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11. 21:03ㆍ책 · 펌글 · 자료/인문 · 철학 · 과학
이오덕 님이 남긴 숱한 책 가운데 열 가지 책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엮어 봅니다.
이오덕 님한테서 즐겁게 배우면서 새롭게 돌아볼 대목을 함께 찾아나서고 싶습니다.
저자 : 최종규
출판
2019.7.15.책소개
글쓴이는 2003년 8월, 이오덕 선생 유족에게서 유고를 정리해 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유가족이 느끼기에 선생이 돌아가신 뒤 나온 기림글(추모사) 가운데 글쓴이가 쓴 글이 이오덕 선생 삶과 뜻을 가장 잘 헤아린 글이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글쓴이는 이오덕 선생이 눈을 감은 무너미마을 돌집에서 2003년 가을부터 2007년 봄까지 머무르며 선생이 남긴 글을 갈무리하고 책으로 펴내는 일을 도맡습니다.
여기에서는 이오덕 책을 주제에 따라 열 모둠으로 나누고, 그 가운데서 보기책을 한 권씩 골라 하나하나 뜯어보며 그 속에 담긴 참뜻을 살핍니다. ‘이오덕’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수많은 책을 큰 줄기에 맞춰 가름함으로써 선생이 걸어온 길을 결대로 또렷이 보여 주고, 그 길목 길목에서 선생이 힘주어 한 이야기를 똑똑히 들려줍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이오덕을 두루뭉술 알거나 알고 싶어도 숱한 책 앞에서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던 이들에게 개운한 나침반이 되어 주리라 생각합니다. 아울러 이오덕을 잘 안다 여기는 이들에게는 선생의 글과 삶과 뜻을 새로운 눈길로 한결 깊이 들여다보는 기틀이 되리라 믿습니다.
저자 : 최종규
국어사전 아닌 ‘한국말사전’을 짓는 길을 서른 해 즈음 걷습니다. 시골에서 아이를 낳아 돌보며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도서관을 꾸리고 살림을 짓습니다. 사전에 실을 말풀이·보기글·견줌풀이·이야기를 날마다 글종이로 500자락 남짓 쓴 지 스무 해가 넘습니다. 그동안 온갖 사전하고 책을 썼습니다.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내가 사랑한 사진책》, 《골목빛》, 《자전거와 함께 살기》, 《사진책과 함께 살기》, 《책빛숲》, 《생각하는 글쓰기》, 《사랑하는 글쓰기》, 《책홀림길에서》,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헌책방에서 보낸 1년》, 《모든 책은 헌책이다》 …
저자 : 숲노래(기획)
‘밥옷집’을 손수 짓는 살림을 즐겁게 가꾸면서 ‘새로운 한국말사전’을 기쁘게 빚으려고 하는 모임입니다. 숲을 가꾸는 마음으로 말을 가꾸는 길을 찾으려 하고, 숲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말을 사랑하는 마음을 널리 나누려 하는 모임입니다.
목차
여는 말: 쉽게 생각하지 말아요 6
어린이 마음이 되어 쓴 시 한 줄 _ 《까만 새》 10
사슬터는 죽음, 배움터는 살림 _ 《삶과 믿음의 교실》 28
숲길을 걸으며 노래하네 _ 《나무처럼 산처럼 2》 38
참짓기로 나아가려는 꿈 _ 《어린이를 살리는 글쓰기》 50
상냥하게 웃고 싶다 _ 《우리도 크면 농부가 되겠지》 62
웃으면서 푸는 수수께끼 _ 《울면서 하는 숙제》 74
우리 어떻게 살까 _ 《무엇을 어떻게 쓸까》 84
베껴쓰기·빛깔넣기는 생각을 죽인다 _ 《내가 무슨 선생 노릇을 했다고》 94
남기는 이야기란 _ 《이오덕 일기 1~5》 106
말은 씨앗입니다 _ 《우리글 바로쓰기》 126
닫는 말: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요 150
덧. 글쓴이 이야기 155
혀짤배기가 자라 온 나날
이오덕 님 책을 짓던 나날
책 속으로
일본인이 영어를 본뜬 외래어를 쓰고 있는 것은 그들 생활에서 절실한 필요에 의한 것일 뿐 그밖의 사정은 끼어 있지 않다. 그런데 한국인 전체가 일본말을 배워야 했던 사정과 아직까지 일본말 잔재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사정은 전혀 다르다. _35
한글만 쓰자는 것은 누구나 알기 쉽고 바른 우리 말글을 쓰자는 주장인 줄 안다. (…) 쉽게 말하고 솔직하게 쓰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함께 갖는 재산인 말과 글을 일부 특권층으로부터 도로 찾아 모든 사람에게 돌려주게 하는 지극히 중요한 문화적 뜻을 갖는다. 언어의 민주화로 우리는 참된 민주사회의 실현을 꾀해야 한다. 쉬운 진리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거기 속임수가 들어 있는 것이다. _35
이오덕 님은 거짓스러운 배움이 아닌 참다운 배움이 이 땅에 뿌리내리기를 바랐습니다. 앞으로는 길들이는 배움 아닌 믿음직한 배움이 이 땅에 씨앗으로 퍼지기를 바랐고요. 그러나 떠난 어른이기에 이 땅에서 벌어지는 갖은 괴로움이나 아픔을 그저 하늘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이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스스로 이 땅을 바라볼 뿐 아니라 바꾸어야 합니다. _36
농촌 사람들이 쓰는 깨끗한 우리 말은 시골말이니 사투리니 하여 멸시를 받고 버림을 받지요. 그래서 방 안에서 책만 읽는 어른들이 글에서 쓰는 한자말이나 서양말을 즐겨쓰는 풍조가 돌림병처럼 온 국민에게 번져 있으니 예삿일이 아닙니다. 보기를 들면 ‘씨앗’을 ‘종자’라 하고, ‘씨앗을 심는다(뿌린다)’고 말할 것을 ‘파종한다’고 하고 ……. _55
나는 어린이들이 장차 과학의 노예가 되지 말고 철학자가 되기를 원합니다. 기계의 부속품이 되지 말고 생각하는 인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_76
지난날 얼마나 아이들 아픈 마음을 헤아렸는가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울면서 하는 숙제’란 바로 아이들 마음이자 삶입니다. ‘제가 다닌 학교에서 이런 어른이 있었나?’하고도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우리 아픈 마음을 읽으면서 달래거나 보듬어 주려는 어른은 몇이나 있었나 궁금합니다. _77
글은 몸으로 부딪힌 일을 쓰고 가슴에 울려온 느낌과 생각을 쓰는 것이지, 머리로 써서는 안 된다. 머리로 글을 만드니까 말을 부질없이 꾸미게 되고 사실과 다른 것을 쓰고 유식한 말을 흉내낸다. _90
이오덕 님은 스스로 이녁 글을 손질하는 일을 2003년에 숨을 거두기까지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리하여 저는 이오덕 님이 2010년대까지 사셨다면 틀림없이 ‘가령’ 같은 한자말도 더는 아쉽게 여기지 않고 손질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이오덕 님은 고인 물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다고 느낍니다. 이러면서 우리한테도 ‘젊은이여, 그대도 늘 흐르는 물이 되게나’하는 뜻을 밝히려 했다고 느낍니다. 이오덕 님 스스로 마흔 해에 걸쳐 조금씩 글손질을 이으면서 스스로 마음이며 몸이 거듭나는 살림을 보여 주니, 우리가 이 흐름을 좇거나 살필 수 있다면, 오늘 우리가 많이 어설프거나 엉성...하거나 어쭙잖은 모습이라 하더라도 웃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아직 모자랄 뿐입니다. 오늘 우리가 무엇이 모자란가를 똑똑히 안다면, 우리는 앞으로 스스로 거듭날 수 있으며, 오늘 우리가 무엇이 모자란가를 하나도 모르거나 등을 돌리고 만다면, 우리는 날마다 고인 물이 되거나 쳇바퀴만 돌 뿐입니다. _101
40년 동안에 독재정권은 빈틈없이 바보를 만드는 교육, 노예로 길들이는 교육을 하여 모든 사람을 병들게 해 놓은 이 땅에서, 이제부터라도 아이들을 바로 키우지 않고 어른만을 상대로 해서 정치나 대강 고쳐 놓으면 곧 민주사회가 되겠지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어린 생각입니다. _103
떠난 어른은 까다로운 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새마을운동을 지켜보면서 이 운동이 얼마나 거짓스러우면서 끔찍한 막짓인가를 느끼고 이를 따졌습니다. 또래 교사나 젊은 교사가 학교에서 돈을 걷는다며 아이들을 때리고 막말을 일삼는 짓을 제발 그만두라고 말리거나 따졌습니다. 시골 사택에서 지내는 교사가 학생한테 잔심부름이며 빨래까지 시키는 모습을 그냥 지켜볼 수 없어서 이를 말리거나 따졌습니다. 새마을운동에 맞추어 해야 한다면서 제비집을 장대로 마구 허무는 교장더러 제발 그만하시라고 말리거나 따졌습니다. _118
우리는 이 책에서 말하고 글하고 넋하고 삶이 하나로 될 수 있는 길을 찾으려고 한 이오덕 님 마음을 함께 읽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뜻을 세우고 갈고닦아도 모든 낡은 버릇을 털기까지 얼마나 마음을 제대로 쏟아야 하는가를 읽으면 좋겠습니다. 이 대목을 읽어 낸다면 ‘우리 말글을 바르게 쓰자’는 뜻을 내세우는 적잖은 책이 이오덕 님이 쓴 책하고 어떻게 다른가를 살필 수 있습니다. 이오덕 님은 말만 번드르르하게 손질하는 길을 반기지 않았습니다. 민주·평등·평화를 외치면서 정작 말글은 민주도 평등도 평화도 아닌 지식인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일을 아무나 못 한다는 소리가 아닙니다. 찬찬히 마음을 기울이되 서두르지 않으면 한 걸음씩 나아가면 할 수 있습니다. _135
남의 나라의 영향을 받은 것을 옳다고 볼 경우란, 남의 것을 바르게 알려고 애쓰면서 우리 것을 지키는 노력을 힘껏 한 다음에 받은 것이라야 하는 것이지, 처음부터 제것은 다 내버리고 남의 것에만 홀려 따라가는 짓을 옳다고 볼 수는 결단코 없다. _141
출판사서평
우리가 이오덕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글쓰기’가 아닙니다
이오덕 님은 스스로 이녁 글을 손질하는 일을 2003년에 숨을 거두기까지 멈추지 않았습니다.
(…) 고인 물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다고 느낍니다.
이러면서 우리한테도 ‘젊은이여, 그대도 늘 흐르는 물이 되게나’하는 뜻을 밝히려 했다고 느낍니다.
_본문에서
어느덧 이오덕 선생이 돌아가신 지 16년이 흘렀습니다. 선생은 세상을 떠났지만 선생이 남긴 생각과 글은 여전히 세상에 머무르며, 개정판이나 선집처럼 새로운 옷을 입기도 합니다. 이는 많은 이가 아직도 선생을 기억하고 가르침을 따른다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어쩐 일인지 숱한 이오덕 책을 보다 보면 선생의 가르침보다는 ‘과연 나는 이오덕을 제대로 알고 읽는가’라는 물음이 먼저 떠오릅니다. 이름이 너무 빛나면 그 빛만 바라보다가 정작 본질은 살피지 못하는 일도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럼 어떻게 해야 우리는 이오덕을 ‘제대로’ 읽을 수 있을까요? 이오덕 선생 유고를 도맡아 갈무리한 글쓴이는 선생 마음을 읽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마음 읽기란 이를테면 이오덕 글쓰기를 따라하기에 앞서 선생이 왜 그토록 오랫동안 우리말 글쓰기를 다루었는지, 교육 철학을 높이 사기에 앞서 선생이 아이들을 얼마나 살뜰히 여겼는지, 시를 읊기에 앞서 선생은 자연에서 무엇을 배우려 했는지를 살피는 일이겠지요.
글쓰기 책에 담긴 마음을 조금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왜 굳이 오래된 이오덕 글쓰기를 읽어야 할까요? 글 잘 쓰는 법을 가르쳐 주는 새로운 책이라면 차고 넘치는데 말입니다. 이오덕 선생은 글 잘 쓰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말에 맞게 글을 써야 하는 ‘이유’와 좋은 글이 지닌 ‘가치’를 알리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선생은 글은 생각을 나타내는 도구이기에 우리 생각을 드러내려면 마땅히 다른 나라 말이 아닌 우리말로 써야 하며, 어린이도 알 만큼 쉬운 말로 글을 쓰는 일이야말로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이루는 첫걸음이라 여겼습니다. 아울러 선생은 다른 사람에게 이런 생각을 전하기에 앞서 스스로가 이런 글을 쓰고자 애썼고, 자기 삶과 글을 되살피며 잘못된 곳이 있으면 고치기를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태도를 알고 배우는 일이야말로 글쓰기 책에 담긴 선생 마음을 읽는 일이겠지요.
네, 이처럼 선생 책을 하나하나 살피며 그 안에 담긴 마음을 모두 읽어 낼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그러나 쉽지가 않습니다. 앞서도 이야기했듯 책이 정말 많거든요. 선생이 살아계실 적에 책을 많이 쓰기도 했지만 돌아가신 뒤에도 개정판이다 선집이다 사상집이다 해서 여러 책이 쏟아지듯 나왔습니다. 그래서 주제별로 책을 나눠 읽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선생 글과 삶과 뜻을 아우르며 헤아리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숱한 이오덕 책 가운데 한 권일지도 모를 이 책이 특별한, 또다른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글쓴이는 다섯 해 가까이 이오덕 선생 돌집에서 지내...며 선생이 남긴 글을 거듭 살피며 정리했습니다. 그러면서 선생이 걸어온 길의 얼거리를 잡을 수 있었고, 그 세월과 뜻을 이 책에서 큰 줄기로 갈음했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이오덕이라는 넓고 다양한 세계를 축약해 보여 주는 보기책인 동시에 그 세계 들머리라 할 수 있습니다.
부디 많은 분이 이 들머리를 거치며 글쓰기를 다리 삼아 진정한 민주와 평등과 평화가 무엇인지를 밝히려 했던 이오덕 선생 마음을 함께 읽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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