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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8. 20:05산행기 & 국내여행/여행정보 & 여행기 펌.





트레킹 열 두 번째 날


날씨 : 푸른 물 뚝뚝 듣는 하늘
걸은 구간 : 돌레(Dole 4080m)-마첼모(Marchelmo 4450m)-팡가(Fangka 4485m)-고쿄(Gokyo 4750m)
소요 시간 : 5 시간
복장 및 위생 상태 : 몹시 불량



날씨가 더할 나위 없이 청명하다. 바람도 없고, 햇살은 따뜻하고, 하늘은 새파랗게 개었다.

캔은 이 좋은 날씨에 왜 내려 가냐며 지난 일은 다 잊어버리고 고쿄로 올라가라고 한다.

기얀드라도 여전히 풀이 죽었지만 조심스런 목소리로 올라가자고 채근한다.

결국 우리는 예정대로 산행을 계속하기로 결심한다.

야채 커리와 밥을 시켜 언니가 가져온 고추장에 비벼 맛있게 아침을 먹는다.

9시 10분, 다시 짐을 꾸려 출발이다.

사흘 만에 보는 파란 하늘이 우울했던 기분까지 상쾌하게 만들어준다. 발걸음도 가볍다.

9시 55분. 라팔마(Rafarma 4417m) 도착.

‘마운틴 뷰 힐 탑 로지’ 라는 길고도 거창한 이름의 숙소가 하나 있다.

10시 45분. 루자(Luza 4360m)에 이어 11시 20분 마첼모(Machhermo 4450m) 통과.

8~9가구가 사는 마을이다.

12시 05분. 팡가(Fangka 4485m) 도착.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팡가 뷰 포인트 호텔로 들어선다.

이곳 식당 유리창으로는 해발고도 8153m인 초유(Choyoo)가 한 눈에 들어온다.

뭘 먹을까 잠시 고민하다 자그마치 270루피(한화 4800원)나 하는 참치 야채 피자를 주문한다.

지금껏 먹은 음식 중에 가장 비싸다.

한 시간을 기다려 나온 피자는 마늘과 양파와 당근과 참치와 치즈가 푸짐하게 얹혀 기대 이상으로 맛있다.

네팔인들의 주식인 달밧(렌즈 콩으로 만든 국과 카레를 넣고 볶은 야채, 밥이 함께 나온다)을 먹던 기얀드라가 한 고봉을 다 먹은 후

또 한 고봉을 담아 먹는다.

그 엄청난 양을 보고 놀라는 표정을 지었더니, 가득 솟은 밥을 가리키며 “아마 다블람 봉우리!”라며 웃는다.

오랜만에 보는 그 천진한 미소가 반갑다.





▲ 얼어붙은 고쿄 호수  

ⓒ2004 김남희



2시 출발. 다시 산을 넘는다.

눈이 채 녹지 않은 길은 초유(Choyoo)를 마주보며 걷는 길이다. 길은 평탄하게 이어진다.

4시. 고쿄(Gokyo 4750m) 도착.

8~9 가구 정도 되는 작은 마을이 고쿄 호수를 둘러싸고 있다.

기름기 있고 느끼한 음식을 먹으면 반드시 시작되는 복통이 마을을 코앞에 둔 곳에서 시작됐다.

결국 바위 뒤에서 급히 일을 보고 눈으로 덮었다.

아깝다. 오랜만에 먹은 그 비싼 피자가 그대로 나왔으니….

그 사이 호수로 다가가던 언니는 허리까지 눈 속에 빠지는 바람에 달려간 기얀드라에 의해 구조 당한다.

팡가 식당에서 사진으로 본 고쿄 리조트를 찾아서 짐을 푼다.

삼면이 창으로 둘러싸인 식당과 호수가 한 눈에 들어오는 훌륭한 전망!

방에는 제법 큰 침대와 탁자가 놓여 있고 전기도 들어온다.

화장실은 물론 건물 안에 있다!

“우와! 5000m에서 이렇게 훌륭한 시설은 처음이다. 그치?” 우리는 마구 감동한다.

짐을 풀고 한 대야에 40루피 주고 더운 물을 사서 세수하고, 발을 씻었다.

저녁 먹으면서 네팔에 네 번째 오는 거라는 영국인 여행 가이드 크리스와 이야기를 나눴다.

얼마 전 BBC 뉴스에 북한이 외국 귀빈들로부터 받은 선물을 전시한 박물관이 나왔는데,

그중 나이지리아에서 보내온 박제 악어 한 마리가 한 손에 쟁반과 컵을 들고 꼿꼿이 서 있었다나.

8시에 잠자리에 들다. 언니가 준 소화제 먹고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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