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 이젠 영화를 봐도 뜻도 모르겠으니, 환장하겠다.
2019. 7. 22. 18:33ㆍ음악/영화. 영화음악
영화 '기생충' 해석, 모든 상징과 의미 총정리 해석편
↑ 해설이 아주 잘 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왜 그리 불편하던지, ,
장면, 장면을 외면하다 못해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까지 일더이다.
여태도록 영화 보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내 삶과는 이 편도 저 편도 전혀 연관이 없건만.....,
잠재의식· 무의식 속에 나도 모르는 위선이 숨겨져 있던 것일까?
칸느에서 상영 끝나고 8분간 기립박수쳤다는 분들이 존경스럽습니다.
혹시 안 보셨다면, 간판 내리기 전에 서둘러 보시기를......
※
참, 영화『라이온킹』은 아이맥스관 3D로 보지 마세요.
기생충 (2019)PARASITE 평점 7.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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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 첫 장면부터 카메라의 시선이 위에서 아래로 향한다. 반지하 집의 창문, 널려있는 빨래, 그 아래의 가족으로 이어지며, 영화 전체의 수직적인 이미지를 처음부터 보여준다. 촬영감독은 이때 인위적인 조명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고 자연광이 들어오는 시점에 맞추어 촬영하였다고 촬영비화를 밝힌 바 있다.
-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기택네 가족이 다른 집이나 카페의 와이파이를 얻어쓰려고 애쓰는 장면이 나오는데, 반지하 집과 더불어 이들 가족이 얼마나 가난에 쪼들려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남의 것을 이용해서 살아가는 '기생충' 같은 면모를 시작하자마자 보여주는 셈이다.
- 충숙이 해머던지기 선수였다는 설정은 완력이 강한 여인, 남편 기택이 체력적으로도 쩔쩔맬 법한 상대의 이미지를 생각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설정이다. 충숙이 해머던지기 선수 출신에다 메달리스트임에도 반지하에서 살고 있다는 점은 운동선수의 열악한 생계와 엘리트 체육의 병폐를 보여주는 사회를 반영한 것이라는 의견이 있으나, 이는 비약이다. 선수 생명이 짧은 운동선수의 특성상 심지어 충숙의 경우보다 훨씬 이름이 알려졌던 스포츠 스타였다 하더라도 이후 생계가 곤란해지는 사례는 적지 않은데, 이것을 계급문제로 보는 견해는 없다. 또한 충숙의 생활이 어려워진 것은 영화의 맥락상 기택의 사업이 실패하였기 때문이지 자신의 운동선수로서의 수입 문제 때문이라고 보기는 무리이다.
- 기택네 가족이 원래부터 작중 모습처럼 궁핍하진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 기택이 거리 소독을 신기해한다. 이로 미루어보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당사항이 없는 아파트 단지 등에서 살다가 최근에야 반지하로 이사오게 되었거나, 혹은 낮시간대에는 사업이나 직장일을 하여 가두소독을 하는 모습을 잘 보지 못하여 왔음을 추측할 수 있다. 또한 기택은 치킨집이나 대왕카스테라 등 여러 프랜차이즈 사업에 도전했다 망한 경력이 있는데 이 역시 초기자본금이 적잖이 들어가는 편이다.
- 4수나 미대 지망은 집에 돈이 정말로 없으면 절대 못 한다. 민혁이 기우에게 요즘엔 기정이 학원 안 나오냐고 안부를 묻는 것으로 미루어, 최근까지는 기정도 미대입시 학원에 다녔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미대 입시는 값비싼 학원 비용 뿐만 아니라 재료비까지 자비로 충당해야 하기에 돈이 많이 지출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택이 여러 사업에 도전하다가 망하기 전까지는 자녀의 입시를 지원해줄 정도의 경제력은 있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 민혁이 가져온 돌을 보자마자 산수경석이라 곧바로 알아보는 것을 봐도 기택은 기본적인 교양과 식견이 있는 인물이다.
- 육사를 나온 대령 출신에 2층짜리 집에 살며 수석 모으기가 취미인 할아버지를 두었고, 명문대를 다니는 민혁을 친구로 둔 것부터가 예전엔 기우도 괜찮게 살았을 거라는 걸 알 수 있는 요소이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자고로 친구 부류란 부와 가정환경에 따라 나누어지는 경우가 많으니까. 기우는 고졸이므로 미성년자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사이었을 것이다.
- 이러한 면모를 보아, 기택의 상황은 가난한 자는 능력이 없거나 노력을 안 해서 가난한 것이라는 편견을 반박하는 설정이라 해석할 수 있다. 기택은 치킨집과 대왕카스테라 같은 자영업도 했고 대리운전기사도 할 만큼 나름대로 노력을 다 하면서 살아 왔으나 하류층으로 떨어졌다. 실패한 이유는 기택이 노력을 안 해서가 아니라 단지 운이 없어서였다. 실제로 기택은 박사장을 차에 태우고 코너를 돌아도 박사장이 손에 든 머그잔 안의 커피가 흔들리지 않을 만큼 운전실력도 좋았다. 그리고 기택 뿐만 아니라 그 식구들도 박사장의 집에 들어가자 각자가 가진 재능을 살려 꽤나 성실하게 맡은 역할을 잘 해냈다.
그러나 극초반부에 가족 구성원들이 고작해야 피자 박스 접는 아르바이트 정도만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견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가족 구성원 4인 모두 신체 건강하며 정신적인 문제가 없어, 막노동이나 대학생 아르바이트생들이 자주 고용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등을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모습을 납득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이를 고려해 "기택 일가는 본래 지금처럼 극도로 비참한 하류 계급이 아니었으나, 거듭된 실패로 계급이 하락한 이후 경제적 활동에 도전할 의지를 잃어버려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라는 해석이 있다. 또는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공백기가 생겨서 아는 가게에서 푼돈 받는 일거리라도 받아온 모습일 수도 있다.
- 기택은 가두소독 연기를 맡으며 유일하게 기침을 하지 않는 인물이다. 단순히 자신이 창문을 열어두자고 했던 말이 있어 애써 참는 것일 수도 있지만, 결말을 보면 기생충들 중 기침을 하던 다른 가족들은 결국 박사장네 집에서 모두 쫓겨나거나 죽지만, 기침을 하지 않고 소독을 버티던 기택만 유일하게 계속 기생하며 살아간다.
- 기택의 방 벽에는 '안분지족(安分知足)'이라는 가훈이 쓰여있다.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아는 모습'이라는 뜻으로 기택의 가족들이 만들어낼 비극을 말리기라도 하는 듯 하다. 아니면 그와 상반된 행동을 했다는 걸 암시하는 듯 하다.
- 피자접기 영상을 제일 열심히 보던 기택의 피자박스가 정작 불량이다. 소독 연기가 들어오는 장면을 유심히 보면 송강호가 피자 박스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대충 접은 뒤 쌓아놓는 모습이 보인다. 계획을 세워봤자 의미 없다던 그의 인생관이자 영화 주제와 겹친다.
- 다만, 불량이였던 피자박스가 기택이 접었던것이라는 확증은 없다. '넷 중 하나는 불량인거지'라는 피자가게 점장의 말에 가족들은 모두 기택을 쳐다보는데, 기택이 현재 가족에서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해석할수도 있다.
- 민혁이 건네준 수석의 이름은 '산수경석'으로, 지니고 있으면 재물과 운을 가져다 준다고 한다. 진짜로 산수경석이 기택의 집에 들어간 이후 재물과 운이 오긴 하는데, 원숭이 손에 소원을 빈 것마냥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계획이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기우는 수석에 대해 '상징적이다'라고 말하는 데 비해, 충숙은 '먹을 것이라도 가져오지'라며 못마땅해한다. 그런데 다음 장면에서는 충숙도 기우가 과외를 위해 집을 나설 때 수석을 정성스럽게 닦고 있다. 이는 당장은 무용하지만, 결국 살아갈 근거가 되는 미래에 대한 계획과 희망이 생겼음을 암시한다.
- 수석에 대한 다른 해석도 존재한다. 기택이 꼽등이를 발견하고 손가락으로 쳐내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만약 기택의 가족을 꼽등이에 비유한 것이라면 수석은 연가시에 비유할 수 있다. 특히나 수석을 본 뒤 마치 홀린 것처럼 신분상승에 집착하는 기우를 보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기우는 수석을 받은 뒤로 피자집 사장에게는 알바 자리를 이야기하며 고작 알바라도 할 수 있다면 만족하는 재수생에서 연세대 재학증명서를 위조하고 부자집 딸을 유혹해 그 집 사위가 되려는 생각까지 꿈꾸는 사기꾼으로 변모하기 시작한다. 기우의 꿈은 갈수록 커진다. 처음에는 '지금은 위조를 해서 연세대생 행세를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연세대 같은 명문대에 들어갈 것이다.'라고 하다가, 부자집 딸 다혜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 뒤로는 사위가 되어 그 집의 일원이 되고 싶어하다가, 종국에는 스스로 돈을 벌어 그 집 자체를 소유할 것이라는 꿈을 꾸기도 한다.
- 민혁이 굳이 기우에게 사문서 위조까지 권하면서 과외를 소개시킨 것은 기우의 약점을 잡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다혜를 늑대처럼 노릴 동기들과 달리 기우가 다혜를 노릴경우 다혜를 포기시킬 보험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민혁은 처음부터 다혜에게 치근덕거리는 남자가 있기를 바라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는 점에서 무리인 해석이다. 기우는 민혁의 입장에서는 설마 이렇게까지 말을 흘려 놓았는데 다혜에게 접근할 생각을 못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고 기우는 부잣집 딸을 노릴 수 있을 정도로 깜냥이 되는 친구는 아니라고 미리 낮잡아 보았을 가능성이 높다. 즉 정황상 친구인 기우에게 부탁을 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 상자가 열리고 기우가 산수경석을 바라보는 장면이 산수경석의 시점샷으로 그려진다. 마치 돌에 눈이 달려 기우와 서로 바라보는양. 이후의 기우와 산수경석의 관계와 연관된 장면이다.
- 인디언 분장을 하고 있는 다송은 기우를 보고 인디언 화살을 쏜다. 자신의 땅에 침입해 오는 미국인들에게 활을 쏘는 인디언 토착민들처럼. 하지만 다송의 화살은 단지 장난감일 뿐이며, 그 장난감 화살도 미국에서 직구한 장난감이다. 자신의 땅에 침입해 오는 외부 세력에게 저항하던 인디언의 모습은 단지 유희거리로 전락했을 뿐이며, 개인은 외부세력의 침입에 대해 막아낼 힘이 없다. 여담으로, 외부에서 '침입'해온 기택 가족에게서 서로 같은 냄새가 난다고 제일 먼저 알아차린 것도 다송이였다.
- 문광이 연교를 깨우는 장면에서, 문광은 유리창의 선을 넘어 잠든 연교의 머리 위에서 손뼉을 친다. 문광이 이미 박사장 일가의 '선'을 넘고 있다는 복선이다. 그러면서도 발 끝은 선을 넘고 있지 않고 있기에 박사장이 이야기했던 '결국에는 선을 안 넘는다'는 말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 기우가 과외를 시작 하기 전 면담 장면에서 연교와 기우 사이엔 배경의 세로로 긴 전등이 놓여있어 둘 사이에 선을 긋고 있다.
- 기우가 연교의 집을 찾아가며 언덕을 '올라'가고 계단을 오르는데 이는 기우의 지위가 상승함을 말하며 뒤에 비오는 날 계단을 내려가는 것과 대비되는 장면이다.
2. 초반부
- 기우는 다혜가 못 푼 문제를 굳이 다시 돌아가서 푸는 태도를 문제삼으며 “시험은 기세다. 나는 네가 그 문제를 푸느냐 마느냐에는 관심없다. 시험 전체를 잘 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지적한다. 기우가 자기 혼자 좋은 일자리를 얻은 것에 만족하지 않고, 기세를 타고 그대로 가족 전체의 출세를 노릴 것을 암시한다. 혹은, 그 전 민혁이 기우네 집에 방문 할 때 취객을 내쫓는 장면에서 충숙이 민혁에 대해 "대학생은 기세가 다르다"고 하는데, 기우가 이를 의식했다고 볼 수도 있다.
- 기정은 검색을 통해 그림에 담긴 상징을 말하면서 연교의 마음을 사로잡아 미술치료 교사로 고용된다. 다른 기택의 가족들이 기존의 인물을 대체하거나 쫓아낸 것과는 달리 기정은 유일하게 누군가의 자리를 빼앗지 않고 박 사장네 가정에 들어간 인물이다. 후반부에 지하에서 올라온 근세에게 죽게 되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 가족사진 옆에 배치된 다송이 그린 그림은 알고보니 냉장고 앞에서 마주친 근세를 그린 것이었다. 후반부 연교의 회상씬에서 다송은 냉장고를 등지고 케익을 꺼내먹고 있었기 때문에 다송의 시점에서는 근세가 우측 뒤쪽의 지하에서 올라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게 그림에도 반영이 되어 있어, 그림을 보면 우측 하단이 어두컴컴하게 칠해져 있고, 인디언 화살처럼 보이는 그림에는 위로 올라가는 화살표(↑)가 그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그림 속 인물의 모습도 근세의 몽타주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흡사하다. 또한 그림이 가족 사진 옆에 배치되어 있는 것은 근세가 박사장 식구에 붙어 살고 있음을 나타낸다. 그림 우측 하단이 어두컴컴한 방공호를 암시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 부분이다. 기정이 다송 그림의 우측 하단이 심리상태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적당히 해석한 것에 대해서 연교는 그 그림을 매일 매일 보면서도 미처 몰랐다며 크게 놀라는데 이는 그림이 실제로는 근세를 그린 것이고 근세가 바로 아래 숨어살고 있다는 진실과도 겹치고 있어서 독특한 느낌을 자아낸다.
- 박 사장이 연교와 함께 "윤 기사를 적당한 이유를 둘러대 해고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인터뷰에 따르면 소품으로 250만원 상당의 '페달을 밟아도 소리가 나지 않는' 최고급 부잣집 쓰레기통을 공수해 사용했다고 하는데, 조용하고 깔끔한 방식으로 문젯거리를 처리해버린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 연교가 문광에게 해고 사실을 통보할 때를 보면 문광과 연교는 모두 유리창에 그어진 선의 오른쪽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프롤로그에서 문광이 연교를 깨울 때 박수 치고 돌아올 뿐이지 발은 선을 넘지 않았다는 해석에 기반하여 추가 해석하면, 연교의 입장에서 문광은 선을 이미 넘어온 존재라고 볼 수 있다.
- 문광이 해고당한 후 충숙은 바로 다혜가 먹고 싶어 한다는 복숭아를 깎아 내놓고 냉장고 안에는 복숭아가 봉지째 들어 있는데, 이 복숭아가 이후 반격에 사용된다. 전통적으로 복숭아는 욕망(주로 색욕에 비유하지만)을 상징하는 과일이다. 잠시나마 기택네 가족의 욕망을 이루는데 도움을 주었고 자신들의 욕망을 지키기 위해서도 사용하였다. 다혜가 기우에게 복숭아를 이야기한 것도 기우에 대한 욕망이라고도 볼 수 있다.
- 박 사장과 연교는 윤 기사와 문광을 해고하며 명확한 해고사유를 말해주지 않는다. 후에 박 사장이 던진 "아줌마야 쌔고 쌨으니 얼마든지 구하면 되지만"이라는 대사에서, 박 사장 부부는 자기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부품 정도로 생각해왔음을 보여준다. 그들에게 해명 기회도 주지 않는걸 보면 당사자의 생계가 끊긴다는 것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볼 수 있다.
- 이에 비춰보면 박 사장 또는 상류층은 사람들이 현실에 눈을 돌리게 만드는 기술을 통해 성공한 것이며, HMD는 이런 욕망을 빗대는 소품일 수도 있다.
- 기택 가족의 경우는 박 사장 저택에 들어가서 잠시 행복하게 목욕도 하고 호사스러운 술파티를 벌이는데, 이는 결국 찰나의 환상에 불과하다. 결국 저택 공간에서 도망쳐 나오면서 기택 가족이 접하는건 말 그대로 시궁창스러운 현실 뿐이었다. 이는 박 사장 가족이 없을 때 저택 뜰에 나와 블루스를 추던 문광 가족도 마찬가지며, 두 가족에겐 박 사장의 저택이야말로 눈 가리고 욕망에 빠져든 가상현실인 셈이다.
- 반대로 박 사장도 가상현실에 빠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비록 박 사장은 회의실에서는 컨트롤러만 만질뿐 HMD를 쓰지 않지만, 이 IT 사업을 벌이며 비즈니스를 위해 자신을 꾸미고 저택에서 아들을 위해 인디언인척하고 지인들을 불러 파티를 벌이는 모습도 욕망에 따라 하나의 가상현실을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박 사장이 문광과 기택 가족을 대하는 태도 역시 기본 사회 규범 내에서 통용될 수준으로 대해준다는 점을 제외하면 진정한 인간 대 인간으로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VR 게임 속 언제든지 대체할 수 있는 NPC를 대하는 모습과 다를 바 없다. 결국 이 가상현실은 피칠갑을 한 근세가 등장해 칼부림을 벌이고 기택이 박 사장을 찌르면서 끝난다.
- 기택 가족이 식사를 하다가 집 밖에서 노상방뇨하는 사람이 또 오자 이번엔 전과 다르게 달려나간다. 여기서 쫓아내기 위해 수석을 집 밖으로 들고 나가는데, 이는 스스로 재물운을 던져버렸다고 해석할 수 있으며, 그들의 재물운이 다하고 몰락이 시작된다는 복선으로 볼 수 있다.
- 수석은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했는지 대신 물을 뿌리고, 기정이 이를 찍으면서 아주 물난리 났다고 농담을 던진다. 후반에 일어나는 진짜 물난리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 차에서 운전사 기택과 뒷자리 박사장이 대화를 나눌때 처음엔 두 사람을 앵글을 나눠서 찍다가(연출적으로 선을 나누다가) "그래도 사모님 사랑하시잖아요?" 라고 묻는 순간 앞자리 기택의 카메라가 뒷자리 박사장에게로 넘어간다. 선을 넘는다는 개념을 시각적으로도 보여주는 간편한 연출이다.
3. 중반부
- 기택네 가족이 박 사장네 집에서 양주 파티를 열 때, 기택은 모든 양주를 잔 하나에 조금씩 섞어서 마신다. 기우도 옆에서 이것도 넣어보라며 거든다. 각자의 섬세한 향이 중요한 고급 주류를 마실 때 금기시되는 행동. 운 좋게 상류층의 삶에 들어가게 되어도 그들만의 문화를 따르지 못해 위화감이 생기는, 아비투스의 차이를 보여준다.
- 초반부의 술상에는 고등어 캔이 테이블에 올라와 있었는데 양주 술상위에는 푸아그라 캔이 올라와있다. 단 따지는 않았고 세워져 있기만 한다.
- 주인공 가족이 술을 마시다 잠시 쫓겨난 윤기사를 걱정하는데, 젊고 능력이 있으니 좋은곳에서 더 잘 살고 있을 것이라 자기합리화를 한다. 그러나 이전 가정부 문광의 경우를 보듯이 해고당한다고 새 직장을 구하거나 더 좋은 직장으로 갔다고 장담은 할 수 없으니, 이는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밟고 올라서서 자기합리화를 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그리고 앞서 언급됐듯 박사장네가 해고 당사자에게 해명 기회조차 주지 않고 이유도 얼버무린채 내보낸 건 '생계가 끊긴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아예 모르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던 것인 반면 기택이 걱정과 합리화를 하는건 적어도 생계가 끊기는게 어떤 건지 절절히 이해하기에 생긴 죄책감 때문이다.
- 충숙이 기택에게 "박 사장 가족이 갑자기 집에 돌아오면 바퀴벌레처럼 재빨리 숨을 처지가 아니냐"라고 말했는데, 정말로 박 사장이 돌아오니 충숙을 제외한 전 가족이 바퀴벌레처럼 어두운 곳으로 숨어버렸다가 슬금슬금 기어서 도망친다.
- 기정은 양주 병나발을 불면서 안주로 육포를 씹는데 알고보니 그건 애완견용 간식이었다. 이것은 양주를 섞어마시는 씬과 마찬가지로 상류층에 기생하고, 그들을 따라해보려하지만 신분상승 행세를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 연교는 캠핑을 떠나기 전 개 사료와 간식을 보여주며 강아지들을 잘 챙겨달라고 부탁했지만, 정작 연교가 떠나고 강아지가 충숙에게 다가오자 전혀 챙겨주지 않고 대충 발로 밀어버린다. 연교가 돌아와서 짜파구리를 먹으려고 할 때, 충숙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문광도 강아지 밀듯 발로 차 버린다.
- 충숙은 "돈이 (얼굴 주름 펴주는) 다리미" 라면서 자신도 연교처럼 돈이 많으면 착해질 것이라고 하지만, 막상 자신보다 돈이 없는 문광과 근세를 보고 기겁하며 경찰에 신고해서 내쫓으려 든다. 돈이 비교적 많아졌어도 전혀 착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타인의 집이 비었을 때 가족(외부인)들을 데려와 사유물품들을 맘대로 사용하며 털어먹는 것 자체가 착한 모습은 아니다.
- 근세가 살던 지하실에 꽂혀져 있던 책들이 대부분 '법학 서적'임을 볼때, 사법시험을 준비했거나 계층이동을 위해 노력한 사람으로 추측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광역을 연기한 이정은은 그 책들은 '지금은 있지도 않은 법을 공부하는 세상물정 모르는 남편'을 표현하기 위해 마련한 소품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 예로 지하실 책장 소품 중에는 특유의 표지 디자인으로 유명한 곽윤직 민법 시리즈가 꽂혀 있는데, 이 법서는 과거에는 법학계의 바이블로 통하던 책이었었으나 현재는 개정도 거의 이뤄지지 않아 수험용으로는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근세가 가지고 있는 책은 누렇게 바래있는 등 상당히 오래된 책. 현재의 법을 공부하기에는 매우 무리인 구닥다리 책일 뿐이다.
- 방공호에서 근세는 박 사장님 리스펙(존경)!!! 이라 외치면서 계단 전등 스위치를 누르는데, 사실 따지고보면 굳이 패닉 룸 안에 저런 스위치가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또한 굳이 모스 부호를 칠 필요 없이 방공호에는 통신 시설이 갖춰져 있는게 보통이다. 다만 통신 시설이 있었다 해도 기택은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설령 아마추어 무선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었다 해도, 애초에 기택은 수배자 신분이라 외부에 자기가 여기 있다고 통신해선 안되는 상황이었다.
- 결국 이는 기생충 영화 안에서 물에 떠오르는 산수경석과 함께 영화의 주제를 나타내기 위하여 일부러 비현실적인 연출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모스 부호라는 영화 내 요소에 맞추기 위해 이런 무대 장치를 만든 것 같다. 다송과 근세가 같은 컵스카우트 출신이라는 설정도 마찬가지. 게다가 모스 부호가 없었으면 영화 말미에 기우가 산에 올라 아버지가 지하실에 있다는 걸 알지도 못했을 것이다.
- 근세가 지하실에 들어와 살기 시작한 시기는 작중 시점으로부터 4년 전이라고 말하는데, 작중 배경은 2018년 6월이고 대만 카스테라 붐은 2016년 말~2017년 초의 일이라 시간대가 맞질 않는다. 문광이 근세와 재회한 뒤 나오는 대화에서 살기 시작한 시점을 4년 3개월 17일로 분명하게 확인해 주는 것으로 보아, 시간관념을 제대로 못 잡은 것은 아닐 듯한데 이 부분은 문광이 충숙에게 동정심을 사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고 혹은 영화적 허용으로, 현실 소재를 가져왔지만 영화 세계관에서 꼭 현실과 같은 시기의 사건이었다고 상정하지 않은 결과 그냥 넣은 것일 수도 있다. 사실 영화 내에서 대만 카스테라가 현실과 같이 이러이러했다는 설명은 나온적 없고 다만 관객의 머릿속에서 그에 대한 스토리가 연상이 될 뿐이다.
- 이에 대해서는 대만 카스테라가 엄청난 창업붐을 일으켰다가, 먹거리 X파일의 과장 보도]와 계란값 폭등 등의 시기적 요소가 겹쳐서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금세 망하고 쪽박을 찼으며, 그 와중에 프랜차이즈 거품을 일으켰던 몇몇 관계자와 건물주들만 이득을 봤다는 사회적 경험을 한국 관객들은 대부분 알고 있기 때문에 대만 카스테라 소재는 시기적 고증 문제를 떠나서 '시의적절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 창업 붐이 일었다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요소들 때문에 갑자기 망하게 되는 상황은, 이후 장면에서 생각지도 못한 폭우로 집을 잃고 체육관에서 잠을 청해야 했던 많은 수재민들의 모습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 한편, 영화의 번역자막에 관해서 이와 같은 '대만 카스테라집'의 시대적, 사회적 배경을 과연 외국인 관객에게 어떻게 그 결을 살려서 이해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는데, 마땅히 이상의 결들을 영어로 전달할 방법이 없어서 글자 그대로 '대만식 케이크집'이라고 번역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 박사장 부부는 자식들과의 스킨십 장면이 거의 없다. 하지만 기우는 과외 첫날 손목부터 시작하여 스킨십 장면이 꽤 나온다. 기정도 교육시 무릎 위에 앉혀놓는 장면이 나온다. 또한, 다송이 문광과 문자를 주고받는다는 점을 미루어보아, 문광과도 스킨십하며 거리낌없이 지내는 사이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 박사장 부부의 금슬 부분은 확답이 어려운 부분이다. 기택이 박사장에게 "그래도 사모님 사랑하시잖아요?" 라고 이야기 했을 때 박사장이 언짢은 표정을 짓는 부분이나, 배우 조여정이 연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재혼했을 것이라는 발언이 존재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둘 간의 금슬이 좋지 않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않다고 해석할 여지 또한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없다. 기택의 발언에 언짢아 하는 것은 작중에서 말하는 '사생활에 간섭해 선을 넘는 것' 때문에 불쾌해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더 설득력이 높으며, 또한 극중 박사장 내외가 바람을 피우거나, 다른 이성에게 관심을 보이거나 서로 불화를 일으키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연교가 재혼을 금방 했을 거라는 해석 역시 박사장에 대한 애정이 깊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다른 시각에서는 자식 사랑이 지극했던 연교가 자식을 부양하기 위해 빠르게 다른 가장을 찾았을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부부관계를 할 때 애무만으로 끝냈다는 것 역시 금슬이 나쁘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어린 아들이 볼 수 있는 앞에서 나체로 정사를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그리고 윤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근세 부부가 살고 있는 지하실에는 콘돔까지 있을 정도로 부부관계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암시되고, 심지어 기택 가족과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도 마사지를 해줄 정도로 애정표현을 강하게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서로에게 표출하는 애정표현의 강도 면에서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편이다.
- 한편 근세 부부의 지하실에서, 콘돔이 꽂혀있는 나무판 옆에 가톨릭의 성가정상이 위치한다. 근세 부부가 처한 상황에서 자식을 갖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따라서 콘돔 옆에 성가정상이 있다는 것은, 가톨릭 교회를 향한 메시지로 볼 수 있다. 가톨릭 신앙을 가진 하류층 사람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부부관계를 맺는 것이 당연하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식을 가지면 안 되는 것이다. 가톨릭 교회가 이런 사람들의 처지도 고려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하나의 메시지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근세가 지하실 생활을 하면서 일반적인 신자 상태였다고 말하긴 어려우나, 꼭 같은 상황은 아니더라도 가톨릭 교회 역사에서 박해를 피해 지하교회가 존재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근세 부부 역시 지하실에서의 삶을 지속하면서도 나름대로 가톨릭 신앙을 지켜갔다고 말할 수 있다.
- 박 사장 일가가 갑자기 캠핑을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와 주인공 일가가 다급하게 뒷정리를 하는 시퀀스 중 유일하게 기정만이 아버지가 깼던 병조각을 치우다 상처를 입는다. 이 또한 결말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4. 후반부
- 충숙이 짜파구리를 막 완성하여 식탁에 차리려는 순간 정신을 차리고 뛰어올라오는 문광을 인식하고 발로 밀어 버리는 장면은 일반적으로는 슬랩스틱 코미디에서 자주 쓰이는 연출이지만, 그 직후 문광이 계단을 굴러 머리를 심하게 찧는 장면은 사태의 파국을 의미하는 매우 심각한 장면이 된다. 극장 관객들도 웃다가 갑분싸하게 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웃음을 자아내는 상황에서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는 장면은 극의 클라이맥스에서 반대 방향으로 변주되는데, 근세가 기정을 칼로 찌르는 충격적인 범죄에서 곧바로 기정이 케이크로 반격하고, 가벼운 욕설을 하는 슬랩스틱이 나오는 장면이 그것이다.
- 짜파구리 씬에서 연교와 충숙이 앉아있는 장면에서 식탁과 의자들을 비춰주는데, 빈자리의 갯수와 박사장네에 '기생'하는 인원수가 같다. 박사장네에 박사장 일가를 제외하고 사람이 더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 폭우는 박시장네 가족에겐 그저 캠핑이 취소되는 살짝 짜증나는 일 정도에 불과하지만, 기택네에겐 하수도가 역류하고 누전이 되며 집이 물에 전부 잠기는 생계의 위협이 되어버린다. 심지어 마당에 설치해놓은 미제 인디언 텐트는 아이의 장난감에 불과할 뿐인데도 폭우 속에서도 물 한 방울 안 들어오고 뽀송뽀송하다는 점, 다음날 연교가 비가 와서 미세만지도 없고 날씨 좋다며 좋아하는 장면에서 다시 강조된다. 상류층에게는 단지 유희거리이며 해프닝인 것이 하류층의 터전이던 반지하집과 그 일대 계층에게는 삶의 터전을 없애버리는 재앙인 것이다. 기택 가족이 박사장에게 기생을 하지 않고 정직하게 살아도 결국 밑바닥으로 계속 추락했을 거라는 현실을 보여준다.
- 영화 중반부까지는 기택의 반지하 집과 박 사장네 집을 오고가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아 두 집간의 거리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는데, 폭우가 쏟아지는 중에 기택 가족이 집으로 돌아가는 시퀀스는 처음으로 양 집간의 시설 차이와 고저 차이를 긴 시간동안 보여준다. 영화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던 와이드샷으로 촬영하여 거리감을 나타내고, 가족들이 내려가는 방향도 우측 아래로, 좌측 아래로, 정면 아래로 구도가 반복적으로 바뀌면서 마치 나선형 계단을 내려가는 것처럼 도시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하강의 이미지(언덕, 비탈길, 축대 계단, 지하터널 등)를 한번씩 비추고도 끝이 없을 것처럼 길게 표현한다. 또한 색감에도 차이를 많이 둔다. 이는 또한 내리막길 뿐인 기택 가족의 앞날을 보여주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 한없이 내려가다가 잠깐 쉬는 중에 일단 묶어둔 지하의 문광, 근세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는 기우의 물음에 기택은 계획이 있으니 집에 가서 우선 씻자고 말한다. 그러나, 뒤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기택은 사실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이는 박 사장이 돌아올 때 박사장을 리스펙한다는 근세를 아무런 계획도 없이 산다며 경멸하고 선 긋기를 했던 기택의 앞 모습과 전혀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 모습이다.
- 하지만 위와 반대로도 해석할 수 있는 게, 문광과 근세를 그냥 방공호 안에 내버려 두었다면 둘은 그 안에 갇힌 채로 그냥 굶어죽든가 출혈로 죽었을 거다. 그러니까 기택에게는 막연하게나마 일단 계획이 있긴 있었으며, 그 계획이란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상황을 내버려 두어서, 문광과 근세를 방공호 안에 그냥 가둬 죽인다는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 하지만 기택이 미리 손잡이를 뽑아두어 문광 등이 안에서는 자력으로 나올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다른 가족들은 몰랐다는 점이 문제. 기택이 가족들에게 그 생각을 빨리 말했다면 그 후의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텐데, 박 사장 내외가 갑자기 아들 생일 파티를 여는 바람에 기택은 그럴 기회를 갖지 못했고 결국 끔찍한 비극을 막지 못하고 말았다.
- 다송은 인디언 텐트에서 전등이 불규칙적으로 깜빡이는 걸 보고 이것이 모스 부호임을 알고 해석을 시도한다. 하지만 다음날 다송의 노트를 보면 단어 완성이 안된 채 잠들었다. 모스 부호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기는 하지만, 봉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근세가 흥분 상태에서 제대로 신호를 보내지 못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문장이 나오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이를 상류층과 하류층간의 의사소통의 단절을 상징한다는 평가도 있다. 그나마 순수한 아이는 하류층의 인생에 동정을 느끼지만,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어리다보니 한계에 부닥친다. 그리고 나이를 먹고 하류층들 만큼은 아니라도 세파에 찌들고 나면, 이해할 의지조차 없어지는 것이다.
- 비록 탁상 밑에 우겨넣었다지만 냄새에 민감한 박사장이 바로 밑에 있는 술과 음식이 뒤섞인 냄새를 못 맡는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아무리 청소를 했다고 할지라도 과자, 술, 음식물이 뒤섞인 불쾌한 냄새일텐데 바로 코앞에 있음에도 맡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사장은 상류층이고 원래 지니고 있던 것들에는 익숙하지만 하류층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하류층의 냄새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해석도 있다.
- 물에 잠겨버린 기택네 반지하집은 전기가 누전되어 형광등이 깜빡거리는데, 이 깜빡이는 형광등 불빛의 모습은 근세가 모스부호로 메세지를 전하던 전등의 깜빡임을 연상시킨다. 혹시 반지하집 형광등의 깜빡임 역시 모스 부호 메세지를 담고 있다면 추가바람.
- 형광등의 깜빡임을 굳이 모스부호로 해석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형광등이 깜빡거릴 당시 기우는 형광등 옆 거실에 수석을 바라본 채로 서있고, 기택은 복도에서 기정과 기우를 부르고 있었다. 이때 형광등이 깜빡거리면서 불이 잠시 꺼졌을때는 절묘하게 거실 전체를 암전시켜 화면에는 복도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는다. 수석을 들고 살인을 결심한 기우의 마음을 암시하는 장치로 볼 수 있다.
- 물에 잠겨버린 반지하집에서 이미 누전의 위험성을 모두가 인식했고 만지는 물건은 물론 물 자체에 언제 전기가 흐를지 모른다는 위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은 가장 중요한 물건이라도 재빠르게 챙겨나와야 하는 슬픈 선택이 강제로 요구된다. 이 때 기택은 충숙의 메달을, 기정은 화장실에 몰래 숨겨두었던 비상금과 담배를, 기우는 수석을 가져온다.
- 기정은 변기에서 오물이 역류하고 누전으로 형광등이 깜빡거라는 급박한 상황인데도, 피하기는커녕 변기 뚜껑을 닫아 오물이 튀는 걸 막기만 한 채 씁쓸하게 담배에 불을 붙인다. 불과 몇시간 전에는 박 사장 집에서 호화롭게 거품 목욕을 했는데, 비를 쫄딱 맞고 와서는 똥물이 튀고 있는 자기 신세에 대해 도저히 한 대 피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을듯 하다. 변기에서 똥물이 역류하는 장면은 하류층 가족이 상류 사회로 거슬러 올라가는 영화의 전반적인 과정이 함축된 장면으로 볼 수 있다.
- 기우는 물 속에서 가만히 떠오르는 수석을 챙겨 나온다. 산수경석은 돌일뿐이지만 실내에 진열하는 조형물로 '신분이 상승'한 돌이다. 처음 집에 들어올때부터 시점샷으로 자신과 눈이 마주쳤었고, 여전히 신분 상승의 꿈을 잃지않고 있는 자신을 대변해주는 물건이다. 즉, 기우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수석으로 상징되는 재물과 신분상승에 대한 계획이다. "자꾸 나에게 달라붙는다"는 말과 함께 잘 때도 끌어안고 자고, 이후엔 이 사태를 해결할 도구로 사용하려 한다.
- 수석이 물에 떠오르는 장면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납득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수석이 가짜였다, 수석으로 상징된 '신분 상승의 희망'이 가짜였다고 해석하며, 그럼에도 챙겨가려는 기우의 행동을 현실을 부정하는 허망한 집착으로 해석함으로써 이 장면 전체를 일종의 블랙코미디로 보기도 한다.
- 그러나 위 해석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게, 영화 내내 돌이 무게감 있게 연출이 되고있기 때문이다. 민혁이 낑낑대며 들고 오고 기우도 무거운 물건을 드는 동작을 하며, 가짜였다면 충숙이 돌을 닦을 때 충분히 눈치를 챘을 것이고, 이후 근세를 죽일 무기로도 쓸 수 없다. 계단 떨어질 때도 소리가 안 나야한다. 어느 모로 보나 그 돌은 물에는 확실히 가라앉아야 하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왜 물에 떠올랐을까? 이는 방공호에 있는 계단 전등 스위치처럼 영화의 주제를 나타내기 위하여 일부러 비현실적인 연출을 감행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당시의 기우는 동네 계단에 서서 발 밑으로 빗물이 콸콸 쏟아져내려가는 것을 알면서도 아래로 가야만하는 참담한 현실을 직시한 상태였고, 감전 위험 와중 급하게 중요한 것만 들고나가야 하는데, 자신을 대변하는 이 수석이 물에 떠오른 것 같은 판타지로 눈에 들어왔다는 것. 봉준호 감독 또한 해당 장면은 실제 발생한 일이 아니라 기우가 느낀 환상을 연출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 기우의 질문에 기택은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무계획이 가장 좋은 계획이다"라 답하는데, 실제로 작중 많은 캐릭터들의 계획은 실패한다. 기택 가족의 박 사장집 취업이 최종적으로 비극으로 돌아간 것하며, 박 사장네는 다송의 생일에 캠핑 계획을 했으나 우천으로 취소되고, 그 돌연 취소로 인해 박 사장집에서 잠시 사치스러운 하루를 보내려던 기택 집안의 계획이 틀어지고, 나쁜 인디언 연기를 펼치려던 박 사장의 서프라이즈 계획과 문광 부부를 죽이려던 기우의 계획, 심지어는 다혜를 남자들로부터 지키고 싶어 기우를 소개해준 민혁의 계획까지도. 정말 많은 것들이 최종적으로 실패한다.
5. 클라이맥스
- 기우가 수석을 챙겨서 '더 밑'인 지하로 내려가려 했던 의도는 결국 문광과 근세를 살해하여 장애 요소를 없애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의문이 있는데, 첫째로 왜 굳이 무기로는 적당하지 않은 수석을 들고 갔는지, 둘째로 왜 문광을 발견하고 괜찮은지 확인부터 했는지가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우가 수석을 재물과 신분상승의 상징으로 해석하고 수석이 몸에 붙는다는 불가사의한 경험 내지 믿음에 의한 착각에 의하여 수석에 주술적 의미를 부여하고 그 수석으로 살해의 행위를 완성하면 바랐던 바가 이뤄지리라고 믿기에 이르렀다고 보면 수석을 들고간 행위가 설명이 된다.- 문광을 발견하고 괜찮은지 확인부터 한 것은,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로 하였으나 아직까지 범죄를 저지를 정도로 선을 넘지는 못한 기우가 직접 시체를 목도하곤 충격을 받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고 수석으로 공격을 하기 전에 이미 죽어서 더 처리할 필요가 없는지 확인하는 모습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애초에 물에 떠오른것부터가 상징적인 연출이자, 기우의 환상을 연출한 것이니 연결 선상에서 이해할만한 부분이다.
어쨌든 그렇게 수석을 들고 간 기우는 계단에서 수석을 떨어뜨린다. 집 밖에서 노상방뇨하는 사람과 싸우러 갈때는 물을 묻히는데 그쳤지만 이번에는 정말 지하에 내동댕이치고 만다. 이게 불운의 시작이었는지 기우는 근세에게 공격당해 기절하고 만다.
- 과외교사, 운전기사, 가정부는 상류층이 아니어도 상류층과 같은 공간에서 섞일 수 있는 직업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넘을 수 없는 선이 존재한다. 마치 박사장네 집의 매실청과 기우의 머리에서 흐른 피가 바닥에서 서로 만나긴 하지만 섞이지 못하는 모습처럼. 또한 위에는 산해진미가 차려져 있는 모습과, 지하에서 매실청으로 허기를 달래는 근세의 비참한 모습도 대비된다.
- 인디언 분장을 하고 기택과 박사장이 숨어 있을 때, 기택의 말이 선을 넘자 박사장이 불쾌해하며 이것도 일의 연장이라고 선을 긋는 말을 한다. 앞서 박사장이 차 안에서 "부인을 사랑하시잖아요?" 하고 질문하는 부분에서 언짢아 한것과 같은 맥락이다. 자신의 사적인 감정의 영역을 질문하는 것을 지켜야할 선으로 보고 불쾌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 다만 기택의 입장에선 조금 다른게, 앞서 차에서 한 말은 박 사장과 잘 지내보자는 의미에서 '나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이다' 며 가족을 매개로 친해지려 한 거라 볼 수 있지만, 이번 "뭐 부인을 사랑하시니깐" 은 심신이 피로하고 냄새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인 이후 입장에서 분명 비아냥거릴 의도로 한 말임이 보인다. 이 말을 들은 박사장이 불쾌한 심정을 내보이는 것도 차 안에서의 상황보다 더 설득력이 있는데, 기택의 어조, 표정, 말투가 호의적이지 않고 심드렁한 표정이었기 때문에 비꼬는 것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 이에 대해서는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연교가 태생부터 상류층이었던 것이 아니라 결혼을 통한 신분상승을 이룬 여성이었다는 가설을 세우면 박 사장이 이 질문에 이토록 불쾌해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영화에서 연교가 처음부터 상류층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이게 하는 암시가 군데군데 보인다.
- 예컨대, 아무런 의미 없이 일상적인 대화에서 국영혼용체를 쓰는 모습과 기우와 기정이 대충 둘러대는 거짓말에도 아는 척하면서 반응하는 모습에서도 연교가 원래는 학식이 뛰어나지 않았음을 알 수가 있고, 기택 가족들의 냄새를 처음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모습, 남편과 누워서 대화할 때 지하철을 타 본 지 너무 오래돼서 그 냄새를 잘 모르겠다고 한 점은 결혼 전에는 부유층이 아니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는 박 사장이 느꼈던 그 차이를 미처 알 수 없었다고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비록 한우가 들어 있기는 했지만 본질적으로는 서민들의 음식이나 다름없는 '짜파구리'를 맛있게 먹는 모습에서 한우가 든 짜파구리가 연교의 신분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 이 가설이 맞다면, 박 사장의 기준대로라면 결혼으로 신분상승을 이룬 연교 또한 분명히 부유층이 경계하는 '선을 넘어버리는 것'이 되고, 박 사장의 기준에서 연교는 중대한 예외가 되는 것이다. 남편이 굳이 무리해서 아내가 원하는 것을 애써서 들어주는 것을 두고 사랑해서 그런 것이라고 해석하는 기택의 물음은 박 사장이 감정에 따라 기준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라고 비난하거나, 애착감이 있는 사람에게는 계속적으로 빈틈을 주는 사람이라고 얕잡아 보는 것으로 들릴 소지가 있게 된다. 그게 아니면 연교가 자신에게 애착감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컴플렉스를 건드렸다고 볼 수도 있다. 기택을 철저한 아랫사람으로 보는 박 사장의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말을 참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 영화의 제목인 기생충이 단순히 기택같은 하류층들한테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라, 연교 같은 상류층들한테도 해당되는 내용이라는 비평가들의 주장도 있다. 쉽게 말해서 연교도 남편의 부에 기생하면서 빌붙어 사는 기생충이고, 하류층들만 아니라 상류층들 안에서도 기생충이 있다는 뜻이다. 즉, 이 영화는 하류층이나 상류층들이나 할 것 없이 모든 인간관계는 서로를 이용하고 착취하는 숙주-기생충 관계나 다름없다는 냉소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 박사장 또한 지하철의 냄새, 무말랭이 말리는 냄새 등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본래 상류층은 아니었으나 사업 성공을 통해 자수성가한 타입이라는 추측도 있다. 특히나 무말랭이의 말리는 냄새는 일반적으로 알기 힘든 사항이다. 보통 사람들은 양념까지 다 된 상태에서 무말랭이를 접하지, 무말랭이의 냄새 그 자체를 제대로 인지할 단계인 말리는 냄새는 접할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 물론 본래 부유층이라 해도 옛날 사람인 박 사장의 부모가 집에서 무말랭이를 만들었을 수도 있긴 하다.
- 박 사장 입장에서는 엄연히 주말 수당을 준다는 것을 미리 말하고 불렀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선을 지키는 것은 기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정당한 보수를 지급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것은 기택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처럼 기택에게 있어서 업무인 것이다. 하지만 기택은 그저 운전기사일뿐이고, 이벤트 행사직원도 아니므로 아무리 수당을 준다고 한들 인디언 분장을 하는 것은 엄연히 계약 이외의 업무를 시키는 것이다. 선을 넘는 행동을 결벽증스럽게 중요시하는 박 사장이지만, 그러는 본인도 역시 선을 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 파티장에 올라온 근세는 기정을 찌를 때 케이크를 얼굴에 맞게 된다. 근세는 이미 얼굴이 전날 밤 구조를 요청하며 스위치에 머리를 마구 찧어 피투성이였는데, 그 얼굴에 하얀 생크림이 묻어 마치 피에로 분장을 한 것처럼 보인다.
- 근세가 드디어 최초로 대면한 박 사장을 향해 "리스펙(respect, 존경합니다)!" 이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만 정작 박 사장은 알아듣지 못하고 황당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아무리 하류층이 상류층을 찬양하고 그들한테 자기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외쳐도, 상류층들한테는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며 그들은 하류층들과 의사소통이 아예 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풍자하는 묘사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쉽게 말해서 상류층들한테 하류층들은 그냥 안중에도 없다는 의미다.
- 영화 본편에서 근세가 아무리 이마에서 피가 흐를 정도로 도와달라고 모스 부호를 보내도 박사장이나 그 아들인 다송은 전혀 알아듣지 못하거나 그저 재미있는 놀이 정도로 여겼듯이 말이다.
- 기택이 박 사장을 찌르는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부분이다. 근세의 난입으로 딸이 해를 입은 상황에서 기택이 선택가능한 행동들을 생각해 보면 그동안 숨겨왔던 신분을 노출시키고 딸을 우선 구하거나, 일단 박 사장에게 키를 건네준 다음에 딸을 구하거나, 근세의 숨을 확실히 끊거나, 당황하여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도주하거나, 순간적 상황변화에 너무 놀라서 그대로 얼어버리는 것 정도가 상식선에서 이해 가능한 이후 행동들일 것이다.
- 그럼에도 기택은 이 선택지들을 모두 취하지 않고 딱히 면전에서 직접적으로 해를 끼치지 않았던 박 사장을 돌연 공격하는 행동을 보이는데, 이 장면은 영화 전체에서 가장 뜻밖의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많은 해석들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 단순히 상황만 보고 해석하게 되면 기생충을 추리영화나 공포영화처럼 해석하게 된다.
- 우선 기택이 자기 가족들의 정체가 박 사장에게 들통났다고 판단해 당황해서 공격을 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혼란스러운 상황중에서도 기택은 기정이 자신에게 아버지라고 부른 것을 박 사장이 들었다고 착각하고 다혜가 기우를 업어가는 것을 목격하고 증거를 박 사장이 이에 대해 보복하기 전에 공격했다고 추측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해석해도 과연 그것이 박 사장을 공격할 동기부여가 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 박 사장이 자동차 열쇠를 드는 것을 보고 자동차 열쇠를 빼앗으려고 박 사장을 공격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기택은 박 사장이 아들인 다송을 아낀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박 사장에게 피흘리며 죽어가는 기정을 차에 싣고 응급실로 가도록 해달라고 부탁해도 박 사장이 거절할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차 열쇠를 빼앗기 위해서 공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이렇게 해석하면 기생충은 처절한 공포영화가 된다. 근세의 칼부림으로 인해 난장판이 된 상황에만 집중해 해석하거나 기택과 박 사장 둘에게 모두 감정이입하지 못았을 경우에도 주로 이런 식으로 해석하게 될 것이다.
- 심리적으로 해석하게 되면 이를 무계획적이고 충동적인 성향을 보여 왔던 기택의 충동적인 살인범죄로 보게 된다. 전날과 당일의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분노의 임계점에 다다른 상황에서, 박 사장이 근세의 냄새에 얼굴을 찌푸리는 장면에서 여러 요인들이 결합되어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당시 기택의 정신을 극단으로 몰아붙인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박 사장 집 테이블 밑에 숨어서 엿듣던 대화 내용에서 행주 말린 냄새, 지하철에서 나는 불쾌한 냄새가 난다는 등의 언급으로 인해 자신의 가족을 모욕하는 것처럼 보여서 인간적인 모멸과 상처를 받았다. 감독이 냄새가 이 영화의 중요한 요소라 밝혔듯이, 관객 입장에서는 특히 이 냄새와 관련된 경험에서 자기 경험이나 입장을 대입해 얼마나 공감했느냐에 따라 특히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 박 사장과 연교의 부부관계 때 둘이 말하는 싸구려 팬티와 마약이 자신의 딸 기정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영화에서 크게 묘사되지는 않지만 가부장으로서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았음을 추측해볼 수 있다.
- 수해로 인해 반지하 집이 침수된 것은 기택이 과거에 겪었던 외부 충격으로 인한 위기 상황을, 특히 대왕카스테라 사업 실패 트라우마를 충분히 발동시킬만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임시대피소 바닥에 누워서 기우가 무슨 계획이 있냐고 물었을 때 기택은 "무계획이 계획이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비참한 처지에 또 한 번 개인 및 가부장으로서의 무력감을 느껴야만 했다.
- 문광과 근세가 지하실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히 혼란스럽고 심란한 상황인데, 여기에 기택은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문광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음을 목격했다.
- 졸지에 하루 아침에 수재민이 된 바로 다음날 아침, 연교에게 불려가서 고급 식자재 쇼핑을 따라다녀야 했고, 이는 당장 저녁시간에 먹을 것도 하나 없는 자신들의 비참한 처지와 반대로 호화스럽게 아들의 생일파티를 벌이고 있는 박사장 가족들의 모습들이 극단적으로 대비되어 더더욱 비참함을 가중시켰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앞좌석 머리쪽에 발을 올려놓은 연교가 기택의 냄새 때문에 자동차 창문을 열어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인내심의 임계점까지 몰린다.
- 그나마 기우, 기정은 파티에서 손님이었지만 기택은 당장 오늘 저녁의 먹을거리와 생계를 위해서 박사장 아들 생일파티의 참석자가 되는 손님들의 유희거리가 될 인디언 분장까지 해야만 했고, 박 사장에게 이것도 일의 연장이라 생각하라고 한마디 잔소리까지 듣는다. 가족 중에서 기택만 유독 혼자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쉴 새 없이 두들겨맞는 상황이었다.
- 이런 점들을 볼 때 기택의 입장에서는, 박 사장보다는 근세의 처지에 더 공감하기 쉬운 입장이었다. 둘 다 대만 카스테라 사업을 하다가 망해버렸던 것도 그렇고, 박 사장이 의식해서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냄새 난다고 배척받는 입장인 것도 기택과 근세 모두 동일했다. 그런 상황에서 죽은 근세의 몸을 들어 차열쇠를 챙기면서 코를 막는 모습을 본 기택은 자신과 근세의 처지를 동일시했을 수 있다.
- 비록 근세가 자기 가족들을 해치긴 했지만, 자기와 아내가 문광을 죽게 만들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기택은 근세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며, 그에 대한 죄책감도 심하게 느끼고 있었음이 작중에서 표현된다. 따라서 기택 입장에서 볼 때 근세는 자신들에게 정당한 복수를 하려다가 실패하고 도리어 살해당한 희생자인 셈이다. 그런 비극적인 죽음 앞에서 차 키를 얻으려고 시신을 밀어내고 냄새 때문에 코를 막는 박 사장의 행동은, 본인에게 그럴 의도가 없었음에도 기택 입장에서는 사자에 대한 끔찍한 모욕으로 비쳤을 것이다.
- 이처럼 기택의 과거 상처 + 개인적 자존심 + 가부장으로서의 지위 등 모든 것이 쉴 새 없이 무너져버리고 공격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간신히 버티던 와중에 기우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업혀 나가고 기정은 칼에 맞아 죽어가고, 충숙은 근세와 뒤엉켜 싸우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져버린 상황에서, 코를 막은 박 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분노하는 임계점을 깨버리는 결정적인 트리거를 당기게 되었고, 늘 착하다고 말해왔고 면전에서는 크게 실례하지도 않았던 박사장을 그만 칼로 찔러서 살해한다.
- 역설적이게도 '선'에 유독 집착하던 박 사장은 뜻하지 않게 기택의 마음 속 선을 넘어버림으로 인해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 것이다.
- 이렇게 기택에게 감정이입을 해서 그의 고통과 절망 및 수치심에 공감했다면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소름끼치게 현실적이고 뒷맛 나쁜 사회풍자극으로 여겨질 것이다. 아마 이 영화를 보는 대다수의 관객은 박사장네와 기택네 양쪽 모두에 속하지 않는 그 중간쯤 되는 계층일 것이다. 영화를 여가 수단으로 삼을 정도의 생활이 되는 사람이라면, 지하철 냄새가 난다는 박 사장의 말에 반발심이 생기면서도, 동시에 비가 와서 침수될 정도의 집에 살지는 않기 때문에 비 온 후 미세먼지가 걷히는 것을 반기는 모습에 자신도 공감을 할 것이다. 이 영화의 해석이 더욱 풍부해지는 이유다.
- 상황을 보고 공포를 느끼지 못했거나 심리적으로 기택에게 공감하지 못한 관객이라면 결말부에 왜 기택이 폭발해서 박 사장을 살해했는지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관객들에게 기생충은 여타 예술영화마냥 이해할 수 없는, 불친절하고 답답한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 실제로 모 헌법재판관은 트위터에 '김기사가 박대표를 죽인 이유가 뭘까?' 라는 트윗을 올렸다가 스포일러 행위에 대한 비난과 함께 당신은 이때까지 갑의 입장에서 살아왔으니 이유를 모르는게 당연하다는 지적을 받고 트윗을 수정했다.
- 이런 상황이나 심리 해석을 다 배제하고 이를 배제하고 온전히 객관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박 사장 일가가 기택 가족이나 문광 부부에 비해 인격적으로 잘못됐다고 하기는 어렵다. 영화가 주인공 기택 가족 시각에서 전개되어 기택이 박 사장을 살해할 당시의 심리적 개연성이나 공감을 기택 쪽에 맞추게 돼서 그렇지, 사실 엄연히 악인은 기택 가족 쪽이다.
- 하류 계급인 두 가족이 저지른 수많은 범죄와 대비되게 박 사장 일가는 이 영화에서 그 어떤 범죄도 저지른 적이 전혀 없으며, 기택 일가에게서 풍기는 '냄새'에 대해서도 면전에서 대놓고 언급하는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애초에 냄새에 대한 언급을 들었던 것도 기택 가족이 박 사장 집이 숨어있다 우연히 엿들은 거다.
박 사장의 행동에서 그나마 윤리적인 비판을 받는 부분은 기정이 칼에 찔려 피를 철철 흘리는데 아들인 다송의 실신만 걱정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어느 계층이든,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자기 자식이 위험한 상황에서 타인의 위험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다. 이는 계층과 관계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할 것이며, 따라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물며 파티 중에 갑자기 낯선 사람이 나타나서 사람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아수라장이라면 냉정함을 잃고 본능에 따라서 행동하는 것도 나무랄 수 없는 일이다. 앞선 장면들로 박 사장이 아들을 상당히 아낀다는 것도 알 수 있고, 평소에도 정신이 불안정해서 신경썼던 어린 아들이 기절하자 우선적으로 아들을 챙기는 것은 당연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이미 연교의 입으로 '아이가 기절하고 15분이 지나면 위험하다'라는 언급도 나왔었다. 설령 이 부분을 비윤리적이라고 지탄한다고 해도, 기택 일가의 비윤리성(과실치사, 살인미수 등)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단적으로 박 사장이 타인의 죽음을 외면하는 인간상이라면, 기택 일가는 진짜로 타인을 등쳐먹고 죽이려고 하는 인간상이다.
따라서 이 영화에서 기택이 박 사장을 죽인 행동을 공감하는 것과 별개로 옹호하거나 죽어 마땅하다고 평가한다면, 기택 일가와 문광 일가는 더더욱 모두 죽어 마땅하게 된다. 결국 언더독 효과에 휘말려 부유층에 대해 무조건적인 경멸을 보이는 사람들의 맹점과 허를 찌른 영화로 평가할 수도 있다.- 작중에서도 '이 사람들 참 착해', '우리가 저만큼 돈 있어봐라 우리도 착해지지' 라는 대사로 하류계급의 인간상이 박 사장 일가보다 꼭 더 좋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에필로그에서 기택이 박 사장의 사진을 향해 사죄를 하는 것을 보면 기택 본인도 그저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이었고 잘못한 사람은 박 사장이 아니라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 영화 내 상황이나 기택의 심리에 집중하지 않고 영화 전체를 계급투쟁의 알고리즘으로 분석한다면, 어차피 계급투쟁에는 선악이 없기 때문에 박사장 개인의 인성과 무관하게 박 사장은 살해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사회 체제의 문제는 계급 자체, 혹은 구성원 개개인 대한 선악으로 볼 수 없다는 의미이다.
- 실제로 기택이 모든 사건이 끝난 후 지하실에서 박사장의 사진을 보며 미안하다고 자책하면서 우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해석에 의하면 박 사장이 말하는 '냄새가 선을 넘는다' 는 것은 하류 계급이 상류 계급 사이로 침투함을 의미하며, 상류층은 이에 대해 거부감을 표출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냄새' 란 어디까지나 생리적인 현상이라는 점이다. 또한 '냄새'를 맡는 행위와 이에 대한 거부감 또한 역시 본능적인 현상이기 때문 박 사장이 '냄새'를 맡고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딱히 박 사장 일가가 마음이 사악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작품 안에서의 설정으로는 본질적으로 생활 환경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며, 외적으로는 계급 이동을 거부하는 체제 자체의 문제점이라고 보는 해석이 가능하다.
- 기택은 박사장을 살해한 뒤 정원을 가로질러서 주택의 출입구를 통해 빠져나간다. 이 때 기택은 저택의 그림자가 드리워 어두워진 곳에서 출발하여 밝은 곳으로 달려나가지만, 출입구를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나선형 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감과 동시에 어두웠던 처음 지점의 방향으로 돌아 들어가며 사라진다. 이는 나중에 밝혀지는 기택의 행보를 암시하는 연출이라 볼 수 있다.
- 다송의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해 악당 인디언을 제압하는 퍼포먼스를 계획했으나, 결국 다송은 자신이 좋아하던 미술교사 기정이 면전에서 칼에 찔리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과거의 트라우마를 발생시켰던 귀신(근세)의 모습을 다시 목격함으로써, 트라우마는 나아지지 못하고 오히려 더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게다가, 아버지 박 사장도 살해당하면서 금전적 여유도 줄어들었을 테고 어머니 연교마저도 트라우마가 생겼을테니 아이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보인다.
다만, 조여정의 인터뷰에 따르면 "연교는 금방 재혼했을 것이다"라고 봉준호 감독이 말했다고 한다. 단순히 조여정을 위로하려고 했을 말일지도 모르지만,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판단이 가능하다. 연교가 박 사장에 대한 애정이 깊지 않았다는 해석, 혹은 자식 부양을 위해 빠르게 재혼을 할 것이라는 해석을 할 수도 있다.
- 기정의 사망 원인은 과다출혈인데, 칼에 찔린 기정의 몸에서 칼이 뽑힌 점, 압박지혈을 시도하는 기택에게 아프니까 그만 누르라고 한 것, 다혜에게 업혀서 바로 실려나간 기우와 달리 더 오래 방치되어 있던 점들이 전부 복합적으로 작용해버린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에서 기정이 칼을 맞았을 때 생크림 케이크로 반격하는 일종의 슬랩스틱이 나오고, 그와중에도 기정이 가벼운 욕설을 하는 점, 놀라서 달려오는 부모에게 괜찮다고 하는 점 등에서 기정은 죽을 정도로 상태가 위중하지는 않은 것처럼 보이게끔 연출하고, 반면에 무거운 돌로 머리를 두 번이나 가격당한 기우는 매우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보이게끔 연출하였는데, 결과는 기정이 죽었고 기우가 살아나는 것 또한 역설적이다.
6. 에필로그
- 이는 사회의 갈등을 봉합하고 수습해야 할 사회적 제도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해석으로는, 가짜 대학생 행세를 하며 시작했던 기우의 사기행각을 역설적으로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다. 모든 가족이 겉모습을 그럴듯 하게 박사장 가족을 속였지만, 겉모습이 그럴듯하지 않다고 해서 진짜 직업인들을 평가하며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웃긴 상황. 더닝 크루거 효과가 생각나기도 한다.
- 실제로 이후 기택은 지하에 남아 있던 박 사장의 보도사진을 보고 그를 살해한 것을 뉘우치기도 하고, 지하실에 시체로 방치되어 있던 문광을 예의를 다해 바깥에 매장해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기택은 지하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기생충과 같은 삶을 계속 사는데 만일 자수하게 되면, 충숙의 살해 혐의가 드러날 수 있어서, 기우와 충숙에게도 실형 이상의 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한 듯하다.
- 참고로 영화 올드보이, 살인의 추억(2003)이 나온 시절에는 우리나라의 형사소송법상 살인의 경우에도 15년 이상을 숨어지내면 처벌이 더 이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위 영화들에서 주된 소재로 언급되기도 했지만, 작중 시점인 2018년은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없어진 태완이법이 이미 실행된 이후의 시점이므로 기택이 아무리 오래 숨어 지내더라도 적발될 경우 살인죄의 혐의에서 벗어나기는 어렵게 되었다. 즉 영원히 사회에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기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만 진심으로 반성을 했으면 가족 모두가 지은 죄에 대한 죄값을 온전히 치루기 위해 자수했을테고 참작을 받았을 수도 있었을텐데 끝까지 그것을 하지 않는다는 점은 결국 반성하는 척은 하나 진정한 죄에 대한 벌은 받고 싶지 않다는 뜻으로 보인다. 본질적으로 기택의 인성이 달라지진 않았다는 의미다.
- 기우가 수석을 강에 놓는 장면은, 돌인데 신분 상승이 되었던 수석을 원래 돌의 자리로 되돌리면서 그동안 부잣집 딸과의 연애를 통한 신분상승의 꿈이 허황되었음을 인정하고 그 꿈을 포기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으며, 기우가 재물의 운을 불러온다는 주술적 도구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로 하였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이 수석을 살인 흉기로 이용하려고 했던 점을 생각하면 자기 가족의 안전을 위해 살인까지 불사할 정도로 타락했던 마음에서 벗어나 정당한 삶을 살아가겠다는 다짐으로도 볼 수 있다. 어떤 식으로던 과거에서 벗어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해석은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다.
- 이후 기우가 세우는 계획은 일단 돈을 많이 벌어 박 사장의 집을 산다는 것인데, 그 구체적인 실현 방법은 전혀 나오지 않고 그것이 그저 꿈일 뿐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현대 사회에서 서민들이 집을 사는 것에 갖는 의의를 생각해봤을 때 계획이 결국 그거냐는 것에 더욱 더 허탈감이 느껴진다. 마치 기우가 실제로 돈을 벌어 아버지를 구출하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여주다가 사실은 기우는 반지하에 그대로 머물러 있고 심지어 아버지에게 답장을 보낼 방법도 없다는 것을 다시금 강조하여 확인사살한다. 즉, 기우도 사실상 이제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것으로, 이는 '계획적인 삶'이라는 것도 그걸 구체적으로 실현할 방법이 없는 하층민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희망고문일 뿐임을 의미한다.
- 계획하면 계획대로 안 된다는 기택의 말과 실제로 클라이맥스에서 최악으로 틀어진 기우의 계획을 보면, 영화는 그 꿈에 대해 굉장히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비치고 있다. 그리고 그 헛된 꿈이 바로 밑바닥에 있는 사람을 다시 살게 하는 희망이 되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씁쓸하게 그리고 있다.
- 이동진의 라이브톡에서 밝힌 봉준호의 설명에 의하면, 계산해봤더니 기우의 평균임금으로 그 집을 사려면 500년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기택에게 아무런 답장도 보낼 수 없는 기우의 현실과 맞물려서 기택이 방공호에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자수 말고는 없지만, 기택은 그럴 의지가 없어 보이고 기우 또한 그 점은 염두에 두지 않고 집을 살 생각만 하는 걸로 미뤄볼 때 아마도 기택은 결국 방공호 속에서 응답없는 구조신호만 보내다가 쓸쓸히 죽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근세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 셈이라는 점. 같은 사업을 하다 망한 전적도 그렇고 모스 부호를 배워서 신호를 보내는 행위도 근세의 행보를 닮아가고 있어, 아무도 없는 고립된 곳에서 근세처럼 또 다른 집주인에게 리스펙을 외치면서 정신병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다.
- 이 저택에서 벌어진 참극이후 한국인이 아무도 집을 사려하지 않자, 한국의 외국계회사 사장인 독일인 가족이 이 집을 사고 필리핀인 가정부가 들어온다. 이는 한국에도 국제화의 물결이 불어오면서, 또다른 하층민, 노동자 집단인 외국인노동자 문제까지 닥쳐 왔음을 뜻한다. 만약 한국인이 이 집에 살아서 입주가정부도 한국인 이라면 기택이 신분이 발각 되었을 때 최소한의 언어적 소통이라도 될 것이다. 또는 수년 정도 지나 사람들이 이 저택에서의 살인 사건을 잊었을 때 충숙이 신분세탁 이후 이 집에 위장취업해서 문광과 근세처럼 살아가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언어의 장벽으로 그 마저도 불가능해졌다.[37]
7. 그 외
- 봉준호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냥 보고 나서 온갖 생각이 드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보고 나면 웃기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갈래 없이 드는 생각들 속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영화가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를 하였다.# 결국, 관객들이 숨어있는 복선의 해석을 찾아내는 일련의 과정도 "이 장면의 복선이 사실인가? 아닌가?"의 진위여부를 떠나 관객들이 자신만의 해석으로 분주하게 복선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는 반응을 직접 보는 것도 봉준호 감독 자신이 원하는 시나리오였던 것으로 보인다.
- 또한, 봉준호 감독은 국내 언론시사회에서 "굳이 양극화, 경제 사회적인 이야기를 결부시키지 않아도 가난한 자와 부자들의 이야기를 넓게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이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라는 건 영화 그 자체”라며, “영화를 통해서 부자와 가난한 자들을 학술적으로 분석한 것이 아니다. 인간의 모습을 투영해서 보여주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 또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은, 서로간의 예의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인간 존엄에 대한 문제들을 건드린다고 생각한다. 기생, 편생, 공생과 상생이 거기서 갈라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전했다. 봉준호는 <기생충>에 대해 “출발 자체가 가족이다. 기묘한 인연으로 얽히는 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면 어떨까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기본적인 삶을 이루는 단위이자 삶의 형편에 따라 다 형태가 다르다. 우리 삶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에서부터 밀접한 우리 삶의 이야기를 다루자 싶었다. 둘 다 부자와 가난한 자 이야기지만 좀더 현실적이고 우리 삶에 밀접한 이야기를 다뤄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 이 영화에서 기택 가족이 상류층과 상류층의 사회로 진입하는 과정은 계단을 올라가는 것으로, 하류층과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은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으로 비유된다. 반대로 이미 상류층인 박 사장 가족의 경우에는 계단을 올라가는 장면은 자주 나오지만 계단을 내려가는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아 대조를 이룬다.
- 상류층과 하류층이 대비되는 모습은 자연광의 차이에서도 나타난다. 박 사장네 집은 현실의 건축 자문에서 창문이 너무 커 열효율이 떨어진다며 현실엔 존재할 수 없는 집이라고 할 정도로 통유리창이 커서 햇볕이 정말 많이 들어온다. 기택네 가족과 충숙-근세 부부가 박사장네 집에서 상류층의 생활을 몰래 누릴 때도 햇빛이 환하게 쏟아졌고, 다송의 생일파티에서도 사람들이 정원의 밝은 햇볕 아래에서 파티를 즐기고 있다. 반면, 기택네 반지하집은 하루 중 햇볕이 들어오는 시간이 매우 적고, 근세가 사는 방공호에는 아예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다. 폭풍우가 몰아치고 햇빛이 들지 않게 되는 시점부터 기택 가족의 몰락이 시작되며, 영화 마지막에 기택은 햇빛을 볼 수 없는 방공호에서 살게 된다.
- 박 사장 주택의 새로운 기생충이 되어버린 기택은 근세와 달리 자신을 돌봐줄 사람 하나 없어 더욱 절망적이고 위험한 상태이다. 심지어 기택은 살인을 저질렀으므로 공소시효조차 없다. 차라리 자수하면 가족간의 면회라도 가능하고 자신의 생존도 보장받을 수 있다. 기택은 아무래도 사건 조사 과정에서 가족이 저지른 감금, 폭행, 살인(미수), 사체유기가 드러나 더 큰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
그런데 문광은 이미 정원에 암매장되었고 에필로그에서도 딱히 문광의 실종에 대한 수색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이므로 기택이 입 다물고만 있으면 문광의 죽음은 영영 묻힐 가능성이 크다.
기우와 충숙은 이미 사문서위조와 주거침입, 폭행치사로 집행유예를 받았기에 더 처벌받을 여죄도 없다. 기우는 편지를 받아 모든 사정을 알고 있으니 차라리 기우가 아버지의 은신처를 밝혀서 방공호보다는 교도소로 보내는 게 더 낫다. 기약 없는 방공호 생활보다는 자수하고 모범수로 살면 십수 년 안으로 나올 희망이 있는 교도소가 더 나으니까.
기우와 충숙은 이미 사문서위조와 주거침입, 폭행치사로 집행유예를 받았기에 더 처벌받을 여죄도 없다. 기우는 편지를 받아 모든 사정을 알고 있으니 차라리 기우가 아버지의 은신처를 밝혀서 방공호보다는 교도소로 보내는 게 더 낫다. 기약 없는 방공호 생활보다는 자수하고 모범수로 살면 십수 년 안으로 나올 희망이 있는 교도소가 더 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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