
제사, 급할 게 뭐 있습니까?
이런 저런 추억어린 얘기해가매 천천히 지내는 게 좋죠.
차례상에는 술을 한 잔만 부어야 된다는 법이 어딧습니까? 석 잔, 열 잔, 막 붜드리면 안됩니까?
낼 모레 차례 지낼 때는 제가 우스개 소리 좀 하려고 합니다.
성묘 가서도 재밌는 얘길 들려주도록 궁리를 해볼 참입니다.
|
제사 상차림의 기본은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의 좌우를 바꿔놓고 좌우의 균형을 잡는 데에 있다.
차례상은 방향에 관계없이 지내기 편한 곳에 차리면 되는데,
이 경우 '예절의 동서남북'이라 하여 신위(神位; 지방)가 놓인 곳을 북쪽으로 한다.
그리고 제사 지내는 사람(제주; 祭主)의 편에서 차례상을 바라보았을 때 신위의 오른쪽은 동쪽, 왼쪽은 서쪽이다.
신위를 북쪽에 놓는 것은 죽은 사람의 세계를 가리키는 북망산천(北邙山川)에서 유래하기도 했지만,
임금이 계신 상좌라는 의미도 있다.
차례는 조상 숭배 의례의 한 종류인 약식 제사이다.
따라서 다른 제사와 달리 아침에 지내므로 촛불을 켜지 않고, 축문이 없으며, 술은 한 번만 올린다.
조상의 제사를 모실 때 배우자가 있을 경우 두 분을 함께 모시는데 이때 하나의 차례상에 함께 지낸다.
이것을 합설(合設)한다고 하고, 상을 따로 차리면 각설(各設)이라고 한다.
차례 상차림은 5열로 차린다.
각각의 열은 과거의 조상들이 먹어왔던 음식을 순서대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수렵·채집 시대에 먹었던 음식을 의미하는 과일과 나물, 채소를 맨 앞쪽과 둘째 줄에 놓고,
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익혀 먹었던 전류, 농경 시대에 들어서면서 먹었던 탕, 적, 메(밥), 갱(국) 등이
나머지 세 줄을 장식하고 있다.
차례 상차림에는 음양의 법칙도 존재한다.
제수품마다 나름의 의미가 있어, 놓는 위치와 수가 다르다.
예를 들어 생선을 놓을 때 머리는 동쪽으로, 꼬리는 서쪽으로 향하는 두동미서(頭東尾西)의 방향성을 갖는다.
음양오행설에 따라 동쪽은 남쪽과 더불어 양의 방향이다.
동쪽은 해가 솟는 곳으로 소생과 부흥을 뜻하므로 머리를 동쪽에 둔다. 반면,
해가 지는 서쪽은 동쪽과 반대되는 암흑과 소멸을 상징하므로 꼬리는 서쪽을 향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음양의 원리에 따라 땅에 뿌리를 두고 얻어진 음식은 음(陰)을 상징한다고 해서 종류의 수를 짝수로 했고,
그 이외의 음식은 하늘에서 얻어진 것이라고 해 양(陽)의 수인 홀수로 맞추려고 한 것이다.
진설과 제수에 담긴 의미들
차례 상차림은 총 5열이 기본이다.
제주와 가장 멀리 있는 곳을 1열로 삼는다.
1열에는 메(밥)와 갱(국),
2열에는 적과 전,
3열은 탕,
4열은 포와 나물,
마지막 5열에는 과일을 두는 것이 원칙이다.
추석의 경우 1열에 메(밥) 대신 송편을 올린다.
제사상에서 중요한 것은 떡이다.
떡은 곡식으로 만든 것 중 가장 정결한 것으로 간주된다.
송편을 올리는 이유는 추석의 상징적 의미는 둥근 달과 함께 어우러지는데, 송편이 둥근 달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이때 갱(국)은 동쪽(오른쪽)에, 메는 서쪽(왼쪽)에 놓는다.
송편과 함께 밥도 올리는 경우 반서갱동(飯西羹東)이라 하여
상 차리는 사람이 보았을 때 밥과 술잔은 왼쪽, 국과 송편은 오른쪽에 놓는다.
이는 산 자의 세계와 죽은 자의 세계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2열에는 세 가지의 적과 전을 놓는다.
어동육서(魚東肉西)에 맞춰 어류는 동쪽, 육류는 서쪽에 둔다.
하늘로부터 얻어진 음식이므로 적과 전을 합해 홀수로 놓는다.
이때 머리와 꼬리가 분명한 생선 적의 경우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을 향한다.
3열에 올라가는 탕은 어탕, 육탕, 계탕을 모두 올리거나 한 가지만을 놓는다.
탕도 하늘로부터 얻어진 음식이라 홀수로 올려놓는다.
탕은 건더기만을 떠서 놓는데 여기에는 조상들이 먹기 편안하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4열에는 삼색 나물과 식혜, 김치, 포 등이 올라간다.
이때 좌포우혜(左脯右醯)를 원칙으로 삼는다.
북어와 대구, 오징어 포는 왼쪽, 식혜는 오른쪽에 두되 포의 경우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을 향해 놓는다.
이는 동쪽이 소생과 부흥을 의미한다는 음양오행설을 따른 대표적인 예이다.
북어는 우리나라 동해 바다의 어물이자 머리도 크고 알이 많아 훌륭한 아들을 많이 두어
알과 같이 부자가 되게 해달라는 유래가 있다.
삼색 나물의 삼색은 검은색과 흰색, 푸른색의 세 가지 나물로 역시 귀함을 뜻하는 양(陽)의 수인 홀수이다.
흰색은 뿌리나물이라 하여 도라지나 무나물을 쓰고, 검은색은 줄기나물로 고사리를 쓴다.
푸른색은 잎나물로 시금치나 미나리를 쓴다. 뿌리는 조상을, 줄기는 부모님을, 잎은 나를 상징한다.
대개 차례상에 올라가는 음식에는 소금 이외에 많은 양념을 쓰지 않는다.
이는 제사 상차림이 양념이 발달하기 전부터 굳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능한 한 모든 음식을 자연의 맛에 가깝게 만든다는 의미도 있다.
김치도 희게 담근 나박김치만을 올리는데, 깨끗하고 순수한 음식을 올리는 것이 조상에 대한 예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마지막 5열, 즉 제일 앞줄에는 과일과 약과, 강정을 둔다.
과일은 땅에서 난 것이므로 짝수 종류를 놓고, 한 제기에 올리는 과일의 양은 귀함을 뜻해 홀수로 놓는다.
이때 조율이시(棗栗梨枾)와 홍동백서(紅東白西)를 지킨다.
왼쪽부터 대추와 밤, 배, 곶감, 약과와 강정 순으로, 사과와 같은 붉은 과일은 동쪽, 배 등 흰 과일은 서쪽에 둔다.
그렇다면 왜 차례상은 이처럼 조율이시, 홍동백서, 어동육서, 좌포우해, 두동미서로 놓는 것일까?
좌포우해의 경우 포(脯=말린 것) 종류의 음식보다는 해(해=소금에 절인 젓갈류) 종류의 음식이 좋고,
어동육서 또한 육(肉=육류)의 음식보다는 어(魚=생선류)의 음식이 좋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두동미서는 尾=꼬리의 음식보다는 頭=머리의 음식이 좋은 것이니
좋은 것을 먼저 먹고, 자주 먹어야만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일은 자손의 번성과 희망, 위엄을 상징
전통적으로 제사에 쓰는 과일은 대추, 밤, 배, 감이다.
그 이유는 이것들이 대체로 상서로움, 희망, 위엄, 벼슬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대추는 원래 암수 한 몸인 나무로, 나무 한 그루에 열매가 아주 많이 열린다. 따라서 자손의 번성함을 의미한다.
또한 대추씨는 통씨여서 곧 절개를 뜻하며 순수한 혈통을 의미한다. 그래서 차례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제물이다.
밤의 경우 다 자라고 난 뒤 죽은 밤나무를 캐보면 처음 싹을 틔웠던 밤톨이 그대로 남아 있다.
바로 이런 밤을 차례상에 올리는 이유는 자신의 근본을 잊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배는 껍질이 누렇기 때문에 황인종을 뜻한다.
오행에서 황색은 우주의 중심을 나타내고 있고, 이것은 바로 민족의 긍지를 나타낸다.
또 배의 속살이 하얀 것은 우리 백의민족에 빗대어 순수함과 밝음을 나타내기 때문에 제물로 쓰인다는 설이 있다.
감나무는 아무리 커도 열매가 한 번도 열리지 않은 나무의 줄기를 꺾어 보면 줄기 속에 검은 진액이 없고,
열매가 열린 나무의 줄기를 꺾어 보면 검은 진액이 들어 있다.
이는 자식을 낳고 키우는 부모의 아픔과 비슷하다 하여 부모를 생각하는 의미에서 놓는다.
'이런 저런 내 얘기들 > 내 얘기..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여코 먹고 왔당 ^^ (0) | 2012.10.07 |
---|---|
추석 잘 쇠갑니다. (0) | 2012.09.30 |
'첫─' (0) | 2012.09.25 |
요즘은 통 책을 읽지 못하니깐 먹는 생각밖에는... (0) | 2012.09.15 |
내 제사 지내는 방식은 이렇게 해라 (0) | 2012.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