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 휴게소입니다. 여길 와 본 지가 언제인가도 모르겠습니다.
누님네가 <한화 콘도> 옆에 사시기 때문에 속초를 가려면 늘 미시령을 넘어다녔는데,
얼마전에 터널을 뚫어서 이젠 이 위에까지 올 일이 없지요.
제가 원래 흘림골로 간다고 하잖았습니까? 그런데 한계령에 다다르니까 갈등이 생깁디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대청봉을 언제 가보나.......
한계령에서 오색으로 넘어가는 길이 대청봉을 오르는 최단 거리일 뿐만 아니라 제일 수월한 코스랍니다.
세 팀으로 나눴습니다.
A코스는 한계령 - 대청봉 - 오색,
B코스는 한계령 -귀때기청봉 - 장수대,
C코스는 흘림골.
옆 자리에 앉은 사람 얘기가, 설악산 와서 이렇게 맑은 날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올라가면 조망이 끝내줄 거라고.....
흘림골 가서 북새통 치느니 A코스로 가는 게 낫다고......
그 말 듣고 한계령에서 내리고 말았습니다.
날씨가 예사가 아니었습니다.
중간에 들렸던 여주 휴게소랑은 하늘과 땅 차입니다. 손이 시릴 정도로 추운 겁니다.
바람도 장난이 아니고..... 그제야 겁이 덜컥납디다.
여기 M산악회사람들 말로 6시간 코스라는 것이지, 보통은 8시간 걸리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산행을 시작한 시각이 11시 반입니다. 이거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일단은 올라가고 봅니다. 버스도 이미 떠났고요.
어떻습니까? 역시 설악산이지요?
그런데 두 시간 가까이 줄곧 올라가야 한답니다. 그 다음부터는 평평한 능선이라서 쉽답니다.
오르막만 벗어나면 그럭저럭 따라갈 수는 있겠지만 사진도 찍어야 할 거 아닙니까?
산속에선 4시 넘으면 어두워지는데, 저는 랜턴도 준비해 오지 않았네요.
아무래도 무리한 결정이었습니다.
저게 어디 단풍입니까? 이건 아예 겨울산입니다.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내려가기로 작정을 하고 나니까 그렇게 신날 수가 없는 겁니다.
도루 내려갔다고 전해달라고 하고선, 겅중겅중 막 뛰어내려왔습니다.
계단도 두개씩 세개씩 막 타넘으며 내려왔습니다.
그렇췌! 바로 이거줴! 저 좋은 길을 놔두고서 말이야!
어이구 내가 잠시 미쳤었줴!
이제부터 구비구비 걸어서 내려갈 겁니다.
물론 혼자서지요. 보니까 걸어서 내려가는 사람은 저 말고 아무도 없습니다.
진짜 신납니다. 노래가 막 절로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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