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단(朱端) 한강독조도(寒江獨釣圖)

2011. 12. 18. 19:59미술/내 맘대로 그림 읽기

 

 

주단(朱端 16C초), 한강독조도(寒江獨釣圖)

 

 

 

 

 

다음은 柳宗元 (유종원773-819) / 江雪 (강설)이란 시이다.

 

千山鳥飛絶 (천산조비절) 즈믄 산에는 새들이 날기를 그치고

萬徑人縱滅 (만경인종멸) 만 갈래 길에는 사람의자취 없는데

孤舟蓑笠翁 (고주사립옹) 거룻배에 도롱이 삿갓 쓴 늙은이

獨釣寒江雪 (독조한강설) 치운 강 눈발 속에 홀로 낚싯대 드리우고 있네

 

 

주단의 <한강독조도>는 그야말로 바로 이 시를 그대로 그림으로 옮겨놓은 것이 아닐른지.

새들이 날기를 그치고 인적이 끊긴 겨울 강의 그 적막한 고요함,

그리고 흩날리는 눈발, 거룻배의 늙은이, 늙은이가 드리운 낚싯줄...

이낚싯줄에는 단순히 저녁 소반에 올릴 물고기가 걸리는것이 아니다.

여기에 유종원과 주단의 정신이 걸린다. 시와 그림의 무궁한 의미가 걸린다.

그 정신과 의미가 무엇일까?

낚싯줄은 강의 수평선에 드리운 수직선이다.

수평선을 가르는 수직선의 단절과 비약이 정신의 기본 도상을 이룬다.

<한강독조도>에서 강물은 낚싯줄의 수직선을 쉬이 감추지만 나무에 드리워진 덩굴이

그 수직의 힘을 대신 보여주고 있다.

산수화에서 강은, 수면 위를 스치는 몇 가닥의 바람을 수파로 그려넣는 몇몇 경우를 제외한다면,

대체로 여백으로 처리된다.

따라서 강은, 더구나 볼 수 없는 그 수면 아래는 무(無)의 이미지다.

강은 무(無)의 굽이를 이루며 겨울의 강언덕을 무궁한 적막으로 감싸고 있다.

그 무(無) 위에 떠 있는 거룻배 한 척! 무(無)에 드리운 수직의 정신,

이것이 <한강독조도>의 의경이다.

'독(獨)'은 고립의 의미가 아니라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정신의 자유를 말한다.

아집이나 집착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정신만이 천지와의 교감이 가능하다.

<한강독조도>의 낚시질은 궁극적으로 심원한 차원의 천지자연의 정신과 합일하는

'궁극의 즐거움[道]'을 얻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그림은 그 거친 붓질과 동세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경이롭고 고요한 깊이를 가지나 보다.

동양 산수화가 추구하는 정신의 풍경이다.

 

-이성희, 동양명화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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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원의 詩 강설(江雪)은 매우 유명한 시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한시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겁니다.

8~9C , 우리나라 고려초기에 해당하는 당송팔대가 중에 한 사람이죠.

동양화의 산수화를 보면 악세사리처럼 낚싯배가 나오는데,

어쩌면 이 시의 영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몇 자 되지도 않는 이 시에 대한 번역이 의외로 엄청 많습니다.

한시의 미묘함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인데,

어떻게 번역을 해도 맘에 안든다는 것이겠죠.

한겨울에 배 띄워놓고 눈 맞아가며 낚시질하는 사람이 어딧겠습니까?

뜻이야 다 알죠. 해석도 간단한데, 번역을 해놓고나면 이게 또 아닌 겁니다.

 

 

 

 

(천산조비절) : 모든 산에 새 날기 그쳤고

(만경인종멸) : 모든 길에 인적이 끊겼네

(고주사립옹) : 외로운 배에 도롱이에 삿갓 쓴 노인이

(독조한강설) : 눈 내려 추운 강에서 홀로 낚시질하네

 

 

(천산조비절) : 산이란 산에는 새 한 마리 날지 않고

(만경인종멸) : 길이란 길마다 사람 자취 사라졌네.

(고주사립옹) : 외로운 배 위에 사립 쓴 노인네

(독조한강설) : 눈 나리는 강에서 혼자 낚시질하네.

 

 

(천산조비절) : 온 산에는 새 한 마리 날지 않고

(만경인종멸) : 모든 길에는 인적조차 끊어졌다.

(고주사립옹) : 외따른 배에는 도롱이에 삿갓 쓴 늙은이

(독조한강설) : 홀로 낚시하는 차가운 강에 눈이 내린다

 

 

(천산조비절) : 산이란 산에 새 한 마리 날지 않고

(만경인종멸) : 길마다 사람 자취 끊어졌는데

(고주사립옹) : 외로운 배엔 도롱이에 삿갓 쓴 늙은이

(독조한강설) : 혼자서 낚시질, 강엔 눈만 내리고

 

 

(천산조비절) : 눈이 많이 내려 온 산엔 새도 날지 않고

(만경인종멸) : 모든 길에는 사람도 다니지 않는데

(고주사립옹) : 삿갓쓰고 도롱이 입은 노인이 외로이 배를

(독조한강설) : 춥고 눈 쌓인 강에서 혼자 낚시를 하고 있다

 

 

(천산조비절) : 온 산에는 나는 새 없고

(만경인종멸) : 모든 길에는 인적(人跡)이 끊겼어라.

(고주사립옹) : 외로운 배에 도롱이와 삿갓 쓴 늙은이가

(독조한강설) : 홀로 눈내리는 차가운 강에서 낚시질하네.

 

 

...

...

 

 

그러니까 한시 좀 읽어본 사람은 다들 한번씩 옮겨보는 식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유명하고 번역이 다양한 시가 있습니다.

바로 고려때 정지상의 송인(送人)이란 시입니다.

 

 

 

 

雨歇長堤草色多 (우헐장제초색다)  : 비 갠 긴 둑에 풀빛이 진한데, 

送君南浦動悲歌 (송군남포동비가)  : 남포에 임 보내니 노랫가락 구슬퍼라. 

大洞江水何時盡 (대동강수하시진)  : 대동강 물은 어느 때나 마를 건가? 

別淚年年添綠派 (별루년년첨록파)  : 해마다 푸른 물결 위에 이별의 눈물만 더하네.

 

 

비개인 긴 둑에 풀빛이 많은데

님을 전송해 보내는 남포에 슬픈 노래 흐르는구나

대동강물이 어느 때에 마르리?

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하여지네

 

 

비 개인 긴 언덕에는 풀빛이 푸른데 
그대를 남포에서 보내며 슬픈 노래 부르네.
대동강 물은 그 언제 다할 것인가,
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하는 것을.

 

 

비 개인 긴 강둑에 풀빛 더욱 새로운데
남포에는 이별의 슬픈 노래 그칠 날 없구나.
대동강물 언제나 마르랴
해마다 이별의 눈물 물결 위에 뿌리는데.

 

 

비 갠 긴 언덕에는 풀빛이 푸르기도 한데

남포로 님 보내며 슬픈 노래 울먹이네.

대동강 물은 어느 때라야 다 없어질 것인가

이별의 눈물이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덧보태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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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과 관련해서는 시 얘기 말고도 할 말이 꽤 있었는데

시를 소개하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관둬야겠습니다.

다음 기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