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의 언어

2019. 2. 15. 13:43책 · 펌글 · 자료/인문 · 철학 · 과학





노래의 언어 2018. 3




《우리 음식의 언어》로 삼시세끼 말들을 통해 우리 삶의 자화상을 보여줬던 국어학자 한성우가 먹고사는 일만큼이나 우리 삶 속 깊이 들어와 있는 노래의 말들을 탐구해 풀어낸 『노래의 언어』. 저자는 ‘노래방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우리가 즐겨 부른 26,250곡의 유행가를 선별해내고 원고지 75,000매 분량의 노랫말을 언어학적 통계로 분석했다.
흘러간 옛 유행가에서 오늘날 방탄소년단과 쇼미더머니까지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읽어내고, 동시에 그 중심을 관통하는 세대 문화의 특성을 발견해낸다. 일상의 언어보다는 정제되고, 문학의 언어라기에는 속되다고도 할 수 있는 독특한 성격의 언어인 노랫말을 통해 사랑과 이별뿐만 아니라 우리 삶과 세상의 여러 문제들을 또 다른 시선으로 살펴보고, 풍부한 언어 자료와 탁월한 언어 분석으로 노래를 위한 말 속에 담긴 우리네 삶을 맛깔나고 흥겹게 엮어냈다.




저자 : 한성우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가톨릭대학교, 서울대학교를 거쳐 현재 인하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로 있다. 주로 말소리와 방언에 대해 연구한다. 문화방송 우리말위원회의 전문위원을 지냈고, 국어학자로서 우리 음식의 말들과 이야기를 엮은 《우리 음식의 언어》와 방언 기행을 통해 사투리의 행간에 담긴 삶의 다채로운 풍경을 보여준 《방언정담》을 썼다. 그 밖에 지은 책으로 《방언, 이 땅의 모든 말》, 《경계를 넘는 글쓰기》,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이공계 글쓰기》 등이 있다.







머리말
시작하며 | 노래를 찾아가는 길

 

1부 노래

 
1 ‘노래’를 부르는 말들
2 노래가 된 시, 시가 된 노래
3 노래도 번역이 될까
4 후렴의 반란
5 금지된 노랫말

 

2부 말


6 ‘내’가 ‘너’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7 노래가 여운을 남길 때
8 노랫말 속의 사투리
9 노랫말이 부리는 마술
10 물 건너온 말들

 

3부 사람

 
11 노랫말 속 주연과 조연
12 사랑타령, 또 사랑타령
13 노래 속 가족, 그리고 ‘오빠’
14 우정, 그 씁쓸함에 대하여
15 노래가 사랑한 직업, 노래로 불리는 이름

 

4부 삶


16 봄 여름 가을 겨울
17 노래가 그리는 시간
18 노래가 가 닿는 곳
19 먹고사는 일에서 한 발짝 떨어져
20 하늘과 바람과 별과 노래



부록 | 순위로 보는 노랫말





책 속으로


멜로디와 리듬은 기억에서 지워져도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을 울리는 가사들, 때로는 마음 한구석을 울리는 가사들, 때로는 노래방 기계의 도움을 받아 자신 있게 불러대는 그 가사들은 바로 ‘말’ 그 자체다. -머리말

노랫말이 되기 위해서는 갖춰야 할 요건이 있다. / 말은 말이되 ‘부를 수 있는 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 주어진 말에 리듬과 멜로디를 올려야 하니 말의 길이가 적당해야 하고 어느 정도 규칙적이어야 한다. (...) 의도하지 않았지만 ‘노래를 위한 시’를 많이 쓴 김소월은 노랫말의 특성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2장 노래가 된 시, 시가 된 노래

고려가요를 부르는 아이돌? 이 말은 현실 속에서는 존재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아니다. 오늘날 수많은 걸그룹, 보이그룹들이 고려가요를 부르고 있다. (...) 이러한 소리들이 노래를 이루는 요소가 되고 흥을 돋우는 도구가 된다. 고려가요가 그때의 즐거움이었듯이 후크 송은 오늘날의 즐거움이다. - 4장 후렴의 반란

노래는 다른 말로 하면 ‘사랑타령’이니 등장 횟수 면에서 ‘사랑’을 이길 다른 단어가 없을 듯하다. 그러나 막상 단어별 등장 횟수를 보면 놀라운 결과가 나타난다. (...) 가사에서는 인칭대명사 ‘나, 너’가 ‘사랑’을 압도한다. -6장 ‘내’가 ‘너’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노랫말은 늘 젊은 세대의 말을 표준으로 삼아왔다. (...) 세월이 흐르고 나니 흘러간 노래가 되고 노랫말은 시간 방언이 되었지만 당대에는 최신의 곡이었고 최신의 말을 담으려 노력했다 이러한 사실을 놓치면 노래와 노랫말의 차이를 세대 간의 갈등으로 보게 된다. ?8장 노랫말 속의 사투리

우리 노래에 포함되어 있는 영어 노랫말은 무척이나 특이한 양상을 보여준다. (...) 빈도 순위 상위 100개의 사용 비율을 내보니 64.2퍼센트나 된다. 쉬운 말로 하면 100단어로 문장의 60퍼센트 이상을 ‘먹고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100개의 단어로 60퍼센트 이상을 모두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우리의 삶은 간단하지 않다. 영어로 된 가사에서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10장 물 건너온 말들

‘사랑’의 앞뒤에 오는 단어 50위까지를 분석해보면 노랫말에서 사랑이 어떻게 그려지는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 / ‘아프다, 못하다, 울다, 떠나다’ 등이 앞에 오는 것이 눈에 띈다. / ‘기쁘다’는 순위에 들지도 못하는데 이런 단어들이 ‘사랑’을 꾸미고 있는 것이다. / ‘사랑’ 뒤에 오는 ‘않다, 아니다, 아프다, 잊다, 떠나다, 울다’ 등도 그렇다. 바라던 사랑이 아니었는지 떠나보내고는 아파하며 운다. / ?12장 사랑타령, 또 사랑타령

노랫말에서 친구는 심심찮게 나타난다. 명사들만의 순위를 따져보면 제목에서는 15위(140회), 가사에서는 39위(4,556회)이다. 사람과 관련된 명사 중에 ‘친구’보다 앞 순위에 놓인 것은 ‘사람, 여자, 남자’ 셋밖에 없다. 적어도 노랫말에서는 ...사람 중에서 남자와 여자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친구인 셈이다. 남자와 여자는 사랑에 관련된 말이고, 친구는 우정과 관련된 말이다. 결국 노랫말에서는 사랑 다음에 우정인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14장 우정, 그 씁쓸함에 대하여






출판사서평


국어학자, 노래방 책에 빠져들다
한 세기에 걸친 유행가 속에서 우리의 삶과 사랑, 시대의 단편들을 불러내다


- 국어학자가 방탄소년단에게 상을 주고 싶은 이유?
- 가사에서 ‘사랑’보다 많이 나오는 말이 있다?
- 김소월의 시가 노래로 많이 불린 이유는?
- 영어 가사의 100대 60 법칙?
- 우리는 어느 계절을 가장 많이 노래할까?

최초의 가요 [희망가]에서 BTS까지
노래가 사랑한 말들, 우리가 기억하는 말들


국어학자가 방탄소년단에게 상을 주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방언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연구자인 저자는 노래 속의 사투리도 놓치지 않는다. 과거에는 몇몇 곡에서만 띄엄띄엄 들을 수 있던 사투리가 최근 자주 등장하는 현상에 주목하고, 방탄소년단이 발표한 2013년 노래인 [팔도강산]의 가사를 분석하며 그들의 언어학적 통찰과 사회 감수성에 감탄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감탄하게 되는 지점은 노랫말과 우리의 언어를 대하는 저자의 시각이다.

저자는 사투리가 지역에 따른 방언만이 아니라 계층, 연령, 성별 등에 따른 사회 방언을 포함한다는 것을 일깨우면서, 노랫말의 표준어는 무엇일까 넌지시 묻는다. 그에 따르면 노랫말의 표준은 ‘젊은 세대’의 말이다. 지금의 ‘나이가 든 세대’가 사랑하는 노래도 결국은 자신의 젊은(어린) 시절 노래다. TV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이나 [슈가맨]이 인기를 얻는 지점도 그때 그 시절을 소환하고 ‘응답’하게 하는 데 있지 않을까. 그 노래가 세월이 흘러 ‘흘러간 노래’가 되고 노랫말이 ‘시간 방언’이 되더라도 ‘당대에는 최신의 곡이었고 최신의 말’을 담아낸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사실을 놓치면 노래와 노랫말의 차이를 세대 간의 갈등”으로 보게 된다고 꼬집으며 “말과 노래는 늘 변하기 마련이고 그 변화는 젊은 세대가 주도한다”는 것을 다시금 주지하게 한다.
이러한 논지는 책 곳곳에서 노랫말과 통계로 증명된다. 1938년에 발표된 재즈풍 노래 [청춘 계급]을 비롯해 1930~40년대의 영어투성이 노래(10장), [샌프란시스코] [아메리카 차이나타운] [홍콩 아가씨] 같은 1950년대에 대거 쏟아진 외국 지명이 등장하는 노래(18장), 이 노래들 모두 당시 젊은 세대의 최신 말을 가사로 쓰며 해방 전후와 한국전쟁 이후의 시대상을 담아낸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노래 속에서 연정의 대상이었던 ‘선생님’의 자리는 ‘오빠’가 대신하고(15장, 13장) ‘역’은 이별의 장소에서 만남의 장소로 변모한다(18장). 하지만 찻집에서 마시던 소위 ‘다방 커피’가 ‘아메리카노’로 변하는 동안에도 ‘술’은 시대를 관통해 인생의 슬픔과 즐거움을 담아내는 ‘한 잔’으로 한결같이 우리 곁을 지키기도 한다(19장).

가사에서 ‘사랑’보다 많이 나오는 말이 있다? 노래가 ‘사랑타령’이라는 데 반대할 사람이 있을까? 노랫말에서도 ‘사랑’을 이길 다른 단어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책은 ‘사랑’을 압도하는 두 단어를 제시한다. 바로 ‘나’와 ‘너’다. 저자는 이를 통해 노래에 대한 정의를 다시금 내린다. 노래는 “1인칭이 2인칭에게 들려주기 위한 것”, 다르게 표현하면 “나와 너의 이야기”다. 물론 그것이 사랑 이야기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노래가 애초부터 사랑타령이었을까? 아니라면 언제부터 사랑타령으로 바뀌었을까? ‘사랑’은 어떤 말들과 함께 나타날까?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쓰는 명사 중 104위를 차지하는 ‘사랑’은 (인칭대명사를 제외하고) 노래의 제목과 가사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다(12장). 하지만 처음부터 우리의 노래가 사랑타령은 아니었다.

가요에서 최초로 사랑이 등장한 노래는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고 읊은 윤심덕의 [사의 찬미](1926)일 것이다. ‘사랑’이 쓰인 노래를 시대별로 분석해보면 50년대까지는 전체 노래에서 고작 2.19퍼센트에 그친다. 그러다 2000년 이후에 11.03퍼센트까지 오른다. 여기에 ‘러브’와 ‘love’까지 포함하면 무려 65.22퍼센트이다.

저자의 관심은 시대만이 아니라 작사가에까지 미친다. 자신이 만든 전체 곡에서 ‘사랑’ 노래의 비중이 가장 큰 작사자가 ‘SG워너비’라는 사실을 누가 알 수 있었을까?
이뿐만이 아니다. 사랑 앞뒤로 나타나는 단어들을 50위까지 뽑아보기도 하고, 제목에서 사랑을 꾸미는 말들만 모아보기도 한다. 노랫말에서는 ‘눈물, 이별’이 가득하고 ‘아프다, 못하다, 떠나다’가 사랑 뒤에 붙는다. 제목에서는 ‘XX 없는 사랑’과 ‘슬픈 사랑’만이 사랑인 양 보인다. 그럼에도 “사랑노래는 그 기세가 수그러들 줄 모른다”. 심지어 ‘우정’과 ‘친구’를 말하면서도, ‘계절’을 말하면서도, ‘사랑’을 노래하고 있으니 말이다(14장, 16장).
사랑을 쓰지 않은 노래들은 어떨까? 사랑만큼이나 유별난 ‘세월’을 노래하기도 하고(17장), 부조리한 현실을 그리며 ‘시대정신’을 노래하기도 한다(5장). 이처럼 노래는 사랑을 쓰든 쓰지 않든 모두 우리의 삶과 시대를 선율과 리듬 속에 담아내 우리의 가슴과 귀로 파고들어왔다.

왜 노래방 책이었을까?
국어학자가 뽑아낸 100년간의 유행가 26,000여 곡의 사연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노래는 2017년 12월 1일 기준으로 604,029곡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노래는 26,250곡이다. 이렇게 분석 대상이 추려진 데에는 특별한 기준이 있다. 수없이 많은 노래가 있지만 ‘박제된 말이 아닌 삶 속에 살아 있는 말’을 살피려면 누구나 즐기고 부르며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노래를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힌 저자는, 음악저작권협회나 음원 서비스 업체가 아닌 노래방 업체에 주목한다.

노래방에는 “‘모든’ 노래가 정리되어 있지는 않지만 ‘의미 있는’ 노래가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손님이 찾지 않을 곡은 제공할 이유가 없으니 노래방 업체의 기준은 철저히 ‘손님’이 된다. “연령, 성별, 취향 등 모든 것을 고려해 손님이 한 번쯤은 찾을 만한 노래”를 가능한 많이 모아놓은 것이 바로 이 ‘노래방 책’이다. 그야말로 ‘우리 모두가 즐겨 부르는 의미 있는 노래’ 즉 ‘유행가’가 대상이다. 이보다 더 좋은 선별 기준이 있을까?
노래방 업체의 목록에서 빠진 비교적 오래된 노래들은 [한국가요전집](전5권)을 참고해 보충했다. 이렇게 1923년에 유성기 음반으로 발매되어 최초의 가요로 꼽히는 [희망가]부터 방탄소년단까지 26,000여 곡으로 선별된 노래의 제목과 가사를 빠짐없이 모두 훑었다. 제목만 해도 원고지 2,600매, 가사는 75,000매 분량이다. 이뿐 아니라 노래의 언어와 일상의 언어를 비교하기 위해 1,400만 어절로 된 일상 언어 말뭉치 데이터를 함께 활용했다. 국내서로는 최초로 계량언어학을 적용한 인문대중서를 선보이는 셈이다.

저자는 풍부한 언어 자료와 탁월한 언어 분석으로 ‘노래를 위한 말’ 속에 담긴 ‘우리네 삶’을 맛깔나고 흥겹게 엮어냈다. 교과서에는 없는, 보통 사람들의 삶과 세상이 담긴 노랫말의 인문학이다.

[책속으로 추가]

노랫말에서는 대통령이 명사 순위 3,000등 밖인데 이는 ‘꼰대’와 같은 수준이다. 노랫말에서 특정 직업을 일컬을 이유가 별로 없으니 현실에서 보고 들을 수 있는 직업 이름과 노랫말의 그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 ‘선생님’과 ‘마도로스’뿐만 아니라 유독 노랫말에 자주 등장하는 직업들도 있다. ?15장 노래가 사랑한 직업, 노래로 불리는 이름

노랫말에 쓰이는 몇몇 단어는 독특한 출현 양상을 보이는데 ‘사랑’만큼이나 유별난 것이 ‘세월’이다. (...) 노랫말이 초점을 맞추는 시점은 바로 늙어가는 시점이다. 일상의 쓰임에서 ‘늙는다’는 말은 노년층에 주로 적용되지만 노랫말에서의 ‘늙는다’는 20대의 파릇한 나이부터 적용된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지만 짧고도 짧은 ‘청춘’이 지나가면 그 이후의 세월은 오로지 늙어갈 뿐이다. -17장 노래가 그리는 시간

치열한 삶에서 한 걸음쯤 물러나서 노래를 해야 그 맛이 느껴지는데 의식주는 삶과 너무 가깝다. ‘먹고사는’ 것이 중요하다지만 노래마저 먹고사는 문제에 매달리면 너무 서글프거나 천박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음식’이라는 말로 뭉뚱그려지는 말 속의 ‘음飮’과 관련된 것들은 노랫말에 수도 없이 등장한다. -19장 먹고사는 일에서 한 발짝 떨어져

‘아, 그 서울에 사랑이 없어 다시 나를 사랑한다’는 어색하기 짝이 없는 문장이다. 그러나 노랫말 속에 등장하는 요소들 중 각 영역별로 가장 높은 순위의 말들을 엮어서 만들어본 제목이다. 왜 ‘서울’과 ‘안녕’이 많이 등장할까? 어차피 ‘나의 노래’일 텐데 왜 ‘나’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것일까. ‘없다’가 ‘있다’를 누른 이유는 무엇이고, ‘다시’는 왜 잊을 만하면 다시 등장하는가. -부록: 순위로 보는 노랫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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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1949)  ─  566곡

2기 (1950~1969) ─  584곡

3기 (1970~1989) ─ 1,983곡

4기 (1990~1999) ─ 3,640곡

5기 (2000~) ─ 19,477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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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중가요'라는 말은 머리에 먹물 좀 든 사람들이 약간의 폄하와 무시를 담은 표현이다.






왜 돌아보오 

                                         - 윤복희

갈래면 가지 왜 돌아보오.
갈래면 가지 왜 돌아보오.
떠나갈 당신을 붙잡을 줄 알고?
갈래면 가지 왜 돌아보오.

찢어지는 아픔을 느껴야 하나요?
마음속에 (담겨 있는) 눈물을 보아야 하나요?
사랑한다 말을 마오, 유행가 가사ㄴ 줄 아오?
갈래면 가지 왜 돌아 봅니까?

지나간 일들을 잊으라니오?
갈래면 가지 왜 돌아보오.
사랑이 무슨 장난인가요, 가지 왜 돌아보오?

찢어지는 아픔을 느껴야 하나요?
마음속에 눈물을 보아야 하나요?
사랑한다 말을마오, 유행가 가사ㄴ 줄 아오?
갈래면 가지 왜 돌아 봅니까?




'흘러간 노래'로서의 流行歌에서 마지막까지 남게 되는 것은 무엇인가? 현란한 춤이나 쿵쾅대는 리듬, 그리고 화려한 선율이 아니다. 조용히 따라 불러 보고 곱씹어 보는 노랫말이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다. 그것이 노랫말이 가진 힘이다. 수없이 만들어지는 노래 중에서 어떤 노래가 진짜 유행가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결국 세월이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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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비판을 하더라도 유행가의 유행을 막을 길은 없다. 좋아하면서도 싫어하는 척해야 하기도 하는, 그러면서도 욕을 먹으면 한없이 안쓰러워지기도 하는 노래 유행가, 이 노래들을 둘러싼 복잡한 심경은 '뽕짝'이라는 말로 압축되어 나타난다.


'뽕짝'의 음악적 기원과 역사적 변천에 대한 논의는 무수히 많다. 리듬은 '폭스 트로트'에서 기원했고, 곡조는 일본의 5음계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등등은 음악의 영역이니 논할 바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말'이다. 우리말에서 된소리가 들어간 단어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뽕짝'엔 된소리가 둘이나 들어 있다. 게다가 '뽕'은 이상야릇한 단어다. 누에 치는 뽕, 히로뽕, 보정용 옷 속에 들어가는 뽕, 방귀소리 뽕, "뽕을 뽑다"에서의 정체불명 뽕도 있다. 하나 같이 좋은 의미는 없다.


그런데 이미 우리의 유행가 중에 그 답이 있다. "쿵짝쿵짝 쿵짜작 쿵짝 네 박자 속에 /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눈물도 있네 // 유행가 노래 가사는 우리가 사는 세상 이야기 / 그 시절 그 노래 가슴에 와 닿는 당신의 노래 " .. 쿵짝과 뽕짝은 조금 달라보이지만 언어학적으로는 아주 가깝다. 의성어 '쿵짝'이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지 않다면 '뽕짝'도 역시 그렇다. 그저 리듬을 흉내 낸 소리가 노래의 갈래로 정해진 것일 뿐인데 이후 우리말의 모든 '뽕'과 연관지으면서 썩 좋지만은 않은 이미지가 고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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빱빱 빱 빱뚜 와리와리 빱빱 빱 빱뚜 와리와리

춤을 추고 싶을 때는 춤을 춰요, 할아버지 할머니도 춤을 춰요

- 김창렬 작사 DJ DOC 노래 <DOC과 춤을> 1997


댄스 음악의 새로운 변화는 "뽕짝'을 '유행가'와 동일시하는 세대들이 양보할 문제다. "뽕짝'이 그 리듬 '쿵짝'에서 나온 것임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이 땅에 '유행가'가 불리기 시작할 무렵의 '이풍진 세상을 만났으니'로 시작하여, 나팔바지를 입고 트위스트를 추었고, 그 다음 세대는 '멀리 기적이 우네'를 읊으며 손가락을 찔러댔다. '빱뚜 와리와리'라는 알 수 없는 소리로 노래하지만, 이같은 댄스 음악도 '유행가'이고 그렇듯이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그 줄기가 이어진다. 불리는 모든 노래가 유행가이고, 유행가라는 것은 시간의 흐름과 뗄 수 없는 관계다.





2


<최진사댁 셋째 딸>은 1969년 미국 알 윌슨의 <뱀>이란 노래를 가져다 가사만 바꿔 부른 노래다. (뱀을 보고 놀란 내용).  <내 고향은 충청도>는 1973년 올리비아 뉴톤 존이 부른 <오하이오의 강둑>을 가사만 바꿔서 부른 노래다. (사랑 때문에 살인까지 저지른 내용).

이런 부류의 노래를 번안(飜案)곡이라 부른다. '번안'은 외국의 소설과 희곡을 들여오면서 내용과 줄거리는 그대로 두고, 풍속 인명 지명 등을 우리 실정에 맞게 바꾸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노래에서는 조금 다르게 쓰인다. 리듬과 멜로디는 가져오되 가사를 다시 쓰는 것으로 이해하는 편이 낫다.





3


노래 제목의 상위 5단어


사랑 / 2,237回

나 / 1,357

너 / 884

그대 / 463

사람 / 352


가사의 상위 5단어


나 / 229,272回

너 / 128,781

것 / 85,475

사랑 / 82,782

그대 / 41,455






4


2NE1 : 투애니원으로 읽어야 하고 뜻은 '21세기의 새로운 진화(New Evolution)'란다.

비스트  BEAST

비원에이포  B1A4

빅스  BIXX

에이핑크  Apink

걸스데이  Girl's Day

비투비  BTOB

SE7EN

1TYM







5



청춘계급

- 김해송 작사 감해송 노래 (1938년)


노래를 부르자  사랑의 노래다  이 밤이 다 새도록

노래를 부르자  아 어여쁜 아폴로

워카를 마시며  노래를 부르자  춤이나 추잔다  사랑의 탭 땐쓰

이 밤이 다 새도록  춤이나 추잔다  아 구여운 아팟쉬

샴팡을 마시며  춤이나 추잔다  춤추고 노래해  여기는 팔레쓰

우리는 에로이카  그늘의 용사들이다

아 상냥한 악마여  산토리 마시며  춤추고 노래해





산들산들 바람 / 흰 돛 안고 춤을 춘다 /

두리둥실 둥실 / 바다야 와팟슈 /

라라라라라라라 / 온갖 물새 날으네/

바다여 헬로우 /  바다여 웰컴/


- 박영호 작사, 김정구 노래 <바다와 와팟슈> 1938년




슈샤인 슈샤인 보이 / " /

슈슈슈슈 슈샤인 보이 / " /

헬로 슈샤인 / 구두를 닦으세요 / " / " /

아무리 취직 못해 인색하여도 / 구두 하나 못 닦아 신는 도련님은요 /

어여쁜 아가씨는 / 멋쟁이 아가씨는 / 노노 노노노노 노굿이래요 /


- 이서구 작사, 박단마 노래, <슈샤인 보이> 1947년




<샌프란시스코>  손로원 작사 장세정 노래, 1953년

<아메리카 차이나타운> 손로원 작사 백설희 노래, 1954

<땐사의 순정> 김영일 작사 박신자 노래, 1959

<키다리 미스터 김> 황우루 작사 이금희 노래, 1966





6


하지만 TO YOU 사랑한다 말하고 싶어

나는 TO YOU 모든 것을 주고 싶었어


- 홍서범 작사, 조갑경 노래, <내 사랑 투유> 1990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 이 노래를 한 사람은 여자이지만 시를 쓴 사람은 남자이다. 그렇다면 詩의 話者도 남자일텐데 왠지 모르게 읽어볼수록 여자가 남자를 잊지 못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언제나 말이 없던 그 사람

외로운 병실에서 기타를 쳐주고 위로하며 다정했던 사랑한 사람


- 가사에서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그 사람은 남자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여자 / 여인 / 계집 / 처녀 / 아가씨 / 아줌마 아주머니 / 소녀 ─ 제목 505 / 가사 7,984

남자 / 사나이 사내 / 머슴 머스마 / 총각 / 아저씨 / 소년      ─ 제목 333 / 가사 6,622




제목

1 내 남자 - 16  /  내 여자 - 19

2 나쁜 남자 - 11  /  나쁜 여자 - 15

3 약한 남자 - 7  /  같은 여자 - 10

4 한 남자 - 6 /  착한 여자 - 9

5 멋진 남자 - 5  /  한 여자 - 7


가사

1 내 남자 - 298  /  내 여자 - 340

2 다른 남자 - 128  /  다른 여자 - 164

3 멋진 남자 - 102  /  한 여자 - 101

4 한 남자 - 101 /  예쁜 여자 - 65

5 좋은 남자 - 49  /  좋은 여자 - 65







7


'사랑'이 제목에 포함된 노래 - 9%

'사랑'이 가사에 포함된 노래 - 65%





8




오빠는 풍각쟁이 (1938년)


- 박영호 작사, 박향림 노래



오빠는 풍각쟁이야 머
오빠는 심술쟁이야 머
난 몰라 난 몰라 내 반찬
다 뺏어 먹는건 난 몰라
불고기 떡볶이는 혼자만 먹구
오이지 콩나물만 나한테 주구
오빠는 욕심쟁이 오빠는 심술쟁이
오빠는 깍쟁이야
오빠는 트집쟁이야 머
오빠는 심술쟁이야 머
난 실여 난 실여 내 편지
남 몰래 보는 것 난 실여
명치좌 구경갈 땐 혼자만 가구
심부름 시킬 때면 엄벙땡하구
오빠는 핑계쟁이 오빠는 안달쟁이
오빠는 트집쟁이야
오빠는 주정뱅이야 머
오빠는 모주꾼이야 머
난 몰라 난 몰라 밤 늦게 술취해
오는 것 난 몰라
날마다 회사에선 지각만 하구
월급만 안 오른다구 짜증만 내구
오빠는 짜증쟁이 오빠는 모주쟁이
오빠는 대포쟁이야



2000년도 이전까지 발표된 노래 6,773곡에 등장하는 '오빠'를 모두 합쳐봐야 64회에 불과하다.

그런데 2000면도 이후의 19,478곡에는 오빠가 784번이나 등장한다.




하지만 이게 뭐야 / 점점 남자로 느껴져 / 아마 사랑하고 있었나봐

오빠, 그녀는 왜 봐 / 거봐 그녀는 나빠 / 봐봐 이젠 나를 가져봐


- 최준영 작사, 왁스 노래 <오빠> 2000년



나를 동생으로만 / 그냥 그 정도로만 / 귀엽다고 하지만

누난 내게 여자야


- 싸이 작사, 이승기 노래, <내 여자라니까>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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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가사

-----------------------

어머니       25    /    481

엄마       28    /  1011

아버지       22   /    353

아빠          11   /    361

-----------------------

형             1     /    134

언니          5     /    145

누나          4     /    289

오빠       32   /   853






10





이름도 몰아요 성도 몰라

처음 본 남자 품에 얼싸 안겨

네온사인 아래 오색 등불 아래

춤추는 땐사의 순정


-  김영일 작사, 박신자 노래, <땐사의 純情> 1959년



그날 밤 극장 앞에서 

그 역전 캬바레에서 보았다는

그 소문이 들리는 순희

이름조차 에레나로 달라진 순희, 순희


-  손로원 작사, 한정무 노래 <에레나가 된 순희> 1954년






11



∀            제목  /  가사

-----------------------

          봄              79    /    1572

         여름          57    /    1001

         가을            44    /     541

         겨울            90   /     1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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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사 (제목)

서울 606 (59)

부산 203 (22)

강남 106 (7)

홍대 70 (4)

대구 63

인천 59 (4)

이태원 58

여수 47 (7)

명동 46 (5)

평양 45 (9)




항구 223 / 108 / 정거장 64 / 공항 29


바다 1611 / 786 / 687 / 316 / 225


하늘 6859 (95) / 바람 5165 (133) / 3089 (144) / 1588 (24)

* 괄호는 제목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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