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산

2008. 10. 6. 12:21산행기 & 국내여행

 

 

 

 

 

 

지도상으론 정선이 꽤나 멀던데, 막상 가보니 버스로 세시간 거리다. 의외로 가깝다.

억새보러 창녕 화왕산을 갈까, 장흥 천관산을 갈까, 지도를 펴놓고 요모조모 가늠해 봤는데

천관산은 너무 먼 듯하고, 화왕산은 아무래도 내년 봄에 철쭉 필때 가게 될 것 같아서

이참 저참 평소 궁금해하던 민둥산을 택했다.

 

 

 

 

 

 

 

  

화암약수로 가면 4시간, 중간에 삼내약수로 가면 세시간 코스다.

나는 하산길엔 늘 무릎이 아파서 코스가 짧은 삼내약수로 내려왔는데

화암약수로 내려온 사람들 얘기론 길이 가파르지 않고 평탄하더란다.

내려오며 보니 가을빛이 곱게 물드는 게 참 호젓하니 좋더라,

그런줄 알았으면 화암약수로 내려오는 건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민둥산, 왜 이름이 민둥산일까?

언젯적에 붙여진 이름일까?

민둥산이 고유명사가 된데에는 뭔가 사연이 있을 듯한데..,

내 어릴 땐 어느 산이고 간에 모두가 벌거숭이 민둥산이어서,

민둥산이라고 새삼스레 부른 이유가 얼른 이해가 안간다.

 

  

 

 

 

 

 

 

 

 

 

 

 

 

  

 

 

60년대는 물론이지만 70년대 까지도 나무를 땔감으로 쓴 곳이 많았을 게다.

내 살던 '인제'에도 나무해서 먹고사는 사람들이 여럿 됐는데

리어카나 구루마에다 장작을 싣고 3 km 되는 인제 읍내에 내다 팔았다.

 

내 기억으론 저녁 무렵에 싣고 나갔던 것 같다.

그 날 해온 나무를 그 날 내다파는 것이라기 보다는

'산림감시'랍시고 위세 부리던 영림서 직원들의 눈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을텐데-,,

다 뺏기고 빈 리어카로 돌아오는 사람,,

더러는 용케 지키는 길목을 피해서 팔고 오는 사람,,

수차례 하다 보니 안면이 터진 사람,,

 

영림서 직원이라고 나무 안 땠겠냐?

갸네들이 제 돈 주고 나무를 사때지는 않았을 터, 

그것도 말단 놈만 챙겼겠냔 말이지.

놈들 방구들부터 뎁혀주고 나서야  제 몫 팔아서 먹구 살았을텐데...

참으로 그시절, 다들 불쌍히도 살았다.

 

 

 

 

 

 

 

 

요즘엔 어딜가나 사시사철 맨 축제타령인데, 그거해서 돈 되나 모르겠다.

사람만 불러뫄서 북적거리기만했지 뭐 하나 떨궈주고 가는게 없는데 뭔 소용있겠냐마는..

점차 나아지겠지..

 

 

 

 

 

 

 

 

 

 

 

 

 

 

 

 

 

 

 

 

 

 

 

 

 

 

 

 

 

 

 

  

내가 과문해서 그런지 억새꽃이라는 말이 영 어색하게 들린다.

억새풀, 억새밭, 그러지 않나? "갈대밭" 그러듯이.

꽃이라고 치면 참 쓸쓸한 꽃이다. 마치 내 또래의 여자들 보는 것 같다. 

나이 먹는다는 거, 참 우울한 일인데,

눈 꺼풀 쳐지고, 목 주름 생기고, 기미 끼고, ... 목소리도 변하고.. 

거울 속의 내 얼굴  살피다보면 세월이 야속하단 생각이 참 많이 든다. 

 

 

 

 

 

  

 

 

 

 

 

 

 

  

 

이름이 '민둥산'이라고해서 빈둥빈둥 올라가도 되는,

그렇게 아주 만만한 산은 아니다. 세번인가 네번인가 쉬며 올라갔다.

계단이 많더라. 굳이 계단을 안 만들어도 될 것 같은데,,

그런데 저기 보온병이랑 아이스박스-,, 중턱까진 차로 실어온다지만..... .

 

  

 

 

 

 

 

 

 

  

 

 

 

'밭구덕'인줄 알았다. '구덕'은 강원도 사투리로 아는데,

구덩이란 뜻은 아니고 논두덕 처럼 툭 불거진 데를 말했던 것 같다.

그런데 '발구덕'이라니, 뭔 말인가 모르겠다.

고냉지 채소를 재배하는 곳인 모양인데,,

 

 

 

 

 

 

 

 

 

 

 

 

 

솔직히 여기 억새군락은 별루다.

듣자니 양산에 있는 신불산-간월산-영취산이 멋지다는데,,

 

   

 

 

 

 

 

 

 

 

많이 가물어서 그런지 바닥이 푸석푸석하다.

발 디딜때마다 땅바닥의 흙먼지가 횟가루 날리듯 일어난다.

그래서 저런 자리 말곤 밥 먹기 마땅한 곳이 없더라.

 

 

 

 

 

 

 

 

  

 

 

 

 

 

 

 

 

 

 

그래, 이런 정도는 돼야 걸을 만하지.

그런데 그 많던 사람 다 얼루 갔지? 밥 먹나?

이때가 1시쯤 됐다. 3시반까지 내려오라고 했는데, 2시면 내려가게 생겼다.

빨리 걸은 것도 아닌데 그렇다.

 

 

 

 

 

 

 

 

 

 

  

  

 

"혼자 밥 먹을때면 떠오르는 얼굴이 있지 않던?"

 아마도 그 사람이 네가 좋아하는,

 혹은 좋아했던 사람이고 가장 필요한, 혹은 고마운 사람일거야.

 아니면 가장 그리운 사람이든지."

  

 

 

 

 

  

 

명당 찾아 이 먼데 까지 운구하느라 힘들었겠다.

 

 

 

 

 

 

 

 

 

 

 

 

 

단풍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 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 

 . 

 .

 

 

 

 

 

 

 

 

배추 3천원에 여섯포기 망태에 담아서 판다. 배추속이 꽉 찼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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