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스벤 브링크만
- 출판 : 다산초당 / 2019. 7. 12
책소개
열심히 살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공허한 우리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줄 10가지 삶의 원칙을 담은 『철학이 필요한 순간』. 끊임없이 유동하는 불확실한 세상에서 우리가 흔들리지 않고 굳게 서 있을 만한 단단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도록 소크라테스, 니체, 데리다, 로이스트루프, 머독 등 고금의 철학자로부터 길어 올린 10가지 삶의 관점을 제시한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바라지만 막상 무엇이 행복이냐고 물으면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누구나 쉽게 쾌락을 좇을 수 있고 많은 이들이 자아실현과 자기계발에 매달리는 지금, 사람들은 정말 행복할까? 철학으로 삶의 의미를 되찾는 심리학자 스벤 브링크만은 이 질문에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한다.
행복도 소비가 되는 시대인 오늘날의 우리는 물질적 풍요 속에서 얼마든지 쉽게 쾌락을 좇을 수 있지만, 이것이 욕망의 노예나 폐쇄적인 나르시시스트로 만들 뿐,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불안하고 허무한 감정을 결코 지워주지 못한다고 이야기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철학의 본질에 집중해 실제 삶의 지표로 삼을 만한 관점들을 제시한다.
존엄성, 약속, 진실, 책임, 사랑, 용서, 자유, 죽음 등 언뜻 봐서는 실용적일 것 같지 않지만 쓸모없기에 더 쓸모가 있는,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중요한 가치들을 소설과 영화, 일상 속 다양한 예시를 통해 살펴보면서 우리를 진정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다. 이를 통해 모든 것이 급변하는 불확실한 시대에 우리가 믿고 의지할 만한 단단한 토대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 : 스벤 브링크만
덴마크 오르후스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철학과 심리학을 전공했고, 현재 알보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심리학과 철학, 사회학은 물론 대중문화 전반에 걸친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활발한 저술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자기계발을 끊임없이 강요하는 현대사회의 흐름을 재치 있게 비판한 책 『스탠드펌』은 덴마크 서점가에서 106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노르웨이, 스웨덴, 영국, 미국, 한국 등에 잇달아 번역 출간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사회 발전에 기여한 대중 지식인에게 수여하는 권위 있는 상인 로젱크예르 상을 2015년에 수상했다. 이를 계기로 출연한 라디오 방송에서 유쾌한 철학 강의를 진행해 허무하고 불확실한 삶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받았고, 대중 철학자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철학이 필요한 순간』은 이 강의를 풀어낸 책으로 우리가 단단한 삶의 토대로 딛고 설 만한 10개의 관점(standpoints)을 제시한다. 저서로 『스탠드펌』, 『The Joy of Missing Out』 등이 있다.
목차
시작하며
- 어떻게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는가
1강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일이 우리에게 있는가
_ 아리스토텔레스의 선
2강
쓸모없기 때문에 쓸모가 있는 목적의 왕국
_ 칸트의 존엄성
3강
지키지 못한 것들에 왜 죄책감을 느끼는가
_ 니체의 약속
4강
세상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
_ 키르케고르의 자기
5강
불확실한 세상에서 신뢰를 쌓는 방법
_ 아렌트의 진실
6강
타인에 대한 나의 영향력을 점검하라
_로이스트루프의 책임
7강
내가 아닌 존재에 어떻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가
_ 머독의 사랑
8강
불가능하기에 가능한 것
_ 데리다의 용서
9강
어떤 순간에도 희생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는가
_ 카뮈의 자유
10강
내 삶의 노예가 되지 않는 방법
_ 몽테뉴의 죽음
마치며
- 불안과 허무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책 속으로
우리 삶에서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것,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바로 제가 이 강의를 통해 다루려는 ‘태도 또는 관점’입니다. 이것은 끊임없이 유동하는 불확실한 이 세상에서 우리가 흔들리지 않고 굳게 서 있을 만한 단단한 토대를 제공하지요. 그런데 오늘날 이런 생각은 안타깝게도 상당한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바로 ‘도구화’라 불리는 사회 흐름 아래서 말이지요. 도구화란 우리가 목적으로 삼아야 하는 것들이 다른 것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이나 도구처럼 취급되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예컨대, 다른 사람과 사랑을 하거나 우정을 나눌 때에도 그 관계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지 여부를 잘 따져야 ‘현명한’ 처신으로 여겨지는 것처럼 말이지요.
_ 시작하며, 13~14쪽
오늘날 우리는 ‘진짜 나 자신이 되는 것’이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이 믿음에 문제가 있다는 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진짜 자신을 찾았는데, 알고 봤더니 잔인하고 무정한 괴물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런 ‘진짜 나’로 살기보다는, 차라리 진정성이 떨어지더라도 좀 더 나은 다른 사람이 되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_ 시작하며, 24~25쪽
쓸모없음의 쓸모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은 도구화에 저항하는 최전선에서 우리를 지키고 이끌어줍니다. 쓸모없는 것이란 우리가 다른 것을 성취하기 위한 도구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를 위해 하는 일입니다. 그런 일들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들이지요. 우리는 그런 쓸모없는 활동에 시간을 쓰는 것에 죄책감을 느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요즘처럼 도구화된 시대에서는 그런 쓸모없는 활동이야말로 삶의 진짜 의미를 되찾아주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모두 쓸모없는 일을 하세요. 쓸모없음이야말로 최고의 선입니다! 우리에게는 이런 말을 스스로에게 하는 연습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_ 1장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일이 우리에게 있는가, 67~68쪽
키르케고르의 자기 개념은 자기계발서에서 말하는 자아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우리 내면 어딘가에 있으면서, 자아실현을 통해 해방시켜야 할 진짜 나 같은 개념이 아니지요. 자기계발 논리에 따르면 우리는 그냥 그걸 찾아서 실현하면 됩니다. 그러나 발달심리학적으로 해석한 키르케고르의 자기 개념은 실현보다는 형성, 즉 양육이나 교육 과정과 긴밀하게 연결됩니다. 자아는 우리 내면에서부터 실현되는 게 아니라 자기 바깥에 있는 다른 존재와의 관계를 통해서 형성되기 때문이지요.
_ 4강 세상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 119~120쪽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삶이 이처럼 상호 의존적이기 때문입니다. 삶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는 일”이며, 그것을 통해 “그 사람 삶의 무언가를 자기 손에 쥐게 되는 일”입니다. 이를 토대로 로이스트루프는 ‘윤리적 요구’라는 개념을 이끌어냅니다. 윤리적... 요구란 바로 “당신에게 건네진 다른 사람의 삶을 보살피라는 요구”이자 책임입니다.
_6강 타인에 대한 나의 영향력을 점검하라, 144쪽
요즘 들어 신조처럼 여겨지는 사랑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을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랑의 개념을 우리 자신과의 관계에만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머독에 따르면, 우리는 엄밀한 의미에서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니까요.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로부터 벗어나, 나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에게 관심을 갖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사랑은 자기를 잊는 것, 그럼으로써 다른 누군가에게 자기 자신을 내주는 일입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스스로를 내줄 수 없습니다.
_ 7강 내가 아닌 존재에 어떻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가, 172~173쪽
우리는 상호 의존적인 존재입니다. 사회와 공동체 안에서만 자기를 반성할 수 있고 자율성도 가질 수 있지요. 적극적 의미에서의 자유는 우리가 어떤 공동체의 일부로서 존재할 때 가능합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반성하고 욕망을 통제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아이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자기 자신의 욕망을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책임이 있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적극적 자유를 추구할 수 있게끔 길러줄 건강한 공동체를 가꾸고 돌볼 책임이지요.
_ 9강 어떤 순간에도 희생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는가, 215쪽.
우리는 대개 죽음을 한계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몽테뉴는 반대로 생각합니다. 우리가 죽음을 올바로 이해할 때에만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다는 거지요. 그의 표현을 빌리면 “죽는 법을 배운 사람은 노예가 되는 법을 잊는다”라는 것입니다. 죽음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지 않고 그 의미도 인식하지 못하면, 우리는 삶이 짧고 유한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채 중요하지 않은 일로 시간을 낭비할지 모릅니다.
_ 10강 내 삶의 노예가 되지 않는 방법, 230~231쪽
자유나 평등 같은 존엄한 가치를 위해 고통과 희생을 기꺼이 감수한 사람의 삶과 행복한 사이코패스 독재자의 삶을 비교해보는 것입니다. 대부분 어느 쪽이 더 좋고 의미 있는 삶인지 단번에 알아챌 것입니다. 우리는 삶의 의미를 순전히 도구적이고 경험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좇지만, 그런 삶이 곧 의미 있는 삶은 아니지요. 도덕적이고 의미 있는 삶은 내적 가치가 있습니다.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지요.
_ 마치며, 258쪽
행복지수 세계 1위 덴마크를 매혹한 화제의 명강의
“불안과 허무에 시달리던 어느 날, 철학이 내게로 왔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덴마크를 매혹한 철학 강의가 있다. 철학으로 삶의 의미를 되찾아주는 심리학자이자 알보그대학교 교수인 스벤 브링크만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덴마크 공영방송 DR의 라디오 강의 시리즈를 통해 “행복은 쾌락이 아니라 의미 있는 삶에서 나온다”라고 말하며, 소크라테스, 니체, 데리다, 로이스트루프, 머독 등 고금의 철학자로부터 길어 올린 10가지 삶의 관점을 제시했다. 그의 강의는 수많은 이들로부터 “불안하고 허전한 마음을 극복할 수 있게 됐다”, “강의를 듣고 진짜 삶의 의미를 찾았다”와 같은 열띤 호응을 받으며 덴마크에 철학 열풍을 이끌었다. 『철학이 필요한 순간』은 이 강의를 담아낸 책으로, 삶이 불확실하게 느껴질 때 의지할 만한 단단한 토대를 제공해줄 철학 교양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실제 삶의 지표로 삼을 만한 관점들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개념’을 파고드는 대신,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철학의 본질에 집중한다. 책에서 다루는 존엄성, 약속, 진실, 책임, 사랑, 용서, 자유, 죽음 등 삶과 밀접한 주제들을 소설과 영화, 일상 속 다양한 예시를 통해 살펴보면, 우리를 진정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오늘날 우리는 행복도 소비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 얼마든지 쉽게 쾌락을 좇을 수 있지만, 한편으론 불안하고 허무한 감정이 들 때가 많다. 철학은 바로 이럴 때 필요하다. 2019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철학서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철학 열풍이 불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독자들은 『철학이 필요한 순간』을 통해 열심히 살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공허한 우리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줄 10가지 삶의 원칙을 얻게 될 것이다.
우리 삶에서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것,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바로 제가 이 철학 강의를 통해 다루려는 ‘태도 또는 관점’입니다. 이것은 끊임없이 유동하는 불확실한 이 세상에서 우리가 흔들리지 않고 굳게 서 있을 만한 단단한 토대를 제공하지요. 우리는 삶에서 우러나온 이러한 관점들을 토대로 의미 있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만 하면 됩니다. 이 책에서 저는 여러분의 인생철학이 되어줄 10가지 원칙을 제시하려 합니다.
-본문 중에서
심리학과 자기계발서가 말하는 ‘자아’는 틀렸다!
철학이 들려주는 진짜 내 삶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사는 법
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바란다. 불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막상 무엇이 행복이냐고 물으면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어떤 사람은 맛있는 걸 먹거나 멋진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즐거움이 행복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사람은 내면의 ‘진짜 나’를 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누구나 쉽게 쾌락을 좇을 수 있고 많은 이들이 자아실현과... 자기계발에 매달리는 지금, 사람들은 정말 행복할까?
『철학이 필요한 순간』의 저자이자 철학으로 삶의 의미를 되찾는 심리학자 스벤 브링크만은 이 질문에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한다. 주로 심리학이나 자기계발서가 옹호하는 앞선 두 입장은 주관적인 만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성격이 같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를 욕망의 노예나 폐쇄적인 나르시시스트로 만들 뿐,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불안하고 허무한 감정을 결코 지워주지 못한다.
브링크만은 이와 같은 감정을 느낄 때가, 바로 철학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행복을 주관적 만족으로 여기는 인식부터 잘못됐다고 비판한다. 우리는 심리학과 자기계발서가 말하는 것처럼 외부 세계와 별개의 ‘자아’로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관계적 존재’로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즉, 사람은 누구나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성장하고 공동체 속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다. 이러한 진실을 이해할 때, 비로소 우리는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도 깨닫게 된다. 『철학이 필요한 순간』은 바로 이러한 철학적 통찰을 통해, 우리가 불안과 허무에서 벗어나 진짜 ‘내 삶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살게 할 10가지 관점을 제시한다.
가장 쓸모없기에 가장 의미가 있는
우리가 의지할 만한 단단한 삶의 관점들
『철학이 필요한 순간』이 다루는 10가지 관점은 다음과 같다. 善, 존엄성, 약속, 自己, 진실, 책임, 사랑, 용서, 自由, 죽음. . . 언뜻 봐서는 그다지 실용적일 것 같지 않지만, 브링크만은 이 ‘쓸모없음의 쓸모’를 깨닫는 것이 오늘날 가장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쓸모는 도구적 가치를 재는 것을 말한다. 청소기가 얼마나 먼지를 잘 빨아들이는지 따질 때의 쓸모다. 그러나 이런 식의 계산적인 쓸모는 우리 삶을 정말 의미 있게 만드는 영역에는 적용할 수 없다.
친구를 만날 때 그 관계가 얼마나 이득이 되는지 따지거나, 누군가와 사랑에 빠질 때 하나하나 조건을 재서 마음을 정한다면, 그것이 가진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들의 가치는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없고 오직 그 자체로서만 의미 있을 때, 즉 실용성이 떨어질 때 더 커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철학이 필요한 순간』에서 다루는 관점들은 이처럼 쓸모없기에 더 쓸모가 있는,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중요한 가치들이다. 예를 들면, 우리는 평소에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꺼린다. 그런 ‘우울한’ 생각보다는 인생을 즐기는 ‘밝은’ 생각을 하는 편이 낫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철학은 죽음이야말로 생각할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철학은 죽기를 배우는 일이다”(소크라테스), “죽는 법을 배운 사람은 노예가 되는 법을 잊는다”(몽테뉴), “죽음을 이해할 때, 우리는 진짜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아이리스 머독)와 같이 철학자들은 모두 죽음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유한한 시간을 산다는 것, 그렇기에 주어진 시간을 좀 더 의미 있는 일에 쏟으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 책이 제시하는 철학의 관점들은 오늘날처럼 모든 것이 급변하는 불확실한 시대에서 우리가 믿고 의지할 만한 단단한 토대가 된다.
소크라테스, 니체, 데리다, 로이스트루프, 머독…
철학자와 함께 떠나는 유쾌한 지적 탐험
보통 철학 교양서라고 하면 철학자의 생애나 개념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설명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철학이 필요한 순간』은 그런 방법 대신, 영화나 소설, 일상 등 구체적인 사례를 활용해 철학의 본질인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다루는 데 집중한다. 예를 들어, ‘존엄성’을 다루면서는 영화 「타이타닉」에 나오는 노부부의 태도를 지침으로 제시한다. 노부부는 배가 침몰하는 끔찍한 현실을 마주하고서도 다른 사람의 구명조끼를 빼앗으려 하거나, 혼란에 빠져 발버둥 치지 않는다. 그저 서로를 끌어안고 평온하게 운명을 받아들일 뿐이다. 우리는 이런 태도를 통해 아리스토텔레스나 스토아학파 철학자, 칸트가 말하는 인간의 존엄성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알 수 있다.
이 책은 또한 어느 정도 철학에 익숙한 사람에게도 새로운 재미를 준다. 로이스트루프와 머독 등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철학자를 흥미롭게 다루는 한편, 어느 정도 알려진 철학자의 새로운 면모도 재발견해낸다. 개인의 주체적 선택과 판단을 강조하는 철학자로만 알려진 니체에게서 타인과의 약속을 중시하는 면을 끌어내고, 실존주의 철학자로 알려진 키르케고르에게서 관계를 중시하는 사회심리학적 면모를 찾아낸다. 철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이 책을 통해 유쾌한 지적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1
저는 삶이 의미 없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게 잘못됐다는 건 아닙니다. 의미 없으니 그냥 자살하는 게 낫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예요. 하지만 한번 생각해보세요. 100년에 한번씩 홍수에 휩쓸리기라도 하듯이 세상 모든 사람이 사라집니다. 그리고는 새로운 무리의 사람들이 나오고, 그들이 다시 휩쓸려가면 또 새로운 무리가 나오는 식으로 인류의 삶은 이어지죠. 그저 이런 과정이 특별한 목적도 이유도 없이 계속되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주 역시도 계속 무너지고 있어요. 결국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게 될테죠. 세익스피어, 다빈치, 베토벤의 위대한 작품도 모두 사라질 겁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만큼 우리가 오래 남아 있지는 않을 겁니다. 사실 우주가 사라지기 전에 우리 은하계의 태양이 먼저 타버릴테니까요.
- 우디 앨런, 영화《매직 인 더 문라이트》기자회견에서 (2014년)
2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물을 때는 주로 사는 게 허무하거나 불안할 때입니다. 우리 삶이 분주할 때, 가족과 친구와 동료와 함께 보람찬 일과 여가활동으로 가득할 때는 세상이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로 충만해 보이지요. 예컨대 아이들을 위해 요리할 때, 그 일을 하는 게 정말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 멈춰 서서 묻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식사준비하고 아이를 돌보는 일은 고되지만 삶에 꼭 필요한 일부니까요.
그러나 삶의 평범한 패턴이 무너질 때, 그러니까 사랑하는 이가 아프거나 세상을 떠났을 때, 또는 직장의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로 생활이 힘들어질 때, 우리는 이 모든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우리가 평생 겪는 이 모든 일들이 정말 가치가 있을까?' 하고 말이지요.
3
"예술은 우리에게 존재 그 자체로 목적인 것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위해 존재한다." 예술의 목적을 예술 그 자체가 아닌 다른 것으로 돌린다면 - 도구화 한다면 - 예술다움은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술은 물론 아름답거나 정치적일 수 있지만, 둘 다 예술의 목적은 아닙니다. 그것들은 부수적인 효과이지, 예술의 유일한 목적은 오직 예술 그 자체입니다.
그 자체로 목적인 것이 예술만은 아닙니다. 우리가 윤리적으로 행동하거나, 누군가와 놀거나, 또 사랑하는 일 역시 그 자체로 목적인 일이지요. 하지만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다른 목적을 위한 도구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모든 도구화 현상이 혐오스럽다거나 비난받아야 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도구화 현상이 너무 커지는 걸 그대로 방치해선 안된다는 거지요. 도구화는 우리 삶에서 정말 의미 있는 것을 너무 쉽게 가려버립니다. 예컨대 일이 되어버린 놀이는 더 이상 즐거움과 충만함을 주지 못하니까요.
4
오랫동안 여러 나라의 정치인들은 '투자 대비 효과'를 최대화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의료문제든 환경대책이든 교육정책이든, 투자한 돈으로 최대치의 효과를 끌어내길 바란 것이지요. 모든 것을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도구로 보는 사고방식입니다. (......)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는 것이 교육의 목적 그 자체가 되고 말았습니다.
5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정을 세 유형으로 구분합니다. 효용성에 토대를 둔 쓸모 있는 우정과 즐거운 우정, 그리고 善에 토대를 둔 고귀한 우정이 그것입니다. 효용성에 토대를 둔 우정은 관계를 통해 서로에게 혜택을 주지만 오로지 이득을 얻을 때에만 가치가 있으므로 순전히 도구적인 관계입니다. 본질적 가치는 없고 오직 효용적인 가치만 있을 뿐입니다. 즐거움을 토대로 한 우정도 비슷합니다. 단지 관계를 지속하는 힘이 경제적 이득이 아니라 즐겁고 유쾌한 감정에 있다는 점만 다를 뿐이죠. 반면에 고귀한 우정은 효용성이나 즐거움 같은 이익이 아니라 그저 상대방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고귀한 우정은 그 자체로 좋습니다. 효용성이나 즐거움은 친구에게서가 아니라도 얻을 수 있지만 고귀한 우정을 나눌 친구는 .............
6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철학은 본질적으로 죽음을 위한 준비다." "철학에 정통한 사람들의 공부라는 게 죽음에 대한 탐구일 뿐이라는 사실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안 보이는 것 같네." "올바르게 철학하는 사람들은 죽어가는 일을 위해 수련 중이고, 따라서 죽음을 누구보다 덜 두려워한다네."
철학자 토드 메이가 <죽음이란 무엇인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필멸성(必滅性)이 우리 삶을 형성한다. 삶에 일관성과 의미를 부여하며, 모든 순간을 소중하게 만든다. 동시에 우리가 죽어간다는 사실은 그 모든 것을 위협하기도 한다. '죽은 것은 괜찮다. 하지만 아직은 절대 아니다.' 이게 바로 죽음의 역설입니다. 죽음이 없다면 아무것도 의미나 가치를 가질 수 없지만, 동시에 죽음 자체는 바로 그 의미와 가치를 끊임없이 위협합니다.
철학을 한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역설과 관계를 맺는 일입니다. 세네카와 에픽테토스, 마르쿠스 아울레리우스를 비롯한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은 '메멘토 모리' 즉 '네가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라는 말을 매일 상기하면서 최대한 죽음에 대한 공포를 없애는 일에 매달렸습니다.
7
우리가 언젠가 소멸할 우주의 일부이므로 삶에도 의미가 없다는 주장은 책에 쓰인 글자가 희 종이 위의 검정 잉크일 뿐이며, 잉크의 화학적 성질 때문에 특정 방식으로 빛을 반사하는 것이니, 이 책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8
우리는 단순히 행복을 최대한 많이 얻는 삶이 아니라 의미 있는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사람들과의 복잡다단한 진짜 관계 속에서 말이지요. 의미 있는 삶은 오직 우리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활동에 참여할 때 얻을 수 있습니다.
자유나 평등 같은 존엄한 가치를 위해 고통과 희생을 기꺼이 감수한 사람의 삶과, 행복한 사이코패스 독재자의 삶을 비교해보십시요. 어느 쪽이 더 좋고 의미 있는 삶인지 단번에 알아챌 것입니다.
우리는 삶의 의미를 순전히 도구적이고 경험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행복하고 건강한 삶도 좋지만, 그런 삶이 곧 의미 있는 삶은 아니지요. 도덕적이고 의미 있는 삶은 내적 가치가 있습니다.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지요.
9
적극적 자유란 무언가를 향한 자유지요. 이와 반대로 소극적 자유란 무언가로부터의 자유입니다.
아마 어느 삼월밤
- 리스비에르 톰센(덴마크 시인)
한 순간이 지날 때마다
나는 조금 죽는다.
살아가는 내내
나는 죽음을 안고 다닌다.
비가 내리고 날씨가 풀리는 따뜻한
어느 밤, 아마 삼월에
나는 어둠 속으로 들어서고
죽어감을 멈출 것이다.
※
책 전체 분량에서 5분의 1 정도만 발췌한 것임.
요즘들어 부쩍 독해력이 떨어져서 책 읽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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