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26. 21:04ㆍ음악/우덜- ♂
포크" 천재 가수, 김정호의 " 하얀나비"
우우
우우..
밤바람이 차갑게 들려온다.
애틋, 처연한 단조음(短調音) "포크 천재"
김정호의 " 이름 모를 소녀 " 가
듣고 싶은 밤이다.
나는 가수 김정호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길을 가다가도 그의 노래가 들리면
걸음을 멈추고 곡이 끝날 때까지 가로수 밑에서
귀를 모은 채 정신을 잃을 정도였다.
서른 셋,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포크가수 김정호는 짧지만 뜨거웠던
청춘의 한때를 불사른 가수였다.
판소리하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고
70년대 초반 통키타 한대 들고
명동에 왔을 때, 사람들은
신동(神童)에 가까운 작곡가가 나타났다고 했다.
어머니 덕분에 일찌감치 익힌
판소리를 바탕으로, 그는 5음계만을 사용하여
심금을 울리고 폐부를 찌르는
처연한 노래를 만들었다.
74년 데뷔앨범 " 이름 모를 소녀 " 를 내놨을 때
젊은이들의 반향은 폭발적이였다.
단조(短調)에서 오는 처연함과 애수를 느끼게 하는
그의 목소리는 듣는 이의 가슴을 후벼팠다.
버들잎 따다가 연못 위에 띄워놓고/
쓸쓸히 돌아서는 이름모를 소녀/
밤은 깊어가고 산새들은 잠들어/
아무도 찾지 않는 조그만 연못 속에/
달빛 젖은 금빛 물결 바람에 이누나/
" 이름 모를 소녀 " 는 물론
" 사랑의 진실 " " 잊으리라 " " 작은 새 "
" 빗속을 둘이서 " 에 이르기까지..
어느 곡 하나 버릴 것 없는 꽉 찬 앨범이였다.
" 이름없는 소녀 " 의 주인공은
훗날 결혼한 부인이였다고 한다.
많은 힛트곡을 있게 한
" 몰래사랑 " 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75년 잇달아 " 하얀 나비 " 를 내놓으면서
한(恨)이 느껴지는
포크가수로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인기가 오를수록
그는 서서히 죽음 곁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대마초와 폐결핵,
그 두 단어가 결정적으로 그의 발목을 잡았다.
곡을 쓸 때면 변두리 여관에 장기 투숙하며
한달이고 두달이고,
곡이 나올 때까지 나오지 않았다.
매일 몇 갑씩 피워대는 줄담배로
그의 폐는 녹아들어 갔다.
75년 겨울은
당대의 다른 가수가 그러했듯이
김정호에게도 불행한 계절이였다.
대마초 가수들에게 철퇴가 내려졌다.
당시 김정호를 담당했던 검사는
딸이 열렬한 팬이라면서 훈방조치를 했지만,
다시 내려진 재수사 지시에
..[ 당시 아들이 대마초를 피우는 것을
알게 된 대통령이 철저히 조사하여
일망타진 엄벌지시 ]..
모진 고문에 시달린 뒤
가수활동이 금지됐다.
그참에 주위의 사람들이
그의 폐병치료를 위해
인천의 요양소에 수용시켰다.
그러나 김정호는 감시가 느슨할 때면
어김없이 서울에 올라와
통키타 업소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의 노랫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에 대한 애틋함을 갖고 있었던 그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로서는 꽤 많은 돈을 벌었음에도
그는 집에 한푼도 가져가지 못했다.
살림이 어려운 선배가수 집에 쌀을 보낸 미담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고,
배고픈 음악동네 후배들의 용돈은
거의 그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77년 부인 이영희씨와의 사이에
쌍둥이 딸이 태어났다.
그러나 폐결핵은
그의 생명을 시나브로 단축시키고 있었다.
81년 활동금지가 풀리면서 " 인생 " 을 내놨다.
83년 유작앨범이 된 " 님 " 은
그가 남긴 유언이 된 셈이었다.
" 간다 간다 나를 두고 떠나간다 " 라는
절규가 담긴 노래를 녹음하면서
그는 삐적 말라 뼈만 남은 몸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가 부른 노래에는
국악과 가요를 접목하여
새로운 리듬과 멜로디를 만들어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 내 죽거든 앞이 툭 트인 곳에 묻어 달라 " 는 유언을 남긴 채
그는 85년 11월 서울대 병원에서
이 세상에 아픈(?) 목소리 한자락을 남기고 갔다.
서른셋이었고 겨울이었다.
그는 지금 경기 파주의
기독교 공원묘지에 잠들어 있다.
" 이름 모를 소녀 " 의 주인공이었던
부인 이영희씨는 재가도 하지 않은 채
쌍둥이 딸을 키웠고,
큰딸 정선씨는 작곡가로 데뷔했다.
하늘과 바람, 새와 꽃잎..
무엇보다도 인간을 사랑할 줄 알던 가수
김정호는 지금 여기 세상에 없다.
그러나 그의 노래는
지금도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살아있다.
나는 지금도
그의 노래가 들리면 길을 가다가도 그 자리에 서서
그의 처절한 목소리가 끝날 때까지
넋을 잃고 움직일 줄을 모른다.
김정호의 아픈 목소리는
겨울바람이 불어오는 날이면
내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잠자다가도
한마리 하얀나비가 되어 가슴을 쥐어짜듯 날아올라
내 눈을 뜨게 한다.
" 간다 간다 나를 두고 떠나간다 "
그는 마지막 노래를 부르며 그렇게 떠났다.
찬바람 불어오는 북망산 겨울하늘(冬天)로
하얀나비가 되어 날아갔다.
그가 떠난 12월이 오면
나는 그의 노래가 듣고 싶어서
깊은 밤에도 이렇게 잠을 설치고는 한다.
아,
이름 모를 소녀..
하얀 나비..
(펌 1)
요절가수 김정호가 그렸던 고독한 인생의 이미지는
- 짙은 회색빛이었다.
비범한 재주는 신조차 질투가 솟았을까!
너무도 젊은 나이에 앗겨버린 그의 노래세상은
온통 그리움, 고독, 슬픔, 이별 등으로 뒤범벅된 삶의 반영이었다.
숨쉬기조차 힘들게 폐부 깊숙한 곳에서 요동쳤던 결핵균들은
오히려 숨이 끊어질 듯 가슴속의 한을 토해내게 했다.
대중들은 한순간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어느 누구도 마음 깊은 곳으로 집요하게 파고들어 촉촉히 적셔대는
처연한 멜로디와 노랫말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감수성 예민한 소녀팬들을 얼어붙게한
'이름모를 소녀'
'하얀나비'
그리고 젊은층의 사랑을 독차지한
'사랑의 진실'
'작은 새' 등은 그가 남긴 주옥같은 명곡들.
[김정호(조용호) : 1952년 3월∼1985년 11월 29일]
어니언스(Onions)의 노래 '작은새'의 작곡가로 명성을 날리기 시작한 김정호는
국악의 명인들이 많은 외가 쪽의 피를 받고 광주에서 태어났다.
그는 중학교 때 삼촌으로부터 선물 받은 기타로
음악가의 기질을 발휘하기 시작했으며
고등학교 때에 밴드부에 가입해 악기를 다루었다.
졸업 후 미8군에서 기타를 치다가
후배 임창제가 결성한 그룹 어니언스의 앨범에 작곡자로 참여하게 되었으며
그룹의 인기와 더불어 그의 이름도 알려지게 되었다.
<쉘부르> 등의 통기타 업소에서 노래를 시작한 그는
그룹 4월과 5월에서 잠깐 머물다가
1973년 자신의 자작곡인 '이름 모를 소녀'로 데뷔했다.
이후 '하얀 나비'로 정상에 오른 그는
'사랑의 진실',
'잊으리라',
'꽃잎' 등의 히트곡을 쏟아 부으며
최고의 포크가수로 자리 매김 한다.
그는 <꽃잎>이란 카페를 운영하며
강은철, 김학래, 임하룡, 남궁옥분 등과 함께 무대에 섰으며
자주 국악 공연을 관람하며 소울풀한 음색에 토속적인 맛을 입혔다.
폐결핵 환자라는 소문이 돌던 시기에,
그는 1975년 마약 사범으로 잡혀 들어간다.
그는 이 대마초 파동으로 구금되어 정신병원까지 가야 했으며
이후 두문불출하며 자신의 깊어지는 병마와 싸웠다.
심해지는 병은 그를 파산으로 몰고 갔으며
변변치 않던 작곡비로 연명하던 그는 단칸방을 전전해야 했다.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5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녹음한 끝에 1983년 마지막 앨범을 낸 김정호는
병원의 환자에게서 영감을 얻은
'고독한 여자의 미소는 슬퍼'로 재기에 성공하지만
결국 병을 이기지 못하고
1985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는 임종 3개월 전,
딸에게 자신이 인기가수였음을 증명하기 위해 TV에 출연했고
이것이 마지막 그의 모습이 되었다.
그의 유작에선 또한 '하얀 나비'와 함께
그의 죽음을 예견한 곡으로 비유되곤 하는
'님'이 사후에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그의 음악은 포크로 분류되지만
독특한 음색에서 품어져 나오는 혼의 목소리는
소울과 블루스의 어느 지점에서 머물고 있으며
마지막까지 꽹과리를 들고 우리의 소리에 심취한데서 알 수 있듯이
그의 또 다른 원천은 국악임을 알 수 있다.
그가 사망하자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던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에서는
추모 방송을 연일 내보냈고
1986년에는 홍민, 김수희, 김학래, 하남석, 윤시내,
김범룡, 이정선, 신형원, 윤승태, 한마음, 전영록, 김현식, 서수남, 하청일,
송창식, 이태원, 강은철 등
당대 최고의 가수들이 힘을 합친 트리뷰트 음반이 나왔다.
팬들의 사랑이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는 1998년 조선일보가 선정한
<건국 이후 가수 베스트 50> 중에서
30위를 차지하는 위용을 과시했다.
(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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