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31. 11:21ㆍ책 · 펌글 · 자료/문학
권정생
1937. 9. 10, 일본 도쿄 生
2007. 5. 17., 경북 안동 卒
일제강점기인 1937년 일본 도쿄의 빈민가에서 가난한 노무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광복 직후인 1946년 외가가 있는 경상북도 청송으로 귀국했으나 빈곤과 6·25전쟁 등으로 곧 가족들과 헤어졌다. 그는 대구, 김천, 상주 등 객지를 떠돌며 나무장수, 담배장수, 가게 점원 등 온갖 일을 하다가 폐결핵, 늑막염 등의 병을 얻어 1957년 경상북도 안동시 일직면 고향으로 돌아왔다.
병이 깊어져 신장결핵, 방광결핵 등으로 전신에 결핵이 번져 생사를 넘나드는 가운데 더욱 그리스도교에 의지하게 되었다. 집안 형편으로 1965년 집을 나갔다가 1966년 다시 들어와 마을의 교회 문간방에서 살며 종지기가 되었다. 떠돌이 생활 중에도 많은 책을 읽고 글을 써왔으며, 건강이 호전되고 교회 문간방에 정착한 이후부터 작품을 발표하였다. 베스트셀러 작가된 된 이후에도 1980년대 초 교회 뒤 언덕에 지은 작은 흙집에서 살면서 검소한 생활을 하며 작품 활동을 하였다.
권정생은 1969년 단편동화 〈강아지똥〉을 발표하여 월간 〈기독교교육〉에서 주는 제1회 아동문학상을 받으며 동화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하였다. 〈강아지똥〉은 세상에서 가장 낮은 생명이 자기 희생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책으로도 만들어져 아동뿐 아니라 유아와 부모들에게도 손꼽히는 그림책 가운데 하나로 자리하였다.
197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무명저고리와 엄마〉가 당선되었고, 1975년 제1회 한국아동문학상을 받았다. 〈무명저고리와 엄마〉는 일본의 침략과 6·25전쟁 가운데 일곱 남매를 낳아 기르면서 자식을 빼앗기고 잃는 어머니의 슬픔을 그린 단편이다.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민족이 걸어온 길을 생각하게 하고, 한국 어머니의 모성의 전형을 보여주는 동화이다.
장편으로는 대표적으로 1984년 출간한 〈몽실 언니〉를 들 수 있다. 이 작품은 6·25전쟁을 배경으로 어른보다 더 큰 고난을 온몸으로 이겨내며 살아가는 몽실이의 이야기이자 모진 고난을 헤쳐나온 민족의 이야기이며, 남·북한군 양쪽을 민족이라는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평화의 메시지이다.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을 보면 깜둥바가지, 벙어리, 바보, 거지, 장애인, 외로운 노인, 시궁창에 떨어져 썩어가는 똘배, 강아지똥 등 하나같이 힘없고 약하다.
그러나 그리스도교적 믿음을 바탕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것들에 대한 사랑을 아름답게 표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저서로는 동화집으로 〈강아지똥〉·〈사과나무밭 달님〉·〈하느님의 눈물〉·〈몽실언니〉·〈점득이네〉·〈밥데기 죽데기〉·〈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한티재하늘〉·〈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무명저고리와 엄마〉·〈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깜둥바가지 아줌마〉 등이 있고, 시집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수필집 〈오물덩이처럼 뒹굴면서〉·〈우리들의 하느님〉 등이 있다.
[Daum백과] 권정생 – 다음백과, Daum
'귀천' 쓴 시인, 이름이 뭐더라.....? 아, 천상병 시인,, 좀 닮은 거 같지 안쑤가?
동화 작가 권정생의 작품세계 (펌)
childbook.org/spc/kjs/kjs5-4.htm 어린이도서연구회 화요 독서지도 연구모임
1. 들어가는 말
동화가 해야할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가 어린이들의 아픔을 달래주고 새로운 세계를 향한 꿈을 키워주는 것이라면 동화는 당연히 어린이들이 살고 있는 현실에 굳건히 발을 디디고 있어야 한다.
어린이들도 역사 속에서 살아간다. 우리 겨레가 겪어온 가난, 전쟁, 분단을 어린이들도 고스란히 어른과 함께 겪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런 어린이 삶을 우리 어린이 문학이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우리 나라에 동화가 처음 소개되고, 우리 작가들이 창작 동화를 쓰기 시작한 일제시대에는 동화가 우리 민족이 나아갈 길을 밝히는 노릇을 하였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천천히 우리 나라 동화들은 국적을 잃고 헤매게 되었다. 거기다가 이제는 명랑동화, 귀신동화까지 나와 어린이 정서를 해치고 있다.
이런 때에 우리 어린이들 삶을 정말 걱정하며, 우리 민족의 현실을 어린이들에게 그대로 보여주고 새로운 희망을 주려고 노력하는 권정생 같은 동화작가가 있다는 것은 우리 어린이들에게 무척 다행한 일이다.
이 글에서는 <몽실언니> <점득이네> 같은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동화작가 권정생의 삶을 돌아보고 그가 쓴 작품을 주제별로 나누어 살펴보려고 한다. 그리고 단지 권정생의 삶을 돌아보고 그가 쓴 작품들을 살펴보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바탕으로 앞으로 우리 어린이 문학이 나아갈 길을 고민해 보려고 한다.
2. 동화작가 권정생
경북 안동 조탑 마을에서 동화를 쓰는 권정생은 온몸으로 민족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작가이다.
1937년 일본에서 태어나 우리 나라가 광복되면서 고국에 돌아온 권정생은 가난, 전쟁, 분단이라는 민족의 현실을 온몸으로 겪어온 사람 가운데 하나이다. 일본에서 돌아와 곧 전쟁을 겪고 객지를 떠돌아다니다가 늑막염과 폐결핵에 걸려 지금까지도 고생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다행히 청소부였던 아버지가 헌 책을 집에 가져온 덕택에 어릴 때부터 동화를 많이 읽을 수 있었고, 다섯 살 때 들은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로 신앙심을 지니고 살아오면서 동화를 쓰고 있다.
한때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아픈 몸을 이끌고 거지 생활까지 했던 권정생은 그 시절을 이렇게 기억한다.
나는 오랜 세월 병고에 시달려 왔기 때문에 직접 간접으로 사람들에게 많은 신세를 져왔다.집을 나와 거지 생활을 하던 그 당시도 친절을 베풀어 준 많은 사람들을 잊지 못한다.상주 지방, 마을 앞엔 우물이 있고, 늙은 소나무가 있는 외딴집 노부부의 정다운 모습을 잊을수 없어 '복사꽃 외딴집'이란 동화를 썼다. 열흘 동안 매일 아침마다 찾아갔지만 한 번도 얼굴을 찌푸리지 않고, 깡통에 밥을 꾹꾹 눌러 담아 준 점촌 조그만 식당집 아주머니, 가로수 나무 밑에 쓰러져 있을 때 두레박에다 물을 길어 헐레벌떡 달려와 먹여 주시던 그 할머니의 얼굴도, 배 삯이 없다니까 그냥 강을건네주시던 뱃사공 할아버지도 좀처럼 내 기억에 지워지지 않는 얼굴들이다. 이처럼 곳곳에 마음 착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얼어죽지 않고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이다.
<오물덩이처럼 딩굴면서 / 종로서적 / 220쪽>
어렵고 힘든 때를 보냈지만 이렇게 서로 돕고 살아온 우리 민족의 모습을 권정생은 스스로 온몸으로 느끼고 겪었기에, 그것을 바탕으로 동화 속에 누구를 미워하기보다 먼저 이해하고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 모습을 그려낼 수 있었을 것이다.
가슴에 맺힌 이야기가 있으면 누구에겐가 들려주고 싶어 글을 썼다는 권정생은 그래서인지 우리민족이라면 어른이나 어린이나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 가슴을 울려 놓는 동화를 썼다.
그러나 권정생은 단지 가슴에 맺힌 이야기만을 쓰는 것은 아니다. 이미 뚜렷한 작가 정신으로 동화를 쓴다.
민주화를 위해서는 문학이고, 예술이고, 종교고, 모든 분야가 한 곳을 지향해야 합니다.
… (중략) … 진정한 자기 사랑은 현실적으로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사는 게 아니지요. 그건 자기를 미워하는 것이지요. 남을 위해 살아갈 때 참된 자기 사랑이 있는 것이지요. … (중략) … 아동문학도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모두가 착하고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쓰고 읽는 것으로 되어야 합니다.
<오물덩이처럼 딩굴면서 / 종로서적 / 325쪽>
권정생은 1969년 <기독교 교육>에서 실시한 제 1회 기독교 아동문학상에 '강아지똥'이 당선되면서 동화를 쓰기 시작한다. 1971년 대구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아기양과 그림자'가 당선되고 1973년에는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무명저고리와 어머니'가 당선되면서 많은 동화를 쓰게 되었다.
아픈 몸으로 힘겹게 써온 동화로 <강아지똥(1976)> < 사과나무밭 달님(1979)> <하느님의 눈물 (1983)> <몽실언니(1984)> < 초가집이 있던 마을(1985)> <바닷가 아이들(1988)> <점득이네(1990)> 같은 많은 동화집이 있고 요즘에는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1994)>를 써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3. 뚜렷한 주제의식으로 민족의 현실을 담아내는 동화
권정생이 쓴 동화에는 어린이들에게 무엇을 들려줄 것인가 하는 주제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그 주제는 무리한 설교 같은 교훈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작가 스스로가 살아오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서러운 이야기들을 담담히 들려주거나, 그렇게 살아야 했던 우리 민족의 분단, 전쟁의 역사를 보여주고자 했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을 이겨나갈 방법으로 어린이들이 주인 의식을 가지고 서로 돕고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동화들을 많이 썼다.
그는 동화에서 외롭고 가난하고 슬픈 삶을 살아오는 사람들이나 모기, 지렁이, 먹구렁이 같은 작은 생명들 삶을 그들 처지가 되어 따뜻하게 그린다.
그리고 우리 겨레가 그렇게 서럽게 살아가는 것은 그 뒤에 무엇인가가 잘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오랫동안 우리 민족을 괴롭혀온 외세도 되고 그 외세를 도와 자기 이익만 챙기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의 동화는 이러한 현실을 이겨나갈 방법을 민족의 통일에서 찾는다.
그의 이러한 동화를 주제별로 나누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1) 따뜻한 이야기로 사랑을 키워주는 동화
권정생 동화의 가장 중심이 되는 주제는 사랑이다. 기독교 신앙이 바탕이 된 이 사랑은 권정생 동화 대부분에 나타난다.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 같은 작은 생명에 대한 애틋한 사랑, 어렵게 살아가는 우리 이웃에 대한 사랑, 식구에 대한 사랑, 동무에 대한 사랑, 나 아닌 다른 것에 대한 모든 사랑이 동화 곳곳에 넘쳐난다. 이 사랑은 끝내 가치있는 삶을 지향하고, 부당한 일에는 서로 힘을 모아 맞서는 인물을 그려낸다.
<몽실언니>에서 몽실이나 '사과나무밭 달님'의 필준이나 '두민이와 문방구점 아저씨'에서 절름발이 두민이는 어려움 처지에서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슬퍼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간다. 이렇게 권정생 동화에 나오는 사람들이 자신의 어려운 삶을 당당하게 받아들이며 이겨나가는 모습은, 어린이들에게 삶을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용기 있게 살아가는 마음을 심어 줄 것이다.
'하느님의 눈물'을 보면 토끼는 자신의 먹이가 되어야 하는 작은 풀들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풀을 뜯어먹지 못 한다. 그리고 '고추짱아'에서는 아이들이 무심코 한 장난으로 죽는 고추 잠자리를안타깝게 그리고 있다.
이러한 생명에 대한 사랑은 또 너그러움과 이웃을 감싸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패랭이꽃'에서 문세 아저씨가 자신을 때린 돌쇠를 오히려 가엽게 생각하여 자신이 모은 돈을 돌쇠를 구하는데 쓰는 모습이나 '깜둥바가지'에서 자신을 멸시하고 뽐내는 사기 접시를 미워하지 않고 감싸는 깜둥바가지의 모습은 어린이들에게 너그러움과 동무를 감싸안을 줄 아는 마음을 심어 줄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이 밑바탕이 되어 작은 생명, 이웃, 식구, 동무에 대한 사랑까지 보여주는 권정생 동화는 곧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는 모습에서 나온 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단편 동화 <강아지똥>에서 강아지똥이 이 세상에서 쓸모 있는 삶을 살려고 고민하다 민들레로 새롭게 피어나는 것이나 '똘배가 보고온 달나라'에서 시궁창에 떨어진 똘배가 좋은 냄새로 시궁창 식구들을 즐겁게 해 준다는 사살을 알았을 때 자신의 처지를 기쁘게 받아들이는 모습은 가치 있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의지가 부당한 어떤 일에 부딪쳤을 때는 모두가 힘을 모아 맞서는 지혜와 용기로 나타난다. '새들도 날 수 있었습니다' '짱구네 고추밭 소동' '팥죽 할머니' 같은 단편 동화들을 보면 이 생각이 잘 나타나 있다.
(2) 서러운 이웃과 함께 하는 동화
서러운 사람이 우리 둘레에 너무 많다는 권정생은 글모음 <오물덩이처럼 딩굴면서>에서 자신의 동화를 이렇게 얘기한다.
내가 쓰는 동화를 그냥 이야기라 했으면 싶다. 서러운 사람에겐 남이 들려주는 서러운 이야기가 한결 위안이 되고 그것이 조그마한 희망으로까지 이끌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물덩이처럼 딩굴면서 / 종로서적 / 156쪽>
동화집 <사과나무밭 달님>봐도 나오는 사람 대부분이 서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앉은뱅이 탑이 아주머니 얘기를 쓴 '보리이삭 팰 때'나 필준이와 정신나간 필준이 어머니 안강댁 얘기를 쓴 '사과나무밭 달님' 그리고 일본에서 청소부 일을 하는 '공아저씨' 또 '똬리골댁 할머니' 나 '해룡이'도 모두 외롭고 슬픈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한 동화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결코 자신의 잘못으로 그런 처지가 된 것은 아니다. 그것은 험난하고 잘못된 우리 역사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나타난 일임을 권정생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전쟁으로 마음마저 변해버린 사람들이 무서워 어머니 무덤 가에 숨어살다가 죽는 똬리골댁 할머니 이야기를 쓴 '똬리골댁 할머니' 나 일제 때 징용으로 끌려가 죽은 아버지를 둔 놈이와 인민군 망이 사이에서 태어난 목이가 사람들의 따돌림과 외로움 때문에 성격이 점점 바뀌게 되고 마침내 살인강도가 되는 얘기를 슨 '할매하고 손잡고'를 보면 권정생의 이 생각을 잘 알 수 있다. 단편 동화 '할매하고 손잡고'의 한 부분을 보자.
목이가 세상을 미워한 대신, 세상은 목이를 향해 엄청난 힘으로 목을 비틀고 날카로운 이빨로물어뜯으려 했습니다. 목이는 어쩔 수 없이 막다른 구석에 몰려 그렇게 사람을 죽이기까지 하게 된 것이다.
<할매하고 손잡고 / 올바름 / 19쪽>
이런 사람들은 결코 생각으로 만들어 질 수 없는 사람들이다. 권정생 스스로 이런 어려운 삶을 살았기에 그들의 처지가 되어 글을 썼다. 권정생도 그렇게 말한다. <오물덩이처럼 딩굴면서>에서 보면 단편동화 '갑돌이와 갑순이'는 6.25가 끝나고 어렵게 떠돌이 생활을 하던 시절에 만났던 두 친구 기훈이와 명자 얘기라고 한다. 기훈이는 자살을 했고, 성경책을 들고 교회에 다니던 명자는 서울로 가서 윤락가에서 웃음을 파는 아가씨가 되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살아야 했던 슬픈 사람들 이야기를 권정생은 동화로 쓰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서럽게 살아가는 사람들 옆에는 언제나 따뜻한 이웃들도 함께 있다. 우리 겨레가 어려운 현실 가운데서도 서로 도우며 살아온 모습을 그대로 나타낸 것이라 하겠다. 탑이 아주머니를 도와 주는 가난한 이웃 사람들, 자신은 병들었지만, 가족을 몰래 보살피는 해룡이, 또 자신들도 모두 어려운 처지에 있으면서도 몽실이를 힘껏 도와주는 <몽실언니> 속의 동네 할머니나 아주머니들, 점득이네가 어려운 처지에 처했을 때 따뜻하게 대해주는 <점득이네>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이다.
이렇게 어려운 가운데서도 서로 돕고 힘이 되어주는 우리 겨레의 이런 모습이 어렵고 힘든 우리의 잘못된 역사를 그나마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이 되고, 나아가 분단으로 갈라진 겨레를 이어주고, 통일된 새 세상을 이루어 가는 힘이 된다고 권정생은 이야기하는 것이다.
어린이들은 이런 동화를 보며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게 되고, 둘레에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사랑으로 바라볼 줄 아는 사람으로 커 나갈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결국 이 땅에 더 이상 서러운 사람들이 없는 새 세상을 이루는 밑바탕이 될 것이다.
(3) 통일 의지를 다지는 동화
지금까지 권정생 동화의 주제를 두 가지 살펴보았는데 이 내용은 다른 작가들도 어느 만큼 쓰고 있거나 쓰려고 하는 주제들이다. 그러나 우리 역사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면서 통일을 지향하는 내용을 자신의 작품 속에서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작가는 절대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글을 쓰는 작가의 역사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몽실 언니> <점득이네> <초가집이 있던 마을> <팔푼돌이네 삼형제>가 이 주제로 쓴 글들이고 이밖에 '바닷가 아이들' '무명저고리와 어머니' '똬리골댁 할머니' '다람쥐 동산' 같은 단편동화도 통일의 꿈을 나타낸 동화들이다. 권정생은 우리 둘레의 작은 사건들 모두가 민족 분단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가 풀어야 할 것은 무엇보다 분단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어린이들도 역사 현실을 알아야 하며, 동화가 이런 현실을 담아낼 수 있어야한다고 본다. 그래서 그 현실을 바로잡아 나갈 힘을 어린이들이 길러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초가집이 있던 마을>은 한 마을 어린이들이 전쟁으로 어떻게 상처를 받으며 살아야 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과자를 얻어먹으려다 미군 트럭에 치어 죽은 종갑이나 피난길에 결혼해서 아버지 없는 아이를 낳는 금동이 누나 금아 같은 사람들을 보면 전쟁으로 받은 상처를 겹겹으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몽실 언니>에서는 가난, 전쟁이라는 현실을 어린 나이에도 꿋꿋하게 견뎌나가는 몽실이를 통해 우리 겨레의 슬픈 역사를 보여주고, 어려워도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온 우리 겨레의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다. 몽실이는 다리도 다치고, 어린 동생을 먹여 살려야 하고, 구걸을 하면서 병든 아버지를 간호하는 처지에 놓이지만 한번도 누구를 원망하거나 굴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간다. 그것은 막연하지만 몽실이가 우리 역사 현실을 이렇게 만든 것은 눈에 보이는 작은 사건이 아니라 그 뒤에 커다란 그 무엇인가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데서 비롯된다.
권정생은 몽실이의 막연한 이 생각을 소년소설 <점득이네>에 와서 미국과 소련이 남북을 갈라놓아 생겨난 일임을 뚜렷하게 밝히고 있다. 광복이 되어 만주에서 고국을 찾아오는 점득이 아버지는 소련군 총에 맞아 죽는다. 또 전쟁이 일어나자 미군 폭격기가 아무런 까닭없이 마을 사람들을 모아 놓고 죽인다. 그래서 점득이 어머니도 죽고 점득이도 눈이 먼다. 이일을 겪으면서 점득이는 소련이나 미국에 대해 분노한다. 그래서 고아원에서 미국으로 보내 공부시켜 주겠다는 것도 물리치고, 북으로 넘어간 고향으로 돌아갈 꿈만 가지고 살아간다. 그 꿈은 곧 통일이다. 이 통일에 대한 꿈은 전쟁을 직접 겪은 사람들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인 판순이 아들 한수한테까지 이어진다.
이런 통일에 대한 꿈은 <팔푼돌이네 삼형제>에 와서는 꿈속에서나마 휴전선이 사라지고 통일된 세상에 미리 가보기도 한다. 그 세상은 모두가 욕심을 버리고 부지런히 일을 하는 세상이다. 그래서 고루고루 잘 살게 되고 대통령도 시장도 교장 선생님도 모두가 일을 소중히 생각하고 먼저 일하는 자세를 갖춘 사람들이다. 또한 공해로 더러워진 자연도 깨끗하게 되는 세상이다. 다만, 통일된 세상이 현실로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힘들게 그려져서, 자칫 어린이들이 통일은 정말 꿈 일 수밖에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장편동화나 소년소설에 견주어 볼 때 단편동화들은 역사 현실을 자세히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잇다. 그래서 단편동화 하나에 일제시대나 6.25, 베트남 전쟁까지 담아낸 '무명저고리와 어머니'를 빼고는 다른 단편동화들은 작은 한 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똬리골댁 할머니'는 전쟁으로 상처받은 한 사람의 이야기이고, '바닷가 아이들' 이나 '다람쥐 동산'은 우리 겨레가 남북으로 갈라졌지만 처음부터 한겨레라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동화가 우리 역사 현실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 하는 지금 현실에서 권정생 동화가 가지는 뜻은 아주 크다. 앞으로 좀 더 많은 작가들이 우리 역사 현실을 동화에 바로 나타내고 동화를 통해 우리 어린이들은 바른 역사 의식을 갖고 민족의 앞날을 이끌어 가는 주체로 자라나야 할 것이다.
4. 권정생 동화의 한계와 우리가 할 일
권정생은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우리 어린이 문학에서 다시 찾아보기 힘든 좋은 작품을 많이 쓰고 있다. 그러나 권정생 동화에도 아쉬운 점이 많이 있다.
어린이들이 읽는 동화는 그 내용이 중요한 만큼, 읽기 쉬고 재미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권정생 동화 가운데 몇몇 작품은 주제나 소재는 좋으나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힘들어 아쉽다. <점득이네> 나 <초가집이 있던 마을> 같은 소년소설과 '오누이 지렁이' '아기양의 그림자 딸랑이' '남쇠와 파란눈의 아이' 같은 단편동화들이 그렇다.
<점득이네>와 <초가집이 있던 마을>은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하다 보니 어린이들이 쉽게 읽지 못하고 주제를 정확하게 받아들이지 못 한다. <점득이네>에서 미군 비행기가 사람들을 모아 놓고 폭격을 해 점득이 어머니가 죽고 점득이가 장님이 되는 부분만 봐도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거의 알 수 없게 사건이 일어난다. 역사에 그런 일이 실제 있었다고 해도 동화에서는 그 원인과 결과가 어린이들 처지에 맞게 잘 나타나야 어린이들이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단편동화 '오누이 지렁이'는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지렁이까지도 동화의 주인공으로 헀다는 것이 참신하지만 어린이들이 주제가 무엇인지도 이해하기 힘들게 썼다. 또 '아기양의 그림자 딸랑이'와 '남쇠와 파란눈의 아이' 같은 작품은 기독교 사상과 우리 역사 현실이 얽혀 있는데 지나친 상징이나 비약이 많아 어린이들이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이 밖에도 여러 곳에서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표현이나 무거운 주제가 나타난다.
다음으로 얘기하고 싶은 것은 몇몇 작품들이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기보다 체념이나 절망을 안겨줄 위험이 잇다는 것이다. <점득이네> <초가집이 있던 마을>을 보면 우리 민족이 겪어온 역사를 가슴 아파하는 모습만 그리고 현실을 꿋꿋하게 이겨나가는 모습은 제대로 그리지 못 했다. <점득이네>에서 점득이가 장님이 되어 거리를 떠돌면서 통일을 막연하게 기다리는 것이나, <초가집이 있던 마을>에서 복식이가 군대에 가면 북쪽에 간 아버지와 총을 겨누어야 한다고 자살을 하는 것은 너무나 절망스럽다. 그러다 보니 남북이 갈라진 현실을 이겨나가서 통일을 이루려고 하는 모습이 힘있게 나타나지 못 한다. 그저 막연히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치는 것이다. 차라리 <점득이네>에서 씩씩하고 거칠 것이 없는 판순이나, 대학생이 되서 통일을 외치는 그의 아들 한수 같은 인물을 좀 더 살려냈더라면 희망에 찬 앞날을 보여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한가지만 더 아쉬운 점을 얘기한다면 권정생 동화는 나오는 사람아 어른이 많고 어린이가 거의 없어 어린이 삶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 한다는 것이다. <사과나무밭 달님>만 봐도 어린이가 주인공인 동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보리 이삭 팰 때' 나 '사과나무밭 달님' '공아저씨' '똬리골댁 할머니' '별똥별' '해룡이' 모두 어른이 주인공이다. 그나마 어린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경우도 너무 어른스러운 몽실이나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 일을 풀어 나가지 못하는 점득이 같은 인물로 그려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권정생 동화를 어린이들이 더 읽기 힘들어하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권정생은 지금까지 써 온 동화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우리 어린이 문학이 나아갈 새 길을 밝혀 놓았다. 단지 아쉬운 점을 살펴보는 것은 앞으로 나올 새 작품에 많은 기대를 하기 때문이고 우리 어린이 문학을 이어 나갈 다른 많은 사람들이 권정생 문학을 이어받아 우리 어린이 문학을 제대로 키워 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어린이 문학은 더 이상 국적을 잃고 헤매면서 말장난이나 하거나, 어른이 어린 시절을 돌이켜 생각해보며 꿈이나 꾸는 그런 문학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작가가 철저하게 우리 문학에 발을 디디고 있으면서 역사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어린이들을 동화 안에서 보여 주어야 한다. 또 이런 겨레의 현실을 이야기하면서도 어린이들이 쉽게 읽고 감동 받을 수 있게 어린이들 처지에 맞게 써야 한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한두 사람아 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사회 곳곳이 바뀌어 어린이들이 어디서나 좋은 동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현실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럴 때만이 어린이들은 바른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고 희망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갈 것이다.
5. 맺는 말
지금까지 동화 작가 권정생의 삶과 동화를 이야기하고, 우리 어린이 문학이 나아갈 길을 살펴보았다.
뚜렷한 주제의식으로 민족의 현실을 보여주고 새로운 세계를 향한 꿈을 키워주는 권정생 동화는 길을 잃고 헤매는 우리 어린이 문학 현실에 새 길을 밝혀 놓았다. 동화는 결코 어린이 현실을 외면하고 써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역사 속에서 살아가는 어린이들이 그 역사를 바로 알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키워 갈 수 있도록 써야 한다는 것을 권정생은 잘 보여 주고 있다. 새로운 세상을 이룰 수 있는 힘은 이웃을 돌아볼 줄 아는 따뜻한 사랑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권정생 동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제는 우리 어린이 문학이 진정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어른이 놀이로 동화를 써서도 안 되고, 돈벌이하기 위해서 써서도 안 된다. 그것은 바로 우리 어린이들을 죽이는 일이고 우리 민족을 팔아먹는 일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몇 마디 덧붙인다면, 이 글에서는 권정생 동화를 큰 주제별로 몇 가지 나누어 살펴보았지만 권정생 작품세계를 전부 얘기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더구나 권정생 동화 밑바탕에 깔린 기독교 사상을 전혀 살펴보지 못했다. 또 주제는 아니지만 권정생 동화에 나타나는 문체나 아름답게 살려 쓴 우리말들도 살펴보지 못했다. 그리고 시에 대해서도 전혀 얘기조차 꺼내지 못했다. 다음에 이런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정리: 심명숙 《동화읽는어른》1994년 6월)
◈ 참고 자료 ◈
1. 하느님의 눈물 / 산하 / 1991
2. 몽실언니 /창비 / 1984
3. 점득이네 / 창비 / 1990
4. 초가집이 있던 마을 / 분도 / 1985
5. 팔푼돌이네 삼형제 / 현암사 / 1991
6.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 /산하 / 1994
7. 바닷가 아이들 / 창비 / 1988
8. 사과나무밭 달님 / 창비 /1978
9. 짱구네 고추밭 소동 / 웅진 / 1991
10. 무명저고리와 엄마 / 다리 / 1994
11.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 / 분도 / 1985
12.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 지식산업사 / 1988
13. 할매하고 손잡고 / 올바름 / 1990
14. 달맞이산 너머로 날아간 고등어 / 햇빛 / 1985
15. 꽃님과 어린양들 / 새벗 / 1986
16. 똘배가 보고 온 달나라 / 권정생 외4인 / 창비 / 1977
17. 오물덩이처럼 딩굴면서 / 이철지 엮음 / 종로서적 / 1986
18. 독을 풀어주는 문학 소박한 삶과 따스한 인정 / 이오덕 / 어린이를 지키는 문학 / 백산 서당 / 1984
19. 아동 문학이 무시했던 고난 속의 동심 / 권정생 / 우리 어린이 문학 / 한국어린이 문학 협의회엮음 / 지식산업사 / 1993
20. 비통한 역사의 서정적 증언 겨레의 한 / 최지훈 /한국 현대 아동 문학론 / 아동문예사 / 1994
여기에 전탑(塼塔)이 하나 있다는데, 복원공사 중이래서 틈새로 딜다 봤더니,
에게게~! 다 해체해 놓고는 "아이고야! 난 못하것다!" 야반도주해버렸습디다.
요래 생겼다는디 ─
안동 간고등어
우리가 먹은 고등어는 몇 그램짜리냐고 물으니, 500g이랍디다.
소호정이든가?
집 & 사랑방 & 정자 를 겸했다고나 할까?
예쁘게 잘 지었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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