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25. 08:04ㆍ미술/내 맘대로 그림 읽기
'미술시장'만의 문제는 차라리 지엽적이라고 봐야죠. 그 이전에 미술계, 나아가서 예술계의 공고한 권력으로 군림하는 기득권 인맥의 커넥션/카르텔 구조를 까부수는 것이 선결문제입니다.
* 우리나라 미술(그림)시장의 가격 결정
1호 = 인물 22.7 X 15.8cm / 풍경 22.7 X 14.0cm /해 경 22.7 X 12.0cm
현재 우리나라 화단의 중견작가의 경우, 보통 호당 15만원 정도로 정해져 있는 작가부터 호당 100만원 정도를 상회하는 분까지 그 기준이 매우 크다. 특별한 예외로는 천경자님이 4천만원이며, 이중섭, 박수근님 같은 경우는 호당 2억원을 웃돈다.
그림에 대한 가치는 '호당 가격제'로 값을 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호(號)의 기준이 그림의 형태마다 제 각각이고 정확하게 정비례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고는 호수(號數)를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힘들다. 변형규격이 많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림가격 선정은 작가의 유명도가 최우선 시 되고 있으며 작품성, 학력, 경력, 등이 조건이 된다..
인기작가의 작품은 작가의 지명도(知名度/세상에 이름이 알려진 정도)에 의해서 고가(高價)로 형성이 되는 것이고, 신진작가의 작품은 저가(低價)로 형성이 되거나, 그림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작가들도 많다. 대가나 중, 소가나, 무엇보다도 작품이 좋아야만 가격대가 형성된다. 그림의 내용과 형식, 작품성의 결에 따라서 비록 유명하지 않은 작가의 그림일지라도 좋은작품은 전지 기준 2백만원 내외에서 거래를 할 수 있다.
되팔 수 없는 미술품.....
인사동 OO화랑의 기획전시에서 300만원짜리 그림 1점을 구입한 A씨는 5년 뒤 급전이 필요해서 그림을 해당 화랑에 되팔려 했다. 그러나 화랑 측은 “지금 그 작가를 찾는 이가 거의 없으니 우리가 되살 수는 없다. 경매사에 경매를 의뢰해라”고 했다. 경매업체를 찾아가봤지만 여기서도 “그 작가는 거래가 잘 되지 않는 작가다. 경매에 내놔도 수수료를 빼고 나면 구매가 300만 원에 못 미친다”며 경매에 출품시켜주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 A씨는 “살 때는 화랑 측에서 ‘유명한 작가이니 되팔아도 원금은 찾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샀다. 그런데 다시 되 팔려 하니, 화랑 측이 완전히 딴 소리를 해 신뢰할 수 없게 됐다”며 “지금 그 그림만 보면 약이 오르고, 지인들이 그림을 산다고 하면 발 벗고 나서 말린다”고 했다.
한국 미술시장에서 흔한 광경이다. ‘그림은 좋은 재테크’이라고 말들은 하지만 한국 미술시장의 형편은 그렇지 않다. 특히 1차 유통시장인 화랑에서의 판매 값은 고무줄이라는 게 정설이다. 같은 작가의 그림이라도 △화랑들이 악성재고 수준으로 갖고 있는 작품들을 바겐세일 하듯이 대량방출하는 소장품전에서 구입하는 값과 △아트페어 현장에서 판매하는 가격이 제각각인 것도 같은 이유이다. 만약 A씨가 외국작가의 그림을, 외국화랑에서 샀다면, 이런 낭패를 당할 확률은 낮다. 화랑에서의 거래가와 경매낙찰가 등이 오랜 세월에 걸쳐 데이터로서 집계돼 있기 때문에, 같은 그림을 놓고 여기저기서 부르는 값이 제각각일 경우는 한국보다 현저히 낮다.
미술품 값 산정 놓고 벌어지는 온갖 혼란--“미술작품 값 산정의 업계 교통정리가 필요”
미술품 가격산정에 대한 논란이 사회적 관심사로 부각된 사례는 △2010년 하나은행그룹이 외환은행을 합병할 때 외환은행 소장미술품에 대한 금액산정 △부실 저축은행 소장의 압류미술품 △작년 전두환 전 대통령 가족 소장의 미술품들을 압수했을 때에 문제가 됐다. 압류된 전두환일가 소장의 미술품 가액에 대해서도 “검찰발표 액수와 실제 시장가격에 큰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공신력있는 가격 산정기관이 없기에 벌어지는 ‘가격 고무줄 현장’이다.
그림값 논쟁이 벌어지면 평가기관이 역할자로서 조명을 받는다. 국내에선 (사))한국미술협회(이사장 조강훈)와 한국미술협회 미술품감정평가원(위원장 공창호)이 작가의 미술품 가액을 조정, 평가해 주면서 미술품 가격을 대변하고 있다.
이 조정 가격은 명확한 산출내역의 종합적인 결과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일 뿐, 판매된 가격을 공지하는 것이 아님을 밝히고 있다. 한국미술협회나 한국화랑협회나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기준은 미술품의 크기를 기준으로 하는 ‘호당 가격’이다. 미술시장에서의 ‘호’는 가로 22.7 × 세로 15.8cm로, 우편엽서보다 조금 큰 크기다. ‘호당 가격’을 결정짓는 요인으로는, 미술품거래의 1차 시장인 화랑가에서의 주관적산정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이러한 호당가격 관행에 대한 불만도 크다. 한 미술계관계자는 “표준화된 아파트값도 지역, 브랜드, 건설사, 향, 층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가격 편차가 크게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값 산정에 호당가격이 기준역할을 하려 든다. 주관적 판단이 존중되는 미술시장이지만, 공급자와 수요자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기준 또는 수치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산품이 아닌 미술품의 가격결정에 있어서 호당가격이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 경매에서도 경매추정가를 제시하고 거래진행 뒤 구매자의 결정에 따라 가격이 확정되는 것처럼 결국 그림시장에서도 소비자의 몫이 중요시돼야 한다.한국미술협회나 한국화랑협회나 화랑이나 평론가들이 가격결정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작가의 활동경력, 주변에서의 역량평가, 향후 비전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객관적인 가격 산정이 가능하다”고 했다. 현재 국내 미술시장에서 ‘공표된’ 미술작품 값을 공개적으로 내놓는 곳은 한국미술협회나 한국화랑협회나 경매사이다. 한 경매사의 고위 관계자는 “경매추정가를 내놓을 때 해당작가의 과거 경매 낙찰기록을 확인하고, 현재 시장에서의 거래시세, 소유주가 원하는 가격 등을 토대에 놓고 최종 추정가를 내놓는다. 시장가격은 참고로 삼을 뿐이다. 한국미술협회에서 정한 가격과 화랑이 부르는 작품 값과, 개인딜러가 판매하는 작품값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경매장에선 최종적으로 구매자가 그림 값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선 미술품 가격을 누가 정하나?
프랑스의 아트프라이스(artprice.com)는 2900여 곳 경매장의 낙찰자료와, 27만 건의 경매 카탈로그 정보를 제공한다. 수많은 데이터로 객관성을 담보하려는 노력이다. 중국의 아트론(artron.net)도 수백만건의 자료를 구축하고 거래정보를 세밀하게 공개한다. 아트넷(artnet.com)은 뉴욕과 베를린에 본부를, 영국, 프랑스, 스페인, 중국 등에 지사를 두고 있다. 미술품 거래정보를 다양하게 공개함으로써 미술품거래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거래 추이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믿을 수 있는 거래형태를 구축한다. 미국의 전미 감정사연맹(Appraiser Association of America, AAA)은 1949년에 설립됐으며, 700명 이상의 조형예술 및 순수예술의 감정평가사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회원들은 경매회사의 옥셔니어(autioneer), 박물관 및 미술관의 큐레이터, 전문 콜렉터들로 구성된다. 뉴욕주립대학교(NYU)와 산학연계 관계로 맺어져 있다.
국제 감정사협회(International Society of Appraisers, ISA)는 1979년에 설립됐다. 국제적 감정협회 중 가장 큰 기관으로 성장하고 있다. 전미 감정사협회(American Society of Appraisers, ASA)는 1936년에 설립된 세계 유수의 감정기관으로, 주요 8개 분야의 감정가 그룹으로 이뤄져 있다.
Authentication in Art(AiA)는 2012년 네덜란드에서 설립된 독립적 비영리 단체로, 국제 비영리 규정 및 헤이그의 국제 평화와 정의의 도시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 미술 시장 비즈니스 컨퍼런스, 예술법 컨퍼런스, 카탈로그 레조네 컨퍼런스, 미술 진위 주제의 회의 등을 개최하고 있다. 해외의 이런 사례를 둘러보면, 한국의 뒤처진 현실을 알 수 있다.
내가 소유한 그림의 가격정보를 알려면?
내가 소유한 미술품의 진위와 가격을 간단하게 감정 받는 방법으로는 온라인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의 미술품감정평가원은 사진과 현물로서 감정평가를 하고 있지만, 곧 자체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시가감정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감정받을 작품과 작가성명을 입력하면 검토 후 온라인으로 시가감정을 내준다. 물론 작품의 진위여부 확인은 별개다. 온라인 감정신청 때 작가약력, 작품 거래내역, 호당가격을 첨부해야 하고, 수수료는 10점 미만엔 건당 10만원, 10점 이상은 8만 원, 30점 이상이면 건당 6만5000원으로 하려 한다. (단, 온라인감정은 시가 500만원 이하 작품만 해당)
한국미술협회 미술품감정평가원
한국미술협회 미술품감정평가원은 (종로구 관훈동 198-16 / 02-735-8052 위원장:공창호/이문하)./
해외 사이트로는 아트프라이스닷컴(www.artprice.com)을 가장 많이 이용하며, 회원 가입 뒤 건당 29∼49달러 이용료를 지불하면 해당작품의 시세를 검색할 수 있다.
이석주
이석주는 70년대 하이퍼 리얼리즘 세대의 주역으로서 미국의 하이퍼 리얼리즘에 필적할만한 것임과 동시에, 우리의 극사실 형상의 '다름'이 어디에 있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극사실 수법을 취하되 매번 주제를 달리해 왔다. 초기의 벽돌에서부터 익명이 도시인들, 삶의 현장을 주제로 삼아왔고, 최근에는 자연과 인간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물론 이러한 작품 속에는 기본적으로 오늘의 삶을 보는 우울한 작가의 시각과 육성이 깃들어 있다.
그의 서정성 자체가 비록 자연의 운치, 향수, 즉 분위기 전달을 통하여 나타난다고 하지만, 거기에는 분명한 단서가 붙는다. 그 단서란 도시적 모티브와 자연적 모티브의 대조라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는 사실이며 따라서 이때의 내면풍경 역시 서사적 드라마처럼 우여곡절과 심한 기복을 갖게 함으로써 자칫 자아침잠이라는 유혹으로부터 벗어나게 한다는 사실이다.
꿈같은 세계의 불규정성을 가지면서 현실에 의해 무자비하게 유린된 삶을 상상의 드넓은 공간 속에서 아물려 주고 또 감싸주게 된다는 것이다.
창/2000/72x60/Acrylic on paper
창/2000/72x60/Acrylic on paper
서정적 풍경/2000/53x45.5/acrylic on canvas
서정적 풍경/1996/116.7x91.0/Acrylic on paper
日常(일상)/1990/72.7x60.6/Oil on canvas
창/1997/227.3x181.3/acrylic on canvas
日常(일상)/1991/90.9x72.7/Oil on canvas
창/1999/145x112/mixed media
창/1999/140x90/mixed media
일상/1991/181.8x227.3/Oil on canvas
日常(일상)/1991/72.2x60.6/Oil on canvas
일상/1990/181.8x227.3/Oil on canvas
서정적 풍경/1994/90.9x72.7/acrylic on canvas
일상/1983/91x116.8/Acrylic on canvas
일상/1985/60.6x72.7/Oil on canvas
출처 : http://www.kcaf.or.kr/art500/hanmook/
황주리
도시는 비정하다. 허공을 향해 치솟은 초고층 빌딩사이로 물 흐르듯 흐르는 차량들의 행렬과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의 물결로 넘쳐나는 도심은 특유의 비정함을 화려한 색채로 감추고 있다. 서울을 비롯하여 뉴욕, 파리, 런던, 도쿄, 베이징, 상파울루와 같은 인구 1000만명 이상의 거대도시는 회색빛 일색이다.
우중충한 콘크리트 숲에서 번쩍이는 고층건물의 미려한 유리창과 그 밑을 오가는 개미처럼 작아 보이는 행인들. 빈곤과 허영, 감각적인 쾌락과 육체적 노동이 공존하는 도시는 매일 비정한 뉴스를 토해낸다. 그러나 살인을 비롯하여 강도, 강간, 매춘, 마약, 폭력 등의 범죄가 끊이지 않는 대도시의 밤거리는 휘황찬란한 네온사인과 화려한 조명으로 치장한 건물들로 인해 특유의 음습한 느낌이 그럴 듯하게 포장된다.
존 보이트와 더스틴 호프만이 열연한 '미드나이트 카우보이'는 비정한 도시의 이면을 잘 보여준 영화다. 종마처럼 튼튼한 몸 하나만을 믿고 뉴욕으로 진출한 시골뜨기 조(존 보이트 분)와 닳고 닳은 뚜쟁이 랏소 사이의 끈끈한 우정을 다룬 이 영화는 도시의 삶이 아무리 신산하더라도 인간이 간직해야 할 미덕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황주리는 도시의 삶을 그리는 화가다. 그가 쏟아내는 화려한 언설들은 모두 도시와 관계된 삶의 단편들이다. 그래서 그에게는 '도시의 사냥꾼' 혹은 '도시적 이미지의 채집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에게 이런 별칭이 붙은 것은 그가 도시를 떠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도시는 그가 자란 고향이자 영감과 소재의 원천이다. 그는 지난 30여년 동안 줄기차게 도시를 그려왔다. 그의 그림은 도시적 삶에 대한 기록이자 피폐하거나 화려한, 혹은 음울하거나 역동적인 도시인들의 일상에 관한 보고서다. 그것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
내가 주목하는 것은 그의 그림에 빈번히 등장하는 눈이다. 하나의 화면 속에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수십 개의 눈동자들, 그것은 과연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겉으로 보기에 그것은 화가를 응시하는 어떤 시선인 것 같다. 그림이 그것을 그린 화가의 내면의 투사라고 한다면 적어도 그것은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인연의 끈이 신체와 근접한 곳에서 응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것을 간단히 '감시'라고 해 두자.
도시적 삶이 감시당하는 삶이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우리는 도처에서 감시를 당하며 살아간다. 조지 오웰이 말한 '빅 브라더'처럼 일상에서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은 감시당하고 기록되고 정보로 처리된다. 거리에서, 백화점에서, 식당에서, 호텔에서, 미술관에서, 심지어는 마음 편히 대화를 나눠야 할 카페에서조차 감시카메라는 우리의 동정을 일일이 기록한다.
황주리가 묘사하는 그림의 배경이 앞에서 열거한 장소라는 사실은 그런 점에서 역설적이다. 그의 그림은 낭만적이며 정감적이다. 그는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에게 진한 애정을 갖고 화려한 언설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문제는 시선이다. 그는 왜 그토록 많은 감시의 시선들을 그림의 곳곳에 포진하고 있는가.
그의 그림은 옴니버스 형식을 띤다. 하나의 화면에 여러 이야기들이 등장하는 형식은 마치 옴니버스 영화를 연상시킨다. 마치 만화경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일상의 풍경들은 무심코 지나친 삶의 진리를 일깨워준다. 화면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행위는 늘 현재진행형이다. 노래를 부르거나,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키스를 하거나, 다림질을 한다. 황주리는 그 장면을 포착하여 화면에 박제화한다. 그것은 그칠 줄 모르는 몸의 대화요 몸의 부딪침이다. 그 몸의 대화와 부딪침을 보면서 관객은 자신을 투사하고 그림의 현재시제로부터 과거를 이끌어낸다. 그리고는 추억이라는 이름의 기차, 그 아득한 과거의 세계를 향해 몸을 싣는 것이다.
황주리의 그림에 등장하는 눈동자들은 모두 정면을 향하고 있다. 그래서 이 그림을 감상하는 관객들은 소스라치게 놀란다. 뚫어지게 쳐다보는 듯한 시선의 강렬한 느낌 때문이다. 그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의 일상을 감시하는 카메라를 연상시킨다.
감시는 규율과 함께 푸코의 명저 '감시와 처벌'의 주제를 이룬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시간의 관리와 엄격한 규율에 의한 노동자들의 통제는 감시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와 관련하여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벤담이 설계한 원형감옥인 파놉티콘이다. 비록 실현이 되지는 못 했지만 죄수를 교화할 목적으로 설계된 이 교도소 건물은 중앙이 어두운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밝은 곳에 있는 죄수들은 어두운 곳에 있는 간수들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 그러한 장치는 사람을 얼마나 주눅들게 하는가.
어두운 곳에서 간수는 죄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죄수는 감시자에게 낱낱이 노출돼 있다. 남이 나를 관찰하고 있다는 이 사실이야말로 죄수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옥죄고 감시하게 하는 무언의 규율로 작용했던 것이다. 이 숨 막힐 듯한 상황, 그것이 과연 교도소에만 해당한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푸코가 이 가공할 현대사회의 규율체제를 가리켜 '파놉티시즘'이라고 부른 것처럼, 이 감시의 내면화는 현대의 전자정보 시스템을 통해 점차 사회 전반으로 번져나갔다. 그 결과 도시는 이제 거대한 교도소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감시 시스템을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늘 보이지 않는 시선에 의해 감시당한다. 거리에서, 백화점에서, 서점에서, 직장에서, 박물관에서, 공항에서, 심지어는 가장 프라이버시가 보장돼야 할 객실에서조차 감시카메라에 의해 감시당한다. 이 가공할 프라이버시의 침해 앞에 개인은 무력할 뿐이다. 인간 스스로가 만든 기계에 의해 인간 자신이 감시당하는 이 역설. 황주리의 작품에 등장하는 수많은 시선들은 우리의 도시적 일상을 감시하는 시선에 대한 하나의 상징이다.
/yoonjs0537@hanmail.net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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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화가'로 통하는 극사실주의 작가 김강용씨(56)가 미국 뉴욕 화단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0일 맨해튼의 소더비 경매에서 1점, 이튿날 크리스티 경매에서 2점 등
김씨의 그림 3점이 낙찰됐다.
작품 '리얼리티+이미지 601-563'(200×133㎝)의 소더비 낙찰가는 3만달러(약 2,900만원)였다. 10월14일까지 맨해튼 뉴호프 갤러리에서 계속되는 김씨의 초대전도 성황이다.
김씨는 1970년대 말부터 벽돌을 그려왔다.
처음에는 있는 그대로 묘사했다.
이어 모래를 캔버스에 바른 후 벽돌의 그림자를 표현하는 기법을 도입했다.
캔버스 옆면에도 그림을 그렸다.
독창적인 영역이다.
"주요 모티브는 벽돌이지만 그의 작품에서 묘사된 벽돌은 환상이며
다른 세계를 바라보는 창인 동시에
그림세계를 바라보게 하는 창"이라는 게 현지 평가다.
뉴욕이 김씨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뉴욕의 느낌'이다.
그의 그림이 풍기는 현지와의 조화다.
김씨는 30×30㎝짜리 소형 작품인 '리얼리티+이미지 606-566F'들을 30개 사방형으로 부착한 '리얼리티+이미지 608-582'를 예로 들었다.
"다양한 색상이 어우러진 뉴욕의 느낌을 모래에 컬러를 입혀 표현했다.
앞으로 벽돌을 사방에 그려넣은 설치물로 뉴욕 빌딩 숲의 이미지를 담아낼 계획"이다.
김씨는 50세가 넘어 뉴욕으로 갔다.
우리나라에서 작품세계를 완성한 다음이다.
이후 3년여 동안 현지에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국내에서 자신의 세계를 굳힌 후에도 충분히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는 새로운 사례를
해외 유학파 위주의 한국 미술계에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78년 홍익대 미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김씨는
99년 독일 퀼른 아트페어 참가를 계기로 국제 미술계의 문을 두드렸다.
미국 시카고·샌프란시스코·마이애미 바젤 아트페어 등을 통해 작품 150점 이상을 팔았다.
내년에는 베이징의 중국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신동립기자 reap@newsis.com
출품작은 '현실+상(Reality+Image)' 시리즈 40여점으로, 종전처럼 캔버스에 접착제와 혼합한 모래를 붙인뒤 그 위에 물감으로 벽돌 형상을 그리는 방식으로 제작한 작품들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3년만인 이번 개인전에는 단순한 모래색 작품에 그치지 않고 적색, 청색, 녹색, 분홍색 등 다양한 색을 적용한 작품들이 처음 선보인다.
작가는 색색의 벽돌 그림을 위해 상감기법처럼 다른 색상의 벽돌이 들어갈 공간을 파내고
다른 모래를 채워넣는 정밀한 기법을 사용했다.
또 작품 제작용 모래도 몇년전부터 단순한 모래가 아니라 대리석을 갈아 만든 규사를 사용,
더욱 정제된 표면을 구축했다고 한다.
김강용_Reality + Image 902-1008_혼합재료_180×180cm_2009
김강용_Reality + Image 901-1001_혼합재료_70×150cm_2009
김강용_Reality + Image_혼합재료_각 200×25×25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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