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 3

2008. 7. 7. 14:42산행기 & 국내여행

 

 

  

 

쉬고 싶은 만큼 쉬다 가세요
사는 게 힘들지요
뭐 좀 해볼려고 해도 잘 되질 않고
자꾸 마음만 상하지요
모두 일 다 미뤄두고 여기 와서 좀 쉬세요
......


좀 쉬세요, 그러다 고장나요
한두 해 살다 그만둘 게 아니라면
이따금 세상에서 한발짝 물러나
숨을 좀 돌릴 필요가 있지요

  

백창우 / '좀 쉬세요'

 

 

  

 

 

 

  
 

 

  
 
여기서 쌍계사까지는 30~40분 정도 거리 되는가부다.
 
  
 
 
 

 

 
 
 
 "걷는 동안 나는 세상의 일부가 된다.
풍경 속으로 들어가 풍경이 된다.
걷다 보면 발이 절로 나아가는 순간이 온다.
 내 의지로 몸을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몸이 나를 이끌고 간다.
몸과 마음, 육체와 영혼이 하나가 되어 조화롭다.
흐르는 물과 같다."
 
-김남희. 유럽여행기 중에서-
 
 
 
 
 
 
 
  
 중턱쯤 내려오면 우루루쾅쾅 수량이 많을 줄 알았는데 늘 그대로 졸졸졸이다.
사실 난, 배낭에다 갈아입을 속옷을 챙겨갔었다.
홀딱 벗고 목욕 한번 하게 될 줄 알았다.
 
  
   

 

 

   

오히려 위에서 보다도 아래로 내려오니까 물이 더 차다.

아주 찌릿찌릿할 정도라서 5초도 버티기 어려울 정도였는데...

 

  

 

 

 

 

  

 

 저 '아부지', 폭군이다.

아이는 발이 시려서 물 속에 못 들어가겠다는데도 막 욱박질러서 세워놓는다. 

그 얼음장 같은 물에 세워두고, 자세가 안 나온다며 계속 서있으란다.

 

그런데, 무서운 건 아이의 표정이다. 무표정이다. 거부의 몸짓은 보이되 표정엔 변화가 없다.

 눈도 마주치지를 않는다. 

오르내리는 산행길에도 보니까  아부진 뭐라뭐라 아이에게 더러 얘기를 하는 눈친데

아이가 대꾸하는 말소리는 통 듣질 못했다. 

아이가 고1이면 우리 아이보다도 5살이나 아래고, 그렇다면 저 '아부지'는 최소한 내 연상은 아닐터인데,

........

........

  

저렇게 강압적으로 찍은 사진이 추억이 될리는 없고, 상처가 그대로 흉터로 남을 것인데,

도대체 '아부지'는 그걸 모르는 것인가. 아이가 많이 안됐다.

 

 

 

 

 

 (…)

우리집 나만 왕인가

아버지도 왕  어머니도 왕

누이도 동생도 각기 왕이람

우리집엔 제 각기 다 왕이야

(…)

하나의 기쁨이 모두의 기쁨

하나의 아픔이 온 집의 아픔

우리는 너나를 모르고 살어

(…)

하늘나라 어딘지 나는 가본일 없어도

이런 곳이 있는 곳 하늘나라…

  

 - 함석헌 ‘나는 왕이야’ 중에서-

 

 

    

 

 

 

 

 

 

 

     

   핫! 핫! 핫! 핫!

 

 

 

 

 

 

 

 

 

  

 

   

 봐라, 불알폭포 2.3km 아니냐?

결코 가까운 길이 아니다. 이쪽으로 올라온대도 왕복 세시간 코스다.

그나저나 산행은 끝났다. 여기서 부턴 쌍계사다.

  

 

 

 

  

 

 

 

   

여긴 진짜 수행처로 보인다.  절엘 몇번 다니다 보니 딱 보면 알겠더라.

 

 


공문이 적막하니 넌 집을 그리워했지 /

운방(雲房)에 인사하고 구화산(九華山)을 내려가렴 /

동무들과 죽마 타고 놀고픈 맘에 /

절집에서 불법 공부 뒷전이었지 /

시내에서 물 긷다가 달 부름도 그만이고 /

차 다리다 꽃 희롱할 그런 일도 없을 게다 /

잘 가거라, 자꾸 훌쩍이지 말고 /

노승에겐 안개와 노을이 있지 않으냐.

 

 - ‘送童子下山’ 김교각 스님-

 

 

 

 

 

 
 
 
 
 
 
 
 
 
   
산악회를 따라다니면서 늘 느끼는 건데,
사람들이 사찰에는 관심이 없더라.
오로지 관심이 산행에만 꽂혀있다 보니
나도 마찬가지가 된다.
 
 
  
 
 
 
  
 저 탑, 중앙박물관 복판에 있는 경천사 10층석탑을 모방한 듯하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일주문은 아닌 것 같은데, 저게 쭈루룩 서너개가 이어져 있다.

아주 특이한 배열이다.

  

 

 

 

 

 
 
  
 저런 나무는 몇년이나 됐을까? 200년? 300년?
잘 보면 나무 속에 나무가 또 자란다.
 
  
 
 

  

 

'다'를 茶로 썼으면 '원'도 '園'으로 쓰던가 '苑'으로 써 줄 일이지...

  

 

 

 

 
   
 
 

無盡山下川 / 다함없이 흐르는 산 아래 시내

普供山中侶 / 산속의 스님에게 보시를 하네

各持一瓢來 / 각자 바가지 하나 지니고 와서

總得全月去 / 모두가 온 달빛을 담아 가누나 


이태준이 ‘무서록’에서 추사 김정희의 작품으로 소개하며,
염불처럼 자꾸 외고 싶다고 한 시다.

 
  
 
 
 
 
 
 
 
  

 

 
  
  잘나가다가  웬 삼천포로 빠진디야?
 아무리 동국대랑 한솥밥을 먹기로서니, 절에서 로스쿨 타령을?
세속의 법에 이리도 관심이 많아서야...
 
  

 

 
 

 

  
 

 

 
 
 
여긴 계곡에 놀러오는 사람들이 별로인갑다.
계곡이 짧거나 절에서 통제를 해서겠지.
 

 

  
 
  
  
 1,800원이라... 쌍계사는 1,800원인데, 저쪽 삼성궁은 3,000원?
이건 아니잖아. ... '고 자식들' 엄청 씌워먹는데?
  
 
 
  

 

 
  
  
다 내려와서 넘어온 산을 되돌아 치켜볼때면  감개무량한 게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장하다 알래스카-...
 
 
 
 

 

 

 

 

 

 

 

  

이제 여름 산행은 접어야 할까 보다. 너무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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