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결(秘訣)

2011. 6. 3. 10:12책 · 펌글 · 자료/ 인물

 

 

 

 

일제 때 조선총독부 경찰국에서 당시 민간에서 은밀히 돌아다니던 비결(秘訣)들을 수집하였다.

일제가 보기에 조선은 풍수도참을 원리로 하는 비결에 의해 움직이는 특이한 사회였던 것이다.

일제시대에 비결을 신봉했던 사람들은 '불령선인'으로 분류되었다. 즉 골치아픈 안티 세력들로 간주되어 감시의 대상이었다. 

비결을 신봉하는 사람치고 체제에 순응하는 사람이 적었고, 항상 새로운 세상이 오기를 갈망하는 운동권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 비결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요약하면,

언제쯤 좋은 세상이 온다, 그 좋은 세상을 몰고 올 인물은 누구다, 언제쯤 난리가 난다, 난세에 목숨을 보존할 곳은 어디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총독부 경찰국에서 비밀리에 전국의 비결들을 수집하여 만든 소책자가『조선비결전집』이다.

이 책의 목차 앞부분에는 '비장(秘藏)'이라고 찍혀 있고, 누군가가 다음과 같은 경구를 적어놓았다.

 

'이 비결전집은 조선시대에도 禁書이던 것을 일제총독부 경찰국에서 민간인 소장본 수백 종을 압수하여

그 중에서 연구가치가 있는 것을 선택하여 일본인들의 연구용으로 몇 십 부 등사하여 극비로 보관하였던 귀중한 문헌이다.'

 

여기에 수록된 비결들의 제목을 보면 이렇다.

<옥룡자청학동결> <오백논사비기> <도선비기> <남사고비결> <서산대사비결> <두사총비결> <이서계가장결>

<토정역대비기> <의상결><류겸재일기> 등등이다.

 

 

총독부는 비결의 유통을 저지하고 감시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밀하게 분석하고 이용하였다.

그러한 연구 중의 하나가 무라야마가 저술한『朝鮮의 占卜과 豫言』(1933년)이라는 책이다.

조선의 점치는 방법과 풍수도참에 대해서 문헌은 물론이고 전국적인 현장답사를 거친 끝에 완성한 책이다.

 

일본 학자들은 역으로 비결을 이용하여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그 예가 인구에 회자되는 '방백마각 구혹화생(方百馬角 口或禾生)'이라는 도참이다.

이 글씨는 계룡산 연천봉의 꼭대기 바위에 암각되어 있는 글씨다.

 

방백(方百)은 네모진 백 년으로 본다.

사백 년이 네모진 백 년이다.

그 다음에 마(馬)는 십이지로 환산하면 오(午)이다.

오(午)를 파자라면 八十이 된다. 각(角)은 뿔이 두 개라는 소리다.

이를 전부 합치면 482년이라는 숫자가 도출된다.

뒷부분의 구혹(口或)을 합치면 국(國)자가 나온다.

역시 화생(禾生)을 합치면 이(移)자가 성립된다. (옛날에는 이(移)자르 화생(禾生)이라고도 사용하였다.)

앞뒤를 연결하면 '482년 만에 나라를 옮긴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조선왕조 창업이 1392년이니까 여기에 482년을 합하면 1874년이 나온다.

일본의 조선 침략이 시작되는 강화도 조약이 1876년에 맺어졌으니까 대략 이 무렵에 나라를 옮긴다,

즉 망한다, 다시 말해서 조선합병은 하늘의 뜻이라고 일본 학자들은 주장하였다.

 

이와 비슷한 도참이 서울 삼각산 꼭대기 바위에 새겨져 있다고 하는 '방부복과 구혹화다(方夫卜戈)口或禾多)'라는 글씨다.

방부(方夫)를 조립하면 경(庚)을 가르키고, 복과(卜戈)는 술(戌)을 가르킨다.

즉 경술년에 나라를 옮긴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따라서 1910년인 경술년의 한일합방이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되었다.

 

 

출처. 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