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지오 소스테누토』

2013. 6. 26. 20:14음악/음악 이야기

 

 

달빛이 환한 밤이다. 이런 밤은 덜 외로워서 좋다.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따뜻하게 품어주고 있는 달빛이 곁에 있으니까.

그래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의 첫째 악장에는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라는 말이 붙어 있는지도 모른다.

음 하나하나를 충분히 눌러 느리게 연주하라는 작곡가의 명령이다. 마치 달빛처럼.

햇빛은 사물에 튕겨나오지만 달빛은 사물에 젖어 들어가는 힘이 있다.

 

- 강신주의 책 뒷표지에 쓴 추천사 중에서 -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어떻게 해야 클래식과 친해질 수 있냐?

 

나는 그렇게 묻는 이의 표정을 찬찬히 살핀 다음, "처음에는 성악곡을 많이 들으세요. 오페라 아리아 같은 거"라고

말한다. 인간의 목소리는 가장 빠르고 리얼하게 가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아울러 잊지 않고 당부하는 것은 "이

곡 저 곡 많이 들으려 하지 말고, 같은 곡을 반복해서 들으세요. 그래야 곡의 흐름을 외울 수 있으니까요."라는 것이

다. 물론 쉽지 않다. 어찌 쉽겠는가. 그러나 단언하거니와 시간을 바치지 않는다면 음악은 결코 당신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곡의 흐름을 외우는 순간, 다시 말해 그 곡의 전체적인 구조가 머릿 속에 들어올 때 음악은 '내 것'이 된다.

그때 비로소 당신은 음악의 감흥을 느낄 수 있게 되며, 이런저런 연주자들의 같은 곡을 연주한 음반, 혹은 연주회의

실연을 비교해가며 듣는 재미에 빠질 수 있게 된다. 음악이 주는 감각적 느낌에 빠져 있던  당신이 어느 날 문득 2퍼

센트 부족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면, 그때 비로소 음악이 당신에게 진정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래, 갈쳐줄라면 일케 갈쳐줘야지!

“무조건 많이 듣는 수밖에 없당께로”..라고???  망할늠어 기집애!!!

 

 

 

일부 애호가들이 음악을 제법 아는 '나'와 그렇지 못한 타자를 구별짓는 행태를 보인다. 연주자의 실연을 감상하

'삑사리'를 찾아내 자신의 음악적 지식을 과시하려는 태도,  연주가 채 끝나기도 전에 터져나오는 이른바 '안

박수'.  유감스럽게도 연주회장을 찾을 때마다 어김없이 보게 되는 풍경이다.  우리가 소위 '클래식;이라고 부르

서양음악은 돈 많고 여유 있는 이들이 즐기는 고급문화이거나, 약간 자폐 기운이 있는 사람들이 빠져드는 복고

취향처럼 취급받는 게 현실이다. 클래식 취향을 부루주아적 고급문화, 혹은 허영의 문화로 바라보는 시선에 나

시 어느 정도 동의한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클래식에 대한 취향과 지식은 고급 와인에 대한 해박함처럼 문화

상징자본으로 기능한다. 심지어 음악은 정치권력의 기품 있는 '와이프' 역할도 했다.

 

-프롤로그 중에서-

 

 

 

"바흐 음악의 두드러진 특징은 호들갑스럽지 않다는 것입니다. 질서정연하고 논리적이죠. 바흐를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정신이 맑아집니다."  "한순간 우리를 놀라게하는 것을 넘어서, 들으면 들을 수록 알면 더 알수록 더 강

 

한 힘을 발휘하며, 작품 속에 축적돼 있는 거대한 악상의 풍부함이 그 작품을 수없이 음미한 다음에도 새로운 것을

 남겨 우리를 감탄케 한다."  "지극히 섬세한 우아함과 최고의 정밀함을 한테 결합한, 화성과 선율을 하나로 종합했

던 위대한 음악가였다. 베토벤은 바흐를 화성의 원조로 칭하면서 한없는 존경을 표했지만 대중은 바흐라는 존재를

까맣게 몰랐다. 그의 사후 80년이 지나서 1829년 작곡자이자 지휘자인 펠릭스 멘델스존이《 바흐, 마태 수난곡》을

베를린에서 연주해서 성공한 것이 바흐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저는 클래식을 잘 모르지만 듣다보면 아 좋다! 싶은 곡이 더러 있는데, 알아보면 이 바흐의 음악인 경우가 많더군요.

바흐는 300년 전 사람이잖아요. 베토벤, 모짤트, 슈베르트, 쇼팽, 다 200년이 넘은 사람들입니다.  

우린 영· 정조 시대나 청나라 음악 듣는 사람 없잖아요. 음악과 미술만큼은 서양에게 한 수 접혀줘야 할 것 같습니다.

 

 

 

주변의 음악 애호가들에게서 하이든을 좋아한다”고 선뜻 말하는 경우를 별로 보지 못했다.  왜 그는 모짤트나

베토벤에 비해 충성도 높은 마니아 층을 거느리지 못하게 된 걸까? 음악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후배와 이 문제를

갖고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 나온 결론은 대략 이랬다.  “좋은 작품이 너무 많은 게 탈이야. 게다가 하이든은

베토벤처럼 신화로 포장되를 못했잖아. 그저 성실한 작곡가라는....”

100곡이 넘는 교향곡. 70곡에 가까운 현악4중주. 34곡의 오페라와 4곡의 오라토리오. 클라비어 소나타 50여곡. <베

토벤 바이스>에 나오던 《첼로협주곡 2번》,장학퀴즈의 배경음악이었던 《트럼펫 협주곡》... 고별/ 종달새/ 황

제/ 일출/ 천지창조/사계/ ... 그는 유럽 음악계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스타였다.

 

 

 

슈베르트가 남긴 유작 중의 유작인 마지막 소나타21번은 '가난한 떠돌이'로 살았던 슈베르트가 세상에 남긴 작별인사

와 같다. 그가 남긴  피아노 소나타를 대표하는 걸작인 동시에, 고금의 피아노 음악 가운데 가장 애잔한 곡이라 해도 과언

이 아니다. 슈베르트가 남긴 음악은 1,200곡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생전에 공식적으로 연주된 음악은 겨우 10

퍼센트에 불과했다. 그것도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2년 동안에 세상에 선 보였다.  슈베르트가 사았던 31년의 생애는 스물

일곱 살 위의 베토벤과 겹친다. 슈베르트는 베토벤보다 한 해 뒤에 세상을 등졌다.

 

 

 

 

프란츠 슈퇴버, <베토벤의 장례식> 1827

 

 

쿠르베, <베를리오즈의 초상>

 

 

베를리오즈의 블록버스터적 추구는 파리를 찾아왔던 바그너에게 이어진다. 낭만의 융성은 그렇게, 베토벤에서 베를

리오즈를 거쳐 바그너에게로, 마치 한 편의 이어달리기처럼 펼쳐졌다. 베를리오즈는 열 살 아래의 바그너를 옹호하는 평론

을 발표하면서 두 매부리코는 뜨거운 가슴을 지닌 혁명주의자로서도 통했다. 하지만 이 괴팍하고 자기중심적인 인물들의

지향점은 달랐다. 베를리오즈는 오직 음악만으로 드라마를 창출해야 한다고 보았지만, 바그너는 음악과 극의 결합을 시도

했다. 그로 인해 둘은 평생에 친화와 갈등을 반복했다. 각자의 신념대로 '이야기'를 구축했던 낭만 시대의 라이벌이었다.

 

 

 

 

역대 최고의 판매고를 올린 클래식 음반은 과연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비발디의 《사계》, 바흐의 《골드베르

변주곡》이나 《무반주 첼로 모음곡》, 그것도 아니라면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 같은 곡들을 떠올릴 성

싶다. 모두 아니다. 20세기 초반부터 지금까지 팔려나간 음반 가운데 최고의 판매고를 올린 음반은 Decca 레이블

에서 내놓은 바그너의《니벨룽겐의 반지》다. 게오르그 솔티가 빈 필하모닉과 빈 국립오페라합창단을 지휘한 음

반이다.

 

 

 

바그너는 "음악은 자신 안에 이미 드라마를 포함하고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다시 정리한다. 음악이 극을 위해

수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 그 자체로 극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야말로 바그너가 종국적으로 다다

미학이었다. 그래서 "나의 음악은 단지 음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니체는 브람스를 베토벤의 후계자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위대한 옛것들, 이국적이고 현대적인

식을 빌려온 것들을 사용하는 개성 없는 모사의 천재"라고 비난했다. 그가 보기에 브람스는 디오니소스적 창조

의 열정도 없었을 뿐더러 철학적 사유도 빈곤한 감상주의자에 불과했다. 니체는 그렇게, 남들이 애써 이뤄놓은 것

이나 우려먹는 몰개성의 음악가라는 비난을 브람스에게 퍼부었다.

 

 

 

베를린 시의회는 1956년 4월 25일. 나치 당원이었던 카라얀에게 독일을 대표하는 악단의 종신 권력을 합법적

으로 부여한다. 그리하여 베를린 필하모닉은 '카라얀의 오케스트라'가 된다. 푸르트벵글러가 가졌던 권력은 고스

란히 카라얀에게로 넘어간다. 그는 이어서 빈 국립오페라극장의 음악감독, 잘츠부르그 음악제의 예술감독 자리를

모두 장악한다. 이탈리아의 라 스칼라 극장, 런던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파리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때로는 동

시에, 때로는 엇갈려가며 겸하기도 한다. 카라얀은 1957년부터 시작된 스테레오 녹은 시대를 맞아 매끄럽고 세련된

사운드의 음반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엄청난 분량의 베스트셀러를 쏟아냈다.

 

 

 

 

 

어느 인문주의자의 클래식 읽기 ─ 문학수,『아다지오 소스테누토』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음악가 한 명 한 명씩 년대 순으로, 뻔한 걸 도식적으로 쓴 책이 아닙니다. 두 세 명씩 생애와 연관지어서 썼습니다.

'어떤 음악가는 개인사에 중점을 뒀으며, 또 어떤 음악가는 시대적 역할에 포커스를 맞추기도 했습니다.'

이해하기가 참 좋게 썼군요문학수란 분은 경향신문에 <문학> 칼럼을 썼던 분으로 기억하는데,

음악에 대해서까지도 이렇게 해박할 줄은 몰랐네요

 

 

 

 

 

 

 

 

 

 

 

 

 

 

01. 베토벤: 월광 소나타 1악장 - 에밀 길레스 02. 바흐: G선상의 아리아 - 다니엘 호프 03. 베토벤: 엘리제를 위하여 -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04. 모차르트: 터키 행진곡 - 마리아 조앙 피레스 05. 파헬벨: 카논 - 무지카 안티쿠아 쾰른 06. 쇼팽: 즉흥 환상곡 - 클라우디오 아라우 07.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서곡 - 베를린 도이치 오페라/뵘 08. 드뷔시: 달빛 - 넬슨 프레이레 09. 멘델스존: 결혼행진곡 - 보스턴 심포니/오자와 10. 차이코프스키: 백조의 호수 - 마린스키 극장/게르기예프 11. 드보르작: 유머레스크 - 아르튀르 그뤼미오 12. 베토벤: 비창 소나타 2악장 - 백건우 13. 엘가: 사랑의 인사 - 정경화 14. 슈베르트: 피아노 5중주 “송어” 4악장 - 알프레드 브렌델, 클리블랜드 사중주단 [CD 2] 01. 모차르트: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 1악장 - 성 마틴 아카데미 합주단/ 마리너 02. 쇼팽: 녹턴 Op. 9 ? 2 - 다니엘 바렌보임 03.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제1번 전주곡 - 미샤 마이스키 04. 라벨: 볼레로 - 베를린 필/ 카라얀 05. 요한 슈트라우스 2세: 황제 왈츠 - 빈 필/ 마젤06. 그리그: 아침 기분 - 예테보리 심포니/ 예르비 07. 드보르작: 현을 위한 세레나데 2악장 - 빈 필/ 정명훈 08. 모차르트: 작은 별 주제에 의한 변주곡 - 클라라 하스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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