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2019. 12. 8. 20:28산행기 & 국내여행/여행정보 & 여행기 펌.






2004년 12월 29일 수요일 맑음

종일 앓아누웠다. 어제 오후부터 미열이 있더니 결국 감기 몸살이 시작됐다.

햇빛이 들지 않는 이곳 방이 감기를 불러들인 걸까?

오전엔 올가가 차와 물을 가져다 주고, 현경이가 들러서 밥을 갖다 주었다.

오전 내내 침대에 누워 있었다.

좀 괜찮은 것 같아 오후 명상에 들어갔다.

목 뒤부터 온 몸에 통증이 시작되고 기침이 터져 나와 결국 다시 방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쉬기만 하면 좋을 줄 알았더니 시험을 앞두고 학교에 못 가고 있는 학생 기분이다.



2004년 12월 30일 목요일 맑음

오늘은 출가한 스님들을 따라 하루 종일 계율을 지키는 생활을 경험하는 날.

다른 건 다 괜찮은데 12시 전에 한 끼만 허용되는 식사가 마음에 걸린다.

오전에 카르마파가 센터를 방문했다.

아침부터 절 마당에는 티베트 불교를 상징하는 여덟 가지 성물이 그려지고, 기도 깃발을 다시 달고,

법당 내부를 새롭게 정비하고,

오전부터 큰 스님께 드린 후 축원을 받아 다시 돌려받는 흰 비단 천을 들고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그 어린 카르마파에게 서양인 노스님들이 얼마나 허리를 굽히는지 그걸 보던 나탈리가

"완전히 신이네"라며 한 마디 한다.

저녁에는 마하보디 절에서 촛불 공양이 있었다.

미처 초를 준비 못한 내게 프레드릭이 절반을 나누어 주었다. 그 절반을 나는 다시 페드로와 나누었다.

고요한 마음으로 초 네 개에 불을 붙였다.

첫 번째 초는 내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두 번째는 내 주변 사람들의 행복과 고통 없는 삶을 위해,

세 번째는 내가 모르는 지구 위 모든 사람들의 고통없는 삶을 위해,

네 번째는 세상의 모든 생명 있는 존재들을 위해 기도하며 불을 밝혔다.

아주 자연스럽게 모든 지각 있는 생명들의 고통 없는 삶을 위해 기도하는 내 모습이 놀랍기도 했다.

우리들 모두의 염원을 담고 타오르는 촛불은 밝고 아름다웠다.

릭샤를 타고 돌아오는 길. 마음은 내가 밝힌 촛불처럼 환히 빛나고 있었다.





▲ 루트 인스티튜트의 열흘짜리 명상 강좌에서 명상 중인 수강생들  
ⓒ2005 김남희


 


다음검색



'산행기 & 국내여행 > 여행정보 & 여행기 펌.' 카테고리의 다른 글

- 9  (0) 2019.12.08
- 8  (0) 2019.12.08
- 6  (0) 2019.12.08
- 5  (0) 2019.12.08
- 4  (0) 2019.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