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칠선계곡

2008. 8. 4. 10:50산행기 & 국내여행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 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부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거든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시려 거든

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 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 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지리산 휴게소.

일기예보에 '오전 한바탕 비'라고 해서 우산을 챙겨오긴 했지만

가는 비 뿌리는 걸 보니 좀 심란하다.

 

  

 

 

 

 

 

 

 

난 몰랐다. 이 골짜기가 지난 10년간 휴식년제였다는 것을.

얼결에 땡잡은 셈이다.

주민들 성화에 할 수 없이 열었다는데 다 열은 건 아니고 아래 3분의 1만을 개방한 거다.

정작 비경은 그 위에 다 있다더라. 

 

 

  

 

 

 

 

 

이 동네 집들은 다 민박한다. 동네 골목이 온통 주차장이다.

이런걸 볼 때 '휴식년제'를 하면 주민들 생계에 큰 지장이 있을 듯하던데 보상을 해주는지 궁금하다.

 

 

  

 

 

 

  

 
 

 

  

  
 
 
칠선계곡 입구다.
초입부터 시원한 계곡 물을 보니 절로 기운이 난다.
 
 
 
 
 
  

 

 

 

  피서객이 없다.

굉장히 혼잡할 걸로 생각했는데, 의외다. 

아마도 휴식년제 풀린 걸 사람들이 모르는 모양이다.

 

  

 

 

 

 

 

 

해가 쨍나서 산 정상이 또렷하게 보이는 것보다는  저렇게 운무에 덮혀있는 경치가 나는 더 좋더라.

고등학교 수학여행 가서 설악동 들어설 때에도 저런 운무가 잔뜩 끼어있었는데.......

 

 

 

 

 

 

 

 

  

 

 "누구한테 왜 당했을까 / 짓뭉개진 하반신을 끌고 / 뜨건 아스팔트길을 건너는 지렁이 한 마리

죽기보다 힘든 살아내는 고통이여 / 너로 하여 / 모든 삶은 얼마나 위대한가 엄숙한가" 

- 유안진. 《전율》-

 

  

 

 

 

 

 

 

본격 산행에 들어서니 해가 반짝 난다.

습한 날씨에 해가 나니까 바로 훅하고 덥다.

 

 

 

 

 

 

 

 

 

 

 

 

 이런 출렁다리가 많다. 진짜 출렁출렁한다.

천황봉까지 간다면 열개도 넘게 생겼다.

 

 

 

 

 

 

 

 

 소나무가 안 보인다. 여긴 전부 다 활엽수다.

 

 

 

 

 

 

 
  
 
칠선폭포, 마폭포, 천왕봉, 다 입산금지다.
여기서 1키로 정도만 더 가면 비선담인데 지키는 사람이 있다.
 천왕봉까지는 6km가 넘는다.
그것도 지리산에서 제일 가파른 코스라니...
이른 새벽에 오면 몰래 숨어들어갈 수는 있지만
보통 베테랑이 아니면 길을 찾을 수가 없단다.
 
 
 
 
 
 
 

여름 등산 바지라곤 저거 한개다.

 

 

 

 
 
 
 
 
 
  
 
 산악회장이 알탕하지말라고 신신당부하더라. 진짜 20만원 물린다더라.
웃통 벗어도 안된다더라.
휴식년제 거시기로 탐방객이 많아서 그런다더라.
아닌게 아니라 물 속에 들어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
  
 
 
 
  
 
  
    
 
 
 
 
  
 
 물이 차지가 않다. 그래도 명색이 지리산 계곡인데 왜 그럴까?
흘러내려온 거리가 그만큼 멀다는 얘긴가?
 
 
 
 
 
 
  
 
 
 
 
 
  
 
 
 
 
 
  
 
 
  
 
 주차장이지만 우리 버스는 여기 없다.
여기서는 뒷풀이를 못하게 한대서 저 밑에 오던 길에 그 다리밑으로 오란다.
걸어서 20분은 더 가야한다.
 
  
 
 
 
 
 
 
  
 
 혼자 터덜터덜 걸어내려가는데 걷는 이가 아무도 없다.

 

엥? 이거 또 황매산때 처럼 미아가 되는 거나 아닌가?
 
 
 
 
 
  
 
 
 
 다 왔다. 산행 끝.
 
 
 
 
 
  
 
 
  
내 속도가 그다지 빠른게 아니었는데도 6등이더라.
묵은 김치를 안주로 해서 막걸리 좀 마셨다.
 
  
 
 
 

 "동지들!

오늘 이 순간부터 여러분은 자랑스럽고 영광스럽던 인민의 부대로서 행동하고 싸워야 합니다.

인민의 군대인 여러분은 무엇보다도 인민을 사랑하고 아껴야 합니다.

어떤 이유가 있더라고 인민을 함부로 죽이거나 괴롭히면 안 됩니다.

설사 우리에게 반대하는 사람이라도 정당한 인민재판의 절차를 거쳐 심판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총을 들이댄 적이라 할지라도 모두 우리의 동포, 우리의 형제입니다.

전투 중에 죽일 수는 있지만 일단 포로로 잡으면 절대 죽여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인민의 군대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규율이며

이를 어기는 대원은 인민의 이름으로, 혁명의 이름으로 처단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단순히 총을 든 군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가장 크고 중요한 임무는

남조선 인민들에게 미제국주의와 그들이 하수인 이승만 도당의 죄악상을

 널리 선전하는 일입니다.

압제에 신음하는 인민들을 투쟁에 나서도록 선동하는 일 입니다.

이승만에 반대하는 양심적인 세력을 조직하는 일 입니다.

민족통일과 계급해방을 선전하고, 선동하고, 조직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인 것입니다.

이러한 과업을 달성하는 데 있어서 극좌적인 구호나 폭력,

소영웅주의적이고 모험주의적인 폭력살인은 반동을 이롭게 할 뿐입니다.

혁명을 갉아먹는 크나큰 죄악에 불과합니다.

지나간 일은 더이상 거론하지 않겠지만

앞으로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절대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당성이 훌륭하고 전투를 잘하는 대원일지라도

이 규약을 어기면 가차 없이 처벌 될 것입니다.

인민의 이름으로, 혁명의 이름으로 과감히 처단할 것입니다.

명심하기 바랍니다."

 

- 이현상 평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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