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27. 11:39ㆍ미술/내 맘대로 그림 읽기
<아침 해>, 1952년, 캔버스에 유화, 74×111.8cm, 오하이오 콜럼버스미술관
여자는 눈을 떴다. 아침은 이미 밝아 있었고 해는 방 안 깊숙히 들어와 있었다.
어떻게 이 낯선 방에 들어와 있는지, 어디서 기억을 잃어버렸는지 여자는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한다.
싸구려 그림 한 점 걸려 있지 않은 낡은 모텔에서 눈을 뜨는 일 따위는 여자에게 이미 익숙하다.
술에 취해 정신을 놓아버린 자신을 누군가가 이 모텔로 데려다 주었을 것이다.
실눈으로 아침햇살을 맞았던 여자는 이제 햇빛이 쏟아지는 창밖의 거리를 본다.
언제 밤이 오기라도 했냐는 듯 시침을 뚝 뗀 눈부시게 밝은 도시를,
그 거리를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내려다 본다.
하지만 여자는 결코 소외나 고립 혹은 고독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은 이미 자신의 몸에 걸쳐진 의복이거나 의미 없이 새겨진 문신에 불과하다는 걸
여자는 익히 알고 있다.
그러니 고독이라는 말은 마트의 진열대에 쌓여있는 잡다한 생활용품들과 동의어다.
자연친화적인 태양광선과는 전혀 다른 햇빛이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속에는 담겨있다.
이걸 무어라 불러야 할까.
직선으로 완강하게 규격 지어진 도시의 풍경, 그 풍경을 드러나게 하는 햇빛의 색감은 밝지만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건조하고 공허한 공기를 머금고 있다.
이 건조한 햇빛은 도시의 풍경들에 황량하고 적막한 느낌을 부여한다.
누구나 느끼고 감지하고 있으나 발설하지 않은 공허하고 고독한 도시의 낮과 밤,
에드워드 호퍼의 차갑고 명징한 리얼리즘은 여전히 매혹을 내뿜으며,
교차하는 산업화 도시의 상징성은 여러 미술사조들과 상관없이 지금도 유효하다.
(글. 김형술, 시인의 눈으로 본 그림 이야기,『그림 한참을 들여다 보다』)
호퍼 그림 어때예? 그림이 싸아 하지예?
느낌은 오지만 설명을 하려들면 참 애매한 그림들이 이런 그림이라예.
아래 그림은 러시아 농노출신 화가 그리고리 소로카(1823~1864) 그림인데예,
싸아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공기가 없는 것 같애예.
보면 섬뜩할 기라예.
그리고리 소로카(1823~1864) <낚시꾼> Size of this preview: 800 × 519 pixels
Size of this preview: 771 × 599 pixels
나는 소로카의 그림을 볼 때면 면도날을 들고 덤벼드는 놈 같아 무서워예. 전혀 갖고 싶지 않아예.
미워한다는 건 아직도 사랑의 감정 찌끄래기가 좀 남아 있는 거라매예?
아래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보면 아직 그런 미련이 조금 남아 있어예.
그렇지만 이 그리고리 소로카의 그림에는 바늘 구멍 하나 들어갈 틈이 없어예.
왜냐믄, 에드워드 호퍼는 세상 사람들의 '소외와 고독', '경계와 거리 둠'을 객관적 시각에서 그린 것이고,
그리고리 소로카는 철저히 주관적 입장에서 자기 자신과 세상과의 단절을 그린 거라예.
마치 정신병원에 갇혀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농노출신이라니까 지독한 분노일 수도 있겠지예. (러시아 농노해방 1870년)
이상은 어디서 베낀 게 아니라 내 생각을 말한 거라예. 크게 믿지는 마이소.
Edward Hopper(1882~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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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부분, 1940년, 캔버스에 유화, 66.7×102.2cm, 뉴욕 현대미술관(MoMA)">
2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1942년, 캔버스에 유화, 76.2×144cm,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
3
여름, 1943년, 캔버스에 유화, 74×111.8cm, 윌밍턴 델라웨어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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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Rooms by the 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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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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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eve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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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출처 : 카페 <장계인의 그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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