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림의 러시아 예술 기행』

2019. 6. 9. 18:20미술/미술 이야기 (책)




어제 정동진 부챗길 다녀오면서 버스 속에서 다 읽었음.






최하림의 러시아 예술기행 2010. 3

최하림의 러시아 예술기행
저자. 최하림

서적 품절   




아, 품절됐구나.

예, 권할 만한 책은 아닙니다.

블로그에나 적어놓을 글인데 괜한 애를 써서 책으로 만드셨습디다.



책소개

올해로 등단 46주년을 맞은 시인 최하림이 2004년과 2006년 두 차례 러시아를 여행한 기록을 묶어 펴낸 『최하림의 러시아 예술기행』. 2004년 첫 번째 러시아 방문기와 2006년 두 번째 러시아 방문기로 나누어 구성한 본문은 시인 최하림이 찾아다닌 도시와 마을을 그림자 밟듯 따라가도록 만들어졌다. 시인의 발자취를 통해 렘브란트,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체호프를 만나고, 작가들의 탄생과 어린 시절과 죽음을 듣는다. 시인은 생생한 시선으로 작가들의 생가와 박물관을 보여주고 그들의 작품을 그려준다. 그리고 작품 속 문장들과 작가들의 생애와 그들이 남긴 흔적들을 대입해보고 다시 작품으로 돌아가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러시아 예술을 생생히 느끼고 새롭게 이해하도록 해준다.



저자

최하림
최하림 시인

1939년 3월 7일 전남 목포 출생. 196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빈약한 올페의 회상' 당선, 2005년 올해의예술인상 문학부문 최우수상 수상, 조연현문학상, 이산문학상, 불교문학상 수상. 저서로는 '최하림 시 전집', '이야기 주머니', '우리들을 위하여', '작은 마을에서', '겨울 깊은 물소리', '속이 보이는 심연으로', '때로는 네가 보이지 않는다', '사랑의 변주곡', '한국의 멋', 김수영 평전인 '자유인의 초상', 어린이들을 위한 역사서 '즐거운 한국사 1~5' 등이 있다.





목차


[첫 번째 러시아]

1. 참고 기다리는 여행, 러시아 ·010 

 
시베리아를 향하여 · 011
시베리아에서의 첫째 날 | 톨스토이 ·011
시베리아에서의 둘째 날, 다시 바이칼로 ·018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 릴케 ·021
예니세이 강과 노보시비르스크 | 예세닌 ·024

2. 예술가들의 무덤, 페테르부르크 ·028 

 
네바 강이 흐르는 도시 ·029
미술가들의 집, 에르미타슈 박물관 | 마티스, 렘브란트 ·031
오로지 도스토옙스키만을 위하여 | 도스토옙스키 ·035
도스토옙스키의 도시, 페테르부르크 | 도스토옙스키 ·041
1시 20분을 가리키고 있는 시계 | 도스토옙스키, 푸슈킨 ·043
러일전쟁에 참전한 오로라호 ·046
예카테리나 2세의 여름궁전 | 푸슈킨 ·048

3. 붉은 역사의 도시, 모스크바 ·051 

 
금지선이 쳐진 붉은광장 ·052
안드레이 류블료프라는 수사 | 류블로프 ·054
블라디미르의 우스펜스키 사원 ·057
수즈달의 12세기 풍경 | 류블로프 ·060
세르기예프 파사드의 대수도원 | 류블료프 ·062
쿠투조프 거리와 승전탑 ·066
승전탑의 그림자 | 숄로호프 ·074
일행과 헤어지다 ·079

4. 톨스토이에게 가는 길, 야스나야폴랴나행 ·084 

 
톨스토이에게로 | 톨스토이 ·085
나는 오래전부터 톨스토이 사도였다 | 톨스토이 ·091
톨스토이의 빛과 그림자 | 톨스토이 ·095
작은 무덤 ·099

5. 아름다운 사람 안톤 체호프, 멜리호보 마을 ·103 

 
왕진 가방과 검은 침대 | 체호프 ·104
마당의 벚꽃나무들 | 체호프 ·108
기분극 혹은 황혼의 엘레지 | 체호프 ·111



[두 번째 러시아]

6. 다시 찾은 러시아, 모스크바 ·121 

 
다시 모스크바로 ·122
소나무 숲 속의 파스테르나크 집 | 파스테르나크 ·124
파스테르나크의 죽음 | 파스테르나크 ·137
죽음, 그 후 | 파스테르나크 ·139
타르콥스키네 정원과 기도 소리 | 타르콥스키 ·142
「노스탤지어」와「안드레이 류블료프」 | 타르콥스키 ·146
러시아가 낳은 영상 시인, 타르콥스키 | 타르콥스키 ·149
막심 고리키와 스타니슬랍스키 | 고리키, 스타니슬랍스키 ·153

7. 숄로호프에게 가는 밤열차, 뵤센스카야 마을 ·160 

 
밤열차 | 숄로호프 ·161
예카테리나의 작은 손 | 숄로호프 ·163
돈 강 | 숄로호프 ·169
밀레노바 역에서 만난 두... 경찰 ·174
다시 밤열차에서 ·177

8. 아흐마토바와 쇼스타코비치의 만남, 파운틴 하우스 ·182 

 
파운틴 하우스를 찾아서 | 아흐마토바 ·183
똥물과 층계 | 아흐마토바, 쇼스타코비치 ·188
음치인 나는 쇼스타코비치에 대해 말하고 싶다 | 쇼스타코비치, 체호프 ·197





책 속으로

차는 덜커덩덜커덩 계속 달리고 유리창 밖의 밤은 칠흑으로 변하면서 정지하지 않고 움직였다. 밤은 살아 움직이면서 스스로를 만든다는 어느 철학자의 말이 떠올랐다. 밤이 밤 스스로를 만들고 운동한다면, 밤은 창조의 신이 되는 것이고 밤은 신이 거처하는 곳이 되는 것이고 지구상에서 가장 멀고 어두운 시베리아는 신령스런 존재가 되는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살로메를 따라 톨스토이를 뵈러 가다가 러시아의 끝없는 대지를 보고 땅에 엎디어 입을 맞추었다고 했는데, 저 검은 시베리아는 그러고도 남았다.
-본문 중에서


 

출판사서평


올해로 등단 46주년을 맞은 시인 최하림이 2004년과 2006년 두 차례 러시아를 여행한 기록을 『최하림의 러시아 예술기행』으로 묶었다. 첫 번째 여행은 소설가 정길연·김이정을 비롯하여 그의 아들, 딸, 그리고 시인의 아내 등이 함께했고, 두 번째 여행은 시인 이달희·김윤배·장석남, 소설가 정길연·임동헌, 화가 남궁도 등이 함께했다. 그리고 두 번의 러시아 여행을 모두 김창진 교수(성공회대 정치학과)가 인솔했다. 이 책은 러시아 땅에 매혹된 많은 사람들의 여행기이자 시인 최하림의 러시아 예술 찬사집이다.
『최하림의 러시아 예술기행』은 2004년 첫 번째 러시아 방문기와 2006년 두 번째 러시아 방문기로 나누어 구성하고, 시인 최하림이 찾아다닌 도시와 마을을 그림자 밟듯 따라가도록 만들었다. 삶 자체가 시가 되고 여행 자체가 또 시가 되는 시인 최하림이 러시아 예술가들을 주인공으로 쓴 새로운 시집이라고 보아도 좋을 만하다. 독자들이 러시아 예술을 생생히 느끼고 새롭게 이해하는 데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러시아가 만든 예술, 예술가들
_ 왜 그들은 모두 ’러시아‘였을까



시베리아는 검은 몽상과 검은 침묵의 땅이다. 러시아의 모든 작가와 시인들은 시베리아의 검은 몽상을 경험하고서 러시아의 대작가가 된다. 도스토옙스키도 체호프도 스카초프도 시베리아에서 유형 생활을 하거나 시베리아에서 살거나 시베리아를 경험했다. 그들은 수백 리 자작나무 숲을 헤맸다.(p.26)
-본문 중에서

왜 그들은 모두 ‘러시아’였을까? 『최하림의 러시아 예술기행』은 바로 이에 대한 대답이자 해답이다. 그리고 시인 최하림이 러시아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어둡고 칙칙하고 을씨년스러운 러시아에서 ‘검은 몽상’과 ‘검은 침묵’을 경험한 자만이 러시아의 대작가가 된다는 시인의 말은 매우 논리적이다. 고전이 되고 역사가 되는 예술의 근본을 찾아 떠난 곳이 시인에게는 러시아였고, 이 책에는 그 해답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바람 한점 불지 않는, 방향도 지형지세도 가늠할 수 없는 러시아의 스산함 속에서 시인 최하림은 도스토옙스키를, 톨스토이를, 릴케를, 푸시킨을, 체호프를 찾아다녔다. 예술가들의 집 앞에서 그들의 언어를 떠올렸고 무덤 앞에서 생애를 더듬었다. 멈춰 있는 시계와 펼쳐진 책장을 보며 그들이 마지막까지 불태웠던 예술혼을 느꼈다. 예술가들의 무덤을 방문한 시인 최하림은 러시아를 “어둡고 칙칙하고 을씨년스럽다” “검되 푸르렀다”고 표현했다.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를 보며 시인은 생각한다. 렘브란트는 어째서 신발이 벗겨진 왼쪽 발바닥, 해지고 부르튼 발바닥을 그리려고 했을까. 또한 시인은 도스토옙스키 기념관에서 「죄...와 벌」과 「죽음의 집의 기록」의 문장을 떠올리며 도스토옙스키가 보낸 지옥보다도 고통스런 나날을 생각한다. 톨스토이 생가에서는 농민 속으로 깊이 들어가 농민과 함께 일하고 함께 술 마신 톨스토이를 생각한다. 시인 최하림이 예술가들의 집에서 떠올린 생각은 모두가 어둠이었고 고통이었으며 먼 구석이었다. 러시아 대지의 뻣뻣한 풀을 보고 “추운 지방이어선지 풀들이 억셌다”(p.93)고 한 시인의 말은 러시아에서의 차가운 삶을 이겨낸 예술가들의 뜨거운 혼을 빗댄 것이 아니었을까.



한 편의 시처럼 흘러가는 러시아 예술 평론집
_ 한 권에 담긴 숱한 겨울들


『최하림의 러시아 예술기행』은 한 편의 기나긴 시 같다. 시를 읊조리듯 천천히 시인 최하림의 발을 따라가다 보면 렘브란트를, 도스토옙스키를, 톨스토이를, 체호프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거기에서 작가들의 탄생과 어린 시절과 죽음을 듣는다. 시인 최하림은 우리 눈을 대신해 작가들의 생가와 박물관을 생생히 보여주고 그들의 작품을 그려준다. 작품 속 문장들과 작가들의 생애와 그들이 남긴 흔적들을 대입해보고 다시 작품으로 돌아가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한 편의 시처럼 부드럽게 흘러가는 러시아 예술 평론집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러시아의 맛집이나 좋은 숙소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지만, 작가들을 찾아가는 길 위의 풍경이나 작가들의 생애는 마치 사진 들여다보듯 환히 보이는 것만 같다. 이것이 『최하림의 러시아 예술기행』이 가진 특별함이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파스테르냐크


1953년에는 스탈린이 사망하고, 1956년에는 문학잡지 《노보예 브레마》에 『의사 지바고』연재를 하려고 했으나 거절당하고, 다음해에는 당국이 『의사 지바고』의 소련 내 출판을 금지하는 통보를 해온다. 같은 해 11월 15일『의사 지바고』의 원고가 이탈리아 밀라노로 넘어가 마침내 빛을 보게 된다.

의사 지바고가 발표된 다음 해(1958년) 그 작품은 노벨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됨과 동시에 소련을 분노로 들끓게 한다. 모든 신문들은 파스테르냐크를 공격하고, 작가동맹은 그의 축출을 결의하고, 크렘린에서는 그의 추방을 명한다.

전방위적으로 가해오는 압력을 견뎌내지 못하고 파스테르냐크는 두 손을 든다. 그는 노벨 분학상을 거부한다고 발표하고, 당시 소련 수상이었던 후루시초프에게 국외추방을 면하게 해달라고 간곡한 청원서를 보낸다. 또 《프라우다》에 그간의 과오를 거짓 시인하고 용서를 비는 글을 낸다.

글로써 이름을 얻은 시인이 들로써 거짓 과오를 시인하고 용서를 빈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과 다름 없는 것이다. 실제로 파스테르냐크는 2년 뒤, 여기 이 방에서, 저 소파에서 조용히 눈을 감는다.


×


『의사 지바고』는 시간을 따라 사건이 펼쳐지고 종결되는 리얼리즘 소설이 아니다. 이 소설은 『말테의 수기』와 같이 시간 혹은 역사가 인간에게 가하는 상처의 기록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지바고는 어떤 까닭으로 비극적 운명과 만나는 것이 아니다. 그는 '거기' 있었기 때문에 그 운명과 만나게 되고, 그 운명을 살게 되고, 형용하기 어려운 운명의 소리를 듣게 된다.

지바고는 혁명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람도, 거부한 사람도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혁명이 피할 수 없는 운명적 사실이라는 것을 알면서 그것을 보고 있었을 뿐이다. 시인은 보는 자이지 혁명운동가가 아니다. 시인은 군중일 수 없다. 시인은 철저하게 개인이면서 개인 이상의 높은 곳에 이르러야 한다.

이 소설을 쓴 파스테르냐크도, 동시대를 살았던 아흐마토바도, 블로크도 보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처음 혁명을 찬양했으되 일시적인 것이었다. 그들을 혁명의 물결에 치여 상처받고 희생된다. 파스테르냐크는 이 소설을 쓴 동기에 대해 "동시대를 살았던 모든 사람들에게 진 부채를 갚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파스테르냐크는 러시아를 깊이 사랑했으며, 그것을 詩로 썼으면서도 마야코프스키나 예세닌처럼 작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숨어 나타냈다. 서우럽의 문학인들이 그를 '내부의 유배자'라고 한 것은, 그가 노벨상을 받은 뒤 그에게 가해진 각종 억압과 그에 따른 침묵을 뜻하지만은 않는다. 그의 시 속에 숨어 있는 '내부의 유배자'를 가르킨다.







솔로호프


자장 자장 자아장
아가는 어디 갔었나요?
말을 지키러 갔습니다.
어느 말을 지키려구요?
금으로 장식한 안장의
말을 지키러 갔습니다.
아가야 말은 어디 갔니?
대문 밖에 있습니다.
그럼 대문은 어디로 갔니?
물에 떠내려 갔습니다.
그러면 거위는 어디로 갔니?
갈대숲으로 도망쳐갔습니다.
그러면 갈대는 어디로 갔니?
아가씨가 베어갔습니다.
그러면 아가씨는 어디로 갔니?
아가씨는 시집갔습니다.
그러면 카자크는 어디로 갔니?
싸움터로 갔습니다.

- 솔로호프, 『고요한 돈강』중에서




그대에게 안녕을, 러시아인의
더러운 조국이여
주인과
노예의 나라
파란색 전투복
전사들에게 안녕을
그들에게 손발 묶인
민족에게 안녕을

아마도 우뚝 서 있는
캅카스 뒤에 있는 나는
숨어 있을 수 있겠지
그대의 폭군으로부터,
모든 것을 응시하는
그 눈으로부터
아무것도 놓치지 않는
그 귀로부터

- 미하일 레르몬토프, 『우리들의 영웅』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