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암, 《모견도》

2015. 1. 27. 19:51미술/내 맘대로 그림 읽기

 

 

 

 

 

강아지 한 마리 골라서 가져가세요.

 

 

 

 모견도(母犬圖) 종이에 담채, 73.2x42.4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강아지 세 마리가 털 색깔이 제각각이네요? 검둥이, 흰둥이 누렁이.

흰둥이는 그냥 허겁지겁 발버둥쳐가며 먹고 있고, (젖이 깨물릴까봐 어미가 다리로 누르고 있는 거. ㅋㅋㅋ)

검둥이는 슬그머니 파고들어서 예의 바르게 젖을 빨고 있군요.

그런데 누렁이는? 잠을 자네요???

 

 

 

 

    

 쌍구자도 (雙狗子圖 ) 76 x 40㎝

 

 

  누렁이는 여기서도 또 자넹? 전날 과음했나?

 

 

 

 

 

 화조구자도(花鳥狗子圖) 86x44.9cm,  

   

 

 

흰둥이는 방아깨비를 잡아 왔나봐요. 노는 재미에 정신이 쏙 빠져 있습니다.

그런데 옆에서 부시럭 소리가 나는지, 검둥이가 눈이 동그래져서 경계심이 가득하네요.

그런데 또 누렁이는.... 에이그~ 아무래도 칠푼이거나 영양부족 같습니다.

 

 

화가(李巖)의 개에 대한 관찰력이 뛰어납니다.

검둥이를 누렁이와 함께, 그리고 흰둥이를 따로 배치한 구도도 매우 치밀합니다.

 

 

 

 

 

 

화조묘구도(花鳥猫狗圖)〉

 16세기, 종이에 채색, 폭당 87 x 44.2cm 북한 평양 조선미술관 소장

 

 

 

누렁이가 물끄러미 나무에 올라간 고양이를 쳐다보고 있고,

검둥이는 나뭇잎사귀인지 꿩 깃털인지를 물고 어디론가 가네요.

검둥이가 없어지자 고양이가 나무에서 내려왔습니다. 이젠 겁날 게 없다 이거죠.

생각 없는 누렁이가 다가가자, 고양이가 

"어쭈구리? 그동안 당한 분풀이나 해야지, 이걸 그냥 확─!"

☜  고양이 꼬리를 잘 보세요.

고양이는 만만한 놈이면 덮치기 전에 힘이 들어간 꼬리를 저런 식으로 살살 옆으로 흔듭니다.

 

 

 

자, 이제 새끼를 분양받는다 칩시다. 

 

일단 누렁이는 제쳐놔야 합니다. 

얼굴이 예쁘게 생겼어도 절대 데려오면 안돼요. 성견 되기 전에 죽을 확률이 70% 됩니다.

이 그림을 그린 화가는 검둥이에게 정이 많군요.

제가 보기엔 '모견도'를 포함한 이 작품들에서의 주인공은 어미가 아니라 검둥이 강아지입니다.

건강하고 똑똑하기로야 응당 흰둥이겠습니다만,

그러나 우리가 검둥이를 골라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_________________

둘째, _________________

 

 

 

 

 

 

 

 

 

이암은 어진 제작에도 참여할 만큼 그림솜씨가 출중했던 왕족 출신 화가로 세종의 넷째 아들 임영대군의 손자임.

현재 일본에는 그의 작품이 여러 점 소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