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 <뜻으로 본 한국역사> (모음)

2010. 11. 16. 13:37책 · 펌글 · 자료/ 인물

 

 

 

 

1. 종교와 역사

 

본래 종교 경전이라 하는 것은 개조적個條的)인 법률서가 아니요,

자라는 힘을 가진 원리를 보여주는 것이다.

석가요 예수요 하는 위대한 종교의 스승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그때의 제도를 전적으로 깨뜨리고 나선 혁명가들이었다.

그들이 고정된 율법서를 만들 리가 없다. 그것은 그들의 정신에 정반대 되는 것이다.

그런 것을 만든 것은 그들이 아니요, 그들에서 생동하는 인격성을 빼고

우상화하여 숭배하기를 좋아하는 추종자들이다.

경전의 생명은 그 정신에 있으므로 늘 끊임없이 고쳐 해석하여야 한다.

새로운 생활체험이 있고  새로운 역사 이해가 있어 그것을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새 술은 새 부대를 요구한다.

소위 정통주의라 하여 믿음의 살고 남은 껍질인 경전의 글귀를 그대로 지키려는 가엾은 것들은

사정 없는 역사의 행진에서 버림을 당할 것이다.

역사가 버리는것이 아니라 자기네가 스스로 역사를 버리는 것이다.

먼저 왔던 것이 다 제때에는 할 일을 다 했지만

제때가 지나간 다음에도 그냥 서 있으면 이제는 도둑이요 강도다.

그러므로 그들을 내쫒고 새 말씀을 외쳐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새 역사 이해를 갖어야 한다.

 

 

 

 

2. 개인과 역사

 

인간생활의 근거가 되는 사실은 인생적인 면과 역사적인 면의 둘로 되어 있다.

하나를 나무의 씨라면 하나는 숲이다.

하나는 영(靈) 육(肉) 의(意)의 활동을 하는 한 개의 사람으로, 나서 자라고 죽는,

누구나 다 같이 걷는 인생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현실의 인간이요,

또 하나는 자기 존재의 배경이 되고, 생활의 근원이 되고, 활동의 터전이 되고, 정신의 교섭자가 되는

이 세계를 영원에서 흘러나와 이 생명의 행렬을 의미적으로 파악하는 정신으로서 하는 일이다.

하나를 주관적이라면 또 하나는 객관적이다.

주관이기 때문에 그것이 있고서야 살림에 심각미가 있고 열정력이 있고 자유가 있다.

객관이기 때문에 그것이 있고서야 호대성(浩大性)을 띄고 엄숙미를 갖고 권위가 선다.

이들이 합하여서 산 믿음이 생긴다.

자아에 철저하지 못한 믿음은 돌짝밭에 떨어진 씨요,

역사의 이해 없는 믿음은 가시덤불에 난 곡식이다.

 

사람이 자기를 들여다보고만 있을 때는 자기가 모든 것의 모든 것인 듯하나,

사실 자기 혼자 외따로 설 수 있느냐 하면 절대로 그렇지 못하다.

사람은 고립을 두려워 한다.

나는 나다 하면서도 또 자기를 의미 있는 전체 속에서 발견하고야 안심입명을 하지,

그렇지 않고는 못산다.

그러므로 역사 이해에 대한 요구는 인류생활이 있는 한 그치지 않을 것이다.

 

 

(함석헌,『뜻으로 본 한국역사』서문 중에서)

 

 

 

 

 

 

 

 

'책 · 펌글 · 자료 > 인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결(秘訣)  (0) 2011.06.03
제산 박재현. 도계 박재완....  (0) 2011.06.02
이사도라 던컨 & 최승희 & 공옥진  (0) 2010.10.04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  (0) 2010.05.20
김예슬, 경향 인터뷰  (0) 2010.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