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8. 20:26ㆍ산행기 & 국내여행/여행정보 & 여행기 펌.
2004년 12월 26일 일요일 맑음
날씨가 추워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점점 힘들어진다.
오늘 아침엔 여러 명이 명상 시간에 안 나왔다. 게으름 피지 않기 위해 아직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오늘 오전 강의는 업에 관해서였다.
'업(業)은 피할 수 없다.
업은 확대재생산 된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다.
우리가 원인을 만들지 않았다면 결과는 일어나지 않는다.
업은 많은 생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말을 듣고 나니 갑자기 사는 게 무서워졌다.
아이들이 질문한다.
"집착이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느냐?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집착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스님이 답한다.
"그건 사랑이 아니다.
우린 집착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는데,
사랑은 오직 상대의 행복만을 바라는 마음이다.
집착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뭔가를 원하는 마음이고,
사랑은 다른 사람의 행복을 원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자비는 다른 사람의 불행을 없애고자 하는 적극적인 마음이다."
오늘 토론 시간에 문득 든 생각.
예수를 믿지도 않으면서 교회 수련회에 따라가 통성기도 하는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는 듯한 생경함과 당혹스러움.
불교를 종교로 받아들이는 사람들 틈에서 나는 불편하다.
내가 불교에 마음이 끌린 건 두 가지 이유였다.
이슬람과 기독교 모두 성전(聖戰)이라는 이름으로 옹호해 온 전쟁과 살육을 반대한다는 것.
그리고 구원을 얻기 위해 신의 대리자가 필요 없다는 것.
행복과 불행 모든 것이 마음자리 놓기에 달려 있고,
스스로 부처가 될 수 있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직 스스로의 성찰과 수행일 뿐이라는 것,
그게 나를 매혹시켰다.
나는 삶의 철학으로 불교에 끌렸을 뿐, 종교로서 불교에 대해서는 관심밖이었던 셈이다.
그런 내가 절간에 들어와 종교로서 불교를 접하자니 불편함과 어색함이 따르는 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왜 아무 말이나 턱턱 믿어버리는 순진한 마음의 소유자가 아닌 걸까?
왜 늘 의심하고, 회의하는 쪽인 걸까?
대학 시절, 주위의 모든 사람이 한 가지 이념에 경도되었을 때 나 혼자 그러지 못했고,
결혼과 가정이라는 제도에 대해서도 그랬고,
종교에 대해서도 그렇고.
때로는 나도 그냥 찰떡처럼 쉽게 믿어버리고, 그 믿음에 온 생을 거는 사람이고 싶다.
윤회와 환생.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을 아는 린포체들의 이야기.
전생에 대한 기억. 이런 이야기들은 내게 여전히 거짓말처럼 들린다.
나에게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삶의 윤회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다.
삶이 고통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 보석처럼 빛나는 순간이 있기에 살아간다는 건 이미 충분한 축복이다.
왜 윤회를 두려워해야 하고, 윤회의 사슬을 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가?
불교로 귀의하지 않아도 다른 모든 생명 있는 존재를 사랑하며 인생의 모든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긍정하고 살아갈 수 있는데!
오늘의 투덜이 질문.
"왜 중들에게는 성행위가 금지되어 있나?
승단의 계율 중에 하루에 한 끼 먹는 것 같은 건 참을 수 있는데, 성행위가 금지되어 있다는 게 출가하는 걸 어렵게 한다.
성행위가 왜 나쁜 건가?"
스님의 답.
"당시 시대적 상황에서 성행위는 임신과 출산, 가족의 형성을 뜻하므로
구도자로서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집착을 낳으므로 금지시킨 것 아닐까?"
니키가 물었다.
"집 앞에 벌집이 있어 오갈 때마다 쏘인다면 죽여도 되는가?"
"죽이기 전에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해 보고도 안 될 경우,
자신이 하려는 일을 자각하고 그로 인한 업을 달게 받겠다고 인정하고 죽인다.
그 후에도 그 업을 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우리는 직간접적으로 많은 생물을 죽이고 있다.
우리가 마시는 물 속의 미생물부터, 우리가 먹는 음식을 통해서도, 걷는 발걸음을 통해서도.
인간인 이상 살생은 우리의 씻을 수 없는 업이므로 끝없이 정화해야 한다."
▲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곳에 세운 대탑
ⓒ2005 김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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