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22. 07:04ㆍ미술/한국화 옛그림
김홍도. <耆老世聯圖> 1804년, 견본담채, 137 x 53.3cm, 개인 소장.
단원 김홍도의 작품으로1804년 9월에 개성 송악산 기슭에 있는 고려의 왕궁터인 만월대에서 계회를 가졌던 장면을 그린 그림입니다. 작품명이 기로세련계도(耆老世聯契圖)입니다. 작품명이 무척 어렵네요. 여기서 기로(耆老)는 육십 세 이상의 노인을 뜻하는 말입니다. 기로세련계는 나라에서 베푸는 경로우대잔치라고 보시면 됩니다.
거기에는 예순 네명의 노인들이 초청되어 조출하게 차린 상을 각자 따로 받고 잔치를 흥겹게 즐기는 모습을 표현 작입니다. 조선시대의 연회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료적 가치와 김홍도의 작품에 대한 미적 가치를 동시에 엿보며 맛볼 수 있는 아주 우수한 작품입니다. 이 그림 위에는 이 날 행사의 목적과 의의, 풍경 등이 적혀 있고 맨 아래에는 참석자의 명단이 적혀 있습니다. 이 그림은 산수화이면서 일종의 행사보고서 혹은 오늘날의 뉴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진이 없던 시대니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라고 생각됩니다. 이 그림은 크게 송악산의 情景과 연회하는 장면으로 두 부분으로 나눠 볼 수 있다.
1) 먼저 송악산의 정경부터
이 그림은 김홍도가 회갑 정도 되었을 때의 작품입니다.
거침없는 필선과 군더더기 하나없는 원숙미가 넘치는 걸작품이다.
거침없는 필력이 정교하고 담담하게 채색을 한 한국의 산하를 정감 넘치게 표현 한,
정말 위대한 작품으로 김홍도가 아니면 절대 그릴수 없는 작품이다 .
좌측 상단의 단원사(檀園寫)라는 글씨와 도장(낙관)이고,
오른쪽에 쓴 '기로세련계도'라는 화제는 명필로 불리던 유한지(兪漢芝:1760(영조36)~?) 조선시대의 서도가.
자는 덕휘(德輝), 호는 기원(綺園). 본관은 기계. 벼슬은 영춘현감)가 쓴 것이다.
기(耆)는 70,을 뜻하고 로(老)는 80,을 뜻하고 세(世)는 세상을 뜻하고, 련(聯)은 연결하다는 뜻이고
계(契)는 모임이라는 뜻이니, 60세 이상 윗어른을 모시는 모임이라는 뜻이다.
'
'
아래의 부분은 연회장면의 부분이다. 구석구석 어느곳 하나 소홀함이 없이 묘사한 풍속화로,
차근히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쏠쏠한 재미와 김홍도의 위대함을 새삼 알 수가 있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중에 똑같은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김홍도의 예리한 관찰력과 뛰어난 묘사력에 그림을 그리는 필자로서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연회장면)
2) 그럼, 이제부터 '숨은 그림 찾기' 처럼, 재미있는 부분을 찾아서 함께 살펴보자.
㉠
위의 부분도에 등장하는 인물중에 가운데 계신 할아버지는 술을 나누어 주는 담당이다.
이 부분에서 재미있는 건, 주인공 할아버지와 뒤에 앉아 계신 할아버지들의 백발 턱수염이다.
나이가 60 이상이신 노인분들이라는 증거다.
그리고 이러한 잔치에는 할머니들을 초대하지 않는 것이 그 시대의 관습인 것 같다.
㉡
위의 부분도는 밖에 계신 할아버지들은 연세가 젊어서 경로잔치장에 못들어갑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경로우대증이 없어서 병풍 위에 목을 걸치고 안을 구경하는 모습으로,
아마도 60세 이하인 할아버지들이기에 병풍 밖에서 구경만 하는가 봅니다.
그러나 병풍안에 앉아 계시는 분들은 개개인 모두가 푸짐한 음식을 한 상식 받고 앉아서
그 중에 가장 윗어른의 한 말씀을 기다리고 있나봅니다.
㉢
소나무 아래 동물은 말이 아니라 소입니다. 노인들이 소를 타고 가는 모습으로 보아 서민층으로
말이나 당나귀가 없으니, 현시대에 비유하면 자가용을 소유할 경제적 능력이 없기에 경운기를 대용으로......
아랫부분에서는, 할머니가 술동이를 머리에 이고 와서 선비들 사이에 끼어앉아서 담소를 나누며
잔 막걸리를 한 사발 한 사발 팔고 있다..
㉣
왼쪽 중간에 할아버지 두 분은 술을 거나하게 하시고 흥이 나기에 춤을 추고있다.
그 뒤의 양반어르신은 체통을 지키느라 품위있는듯 부채를 입가에 갖대대고 웃고있다.
춤을 추고있는 두 할아버지 아래에서는 착한 손자의 모습이 보인다.
손자 왈! 아이고, 할아버지 약주를 어떻게 이렇게 많이 드셨나요? 할머니가 아시면 어떻할려고요.....하면서
할아버지를 부축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동방예의지국임을 알 수 있다.
㉤
왼쪽 아랫쪽 사람은 복장으로 보아 마부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기 그의 손엔 채찍까지 들고있다.
요즘 같으면 자동차 키(key)를 오른 손에 들고 연회장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오른 쪽 아랫에는 할아버지가 손자를 대리고 경로잔치에 함께 가서 떡 한조각이라도 귀여운 손자에게 먹이려는 심산이다.
그 옆의 돌 계단은 경로잔치가 열리는 장소가 만월대이니, 만월대의 곡선의 아름다운 무지개 돌계단이다.
그리고 악사들의 뒷모습이 가지런히 묘사되었고.
악기는 왼쪽부터, 대금, 해금이고 가운데 두명은 피리, 장구, 북이다.
㉥
맨 아래, 장가를 못 가서 상투를 틀지 못하고 댕기머리를 한 총각이 있고
가운데 아주머니 세분은 부지런히 떡을 머리에 이고 나르며, 그 뒤 아저씨는 술을 나르는 모습이다.
그 위 오른쪽엔 거지 두명이 구걸을 하고,
갓 쓴 아저씨는 그 거지에게 줄것이 없다며 손을 흔들며 저리 가라고 호통을 친다.
잔치 인심이 이 정도니 옛말에 '개성 깍쟁이'라는 못 말린다는 말이 빈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려
㉦
이 부분도에 나타나는 세 마리 말의 모습을 자세히 보면, 거기에는 귀의 모양으로 보면 말도 있고, 노새도 있다.
그 옆에 서있는 사람은 분명 마부임 틀림이 없다.
그러니 옛날이나 지금이나 있는 집 운전기사님들은 이렇게 주인양반(사장님)을 말없이 묵묵히 기다려야 한다.
이 정도면 요즘 동영상으로 찍은 것과 별로 다르지 않는 걸작중의 걸작이죠!
우리나라 옛 화가들의 관찰력과 표현력은 오늘날의 하이퍼 리얼리즘 작가들보다 더 뛰어남에 필자는 고개를 숙이며,
존경과 찬사를 보낸다.
그리고 작품의 크기도 137x53.3cm 이니 그 시대로서는 정말 어마어마한 大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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