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2. 11. 20:29ㆍ미술/미술 이야기 (책)
‘보드카는 맑고 깨끗하지만, 코를 빨갛게 만들고 평판을 검게 한다’고 안톤 체호프는 말했다.
러시아만큼 술이란 주제가 문학에 자주 등장하고, 사회를 지배하고 역사를 뒤흔든 나라도 드물다.
(마이코프스키 그림에서도)
알코올 중독 말기쯤으로 보이는 남자가 술집을 들어가려고 하고 있다.
가족의 행색이 남루하다.
필사적으로 남자를 막아서는 아내의 절망적이고 힘든 몸짓.
엄마에게 딱 붙어 아빠를 바라보는 겁에 질린 딸아이.
남자의 손에는 술값으로 맡겨버릴 가족 중 누군가의 외투가 쥐어져 있다.
고골의 <외투>에서 알 수 있듯이 혹독한 날씨의 러시아에선 외투가 곧 생명이다.
러시아에서 외투 없이 겨울을 보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온몸으로 막아서는 아내의 눈빛은......
- 김희은,『소곤소곤 러시아 그림이야기』 p118)
《‘못 들어가요!!’》, (1892년), 블라디미르 마코프스키(1846-1920), 캔버스에 유채, 러시아 박물관(상트페테르부르크).
현대의 수많은 마르멜라도프에게
술을 마셔 좋은 점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술이 지나쳐 생기는 나쁜 결과가 너무 많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는 술로 인해 인생을 망친 전형적인 인물 마르멜라도프가 나온다.
라스콜리니코프와의 첫 만남에서 마르멜라도프는 술 취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저도 한때는 공무원이었죠. 집에는 아픈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데,
나는 아내의 양말마저 내다 팔아 술만 마시고,
이제는 부인이 무서워 집에도 못 들어가고, 이렇게 술 마시기 벌써 닷새째.....
나에게 하나뿐인 딸은 황색 감찰(매춘부) 일을 하러 나가고,
그 애가 그렇게 벌어온 돈도 술값으로 다 써버렸지요.
난 돼지 같은 인간이에요"
(중략)
라스콜리니코프가 몸도 가누지 못하는 그를 집에까지 데려다 주자,
그의 부인이 울부짖는다.
"몰래 갖고 나간 11루블 다 어쨌나요?
옷마저 달라졌어! 입고 나간 옷은 도대체 어디 벗어놓고 온 거죠?
모두 굶주리고 있는데! 굶주리고 있는데!
아아, 저주받는 게 낫다!
그러고서도 부끄럽지 않나요?"
보드카는 맑고 깨끗하지만, 코를 빨갛게 만들고 평판을 검게 한다고 안톤 체호프는 말했다.
러시아만큼 술이란 주제가 문학에 자주 등장하고 사회를 지배하고 역사를 뒤흔든 나라도 드물다.
심지어 대통령이 금주령을 선포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사실 지나친 음주는 자신만 병들게 하는 게 아니다. 함께 사는 가족과 주변 모두를 음울하게 만든다.
∠∠
마코프스키의 그림에서도 알코올 중독 말기쯤으로 보이는 남자가 술집을 들어가려고 하고 있다.
온몸에서 알코올에 찌든 술 냄새가 막 풍기는 듯하다.
가족의 행색이 남루하다. 필사적으로 남자를 막아서는 아내의 절망적이고 힘든 몸짓.
엄마에게 딱 붙어 아빠를 바라보는 겁에 질린 딸아이.
남자의 손엔 술값으로 맡겨버릴 가족 중 누군가의 외투가 쥐어져 있다.
고골의 <외투>에서 알 수 있듯이 혹독한 날씨의 러시아에선 외투가 곧 생명이다.
러시아에서 외투 없이 겨울을 보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온몸으로 남편을 막아서는 아내의 눈빛이 슬프다 못해 공허하다.
이 가족이 엮어내는 슬픈 아우라에 가슴이 내려앉는다.
알코올 중독으로 주위 가족을 힘들게 하는 건 인간이 만드는 가장 슬픈 범죄 중의 하나다.
마시는 당사자의 몸 또한 병들지만 그런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가족의 가슴엔 피멍이 든다.
이게 1800년대 러시아에서만의 현실일까?
마코프스키(1846-1920) - 1872년부터 러시아 이동파 화가로 활동한 19세기 대표 풍속화가다.
콘스탄틴 마코프스키의 동생이다.
일반 민중의 삶을 따뜻한 눈길로 그린 <가로수 길에서> (1886-1887) 외에 『혁명가의 신문』 (1904),
『밤의 집회』 (1875~1897)등 사회 정치적인 테마를 주제로 그린 작품도 많이 남겼다
▲김희은
-갤러리 카르찌나 대표
-<소곤 소곤 러시아 그림 이야기>(써네스트) 저자
-아트딜러 및 컨설턴트
-전시 기획 큐레이터
-러시아 국립 트레챠코프 미술관 러시아 국립 푸쉬킨 박물관 도슨트
출처 : 소셜타임스(http://www.esocialtimes.com)
앤더스 소른 - 모라 시장 Anders Zorn The Mora Fair /1892 / 133cm x 167.5cm
블라디미르 마코프스키. <가로수 길에서>. 캔버스에 유채, 53X68cm.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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