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기 구겐하임

2018. 3. 13. 08:51미술/미술 이야기 (책)

 

 

 

페기 구겐하임(1898-1979)

 

 

20세기 자본주의의 성숙과 더불어 미술계는 상업적인 갤러리 시스템과 비상업적인 미술관 제도라는 양 축이 확립되었다. 동시에 갤러리스트, 평론가, 큐레이터, 그리고 컬렉터라는 새로운 유형의 인물들이 등장하여 특정 미술사조의 성립에 적잖은 역할을 하며 의미 있는 조연을 맡았다.

이 중 '컬렉터'라는 말은 예술 후원자라는 의미의 패트런을 대체하며, 미술이 경제적 이득과 연관되어 있다는 뉘앙스를 교묘하게 흘리고 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그 말에는 패트런의 의미가 살아 있었고 순진한 측면마저 있었다. 그들 가운데 대표적인 사람이 페기 구겐하임이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사설 미술관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운영을 해온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뉴욕의 솔로몬 구겐하임, 베네치아의 페기 구겐하임, 스페인의 구겐하임 빌바오, 베를린의 도이치 구겐하임 등 분원이 있다. 2017년에는 아랍에미레트에 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구겐하임 아부다비를 개관할 예정이다. (이중 페기 구겐하임의 컬렉션은 1976년 뉴욕의 솔로몬 R. 구겐하임재단에 귀속되었다.)

 

페기는 현대미술에 대한 안목이 뛰어난 인물도 아니고 지적인 사람도 아니었다. 다만 훌륭한 멘토들의 조언을 경청할 줄 알았다. 미술사학자 허버트 리드, 뒤샹, 막스 에른스트, 퍼첼 같은 걸출한 조언자들이 그녀는 자기가 이용당할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면서도 기꺼이 귀를 열어두었고 과감하게 컬렉션을 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