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딜리아니 / 세라비

2016. 5. 16. 09:08미술/내 맘대로 그림 읽기

 

 

 




 


모딜리아니의 작품 중에 이런 초상화가 있어.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옷을 벗고 있는 여인.

아주 앳된 모습인데 상반신을 거의 벗은 모습이거든.

처음에는 타올을 두른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구.

왼쪽 팔에 미끄러져내린 어깨끈이 보이니깐 말야.

여자의 얼굴이 발그스레하고 갸름한 얼굴 윤곽에

긴 코와 약간 벌린 작은 입 사이로 살짝 앞니까지 보일 듯 싶지.

그런데... 눈에... 눈동자가 없는거라.

눈의 위치도 왼쪽 눈이 오른쪽 눈보다 높이 위치하고 있거든.

사가리 어깨에 포동포동한 팔과 굵은 허벅지,

허리도 퉁퉁한 편인데도 갸름한 얼굴선 때문인지 뚱뚱하단 느낌은 안들어.

양갈래로 묶은 머리가 어린아이 같은 인상을 주고...

오른 손으로 왼쪽 가슴을 단순히 가슴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마치 아기에게 젖을 주듯 받쳐들었지.

언뜻 떠오르는 그림은 바로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에서

비너스의 모습이야.

그런데 모딜리아니가 그린 벗은 여자상들은 그 당시 사회에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지.

화가들이 그린 벗은 여자는 당시에는 신화 속이나 성서 속의 인물에 불과했었거든...

그런데 평범한 일상의 여자들의 옷을 벗은 모습을 버젓히 화랑에 내놓았으니 문제가 된거지.

그때가 언제야... 아직도 20세기 초반이잖아.

그 사회는 그랬다잖아.

그림 속의 벗은 여인이 물의를 일으키는 사회...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생각해보라구!

모딜리아니가 너의 초상화를 그린다면...

겁나는 일이지.

당장 네 눈에 손가락을 넣어 눈동자를 빼어놓고 그림을 그릴거란 말이지.

모딜리아니의 그림에서 여자들의 눈동자를 그리지 않은 것은 

그 내면성을 표현하기 위해서 더 적절했다는 평도 있었지만

어쩌면 대상은 그림에 녹아들어 그 실체성을 잃은 것은 아닐까?


눈동자가 없는 초상이란,,,

단지 여자라는... 누구라는 확정된 사실이 아닌 어떤 여자라도 괜찮다는 

개인성, 고유성이 없이 보편성만을 지닌 것으로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일까?

모딜리아니의 개인적인 생활도 보면 여성편력이 심했지.

아님... 눈동자를 그림으로써 자신의 현존을 외치고 자신의 권리를

요구할까바 겁이 난 것은 아닐까?

그런 남자를 사랑한 여자는 어땠을까?*

한 남자... 아니, 사랑하는 남자가 죽었다고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생명을 품고 있는 여자가 죽을 생각을 했다는 것,

내게는 너무나 모순된 일이라고 여겨지네?

여자가 임신 8개월이라면 벌써 태동을 느끼고 발길질을 느낀다는 건데...

죽은 남자의 생명을 어떤 의미로는 이어나갈 수도 있을 아기까지 희생하면서까지

죽음을 선택한 여자의 슬픔은 어땠을까?

세상의 끝이었을까?

많은 의문을 가지게 하는 화가...


그런데 이 그림... 기막히게 아름답더라!



*모딜리아니 (Amadeo Modigliani, 1884-1920) 의  마지막 연인이자 아내였던 쟌느 에뷔테른.

모딜리아니가 서른 여섯의 나이에 지병으로 죽은 후  그 소식을 들은 헤어져있던 쟌느는 임신 8개월의 몸이었는데

이틀 후 그녀 어머니의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쟌느가 모딜리아니에게 "왜 눈동자를 그려주지 않죠?" 라는 질문에 모딜리아니는

"당신의 영혼을 그릴 수 있을 때 당신의 눈동자를 그릴 수 있을거야"라고 대답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