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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넘어 인문학』






동화 넘어 인문학


동화 넘어 인문학 미운 오리 새끼도 행복한 어른을 꿈꾼다

2017. 4

 
저자 조정현은 1973년에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예창작학과 문학이론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에 장편 소설 『평균대 비행』으로 ‘문학수첩 작가상’을 수상하였다. 어릴 적에 포목점을 운영하는 엄마가 세계 동화 전집을 이불 두 채와 맞바꾸어 주었는데, 그때 이야기의 매력에 빠져 지금까지 글을 쓰고 있다. 지은 책 중에서 소설로는 『로빈의 붉은 실내』, 『화려한 경계』, 『바다의 리라』 등이 있고, 어린이 책으로는 음악 동화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마법사의 사계절』, 『특별한 날, 평생의례 이야기』, 『바닷길은 누가 안내하나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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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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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동화, 어른의 성냥갑을 열어 주다




1. 우물쭈물해도 괜찮아
: 이솝의 『당나귀와 아버지와 아들』, 한병철의 『피로사회』


2. 내 동심은 어디로 갔을까
: 에리히 케스트너의 『하늘을 나는 교실』, 알렉산더 닐의 『서머힐』


3. 내 안의 임금님, 자존심
: 전래 동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노자의 『노자』


4.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 오는 것들
: 전래 동화 『은혜 갚은 까치』, 신영복의 『더불어 숲』


5.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싶을 때
: 레프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피터 왓슨의 『무신론자의 시대』

 
6. 내게 사랑을 묻는다면
: 한스 안데르센의 『인어 공주』,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


7. 사랑, 하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둘이 되는
: 엘리너 파전의 『일곱째 공주님』,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8. 나의 빛과 어둠을 찾아서
: 제임스 매튜 배리의 『피터 팬』,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 행복의 풍경은 하나가 아니다
: 프랜시스 버넷의 『소공녀』, 장 지글러의 『탐욕의 시대』


2. 21세기 마녀의 거울
: 그림 형제의 『백설 공주』, 기 드보르의 『스펙타클의 사회』


3. 성장을 멈춘 어른, 악당이 되다
: 카를로 콜로디의 『피노키오』,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


4. 누가 나를 지배하는가
: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5. 꼭 백조여야만 하나요?
: 한스 안데르센의 『미운 오리 새끼』, 페터 비에리의 『삶의 격』


6. 나의 행운과 불행은 누가 만드는가
: 전래 동화 『하산 이야기』, 존 롤즈의 『정의론』


7. 타인의 시선을 피하는 방법
: 한스 안데르센의 『벌거숭이 임금님』, 니콜라이 고골의 『외투』


8. 젖 먹던 힘은 필요 없어
: 엘리너 파전의 『보리와 임금님』,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9. 소녀야, 이제 춤을 추자
- 한스 안데르센의 『빨간 구두』,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






 







1

남들이 말하는 성공을 거둔 이들이 성공을 만끽했다는 이야기를 거의 듣지 못했습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는 것처럼 무언가를 누리는 것도 겪어봐야 알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까 우리에게 강요된 성공의 이미지만 쫒다보면 성공은 할지 몰라도 그것을 누릴 수는 없는 것입니다. 돈은 많지만 돈 쓰는 법을 모르고, 집은 좋지만 과시와 투자 외에는 집의 효용을 알지 못합니다. 자신이 이룬 성공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이죠.



2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 George Bernard Shaw

처음 번역한 사람이 누굴까?


3

많은 어른들이 자신의 삶에 매몰된 나머지 아이들의 삶을 폄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黑과 白이 명확히 나뉘는 일이 없는 세상에서 고민하며 살고 있는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일상도 '분명하지 않은 일'이 많은데 어른들은 아이들 인생의 黑과 白을 너무 쉽게 정리해 버립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에게는 진짜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습니다. 어른들은 흔히 아이들을 미성숙한 존재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맞는 말일지 모릅니담. 그런데 진짜로 성숙한 존재의 도움과 가르침이 필요한 순간에 어른들은 그들을 외면하고 맙니다. 



4

우리들의 제도는 인간이 자유롭고 독립적이라고 믿지만 실제로는 남들이 바라는 모든 것들을 다 하는 사람들과, 사회라는 기계에 아무런 마찰도 없이 조립되고 강제나 통솔자가 없어도 통솔되고 맹목적으로 휘둘러지는 인간들을 필요로 한다. 이런 제도는 사람을 '순하게' 만드는 제도이다.
- 알렉산더 닐, 『서머힐』 머리말 중에서



5

나는 로마 유적을 돌아보면서 내내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위용을 자랑하는 곳곳의 개선문은 어딘가에 산더미처럼 쌓인 시체를 불태웠을 초토(焦土)를 보여줍니다. 개선장군은 모름지기 喪禮로 맞이해야 한다는 『老子』의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역대 수많은 장군들의 승전보를 들고 들어오던 신성한길(Sacra), 戰勝에 은총 내리던 신전, 어느 것 하나 마음을 무겁게 하지 않는 것이 없었습니다.
더욱 마음을 어둡게 하는 것은 수많은 관광객의 줄을 이은 찬탄이었습니다. 그것은 침략제국에 대한 예찬과 동경을 재생산해 내는 장치가 되기 때문입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인류 문화유산 가운데 40%가 로마에 있다는 사실은 세계사의 현주소를 걱정하게 합니다.
로마가 만일 우리 땅을 침탈했다면 그래도 우리는 로마를 동경할 수 있을까요? 징키스칸의 몽골제국은 우리에게는 치욕과 아픔일 뿐입니다. 개선장군과 정복의 역사만이 자랑스럽다고 생각한다면, 일제강점기를 자랑ㄱ스러워할 일본인에게 우리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 신영복, 『더불어 숲』

무력으로 천하에 강대해지려고 하는 전쟁은 인위적 욕망이 낳은 가장 참혹한 결과다. 국민에게는 죽음과 굶주림을 가져오고 땅에게는 황폐함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자연과 인간 사이의 생명선을 끊어놓고 생명체를 파멸하는 주범이 전쟁이라는 사실은 시대를 초월해 경각심을 일으킨다. 그 누구도 싫어할 수밖에 없고 싫어해야만 하는 것이 전쟁임을 노자는 경고하고 있다.

- 송용구, 인문학 편지




6

나는 그 사람을 그의 자질(게산할 수 있는)이 아닌, 그의 실존에 의해 사랑한다. 그의 사람됨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임을 사랑하는 것이다.
                                        - 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


7

"학교를 제대로 졸업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고 하잖아요"

"왜 성공해야 하는데?"
"성공해야 행복하잖아요."
"행복이 뭔데?"
"네?"
"구체적으로 네가 생각하는 행복의 풍경은 어떤 거야?  좋은 차, 고급 아파트?"
"‥‥ 비슷한 거 아니예요?"
"가진 것의 합이 행복일까?"

幸福을 입에 달고 사는 현대인이지만 사실 행복의 구체적인 풍경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저는 행복의 풍경을 그리려 고민한 끝에 우리가 세뇌된 행복에 길들여 있다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물질적 풍요와 편리함이 곧 행복이라고 우리에게 강요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유토피아가 곧 우리의 행복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물론 물질적 풍요가 곧 행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다고 해서 바로 자진만의 행복을 그릴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그리는 행복의 풍경은 우리 자신이 그린 풍경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