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미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법》

2020. 12. 6. 17:04책 · 펌글 · 자료/생활·환경·음식

 

한국아이의 미술교육에는 부적적한, 그러므로 무익한 책으로 보입니다.

이 책은 한 마디로  '제목으로 홀리는 책' 입니다.

 

 

 

 

 

아이와 미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법

─ 어른과 아이가 함께 배우는 교양

미술저자프랑수아즈 바르브 갈 | 역자 박소현 출판동양북스 | 2020.7.3. 

 

 

책소개

나도 몰랐던 우리 아이의 미적 감각을 깨우는 미술 감상법


미술에 문외한인 어른과 미술이 처음인 아이 모두를 위한 미술 가이드.

모든 아이는 미적 감각과 감수성을 타고난다.

다만 이를 알아보고 이끌어 주는 일은 어른의 몫이다.

대개 아이는 어른의 문화적 취향을 모방하면서 자신만의 취향을 만들어나간다.

이를 모르지 않는 어른도 아이의 예술적 감수성을 일깨우고 미적 안목을 길러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편이란 생각에 아이를 데리고 미술관 관람에 나설 때가 많다.

하지만 유튜브와 게임에 익숙한 아이는 정지 화면 같은 그림이 따분하기만 하다.

길잡이를 자청하며 아이를 그림 앞에 세워두고 온갖 정보를 ‘주입시키는’

(알고보면 ‘미알못’인) 어른의 접근법도 미술은 ‘따분한 과목’이라는 고정관념만 더욱 굳힐 뿐이다.

결국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미술 관람은 ‘따분한 기억’으로 각인되고 만다.
저자는 이 책의 전반부에서 어른과 아이 모두 미술 작품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미술에 접근하는 6가지 관점,

미술을 대하는 9가지 방식,

그림을 보는 13가지 방법 등

미술 읽기에 유용한 실용적인 정보를 전한다.

후반부에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주요 (서양)미술사를 관통하는 서른 점의 다양한 작품을 수록했다.

아이의 편견 없는 질문과 연령별 눈높이에 맞춘 세심한 해설을 따라가며

이들 작품을 감상하는 연습을 거듭하다 보면 미술 읽기의 시각적 도구들을 저절로 익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술사, 사조, 기법, 주제 등 미술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주요 키워드도 섭렵할 수 있다.

 

 

저자 : 프랑수아즈 바르브 갈
파리 소르본 대학과 에콜 뒤 루브르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지은 책으로 《그림 읽는 법: 그림 속 상징 해석하기》, 《아이와 현대미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법》, 《그림을 보는 법》, 《인상주의 작품 보는 법》 등이 있으며 《아이와 미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법》은 9개 언어로 번역·출간됐다.

 

 

 

 

목차

 

들어가며 6

 


1부  미술을 보는 안목을 기르는 법



어른과 아이 모두를 위한 미술 가이드 14


아이와 함께 미술 감상하는 법 15


자신의 미적 안목에 자신감을 가지세요 |

아이가 무엇을 보는지 살피세요 |

아이가 주도하게 하세요 |

아이의 태도에 익숙해지세요 |

아이의 현실을 파악하세요 |

아이의 조급함을 이용하세요 |

아이의 경험을 존중하세요 |

자유롭게 감상하게 하세요 |

비디오 게임의 장점을 따져 보세요 |

아이가 좋아하는 자료를 활용하세요 |

아이의 잠재력을 믿으세요

 


미술에 접근하는 여섯 가지 관점 21


출발점을 택하세요 |

기술로 이해하는 미술 |

운동으로 이해하는 미술 |

수학으로 이해하는 미술 |

과학으로 이해하는 미술 |

역사로 이해하는 미술 |

지리로 이해하는 미술

 


미술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법 33


견문을 넓히세요 |

유용한 정보부터 찾아보세요 |

지적 자극제를 기록해 두세요 |

학술적인 정보는 멀리하세요 |

지나친 일반화는 피하세요 |

자기만의 언어로 설명하세요 |

생생하게 전달하세요 |

주제를 유념하세요 |

독창성의 가치를 알려 주세요 |

잘못된 분석을 경계하세요 |

상투적인 설명은 피하세요 |

일화는 가끔씩만 덧붙이세요 |

정답이 없는 질문을 던지세요 |

결론을 열어 두세요 |

미리 준비하기보다 현장에서 접하게 하세요



미술 작품, 어떻게 감상해야 할까 42

 


미술을 대하는 아홉 가지 방식 43


지식과 감성을 연계하세요 |

당대의 현실을 고려하세요 |

정확한 묘사보다 메시지에 집중하세요 |

서두르지 마세요 |

조화를 감지하세요 |

충격을 느껴 보세요 |

숨은 이야기를 찾으세요 |

보이지 않는 것에 의문을 가지세요 |

붓질의 흔적을 따라가세요

 


그림을 보는 열세 가지 방법 50


그림 속으로 들어가세요 |

황금빛 배경을 바라보세요 |

캔버스의 평면에 주목하세요 |

수평선(지평선)을 바라보세요 |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시선을 옮겨 보세요 |

건축물을 눈여겨보세요 |

명암을 관찰하세요 |

정면으로 다가오는 인물에 주목하세요 |

뒷모습을 주시하세요 |

인물들의 시선을 따라가세요 |

다양한 몸짓과 자세를 살펴보세요 |

인물의 크기를 눈여겨보세요 |

옷 주름의 언어에 귀 기울여 보세요

 


그림에 다가가는 네 가지 방법 61


간접적인 방법을 활용하세요 |

미술 작품들을 연결해 보세요 |

자유로운 사고를 북돋워 주세요 |

현실에 적용하도록 격려해 주세요

 


미술과 친해지는 연령별 맞춤 감상법 64


5~7세 65
그림을 모으세요


8~10세 66
그림 속에 있는 모습을 상상하세요


11~13세 이상 67
화가의 선택을 이해하세요 |

과거를 돌아보며 미래를 내다보세요 |

변화의 시점을 알아채세요 |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다지세요

 



2부  아이와 함께하는 미술 산책

〈성모의 결혼〉 페루지노 72 ...

〈잠에서 깬 노예〉 미켈란젤로 78

 


〈대사들〉 한스 홀바인 84
〈은하수의 기원〉 틴토레토 90

 

자코포 로부스티(Jacopo Robusti)가 본명인 틴토레토(Tintoretto, 1518?~1594)라는 이름은 ‘염색공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안정과 질서라는 르네상스 미술의 전형적인 구도에서 완전히 벗어난 매너리즘의 대가인 틴토레토는 티치아노, 베로네제 등과 함께 16세기 베네치아 미술을 이끌어나간 거장 중 하나로 꼽힌다. 그의 그림들은 대체로 극단적으로 명암을 대비시키거나, 때로는 탁하고 때로는 거의 단색조에 가까운 색을 구사하여 관객들에게 기이한 심리적 압박을 선사하곤 한다.

 

틴토레토 〈은하수의 기원〉 캔버스에 유채 / 148×165cm / 1570년 제작 / 내셔널 갤러리 9실

 

〈은하수의 기원〉은 자주 그림으로 그려지지 않던 그리스 신화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제우스는 아내인 헤라를 두고 다른 인간 여성과 관계하여 헤라클레스를 낳았다. 그는 이 아이가 자라 불사의 영웅이 되길 원하였기에 헤라가 잠든 사이에 몰래 그녀의 젖을 물리게 했다. 그러다 잠에선 깬 헤라가 아이를 밀쳤지만 젖을 빠는 힘이 너무 강해 아이의 입이 떨어지자 젖이 사방으로 분출했는데, 그것이 은하수가 되었다고 한다. 역동적인 자세, 선명한 색조, 어수선하게 얽히고설킨 구도는 틴토레토 화풍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그림 오른쪽의 공작은 헤라의 심복인 아르고스라는 100개의 눈을 가진 거인의 이야기와 관계가 있다. 헤라는 아르고스에게 제우스의 불륜 현장을 감시하라고 일렀지만, 그 의무를 소홀히 하고 만다. 제우스의 심부름꾼인 헤르메스의 피리 소리에 취해 100개의 눈을 모두 감아버린 탓이다. 이에 헤라는 아르고스의 눈들을 떼다가 공작의 깃털을 장식하였는데, 화가들은 이 공작을 헤라의 지물로 사용했다. 그림 중앙에는 제우스의 상징인 독수리가 화살뭉치들을 들고 날고 있다. 그림 하단에는 원래 백합이 만발한 가운데 대지의 여신이 그려져 있었지만 잘려 나갔다. 이 사실은 당시 원작을 본 누군가가 베껴놓은 그림 덕분에 밝혀졌다.

 


〈세월이라는 음악의 춤〉 니콜라 푸생 96
〈벌 받는 아들〉 장 밥티스트 그뢰즈 102
〈회화 예술의 발명〉 조제프 브누아 쉬베 108
〈서재에 있는 나폴레옹〉 자크 루이 다비드 114

 

<튈르르 궁의 서재에 서 있는 나폴레옹>

 

〈전함 테메레르〉 조셉 터너 120
〈눈먼 소녀〉 존 에버렛 밀레이 126

 

 

〈정원의 여인들〉 클로드 모네 132
〈에밀 졸라의 초상〉 에두아르 마네 138
〈오페라의 관현악단〉 에드가 드가 144
〈비 오는 날, 파리의 거리〉 귀스타브 카유보트 150
〈붓꽃〉 빈센트 반 고흐 156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장 레옹 제롬 162
〈공 위에서 묘기를 부리는 소녀〉 파블로 피 카소 168
〈샤키의 사내들〉 조지 벨로스 174
〈궁수가 있는 그림〉 바실리 칸딘스키 180
〈이탈리아 광장〉 조르조 데 키리코 186
〈과일 접시와 카드〉 조르주 브라크 192
〈베르?〉 펠릭스 발로통 198
〈철로변의 집〉 에드워드 호퍼 204
〈신문 읽는 남자〉 르네 마그리트 210
〈영웅적 게릴라〉 코르다 216
〈우리 모두가 안고 살아가는 문제〉 노먼 록웰 222

 


〈누더기 비너스〉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 228
〈날개 달린 책〉 안젤름 키퍼 234
〈하늘〉 웨민쥔 240
〈천장화〉 사이 트웜블리 246


자료 출처 252

 

 

 

책 속으로

아이는 그림을 원하는 대로 볼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면 날카로운 직관을 발휘합니다.

만일 이 자유를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북돋워 주지 않는다면

자라면서 어른들의 자기 검열(‘바보 같은 질문’으로 들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내면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선의 자유는 예술 작품을 탐구하는 데 최선의 출발점입니다.

지적인 설명으로 포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보다는 눈에 보이는 것은 무엇인지, 단번에 눈길을 끄는 요소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세요.

그림과 장소가 풍기는 느낌,

감격스럽거나 당혹스러운 느낌,

외면하고 싶을 만큼 불편하지만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느낌 등의 다양한 감정이야말로 가장 중요합니다.

_본문 19쪽

아이에게 미술에 대해 설명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미술애호가로 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예술을 대하는 여러분의 마음가짐은 향후 아이가 작품을 바라보는 태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작품을 감상하는 순간적인 즐거움도 좋지만,

예술은 무엇보다 인간의 본성입니다.

아이가 이를 일찍 깨우치면 예술이 눈과 마음을 열어 준다는 사실도 그만큼 빨리 깨닫고

더 많은 영감을 얻게 돼 스스로 그림을 감상하고 사고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아이는 그림을 보고 이해한 것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가

다음번에 다른 그림을 접할 때 더 잘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교양은 ‘케이크 위에 얹은 체리’ 같은 장식물이 아닙니다.

오히려 케이크를 만들어 내는 주재료인 밀가루이지요.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때는 아이가 아직 언어로 표현할 줄 모른다 하더라도

연령이나 출신 배경을 떠나 이런 잠재력이 숨 쉬고 있음을 알려 주는 것이 최선입니다.

_본문 20쪽

친숙함이 단점이 될 때도 있습니다.

역사적 사건과 이를 묘사한 가장 유명한 그림을 자동으로 연관지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연상 작용은 다른 해석의 여지는 끼어들 틈이 없을 만큼 관람자의 시각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따라서 이 그림들을 감상할 때는 반드시 한 걸음 물러나서 봐야 하며,

이들 그림이 역사적 사실에 대한 화가의 주관적인 해석을 제시할 뿐 역사기록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림의 구도, 즉 ‘연출’ 방식은 그 자체로 역사적 사건에 대한 비평입니다.

아이에게 이런 유형의 그림을 보여 주고 설명할 때는 예술가의 ‘진실’도 중요하지만

역사적 ‘사실’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이해시켜야 합니다.

_본문 30쪽

아이들은 전문적인 학술 정보에는 일절 관심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입체파Cubism’ 미술의 역사를 상세하게 설명하거나 화가의 생애를 시기별로 늘어놓는다면

아이가 금방 흥미를 잃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대표, 사전적 정의, 주제 및 미술 양식에 따른 분류법은 요긴하게 참고할 만한 자료들이긴 하지만

대화 주제로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런 개념들은 작품 이후에나 등장하며,

그 목적도 작품을 기술하고 분류하는 데 있기 때문에 미술사가 또는 예술 전공자에게나 필요한 작업 도구들이지요.

_본문 35쪽
...
아이를 애써 이해시키려다가, 또는 대충 얼버무릴 생각에

가장 쉬운 길을 택하려다가 지나치게 단순화해 설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대다수 예술 작품의 주된 공략층이 아이가 아니다 보니

이렇다 할 결론 없이 설명을 최소화하는 게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꼭 필요한 설명마저 줄이려다 보면 의미가 왜곡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이는 결코 바람직한 방법이 아닙니다.

아이도 배우는 게 없고 여러분도 노력한 것에 비해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니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또한 아이에게 보여 주려 했던 작품도 그 의미를 외면받아 어찌 보면 ‘배신당한’ 셈이 됩니다.

그럴 만한 여유나 시간이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이런 경우라도 부실한 설명은 아예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아무런 설명 없이 그림을 보여 주는 것도 그만큼 유익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그림을 보고 기억에 담아 두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일이지요.

_본문 35~36쪽

누구나 한 번쯤은 상투적인 표현을 접해 봤거나 직접 사용한 적이 있을 겁니다.

상투적인 표현은 사실 알맹이가 없는 말입니다.

그림을 감상하고 설명할 때는 특히 다음과 같은 상투어에 유념해야 합니다.

상투적인 설명을 피하되 왜 피해야 하는지를 이해시키면 아이의 비판적인 사고력을 키워 줄 수 있습니다.


▶‘이 화가는 ~의 ‘영향을 받았다’ :

꼭 그렇진 않습니다. 예술가는 쉽게 휘둘리지 않습니다.

이들은 스스로 스승을 정하고 지금까지 이어져 온 전통을 분석하고 학습하면서 자신만의 길을 닦아 갑니다.

앙드레 지드는 이를 누구보다 잘 표현한 바 있지요.

‘영향이란 없다. 만남만 있을 뿐이다’


▶ ‘이 화가는 당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였다’ :

틀린 말은 아닐 테지만 고유의 양식을 확립한 이상 당대를 대표하지 않는 화가는 없습니다.

사람들은 선구적인 화가들을 종종 이런 식으로 표현합니다.

하지만 이들만큼 혁신적이진 않다 하더라도 모든 예술가들은 저마다 나름의 방식으로 ‘당대’를 반영합니다.


▶ ‘이 화가의 작품에서는 (추상주의 또는 초현실주의 등등)의 전조를 엿볼 수 있으므로 ‘현대’미술가다’ :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예술가는 자신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스승을 찾기 위해 과거를 돌아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화가의 접근법과 미술사가들이 화가 사후에 재구성해 내는 논리를 구별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가령 1851년에 사망한 터너는 엄밀히 말해 ‘추상’ 화가가 아닙니다(추상주의는 1912년경에 등장).

마찬가지 이유로 16세기 히에로니무스 보스도 초현실주의(1920년 초반에 등장)의 선구자라고 단정할 수 없지요.


▶ ‘잘 그렸다’/‘데생이 사진처럼 사실적이다’ :

화가가 그림을 잘 그리는 건 당연합니다.

더욱이 관람의 진정한 목적은 잘 그리고 못 그린 부분을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_본문 38~39쪽

일화는 어떤 사실을 기억해 두거나 상황을 자세히 밝힐 때 도움이 되기도 하고,

감정이입을 유도해 인물을 친숙하게 느끼게 해 줄 때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의도적으로 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흥미 위주의 일화는 자칫 선입견을 만들어 내는 결과로 나타나 그림 감상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반 고흐와 관련된 일화들이 대표적입니다.

그의 일화들은 고난의 시기였던 1888년,

아를 지방에 초대한 고갱과 심한 말다툼을 벌인 후 스스로 귀를 잘라 낸 이야기에 치중돼 있습니다.

그 자체는 거짓 없는 사실이지만

대다수 아이가 ‘고흐’ 하면 가장 먼저, 때론 유일하게 떠올리는 일화라는 점은 애석한 일입니다.

설명할 시간이 부족하다면

그저 반 고흐는 교양 있는 사람이었고

그의 작품들은 이성을 상실하는 위기를 겪으면서 만들어 낸 결과물이 아니라

명석한 사고와 각고의 노력 끝에 우러나온 것이라고 설명하는 편이 더 유익합니다.

_본문 39~40쪽

문제는 그림이 마음에 드느냐 아니냐,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느냐 아니냐가 아닙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

즉 화가의 메시지는 협상의 여지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입니다.

어떤 화가들은 격정에 휩싸여, 또는 역사에 대한 응답으로 창작에 임하며,

이들은 한가로이 들여다보는 그림으로는 자신을 마음껏 표현해 내지 못합니다.

보기에만 좋을 뿐인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작품을 배신하는 셈이니까요.

하지만 그런 효과는 공격하려는 의도에서가 아니라

화가 자신이 겪은 불안감과 괴로움이라는 감정을 담아 내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다수 아이는 이런 그림을 보고 ‘추하다’고 생각하거나 불편함을 느낄 테지만,

때로는 감동을 받기도 합니다.

어떤 아이들은 그림 속에서 낯익은 모습을 발견하고 더 큰 충격에 휩싸이기도 하지요.

바로 그 시점부터 아이들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닙니다.

반 고흐, 카임 수틴, 조지 벨로스,에드워드 호퍼, 노먼 록웰이라는 대화 상대이자 듬직한 귀감을,

진정한 친구를 찾았기 때문입니다.

_본문 46~47쪽

그림을 본다는 것은

이런 이야기를 그림 속에서 알아보는 일이자

똑같은 이야기를 묘사한 다른 그림을 마주했을 때 차이점을 알아채는 일입니다.

화가가 어떤 주제를 다룬다는 건 나름의 해석을 풀어놓는다는 의미나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어떤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다른 사실은 생략한 채 한 가지 사실만 강조하고,

자신의 관점을 덧붙이거나 등장인물에 대한 편견을 표출하는 것과 비슷하지요.

화가가 반복적인 주제를 다루면서 다른 접근법을 취하는 일 역시 흔합니다.

아이들도 한 가지 주제를 다양하게 표현한 여러 가지 그림을 감상하다 보면

차츰 그림에 숨은 복합적인 의미들을 더 쉽게 파악하게 되고

단 하나의 절대 해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요.

_본문 47쪽

이는 특히 중세 시대 그림에서 확연히 드러납니다.

완벽한 세계의 배경은 황금색 등 선명한 색으로 표현하는 데 반해,

둠이나 밤은 신성의 빛을 차단하는 상징으로 여겨진 까닭에 그림에 끼어들 여지가 없었습니다.

인물의 무게감을 표현하기 위해 바닥에 살짝 흔적만 나타낼 때를 제외하면

화가들은 오랫동안 그림자를 기피해 왔습니다.

수백 년이 흐르면서 이 원칙도 빛이 바래긴 했지만,

그림자는 여전히 의혹 어린 시선을 떨쳐내지 못했지요.

하지만 16세기 초반에 이르러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과학적인 명암법을 도입하면서

이 같은 원칙도 무너지고 맙니다.

_본문 54~55쪽

 

출판사서평

아이의 안목은 어른이 길러주는 것,
미술 감상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는 법

아이의 취향은 부모의 취향을 닮는다.

굳이 부모가 아니라도 주변 어른이 문화생활을 즐기는 모습이나 예술을 대하는 태도를

일찍부터 보고 자란 아이들은 어른의 문화적 취향을 모방하며 서서히 자기만의 취향을 만들어 간다.

아이의 미적 안목을 형성하는 데 어른의 역할이 크다는 말이다.

대다수 부모는 아이의 감수성과 잠재된 예술성을 일깨워 주고 싶어 하지만 그 방법을 모른다.

가장 쉬운 길이라는 생각에 미술관에 데려가 보지만

아이의 미적 감각과 교양을 키워주는 일은 녹록지 않다.

동행한 어른은 사실 미술에 취미가 없거나 조예가 깊지 않은 ‘미알못’(미술을 알지 못하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게다가 유튜브나 게임기만 붙들고 살던 아이들은 뭐든지 금세 싫증을 낸다.

현란한 화면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벽에 고정된 정지 화면 같은 그림을 진득하게 보지 못한다.

아이의 눈엔 옛날 사람이 등장하는 그림들이 고리타분해 보일 뿐이다.

어른은 어렸을 적 자신이 경험한 대로 그림 앞에 아이를 억지로 세워두고

미리 조사한 연대표, 미술 양식, 주제, 화가의 생애에 대한 정보를 ‘주입하며’ 아는 척을 해 보지만

아이는 지루한 설명을 참지 못하고 이내 흥미를 잃는다.

그렇게 어른과 아이 모두 미술 관람이 따분한 기억으로 각인되고 만다.


이 책은 미술 감상이 이처럼 ‘지루한 경험’으로 화석화되는 것을 피하려면

아이든 부모든 각자의 관심사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술에 관심이 있다면 기차나 증기선을 묘사한 그림이 왜 많은지를,

스포츠 애호가라면 왜 신이나 영웅들의 몸은 근육질로 표현되는지를,

수학에 일가견이 있다면 황금비율에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그림의 구도를,

역사에 빠져 있다면 초상화 속 정치인이 취한 자세의 비밀을,

지리 ‘덕후’라면 풍경화 속 화가의 여행지를 주제 삼아 대화의 물꼬를 터보라고 권한다.

어른이 아이와 더불어 스스로를 미술에 갓 입문한 초보자라 여기고

자신의 관심사를 미술에 접근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면

어렵게만 보였던 미술이 만만해진다는 것이 저자의 조언이다.



어른이 모르는 사이에 훌쩍 자라는 아이의 마음,
아이의 마음을 빚어내는 위대한 예술의 힘

화가는 어떤 점에선 소설가와 비슷하다.

한 가지 사실은 강조하는 반면 또 다른 사실은 일부러 생략하고

인물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며 자기만의 해석을 그림에 담는다는 점이 그렇다.

가령 다비드는 이탈리아 원정에 나선 나폴레옹을 진취적이며 자부심에 찬 영웅으로 묘사했지만,

들라로슈는 힘없이 피로에 찌든 모습으로 그린다.

같은 장면을 전혀 다르게 표현한 두 그림 중 역사적 사실을 담은 것은 무엇일까.

같은 주제를 다룬 그림이 이처럼 다른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는 흔하다.

렘브란트가 남긴 50점의 자화상 중 비슷한 그림은 하나도 없다.

화가나 조각가 들은 형태를 일부러 왜곡시키거나 미완성으로 남겨 두거나 형체를 자세히 보여주지 않고

뭉뚱그...린 듯 대충 표현하기도 한다.

잘린 머리를 들고 있는 그림처럼 관람객에게 기습적인 충격을 안길 때도 있다.

이들이 가학적인 성격이라거나 기교가 뛰어나지 못해서가 아니다.

모든 작품은 미술가의 신중한 선택이 만들어 낸 결과다.

저마다 다른 의도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작품들은

예술가 자신의 불안과 근심과 고통과 고뇌와 성찰을 녹여 그만의 관점으로 독특하게 포착해 낸,

우리가 몰랐던 세계와 삶의 모습이다.
이런 작품을 마주한 아이는 특유의 직관적 감상을 통해

불쾌함과 불편함, 당황스러움이 교차하는 감정을 느낀다.

때론 위축되거나 흥미를 보이거나 반감을 갖거나 감동을 받는다.

이렇게 ‘추한’ 그림을 그린 이유는 무엇인지,

전쟁터를 묘사한 장면이 왜 만화경을 들여다보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지,

쓸모없는 누더기를 쌓아놓은 옷더미를 어째서 ‘작품’이라고 부르는지 등

온갖 의문과 추측을 쏟아내며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작품과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

그러다 단 하나의 절대적인 관점이란 없다는 사실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작품 속에서 반 고흐, 에드워드 호퍼, 르네 마그리트 등

친근한 대화 상대이자 진정한 친구이자 듬직한 귀감을 발견한 아이는

그렇게 감수성을 조금씩 빚어나가고 안목을 다져나간다.

르네상스 시대 미술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서른 점의 미술 작품으로 한눈에 이해하는
보고 또 보고 싶은 미술의 세계

우리가 명작이라고 말하는 대다수 작품의 주된 공략층은 원래 아이가 아니다.

게다가 한 장면에 메시지를 압축하다 보니 낯선 상징이나 뜻 모를 시각적 장치 들을 그려 넣기도 한다.

아이도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어른도 아이를 상대로 알기 쉽게 설명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아이는 호기심이 발동하는 순간 무서운 집중력을 보이며

어른은 생각해 내지 못하는 발상을 떠올리기도 한다.

지적인 포장에는 관심도 없고 미술에 대한 배경 지식도 없는 아이들의 시선은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다.

‘무식한 소리’처럼 들릴까 봐 솔직한 감상을 ‘자기 검열’하는 어른과는 달리 가장 정직한 대중이다.

다만 아이가 직관을 좀 더 예리하게 다듬고 미술 작품을 보고 느낀 감상을 언어화하고

작품을 매개로 주변 세계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으려면 주변 어른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 책에는 르네상스 시대 미술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독창성, 주제, 양식, 모범적 가치를 기준으로 엄선한 서른 점의 작품들이 수록돼 있다.

가볍게 산책하듯 아이와 함께 작품을 들여다보고

편견 없는 질문과 친근하고 쉬운 해설을 따라가며

가까운 친구와 수다를 떨 듯 서로의 감상을 나누다 보면

미술 읽기에 유용한 시각적 도구들을 읽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역사, 기법, 사조, 주제 등 미술 세계의 주요 이슈들도 섭렵할 수 있다.

이 책은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미술은 소수의 고급 취향이 아니라

누구나 마땅히 누리고 즐길 수 있는 교양이며

누구든 일상적인 언어로 자신의 감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음을 새삼 일깨워 주는,

어른과 아이 모두를 위한 최적의 미술 가이드이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도슨트 교육용으로 쓴 책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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