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9. 18:11ㆍ음악/음악 이야기
Piano Trio Op 50 "In Memory of the Great Artist"
- Pyotr Ilich Tchaikovsky
차이콥스키는 일생에 피아노3중주곡을 단 하나만 작곡했다.
차이콥스키가 피아노3중주곡을 작곡하지 않은 것은 그가 이 형식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형식에 대한 그의 거부감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폰 메이크 부인과의 일화에 잘 나타나 있다.
폰 메이크 부인은 부유한 철도 경영자의 미망인으로 음악에 조예가 깊은 지적인 여성이었다.
우연히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듣고 13년 간 차이콥스키의 정신적 물질적 후원자로 숱한 편지를 주고 받았다.
그러나 서로를 직접 본 것은 일생에 단 한 번, 그것도 먼발치에서 뿐이었다고 한다.
자기 집에 개인 3중주단을 두고 있었던 폰 메이크 부인은 차이콥스키에게 이 3중주단을 위해 피아노 3중주곡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이제까지 호의적이었던 차이콥스키는 이 주문만은 정중히 거절했다.
당신은 어째서 내가 3중주를 쓰지 않는지를 물었었지요.
사랑하는 나의 친구여, 용서해주십시요.
나는 당신이 기뻐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하려고 합니다만
이것만은 내 능력 밖의 일입니다.
나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가 서로 결합되는 소리를 참을 수 없습니다.
내 생각으로는 이 악기들의 소리는 서로 어울리는 것 같지가 않습니다.
현악기를 위한 3중주나 소나타를 듣는 일이 나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랍니다.
이런 차이콥스키가 피아노3중주에 손을 댄 것은 일생의 친구였던 니콜라이 루빈슈타인의 죽음 때문이었다.
일생의 친구로 여겨오던 루빈슈타인이 죽음을 맞은 것은 1881년 3얼 23일이었다.
슬픔에 잠겨있던 그는 루빈슈타인의 후임으로 모스크바 음악원 원장으로 부임해달라는 부탁을 뿌리치고 여행길에 올랐다.
그리고 이 여행길에서 루빈슈타인을 추모하는 피아노3중주 <위대한 예술가를 추모하며>를 작곡한 것이다.
이 작품의 피아노 파트는 루빈슈타인의 위대한 음악성에 대한 일종의 헌정이다.
그래서 피아노 파트에 특히 주목되는 작품이다.
떠나간 사람을 추억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 사람과 좋았던 시절을 생각하는 것, 그 사람이 좋아했던 음악이나 시를 듣는 것,
그 사람이 좋아했던 그림을 보는 것, 그 사람이 좋아했던 장소에 가는 것…….
친구의 죽음을 통해 차이콥스키는 삶의 무상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 곡은 첫 구절부터 애절하고 처연하다.
그 처연한 멜로디가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친구여 잘가게. 언젠가는 나도 그대가 걸어간 길을 가겠지.
친구여 살아남은 자의 슬픔으로 나는 그대를 이렇게 추억하고 있다네.”
출처. 진회숙,『나를 위로하는 클래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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