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가는 걸 모르겠다 진짜.

2020. 4. 24. 08:15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셋





창밖은 오월인데 
그림을 그리기에도 아까운 순간 

라일락 향기 짙어 가는데
너는 아직 모르나 보다
잎사귀 모양이 심장인 것을 

가시에도 장미 피어나는데 
마리도 너는 고행의 딸



- 피천득, 「창밖은 오월인데」 발췌해서 짜깁기함.






어찌 어찌 다 흘러가 버린 5월 
불현듯 생각해 보니
늦은밤 집으로 가는 골목길에서
라일락 향기를 맡았던 기억이 나는데......
난 또 이렇게 한 시절을 놓치고 가나보다



- 피천득,「생명에서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 피천득, 「오월」짜깁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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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 된 사람 

팔십 노인네들,

이모부도

속초 매형도

팔십 둘인가 셋 됐고.

.......


금년도 얼렁뚱땅

반이 지나가버리네

내 모습이 곧 저들인데 

이만만이라도 할 때 서들러서

애들이 영정사진으로 쓸

자화상이라도 그려놔야겠다.

.......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그그글피도

이제 한 줌밖에 안 남은 순간들일텐데도

멍때리고 앉아서 갉아먹네

야금야금

뭉턱뭉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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