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이고,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다.
머리로든 몸으로든, 호기심으로 시작해 진리를 쫒는다는 점에서
어쩌면 둘은 동의어인지도 모릅니다.
책이 여행을 부추기고 여행이 다시 책을 집어들게 했던
그 끊임없는 순환 속에 잠시 숨을 고르는 작업이 글쓰기일 터입니다.
그러니 글쓰기도 책읽기와 여행하기에 다른 아니겠지요.
- 이희인,『여행자의 독서』서문 중에서
1. 상트 페테르부르그
『백야』
그녀는 얼마나 떨었던가! 내 손을 뿌리치고 그를 향해 총알처럼 달려가던 모습이란!
나는 죽은 사람처럼 서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에게 손을 내밀기 전에,
그의 품안에 달려들기 전에 갑자기 다시 몸을 돌려 바람처럼 번개처럼 내 옆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내가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두 손으로 내 목을 얼싸안고 힘차게, 뜨겁게 내게 입을 맞추었다.
그런 다음 한마디도 않고 다시 그에게 달려가 그의 두 손을 잡고 끌어당겼다.
나는 오랫동안 서서 사라져가는 그들의 뒤모습을 바라보았다.
마침내 그 둘 모두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미술관은,
세계3대미술관으로 꼽히는 뉴욕 현대미술관도, 마드리드 프라도도, 상트페테르부르그의 에르미타쥐도 아니다.
그렇다고 세계3대박물관으로 꼽히는 파리의 루브르나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런던의 대영박물관도 아니다.
내게 깊은 인상을 준 그림이 전시실마다 가득했던 국립러시아박ㅁㄹ관, 그 노란색의 아담한 건물이다.
2. 시베리아 횡단열차
『백년보다 긴 하루』 『타라스 불바』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만일 평생을 썩어야 할 감옥에 단 한 권의 책만 허용된다면 어떤 책을 가져가야 할까?
나로서는 아주 자세하고 치밀하게 제작된 지도책이 한 권 있으면 좋겠다.
문자의 한게를 넘어 등고선과 색, 기호로만 구성된 지도를 들여다 보노라면
언젠가는 어떤 모양의 땅에서 어떤 이야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를지 알게 될 것 같다.
3. 티베트, 윈난
『잃어버린 지평선』
전체적으로 좀 엉성하다고 느껴지는 이 작품에서 가장 못마땅한 점은 원래 그 자리에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을
샹그릴라의 우두머리, 즉 대승정의 자리를 외부(서양)에서 온 여행자 페로 신부에게 맡긴 것이고, 또한 그 신
부에 의해 역시 서양인인 콘웨이에게로 물려주려 했다는 점이다. 마치 아름답고 이상적인 인디언이나 원주민
공동체에 들어간 백인이 그들의 구세주 혹은 왕이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웨스턴식 발상이 이미 1930년대 옥스
포드 대학 출신의 소설가가 쓴 소설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4. 네팔 히말라야
『인듀어런스』 『희박한 공기 속으로』
새클턴과 인듀어런스호에 관해선 많은 책들이 나와 있다.
산악인 엄홍길은 자신의 추천도서로 『새클턴의 위대한 항해』를 꼽은 바 있다.
내가 읽은 『인듀어런스』는 헐리의 사진이 빈틈없이 삽입돼 있어 판형이 크고 무겁다.
여행에 가져가긴 불편하지만 그렇다고 사진이 주는 맛을 포기할 순 없다.
여행 배낭에라면 『새클턴의 위대한 항해』 쪽이 더 맞춤해 보인다.
『희박한 공기 속으로』역시 에베레스트를 등반한 아마츄어 산악인의 증언이 생생하게 기록된 르포문학이다.
미국 동부 애팔라치아 트레일을 종주한 빌 브라이슨의 유쾌한 산행기 『나를 부르는 숲』』은
산과 숲, 자연에 대한생각들이 살아 있다.
『둔황』의 작가 이노우에 야스시의『빙벽』은 산에 오르다 죽은 친구와의 우정이 눈물겹게 펼쳐진다.
7월의 안나푸르나 산행은 별을 보기가 적합하지 않았다.
산허리를 둘러싼 몬순의 비구름이 시야를 가리는 여름은 히말라야 산행의 비수기다.
5. 라다크, 카슈미르
『자정의 아이들』
살만 루시디의 『자정의 아이들』은 노벨문학상, 콩코르상과 함께 3대 문학상에 속하는 영국의 부커상을 이미
30년 전에 수상했고 역대 수상작 중에 '부커 오브 부커'에 꼽힌 이력을 갖고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던 후지와라 신야의 여행기와
라다크의 황홀한 자연을 스크린 가득 담아낸 영화 <삼사라>,
의도와 다르게 '라다크'를 세상에 널리 알려버린 책 『오래된 미래』가 있고,
레너드 코헨이 내레이션을 맡은 NHK 다큐멘터리 <티벳 사자의 서>도
라다크에서 만들어졌다.
6. 인도
『신들의 사회』 『슬럼독 밀리어네어』
삶에 작은 변화라도 없었다면 당신은 진정한 여행을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인도에서 돌아온 뒤 나는 더는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후지와라 신야『인도방랑』, 엔도 슈사쿠 『깊은 강』
7. 미얀마
『박사가 사랑한 수식』
박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 것은 소수였다.
나도 소수란 수가 존재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사랑의 대상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누어지는 고집쟁이 수에게 무슨 매력이 그리 있는지.
'0'을 발견한 인간은 위대하다고 생각지 않나?
'무'를 숫자로 표현한 거야.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게 했지. 정말 멋진 일 아닌가.
8. 라오스
『크눌프』 『월든』
완벽한 여행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마음에 켕기는 것이 없는 그런 곳이라 했던가.
무갈등의 이론이란 유토피아를 꿈꾸던 사회주의 초기 이상론에 따르면 사회주의는 워낙 완벽하고 훌륭한 체제인
까닭에 사람들 간에 갈등과 불만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주의 체제 안에서는 갈등이 등장
하지 않는 '무갈등'의 문학이 생겨날 것이라는 게 그 요지였다.
그런데 혹시 그런 이상론이 여기 인도차이나에 적용시킬 수 있지 않을까? 삼모작 사모작으로 재배되는 땅인 라오
스에서 문학이라는 과실만큼은 어쩐지 자라지 못하고 있다. 라오스가 좀 극단적인 편이지만 주변 인도차이나 나
라들을 봐도 무학이 풍성하게 열매 맺지 못하는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뉴욕타임지가 '세상에서 꼭 가봐야 할 여행지'의 첫 머리에 라오스르 올려놓았다.
이제껏 누구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한 땅,
이렇다 할 유적이나 볼거리가 없는 이 땅이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으뜸의 여행지란다.
나만이 은밀히 알고 사랑하게 된 장소를 들킨것 같아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순위가 그저 10위 정도만 되었어도 좋았을텐데.
9. 베트남
『연인』 『끝없는 벌판』
긴 식민통치와 전쟁, 끝없는 가난을 겪은 베트남은 열대의 다른 나라들과 달리 어느 정도의 문학의 꽃을 피웠다.
『끝없는 벌판』을 빼곤 대부분 전쟁을 배경으로 그 아픔과 상처를 담고 있다.『하얀 아오자이』나『전쟁의 슬
픔』『그대 아직 살아 있다면』같은 작품이 그들이다. 이 작품들에서 보이는 베트남인들은 한결같이 '강인하다'
란 말로 요약될 만하다.
그러나 전쟁 뒤 이어진 사회주의와 급속한 산업화는 사회의 그늘을 짙게 만들었다. 한때 초강대국과 맞선 이들이
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죽은 전우의 이름을 필명으로 사용한 작가 반레의『그대 아직 살아 있다면』에서
보인 동포애와 인간애, 불의에 맞선 뜨거움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10. 일본
『세설』 『금각사』
11. 호주
『파이 이야기』
12. 스페인
『카탈로니아 찬가』 『바람의 그림자』
13. 그리스
『오이디푸스 왕』 『그리스인 조르바』
14. 모로코
『인간의 대지』 『연금술사』
15.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연을 쫒는 아이』
16. 팔레스타인, 혹은 이스라엘
『불볕 속의 사람들』
17. 터키 이집트
『내 이름은 빨강』 『도적과 개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여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 나짐 히크메트, 「진정한 여행」
18. 쿠바
『유토피아』
헤밍웨이가 왜 이 나라에서 20녀 년 눌러 살며 글을 썼는지,
체 게바라가 왜 이 나라에서 혁명을 위해 젊음을 바쳤는지,
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늙은 가수들이 여전히 사랑 노래를 감미롭게 부를 줄 아는지,
쿠바에 오면 알 것이다. 쿠바의 말레콘 방파제에 서면 알 것이다.
19. 페루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여행은 꿈을 꾸는 것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따지고 보면 꿈을 하나 둘 잃어가는 것에 더 가깝다.
가슴 속에 고이 간직했던 땅들이 마침내 내 앞에 벗겨질 때,
그 만큼의 감격과 함께 꼭 그 만큼의 상실감이 따라온다.
꿈꾸던 곳을 디딘 순간, 꿈이 가슴팍 어딘가에서 허무하게 빠져나간다.
처음부터 꿈 따위는 갖고 가지 않는 것이 현명한 여행자일지도 모른다.
티티카카는 훌륭했지만 그곳을 떠나올 때는 알 수 없는 섭섭함, 상실감은 대책없이 쓸쓸했다.
20. 볼리비아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21. 칠레
『영혼의 집』
22. 아르헨티나
『보르헤스 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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