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20. 14:17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네 얘기 · 쟤 얘기
시의 영토
건널목에 걸려든 채 오도 가도 못하다가
바람의 갈피 속을 대책 없이 쏘다니다
저문 생
가변 차선에
푸른 신호 환한 낮.
*
기억납니다. 고동우님이『시조문학』겨울호 만들 때쯤이었을 겁니다.
시가 안 나온다고 답답해 하셨죠. 마감이 얼마 안 남았다면서요.
낡은 일기장
밑창 닳은 헌 신발이 초입에 걸려 있다
허구한 날 너덜길을 걷고 또 걸었던가
접혀진 일기장 속내에
마른 가슴 베인다
한참을 망설이다 첫발 뗀 꿈의 행간
벼랑 끝 쪽문 열고 어질머리 부추기는
생채기 한가운데 쯤
홀몸으로 서 있다
여남은 백지 몇 장 곱게 채울 인연인가
책갈피 서랍 속을 뒤채는 검은 먼지
언젠가 천연색 꿈을 빌어
훌훌 털고 오시길.
*
시조문학 보내주실 때마다 대략 다 읽어봤습니다.
시집 목차를 열어보니까 눈에 익은 제목이 많네요.^^
저는 이 시가 가장 공감이 가더군요.
빈센트 반 고흐
- 별이 빛나는 밤
당신의 동구에서 서성이고 있습니다.
덧칠해 간 세 갈래 길 숙명적인 열망 사이
자른 귀 몽환 속에서 까마귀가 나는 곳
태양에 더 가까이 우주로 창을 내고
해바라기 씨방 안에 세들어 보낸 날들
다락방 노랑 물감이 늑골 안에 스밉니다.
고뇌의 붓을 놓고 “별까지 걸어서 간”
목마른 그 여정에 제 설움만 깊습니다
삼나무 하늘에 닿은 어느 여름 별밤에.
*
고흐 그림 빵꾸가 났겠습니다. ㅎㅎㅎ
고동우님, 시조집 고맙게 잘 받았구요.
늘 곁에 두고서 틈날 때마다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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