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가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된 것은 쿠덴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하여 인쇄술에 불을 댕겼을 때
마침 드라큘라에 대해서 쓴 소책자를 인쇄하자 상상할 수 없이 많이 팔렸기 때문이다.
드라큘라는 1922년 무르나우의 <노스페라투>를 시작으로 무려 170여차례나 영화화 되었다.
드라큘라가 흥행에 성공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뱀파이어'라는 모순의 존재,
죽어도 죽지않는다는 성격이 섹슈얼리티와 결합하여 사람들에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드라큘라 이야기에는 종교적 상징과 원초적 공포가 산재해 있지만, 일종의 섹스어필에서 비롯된 코드들이다.
흡혈귀의 송곳니가 미녀를 깨무는 것은 에로티시즘의 한 표현이며,
드라큘라가 세상을 등진 이유로 설정된 자살한 아내에 대한 사랑은 로맨티시즘의 상징이다.
드라큘라의 피해자는 대부분 아름다운 젊은 여성이며, 여자 드라큘라는 매력적인 남성을 희생자로 고른다.
또 사건이 생기는 대부분의 장소는 피해자의 침실이다.
드라큘라의 습격은 흡혈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그것은 애교(愛咬)의 한 변형이다.
사랑을 표현하고 물어뜯는 성적인 자극을 한 후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결국에는 살인에 이르는 모든 과정은
성애의 표현일 뿐이다.
프로이드는, 물어뜯는 행위에는 가학성도 있지만 성적 행위의 의미가 크다고 분석한다.
'성적 공포감은 항상 억압된 성욕을 의미한다'며, 흡혈귀는 유년기 이후의 억압된 성욕과 성적 죄악감을 구현한 것으로
섹스야말로 흡혈귀의 커다란 매력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드라큘라는 이승과 저승 사이에 있는 유령의 변종으로 이해되는데
드라큘라가 피로 생명을 얻는다는 설정은 기독교적 문화의 영향으로 보인다.
흡혈귀의 실존 여부를 믿건 안 믿건 간에, 드라큘라는 과연 사람의 피만으로 살 수 있을까?
혈액에 다양한 영양소가 들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혈액의 78%는 물이다.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은 4%, 0.5%, 1.3%밖에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사람의 몸속에 들어있는 모든 혈액이 가진 총열량은 1000kcal정도로 볼 수 있다.
성인남자는 하루 2500kcal의 열량이 필요하다.
따라서 드라큘라 백작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려면 한 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고 최소한 3명의 혈액을 매일 먹어야 한다.
영화에서처럼 희생자 여인의 목을 타고 흐르는 피를 지긋이 바라볼 여유가 없다.
더구나 현대 의학기술로도 사람의 몸속의 모든 피를 빼내려면 12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드라큘라가 서너 시간에 빨아먹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역시 문제가 만만치 않다.
밤이 되자마자 피를 빨아먹는다 해도 밤이 짧을 때는 굶어죽기 십상이다.
그러나 혈액형은 문제될 것이 없다. 수혈하는 것이 아니고 소화기관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출처. 이종호《세기의 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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