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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8. 20:29산행기 & 국내여행/여행정보 & 여행기 펌.





2004년 12월 31일 금요일 맑음



올해의 마지막 날이다. 그리고 열흘 간의 과정이 끝나는 날이기도 하다.

아침 명상을 하면서 발견했다. 이제 다리의 고통 없이 바른 자세로 한 시간은 앉아 있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10분도 힘들었는데.

아침 식사 후, 올리에게 '일상 생활에서의 불교'라는 제목으로 마지막 강의를 들었다.

행복이나 불행,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올리는 자신의 아픈 경험을 말해주었다.

자신이 직장을 잡아주고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해준 친구 - 그 친구의 직업은 명상 지도 강사였다 - 가

자신의 집에서 자신의 아내와 함께 있는 모습을 목격한 후 모든 마음의 평화와 자비심, 사랑이 다 흔들리고 깨졌던 일.

고통스러운 시간이 흐른 후 끝내 모든 원망과 미움을 극복하고 그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었던 일을 이야기한 후 올리는 말했다.

'자신을 몰아세우지 말라.

작은 것이 아름답다.

하루 5분의 명상처럼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실천하라.

조금씩, 작은 것에서 시작해 오래, 자신의 호흡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열흘의 생활이 우리의 삶을 단번에 바꿀 거라고 기대하지 말라.

자신의 능력을 점검하고, 조금씩 시작하되, 규칙적으로 하라.

일요일에만 교회에 나가는 '선데이 크리스챤 (Sunday Christian)'이 되지 말자.'

열흘의 생활을 마치며 나의 신앙생활 - 그 시절이 그런 이름으로 불릴 수 있다면 - 을 돌아본다.

개신교 교회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에 다닌 덕에, 그리고 지독한 '예수쟁이'였던 할머니 덕에

나는 일곱 살부터 열아홉 살까지 일요일이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교회로 가는 삶을 살았다.

물론 그 치열한 '주일 엄수'는 교회가 주는 부수적인 혜택

 - 크리스마스와 여름 수련회, 시와 문학의 밤, 남학생들과의 합법적이고도 자연스러운 만남 등등 - 에 기댄 바도 컸다.

어쨌든 한때는 하나님의 큰 쓰임 받는 일꾼이 될 거라는 기대를 교회 안에서 받기도 했던 것 같다.

대학에 들어간 이후 나는 담배를 끊듯, 술을 끊듯, 그렇게 교회를 끊었다.

물질적이고 외적인 성장에 집착하고,

 나의 하나님만이 옳고 유일한 신이라는 편협한 믿음으로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공격적이고 오만한 교회,

서로의 영적 성장을 도모하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을 가르치기보다는

경계를 나누어 패거리 문화를 형성하며 기득권을 옹호하던 그 보수적인 세력이 싫었다.

그런 교회와 목사의 가르침은 내게 어떤 울림도 주지 않았다.

스무 살이 되어 내가 만난 교회 바깥의 세상이 내게 교회 안에 머무르는 안온한 삶을 허락하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그야말로 나는 절이 싫어 떠난 중이었던 셈이다.





▲ 명상 및 불교 강좌가 1년 내내 진행되는 루트 인스티튜의 전경  
ⓒ2005 김남희


기독교뿐 아니라 다른 모든 종교에 대해서도 나는 회의적인 태도를 유지해왔다.

내게 종교는 벽이었다.  세상을 이해하고, 사람을 이해하는 것을 가로막는 거대하고 강한 벽.

내 안에 이미 다른 벽과 틀이 있었기에 내게 더 이상의 벽은 필요하지 않았다.

스무 살 이후 나는 어떤 종교에도 귀의하지 않았고,

물론 교회로 다시 돌아갈 생각도 하지 않고 십오년을 건너 왔다.

하지만 지금 내 삶은 그 어느 때보다 위대한 종교, 위대한 성인의 가르침에 가까이 가려는 열망으로 뜨겁다.

교회와 교회를 둘러싼 무리들, 절과 절에 머무는 사람들과 상관없이,

그들을 보지 않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오직 예수의 삶, 부처의 삶에 눈 돌리고 귀 기울이기 위해 혼자 가는 지금.
나는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다.

예수는 결코 교회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부처의 삶은 저자거리에서 미천한 중생들과 함께 한 것이었음을.

한 북미 인디언이 말했다.

'당신의 작고 낡은 자아를 위해 개인적인 어떤 것을 얻는 것이 명상이 아니다.

명상은 일종의 눈뜸이고, 되돌려 주는 것이다.'

열흘의 생활이 내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거나, 나를 종교에 귀의시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명상을 통해 얻는 나의 밝고 맑은 기운이 내 이웃의 삶까지 평화롭게 할 수 있기를 꿈꾸어볼 뿐.

위대한 성인의 가르침을 내 삶 속에서 따르고 싶다는 그 마음 하나만은 지키고 키워 나가고 싶은 것이다.



--------------------------------------------덧붙이는 글---------------------------------------------------------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땅 보드가야에는 명상과 요가, 불교 교리를 배울 수 있는 센터가 많다.

루트 인스티튜트의 연락처는 아래와 같다.


www.rootinstitute.com 이메일 : rioffice@vsnl.net
전화 :0631(지역 번호)-2200-704


루트 이외에도 태국절과 국제 명상센터, 다르마 보디 명상센터 등에서 명상강좌가 열리며

대부분의 강좌는 10월부터 3월 사이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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