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세상을 마주하는 시간』

2015. 7. 9. 09:03책 · 펌글 · 자료/인문 · 철학 · 과학

 

 

 

"행복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적이 아니라 순간순간 행복한 때가 있어서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행복한 순간들이 삶을 지탱해주는 거지, 그 자체가 삶의 목적은 아니다."

 

 

 

 

5분 

 

 


《지식채널ⓔ》를 기획하고 연출했던 김진혁 피디가 EBS를 퇴사한 후 독립언론 뉴스 타파를 통해 선보인 《김진혁의 5minutes》를 엮어 낸 『5분』은 사회적인 이슈를 중심으로 진실에 관해 이야기한다. 가슴을 울리는 것을 넘어서 우리가 딛고 선 세상을 마주하는 ‘5분’ 동안 다룬 열아홉 편의 방송은 우리 시대 이슈 뿐 아니라 방송의 주요 키워드와 보여주고자 했던 개념들까지 심도 깊은 해설로 설명한다.
크게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 생각, 하다와 2부 경계, 짓다로 구분되어 있다. 1부에선 저널리스트 에드워드 머로, 복지국가 스웨덴의 에른스트 비그포르스, 안녕하십니까 대자보와 4만 7000원의 노란 봉투 캠페인까지 사고를 자유롭게 하는 생각의 범주를 제시한다. 2부는 국가개조론, 공영 방송의 수난사,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적이 되는가를 시작으로 꼰대 vs 선배까지 우리 사회 갈등을 구분 짓기보단 경계를 넘나드는 이해의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프롤로그_ 5분이 작은 컬러 픽셀 하나가 되기를

SIDE A 생각, 하다
TRACK 01 Good night, Good luck
TRACK 02 복지국가 스웨덴의 비밀
TRACK 03 주교 지학순
TRACK 04 역사를 잊은 민족
TRACK 05 안녕하십니까?
TRACK 06 4만 7000원
TRACK 07 천국의 집
TRACK 08 꿈의 공장 속 ‘노동자’들
TRACK 09 다메

SIDE B 경계, 짓다
TRACK 01 세 개의 ‘국가개조론’
TRACK 02 사라진 목소리와 공영방송
TRACK 03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적이 되는가
TRACK 04 썩은 상자와 수평 폭력
TRACK 05 공평하지 못한 세금의 결과
TRACK 06 모독 vs. 모독
TRACK 07 전시작전통제권과 세 명의 대통령
TRACK 08 부동산 불패 신화와 아이 안 낳는 나라
TRACK 09 꼰대 vs. 선배

에필로그_ 주인의 자격

 

 

 

 

 

 

 

 

1

 

흔히 사람들의 ‘생각이 변한다’고 표현하는데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사람들의 생각은 잘 변하지 않는다. 적어도 '기존의 범주'에서는 그렇다. 그렇게 때문에 사람들의 생각이 변했다는 건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범주가 바뀌거나, 새로운 범주가 기존의 범주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게 되었다고 해석하는 게 맞다. 사람들을 설득한다는 건, 기존의 범주에서 생각을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새로운 범주를 제시하는 행위다. 새로운 범주란 건 당연히 그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범주여야 한다.

 

이 범주를 '프레임'이라고 불러도 좋고 '어젠다'라고 불러도 좋고 '이슈'라고 불러도 좋다. 중요한 건 우리가 매 순간 프레임, 어젠다, 이슈를 두고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사람들에게 선택된 범주 그러니까 이 전쟁에서 이긴 범주를 제시한 이들이 세상을 움직이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정말 세상을 더 나은 쪽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은 세상이 더 나아질 수 있는, 적어도 그럴 가능성이 '높은' 범주를 끊임없이 발굴해서 사람들에게 제시하는 것뿐이다. 그렇게 제시된 범주가 사람들의 생각 속에서 중요한 범주로 자리잡고, 나아가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범주가 될 때, 세상은 충분히 바뀌어 있을 것이다.

 

누구나 알아야 할, 반드시 지켜내야 할 '진실'이라도 그것이 하나의 범주로 자리잡지 못하면, 그것은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만다. 정말 의미 있는 '진실'이라면 반드시 '범주화'되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2

 

"우리는 몇십 년 몇백 년 뒤에 찾아올 낙원을 준비하며 살아가지 않는다.

낙원은 인류 역사의 시작에도 없었고 마지막에도 없을 것이다."

 

 

"훌륭한 집에서는 독식하는 사람도 없고 천대받는 아이도 없다.

다른 형제를 얕보지 않으며 그를 밟고 이득을 취하지 않는다. 약한 형제를 무시하거나 억압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는 국가도 마찬가지다."

 

 

 

 

3

 

[헌법 제33조 제1항]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갖는다.

[형법 제314조] 위력으로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4

 

돈과 권력을 소유한 이들은 세상의 변화에 큰 압력을 느끼지 않고 굳이 세상을 변화시킬 필요성도 못 느끼기 때문에 기존 제도와 생활양식을 선호한다.

한편 생산직 노동에 종사하는 하위 소득계층의 가난한 이들은 현 제도와 생활양식의 변화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당장의 일상과 생존만으로도 너무나 힘겨워 기존의 방식에 적응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소모함으로써 기존이 방식에 순응하는 보수주의 성향을 띄게 된다.

계급배반투표는 자신이 속한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후보가 아니라 다른 계층을 대변하는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성향이다. 이는 1) 주류 언론이 계급문제를 문화전쟁 이념전쟁으로 호도하기 때문이며, 2) 하위계층을 대변하는 정당이 계급투쟁을 잊은 채 화이트칼라 '여피'를 끌어들이는데 역량을 쏟다보니 광범위한 지지층을 잃은 결과이기도 하다.

 

 

 

5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처음 받은 위협, 첫 모욕, 첫 구타는 나치 친위대원이 아니라 다른 포로들, 동료들에 의해 저질러졌다."  - 프리모 레비

썩은 사과가 썩은 상자를 만드는 게 아니라 썩은 상자가 썩은 사과를 만드는 것이다.

프랑스 식민시대의 일제리. 지배와 피지배라는 식민지 구조 속에서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수직폭력'이 만연한 상황. 알제리인들은 점점 쌓여가는 분노를 폭발시킨다. 그러나 그들의 분노가 향한 곳은 같은 민족, 그 중 자신보다 약한 가족, 형제, 친구, 동료, .... "수평폭력은 자신을 억압하는 근원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비슷하거나 나약해 보이는 사람에게 대신 분노를 드러내는 것이다."  - 프란츠 파농

 

 

 

6

 

미국의 역사학자이자 사회운동가인 하워드 진은 한 고등학교 강연에서 걸프전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러자 한 소녀가 질문한다. "그런데 선생님은 왜 이 나라에 살고 계신 거죠?"

"내가 사랑하는 건 조국, 국민이지 어쩌다 권력을 잡게 된 정부가 아니다. 어떤 정부가 민주주의 원칙을 저버린다면 그 정부는 비애국적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사랑은 당신으로 하여금 당신의 정부에 반대할 것을 요구한다."

 

 

 

7

 

지금 20대에겐, 노력하면 보상받을 수 있었던 적지 않은 기회와, 누군가 부당함에 맞서면 혼자 외롭게 두지 않는 연대의식과, 비교적 낮은 등록금으로 인해 자유로운 생각과 경험이 가능했다는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읺다.

 

 

 

8

 

연대책임의식이 결여된 사회.

 

대학등록금은 대학생들의 문제 /

쌀 시장 개방은 농민들의 문제 /

이동권은 장애인들의 문제 /

노후는 노인들의 문제 /

 

각각의 문제들이 개인의 문제로 파편화된다.

결국 선거 때가 아니면 사회구성원들의 문제에 신경쓸 필요가 없어지는 국회.

 

이런 사회에서 구성원들은 사회구조작인 문제까지도 자기 탓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