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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미술 이야기 (책)

삭적(削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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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백행음도/양해. 13세기 전반 활동, 남송,

         종이에 먹,80.8x30.4cm 동경국립박물관

 

 

 

간밤의 흔적을 지우고픈 바람은 술꾼이나 바람둥이들만의 것이 아니다. 예술가에게도 그런 욕망에서 배태된 행태가 있다.

자신의 작품을 어느 순간 모조리 불태워버리고 싶은 충동에 치를 떠는,

그리하여 마침내 이승에서의 호적을 깡그리 파내버리고자 하는 자기 소멸의 욕구가 그것이다.

이른바 삭적(削迹)이다.

살아서 단 한 점이나마 걸작을 남기는 것이 예술가들의 지상 목표라고 할 때,

지난 날의 작품들이 한 순간 태작에 불과하다고 느끼는 것은 둔재의 모멸감이 아니라 철저한 자기 반성일 수도 있다.

여기서 자못 흥미로운 점은 그 다음에 펼쳐질 선택은 절치부심일까, 두문불출일까,

아니면 가뭇없는 사라짐일까?

 

- 손철주, <보는 만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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