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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음악 이야기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21번'

 

 

 

 

가난한 떠돌이 삶 31년…세상에 남긴 작별 인사

  

 

 

 

ㆍ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21번’

그는 친구와 술을 좋아했다. 몸에서는 늘 담배 냄새가 풍겼다.

키는 작고 몸매는 통통했으며, 둥근 얼굴에 이마는 툭 튀어나와 있었다.

어릴 때부터 근시였던 터라 늘 두꺼운 안경을 꼈으며, 그 안경 너머에서 두 눈은 반짝반짝 빛을 발했다.

슈베르트는 그렇게 착한 인상을 지녔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슈베르트의 이미지들은 대부분 그렇다.

성품은 느긋해 보이고 행동거지에 여유가 있어 보인다. ‘한량’ 같은 분위기마저 풍긴다. 하지만 친구였던 레오폴드 쿠펠바이저가 그린 초상화. 이것은 분위기가 영 다르다.

꾹 다문 입술에 굳은 표정. 영락없이 겁 많고 소심한 청년의 얼굴이다.

약간 오른쪽을 향한 시선은 왠지 불안해 보인다.

그 초상화는 피아니스트 알프레트 브렌델(77)의 DVD ‘슈베르트 피아노 작품집’(Schubert Plano Works)의 해설지

 첫 페이지에 실려 있다.

그것을 보는 순간, ‘그래, 이게 바로 슈베르트의 얼굴이지!’ 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가 살았던 31년의 생애는 베토벤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활동했던 시기와 거의 겹친다.

베토벤은 그때 이미 이름을 날리던 대작곡가였지만 슈베르트는 아직 신출내기에 불과했다.

생전의 슈베르트는 거의 룸펜에 가까웠다. 하지만 ‘떠돌이 룸펜’의 삶을 스스로 원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도 번듯한 직업을 갖고 싶어했다.

세상을 떠나기 2년 전, 오스트리아 궁정의 부악장에 응모했던 슈베르트.

당시 그가 직접 썼던 청원서를 읽어가노라면, 이 키 작은 음악가에 대한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생전의 슈베르트가 ‘피아노 소나타’라는 이름으로 남겨놓은 음악은 모두 23곡.

그중에서도 ‘19번 c단조 D.958’ ‘20번 A장조 D.959’ ‘21번 B플랫장조 D.960’은 백미로 손꼽힌다.

이 세 곡은 세상을 떠나기 약 두 달 전에 작곡했던 유작들.

곡명 속의 ‘D’는 음악학자 오토 에리히 도이치(1883~1967)가 작성한 작품번호의 약자다.

어떤 이들은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를 호평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 같은 이가 그렇다. 굴드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슈베르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반복적인 구조에 잘 적응이 되지 않는다.

장문의 에세이와도 같은 그의 작품을 듣다 보면 불안감과 어색함마저 느껴진다.”

몽생종이 쓴 <리흐테르, 회고담과 음악수첩>(2005·정원출판사) 에 부록으로 수록된 ‘옮긴이 말’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굴드가 지적했듯 슈베르트의 피아노 음악은 ‘반복적’이다.

아름다운 주선율을 조(調)만 옮겨가며 여러 차례 반복한다. 그래서 때때로 지루하다.

특히 굴드처럼 간결한 스타카토를 즐겼던 피아니스트에게는 더욱 그러할 터이다.

그래서 ‘작곡가 슈베르트’는 시인이라기보다 미문(美文)의 에세이스트에 가깝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남긴 3곡의 소나타에서는 그 설명적인 반복마저도 가슴 아프다.

 특히 ‘21번 B플랫장조 D.960’. 이 곡은 ‘가난한 떠돌이’로 31년을 살았던 슈베르트가 세상에 남긴 ‘작별 인사’다.

 브렌델은 앞서 언급한 ‘슈베르트 피아노 작품집’에서 이렇게 말했다.

 “첫 악장은 눈물도 흘리지 않고 두 눈을 뜬 채 작별을 고하는 듯이 들린다.

두번째 악장은 피아노를 위한 세상의 모든 애가(哀歌)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

“슈베르트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던 굴드마저도 이런 언급을 남긴다.

1957년 모스크바에서 열렸던 피아니스트 리히테르의 연주회.

그때 객석에 앉아 있던 굴드는 훗날 이렇게 회고했다.

“리히테르는 슈베르트의 마지막 소나타인 ‘B플랫장조 소나타’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곡은 매우 길다.

 리히테르는 내가 들어본 것 중에서 가장 느리게 이 곡을 연주했다.

나는 최면에 걸리기라도 한 것처럼 망아지경에 빠져버렸다.

슈베르트의 반복적인 구조에 대한 나의 선입견은 모두 스러졌다.”

그렇게 마지막 소나타로 세상과 작별을 고한 슈베르트는,

1828년 11월18일, 병세가 악화돼 정신착란 증세를 보였다.

둘째형의 집 지하실에 기거하고 있던 그는 자신을 베토벤으로 착각한 채 헛소리를 했다.

슈베르트는 그렇게 발작을 일으킨 지 하루 만에 눈을 감았다.

사인은 장티푸스.

하지만 독일의 내과의사 디터 케르너는 <위대한 음악가들의 죽음>이라는 책에서 슈베르트의 사인이 ‘매독’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문학수 선임기자>

 

 

 

 

Piano Sonata No.21 in Bb major, D960
슈베르트 / 피아노소나타 21번, 내림나장조
Franz Peter Schubert [1797∼1828]




제1악장 Molto moderato


Willherm Kempff

소나타 형식으로 느낌이 다른 두 개의 주제가 교대로 나온다.

20분이 넘는 이 큰 악장은 피아노란 악기 하나가 보여주는 원숙한 구조적 아름다움으로

듣는 이에게 장대한 거눅물과 같은 경외심을 불러 일으킨다.

 



제2악장 Andante sostenuto


Willherm Kempff

가요풍의 안단테 악장이다.

 슈베르트의 낭만성이 아낌없이 나타난,

 보덴호수의 파란 물처럼 깊고 맑은 서정성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악장이다.

 



제3악장 Scherzo: Allegro vivace con delicatezza


Willherm Kempff

 


 

제4악장 Allegro ma non troppo


Willherm Kempff

교향곡처럼 다시 소나타 형식이다.

특히 4악장의 뒷부분에 보여주는 장대한 코다는

 이 곡의 마지막일 뿐 아니라 슈베르트의 작품세계 아니, 그의 짧고 숨가빴던 예술세계의 끝을 향하여

 치열하고 장엄하게 치닫는다.

 곡이 끝나면, 슈베르트의 힘들었던 삶도 막을 내린다.

독일의 한 평론가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슈베르트에게는 더 이상의 전개부도 없고 발전부도 없고 코다도 없는,

그야말로 영원한 마침음만이 존재하고 있다"

슈베르트는 진정으로 피아노를 사랑한 사람이었다.

그는 평생 단 한번도 자신의 피아노를 가져본 적이 없었지만

최고의 피아노곡 소나타 제21번을 남겼다.

자신과의 위대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위대한 약속

슈베르트는 항상 진지했고 스스로에 대한 째찍질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위대한 예술가였다.

다양한 작품을 창작하던 슈베르트는 그 동안의 작품에 대해 가차없는 자아비판을 가하기 시작했는데

그의 나이 29세 때였다.

그는 자신이 존경하는 베토벤과 비교해서, 자기의 작품들은 즉흥적이고 표피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리하여 그는 베토벤의 대위법을 다시 공부하여,

베토벤이 주는 복합적이고 심층적인 감동을 담은 작품을 써야 한다고,

아니 쓰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그것은 '위대한 약속' 이었다.

그리하여 남긴 곡이 그의 가장 위대한 유산으로 평가되는 마지막 세 곡의 피아노 소나타들이다.

꺼져가는 생명의 심지 앞에서 인간으로서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마지막 갈망을 모두 담아서

열정적으로 써낸 작품들,

그 세 곡은 모두 그가 죽은 해인 1828년에 쓰여졌다.

종말이 가까워질수록 인간의 의식은 더욱 또렸해지고

 죽음에 다가 갈수록 예술가의 영감은 더욱 불타오르는 것인가?

세 곡의 피아노 소나타를 쓴 것은 세상을 떠나기 두 달 전의 일이다.

이 세 곡은 '슈베르트 최후의 3대 소나타'로 불리는 대곡들이며,

 모두 슈베르트가 죽고 난 이후에 출판된 유작들이다.

그것들은 제19번 C단조 D.958, 제20번 A장조 D.959, 제21번 B플랫장조 D.960 이다.

특히 마지막 곡인 피아노 소나타 B플랫장조 21번 D.960은

 슈베르트의 곡 중에서도 최고의 대작이란 평가를 듣는다.
베토벤과 같이 뛰어나고 깊이있는 피아노 소나타를 쓰겠다던 슈베르트가

 19번과 20번을 그가 목표하던 베토벤적인 곡을 탄생시켰다면,

마지막 21번은 '슈베르트적인 피아노 곡' 이라는 완벽하면서도 독특한 경지를 이룬 금자탑이라고 할 수 있다.

자료출처: 참마음 참이웃 / 음원출처: http://geige.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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