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19. 14:08ㆍ책 · 펌글 · 자료/예술.여행.문화...
유럽의 귀족사회에서 '우아함', 즉 노블(Noble)의 전제가 되는 조건은 '극기심'과 '주의력'이라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극기심이다.
예컨대 한 부대가 정글에 고립되었다고 하자. 식량 공급도 끊어지고 맹수와 독충이 우글거린다.
그런 상황에서 과연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일본인의 경우라면 우선 농민이나 노동자 출신의 병사가 살아남을 것이다.
귀족적이고 우아한 사람은 도저히 정글에서 1, 2년을 버틸 수가 없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영국의 경우는 다르다.
'나는 살아남을 수 있다. 귀족인 내가 정글 따위에서 죽을 수 없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것은 프랑스건 독일이건 마찬가지이다.
유럽의 귀족이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은 전사의 후예일 뿐만 아니라
싸우면서 영지를 지켜 온 강건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귀족은 싸움도 잘하고 체격도 좋다.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스스로의 의지로 환경에 적응해 간다.
우아한 귀족으로서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복장을 흐트리지 않고,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두텁게 옷을 껴입지 않는다.
그것은 덥거나 춥거나 견딜 수 있는 극기심이 있기 때문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앞장서서 전선으로 나아간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우아함(노블)의 필수조건이다.
또 하나의 조건은 '주의력'이다.
귀족은 자신의 가문이나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 주의 깊게 행동하지 않으면 안된다.
빈틈없는 복장이나 교묘한 대화술은 주의 깊은 태도의 상징이다.
갑옷과 투구를 쓰고 싸우는 전사들이 그냥 그대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습이 유럽의 전형적인 '귀족상'이다.
그러한 그들의 몸에 배인 '극기심과 주의력'이 '우아함'의 중심 개념인 것이다.
그리고 '우아함'이란 말과 다른 '젠틀(Gentle)이라는 말이 있다.
일본에서는 '노블'을 '귀족적'이라고 번역하고, '젠틀'을 '신사적'이라고 번역하고 있다.
'신사'라는 것은 부루주아에 대해 사용하는 말이다.
따라서 노블이 '귀족적인 우아함'이라면 젠틀은 '서민적인 우아함'이라 할 수 있겠다.
젠틀맨이라는 것은 상냥하면서도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무슨 말을 들어도 냉정하게 대답하고,
그러면서 타인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이른바 중용의 자세를 갖춘 사람이라는 뜻이 되는데,
이것도 헤이안 귀족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젠틀맨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중용과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는 강인함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럽의 '우아함'과 일본의 '우아함'은 서로 다른데, 아시아 특히 중국의 '우아함'이란 어떤 것일까.
중국의 그것은 주지주의가 중심에 자리 잡고 있어서 지혜와 지식이 '우아함'의 최대 조건이 된다.
-중략-
군국주의건 민주주의건 지도자가 책임을 지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것이 최고의 월급을 받는 자의 할 일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너무 세세한 부분에 관계하면 거물이 아니라는 풍조가 만연되어 있다.
'알았어, 적당히 생각대로 처리해' '의견이 모아지면 나에게 알려줘' 라고 말하는 사람이 거물이며,
높은 자리에 앉기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현대 일본 사회에서도 총리나 각 장관보다는 그 아래의 국장이 실권을 가지고 있다. 아니 국장보다 과장이 더 그런 예가 많다.
그래서 '일개의 관료'가 '일개의 총리'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사용한다.
그런 풍조가 형성된 이유는 일본의 귀족은 궁정 문화인, 즉 '히카루겐지'형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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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카루겐지는 《겐지모노가타리》(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장편소설이라고 뽐내는 작품)에 등장하는 가공의 인물이다.
901~957년 언저리에 생존했던 왕가 출신으로 운때가 좋아서 별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벼슬은 최고에 이르렀고,
허우대가 잘 생겼을 뿐만아니라 거시기 능력이 탁월하여 여자들에게 매우 인기가 높았던 무골호인형의 바람둥이 귀족이다.
- 사카이야 다이치『일본을 이끌어 온 12 인물』 중에서 발췌함.
"이보슈, 사카이야 다이치씨!
한국 귀족은 왜 빼먹수?
한국엔 귀족두 없는 거 같수?
있다면, 한국 귀족의 우아함이란 어떤 모습일 거 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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