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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내 맘대로 그림 읽기

김홍도,《소림명월도(疎林明月圖)》

 

 

 

                  김홍도 / 소림명월도(疎林明月圖). 종이에 담채, 26.7×31.6㎝.1796년. 호암미술관 소장.

 

  

 

단원이 평생 남긴 작품들 중에서「소림명월도(疎林明月圖)」만큼 애상을 자아내는 것은 없다.

성긴 숲에 걸린 밝은 달이란 뜻이다.

나무들이 듬성듬성 서 있는 숲에서 달 뜨는 걸 본 사람은 안다. 그 허황하면서도 소연한 분위기를 말이다.

소림명월도는 저밀도의 감흥, 즉 성긴 이미지를 잘 보여주는 명품이다.

이 그림은 나무와 달만 등장하는 순전한 무언극이다. 

사람을 등장시키지 않은 이 무대는 소박하면서도 쓸쓸한 정서를 기막히게 우려내고 있다.

 

(손철주)

 

 

   

 

 

 

 

 

 

 

이제부턴 제 감상입니다. 

 

 

 

그림이 누리끼리한 갈색톤색깔이 바뀌니까 느낌이 사뭇 다르지요? 

시간대가 서로 다른 것처럼도 보일 정도입니다.

─ 위에가 戌時. 亥時라면

   아래는 丑時나 寅時와 같은 ─.....

 

 

 

 

사실, 이 그림은 김홍도가 그렸다니까 이리 호들갑이지

만일 무명화가가 그렸다면 욕을 바가지로 먹었을지도 모릅니다.

동서양을 망라해서 이런 구도를 본 적이 있으십니까? 

아무튼 구도가 참 기발합니다.

이 그림은 보나마나 말년에 그렸을 겁니다.

젊은 나이에는 포착이 되지 않을 그런 소재이자 구도입니다.

틀림없이 이 그림은 단원이 소위 잘 나갈 때 그린 것이 아닐 겁니다.

쫄딱 망하구 나서, 애인도 떠나가고,... 그제야  눈에 들어오는 그런 풍경이니까요.

쓸쓸함. 서러움. 외로움. …....

세상과 등지고 싶은 싶은 의도도 엿보입니다.

실제로도 이 작품을 그릴 당시에  고객들로부터 외면받아

외롭고 곤궁한 말년살이었죠.

 

그러니까 이 작품은 선비의 고고함 어쩌구 하는 그림이 아니라

아주 솔직하게 자신의 처지와 심경을 그린 것입니다.

벼슬 떨어지고,

백성들의 인기도 예전 같진 않고, 

그림 배우겠단 놈도 없고,

외상술 주는 기방도 없고, 

불러주는 친구도 없고,

...........

 

달은 자신을 표현한 것입니다.

─ 환하고 큼지막하게 보름달로 그렸습니다.  ‘이 바닥에선 내가 최고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형이겠죠. 만월은 지는 일만 남았으니까요.

 

그런데 솔직히 말해봅시다, 

저 그림을 보면서 '까닭 모를 스산함이나 서러움'이 느끼집니까?

진짜로 저렇게 성긴 나뭇가지 사이로 보름달을 본 적이 있으십니까?

만일 그런 느낌이 든다거나 저런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으시다면,

당신은 찢어지게 가난해 봤거나,

된통 서러움을 당해봤거나,

지독하게 외로웠다거나,

....... ,

그리고 나이가 오십 후반쯤에 든 사람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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