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9. 23:19ㆍ책 · 펌글 · 자료/예술.여행.문화...
누구에게나 ‘부치지 못한 편지’의 추억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람이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른다.
유치하다며 외면했던 뻔한 유행가 가사들이 와닿기 시작한다.
‘어쩌면 이리도 잘 내 심정을 표현할 수 있을까’ 하고 탄식하게 되면 이미 중증이다.
사랑하고 아파하고 이별하는 노래들이 온통 내 얘기다. 이런 걸 감정이입이라고 하나.
그리하여 시쳇말로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가며 편지를 쓴다.
편지는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
“그대의 동공(瞳孔) 속에 깃든 나의 실존…” 운운하며 자신도 이해 못할 시를 괴발개발 그린다.
이런 편지는 가을에 쓰는 게 제격이다.
찬바람 이는 가을 어스름의 낙엽은 시심을 자극한다.
계절을 타는 사람들에게 가을은 실로 치명적이다.
그래서 최양숙은 노래했을 거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하지만 이렇게 공들여 쓴 편지들이 제 갈 길을 찾아 가는 건 아니다.
연애와 실연과 짝사랑의 아픔을 밤 새 눈물로 찍어 쓴 편지는 아침에 찢겨지거나 서랍 속에 간직되기 일쑤였다.
가수 김세화의 ‘눈물로 쓴 편지’는 이를 “눈물로 쓴 편지는 읽을 수가 없어요, 눈물은 보이지 않으니까요.
눈물로 쓴 편지는 부칠 수도 없어요, 눈물은 너무나 빨리 말라버리죠…”라고 노래했다.
돌이켜보면 유년과 청년기의 ‘부치지 못한 편지’의 추억은 아픔이되 아름다운 아픔이었다.
그래서 달콤하고 쌉싸래한 추억으로 남는다.
<오늘자 경향신문. 김철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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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가을편지'노래, 하면 이동원 노래가 좋은 거로 알았는데,
가만 들어보니까 역시 원단이 낫구나란 생각이 듭니다.
또,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도 참 좋아했는데,
그것도 가만히 들어보니까 서영은 노래가 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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