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한국 불교
2008. 2. 16. 20:18ㆍ책 · 펌글 · 자료/종교
현대 한국 불교의 이해
범어사 vs 수덕사
한국 불교계에는 크게 2대 문중이라고 하는 막강한 두 문중이 있습니다.
(원래 불교의 문중이라는 건 같은 법맥을 이어받은 제자들의 모임이어야 하고 그것이 옳겠습니다만 현재는 많이 변질되어
그저 세력이라는 의미밖에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흔히 범어문중(범어사, 해인사)이라고 하는 문중과 덕숭문중(수덕사)이라고 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현대 한국의 조계종 성립(62년)이후에도, 조계종의 양대 대표인 종정과 총무원장의 대부분은 이 두 문중에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도식적으로 말하면 두 문중은 상당히 대조적입니다.
덕숭문중은 경허-만공-혜암-벽초-원담스님으로 이어져 오는 수덕사 문중인데, 이 문중의 스님들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얼마전 입적한 법장총무원장 스님과 해외 포교로 유명한 화계사 조실 숭산대선사도 이 문중이죠.
그밖에 그전의 정대 총무원장스님도 전강스님의 상좌로 역시 덕숭문중이지요.
그밖에 대체로 금산사, 법주사, 불국사등의 큰스님들도 이 문중입니다.
이 문중의 스님들의 특성은 호방하고, 걸림이 없다(무애)라는 것에 있습니다.
술 마시고, 고기먹고, 심지어는 여자와 동침(불음계)도 깨닫는데 필요하다면 마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깨닫지도 못한 사람들이, 잘못하면 경허-만공선사같은 분들의 겉모습만 따라하고 불교를 타락시키는 훼법분자로 몰려도
할 말이 없게 됩니다.
금봉선사가 대낮에 술 마시고 선방에 들어갔다가 만공조실스님에게 차여서 엉덩이가 30센티나 찢어졌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가 아는 스님들의 기행이라는 건 대부분 덕숭문중 스님들의 업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 수덕사는 덕숭총림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현 방장은 원담 큰스님이고요.
반면, 범어문중은 범어사, 해인사 중심의 문중입니다.
용성(3.1운동 불교계 대표이기도 한 대선승)-동산-성철로 이어지는 문중입니다.
이 문중은 지금은 덕숭문중보다 더 세력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70년대 이후, 최근에 종정을 역임하신 스님들 중에서, 고암선사-성철선사-혜암선사-현 법전선사가 모두 이 문중 출신이지요.
이 문중의 가풍은 이렇습니다.
동산스님이 이 문중의 실질적인 문장이신데, 동산스님이 평소에 하신 말씀입니다.
하루는 어린 제자가 묻기를
"북송의 연수(延壽)선사는 만일 심장과 간을 도려내도 목석과 같이 아무 렇지 않은 사람은 고기를 먹어도 괜찮다고 말했는데,
정말 그래도 되는 겁 니까.”
“그러니 먹지 말라는 거야.”
“술을 마시되, 오줌 똥을 먹는 것처럼 여기는 대중은 먹어도 된다고 했는 데요.”
“그러니 마시지 말라는 거지.”
“미인을 시체나 다름없이 여기는 대중은 음행을 해도 된다고 했는데요.”
“그러니 음행을 하지 말라는 거지.”
“걸림이 없는 대중은 어떤 일에도 구애됨이 없다는 뜻 아닌가요.”
“이놈, 딱도 하구나! 걸림이 없는 경지에 이르면 술 고기 여자를 취하지 않는 법이지.
걸림이 없는 경지에 이르지 못한 범부가 이를 취하지 말아야 함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따라서.. 이 문중의 이야기는 '재미'가 없습니다.
현재 범어사는 조계종 선찰 대본산으로 조실스님은 지유 큰스님입니다.
해인사 vs 송광사
혹은, 성철 선 사상 연구원 대 보조 사상 연구원
혹은, 돈오돈수 대 돈오점수 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성철스님이, 스스로 부처님에게 밥 값했다는 '선문정로'등에 따르면 성철스님은 철저하게 '돈오돈수'를 주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선풍은 보조지눌 이후 700여년간 돈오점수가 정설이었던 것이죠.
돈오돈수가 정설이라면, 보조스님은 제대로 깨닫지 못한 스님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송광사측과 해인사측은 크게 대립하게 됩니다.
보조지눌스님은 송광사(수선사)를 중수한 스님이고, 송광사는 보조스님의 사상을 전승한 절이기때문이지요.
그래서 83년엔가 송광사측은 보조사상의 함양을 위해 '보조사상 연구원'을 세웁니다.
지금은 모르겠는데 한 때 법정스님이 연구원장이셨지요.
해인사쪽에서는 성철스님 열반 무렵이던가 열반후에, '성철 선 사상 연구원'을 설립했고요.
그런데, 성철스님의 저서에 따르면,
지눌스님이 처음-중년까지는 철저한 돈오점수설에 입각한 선수행을 하고, 글도 그렇게 남겼지만,
말년에 돈오돈수설로 회귀했다는 말씀이 나옵니다.
선문정로 평석, 서언에 보면,
..무릇 이설중의 일례는 돈오점수이다. 선문의 돈오점수 원조는 하택이며 규봉이 계송하고 보조(보조지눌 스님)가 역설한 바다
.... (성철스님입장에서, 하택신회-규봉종밀이라면 知解종도이며 대단한 욕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돈오점수의 大宗인 보조도 돈오점수를 상설한 그의 '절요' 벽두에서 하택은 是知解宗師니 非曺溪嫡子라고 단언하였다....
라고 나오기도 합니다.
해인사는 지금은 범어사보다 더 범어문중의 본찰로 인식되며, '비교적 문중의식이 희박'한 절입니다(좋은 뜻입니다).
현재, 조계종 최초의 총림인 해인총림이 설치되어 있고 방장은 현 조계종정인 법전 스님이 겸하고 잇습니다.
송광사는 조계총림이 설치되어 있고 현 방장은 보성큰스님입니다.
초대 조계종정을 역임하신 효봉학눌선사가 현대 송광사의 실질적인 큰 어른이십니다.(법정, 구산 스님의 스승이시죠)
보조 vs 태고 종조논쟁
불교의 교조는 물론 석가모니입니다.
그런데 현대 한국 불교의 전통, 정통, 대표종단인 조계종의 종조를 두고는 심각한 논쟁이 있습니다.
그것이 태고종조설과 보조종조설의 대립입니다.
즉 태고보우스님이 현 조계종단의 종조냐 아니면 보조지눌스님이 종조냐는 논쟁이죠.
이 논쟁은, 학자들 사이에서는 물론 큰스님들 사이에서도 격론이 오갈 정도로 벌어졌습니다.
사실 우리의 아버지가 누구냐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기도 할 겁니다.
학자들중에서는 더러 보조종조설을 지지하는 분들이 있고, 특히 보조국사의 송광사측은 지금도 보조종조설을 당연히 주장합니다.
하지만 조선불교 초대 종정인 만암스님이나 성철종정스님, 현 종정이신 법전스님등 스님들은 대부분 태고종조설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성철스님의 저서인 '한국불교의 법맥'을 봐도 명백합니다.
다만 학자들의 공격중 큰 부분은 태고스님도 법맥이 뚜렷하지 않고, 그가 중국의 '석옥청공'으로 부터 법맥을 이었다고 하지만,
'석옥청공'스님은 임제종의 중심인물은 아니라는 점에서 비판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대 조계종의 종조논쟁에서 더더욱 불행한 사실은,
원래, 대처스님들과 합의한 통합 조계종단에서는 당연히 이의없이 '태고보우스님'을 종조로 명시했습니다.
스님들 사이에서는 당연한 것이었기때문이죠.
그런데 비구-대처간 분쟁이 격화되면서, 대처스님들이 따로 떨어져 나간 후 만들어진 조계종(현재의 조계종단)에서는
'느닷없이' 그야말로 갑자기 하루아침에, 종조를 태고보우에서 '보조지눌'로 바꾸어 버리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정치적인 이유가 큽니다.
대처측이 계속 그대로 '태고"스님을 종조로 모시는데 차별화가 필요했기때문이지요
(과연 이런게 필요하다는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렇게 되자 당시의 만암종정스님(얼마전 입적하신 백양사 서옹종정스님의 스승)은 이를 "환부역조(아버지를 바꾸고 조부를 바꾸는 일)"
이라고 크게 노하시고 아예 종정자리를 내 놓고 물러나 버립니다.
지금 조계종헌에는, 아예 두분이 다 빠져 있고 종조로서는 신라말 '도의국사'가 종조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두분은 모두 중흥조처럼 기술되어 있습니다.
종정과 해인총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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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 조계종 최초로 총림이 설치된 것은 1967년 여름, 해인사에서 열린 중앙종회에서, 총림 설치법이 통과되면서였다.
여기서 성철스님은 조계종 최초의 총림인 해인총림의 방장으로 추대되셨다.
총림이란, 일종의 종합대학교이고 방장이란 대학총장 겸 이사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총림이 설치되지 않은 큰절에서의 주지는 스님들의 투표로 선출하고, 대체로 그 절에서는 큰스님인 경우가 많다.
요즘은 40대 주지스님도 많이 나오는 편이지만.
하지만 총림에서 주지는 층층시하로, 방장스님외에도 주지보다 높은 스님들이 많으며,
총림의 주지는 선거제가 아니라 방장스님이 임명한다.
그러니 총림의 방장은 대학총장겸 이사장에 해당할 만하다.
총림의 주지스님은 법인사무국장 정도에 해당할 것 같다.
역대 해인총림의 방장은 성철스님-고암스님-성철스님-혜암성관스님-법전스님이다.
이 네분의 스님은 모두 조계종의 최고 지도자인 종정(법왕)도 역임하셨다.
(법전스님은 현직 해인총림 방장이자 조계종정)
종정은 조계종 최고의 원로들인 원로회의 구성원(원로의원)과 세 분의 사판스님이 모여 합의 추대하는 형식으로 정한다.
조계종헌 제21조
① 宗正은 元老會議 議員, 總務院長, 護戒院長과 中央宗會議長이 推戴한다.
② 第1項의 推戴를 위한 會議는 宗正의 任期 滿了 3個月前이나 有故時에 元老會議 議長이
① 宗正은 元老會議 議員, 總務院長, 護戒院長과 中央宗會議長이 推戴한다.
② 第1項의 推戴를 위한 會議는 宗正의 任期 滿了 3個月前이나 有故時에 元老會議 議長이
召集하며, 推戴는 在籍 過半數 以上의 贊成으로 한다.
또한 해방이후 해인사에 잠시 가야총림이 설치된 적이 있는데
그때 가야총림의 조실이셨던 효봉스님 역시 대한불교 조계종의 초대 종정이셨으니,
해인사 해인총림과 가야총림의 역대 방장(조실)스님들 중에서 현재까지는 종정이 되지 못한 분이 안 계시다.
성철스님이 살아계실 때 하신 말씀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해인사 중들중에서는 혜암이, 법전이 까지는 종정하겠다."라고 하셨다고 한다. 과연...
현재 조계종에는 모두 5개의 총림이 있고, 곧 6번째의 총림이 생길 것 같기도 하다.
대구 동화사가 총림지정 신청을 한 상태다.
그런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방장이란 어찌보면 종정보다도 더 영예로운 자리일 수 있는데...
따라서 이런 방장스님을 모시는 것은 당연히 수행력으로 정해야 하는 것인데 만에 하나라도 그렇지 못하다면
아예 비워둘 수 밖에 없지 않을까싶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는 않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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