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

2024. 8. 10. 14:12詩.

 

 

 





** 풀 꽃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시골 초등학교 교장으로 은퇴하신 중절모가 어울리는 풀꽃 시인 나태주님이 
시한부라고 선고받을 만큼 심한 중병을 앓고 있을 때,

중환자실에서
곁에서 간호하는 아내가 몹씨 안쓰러워 썼다는 시(詩)가 있습니다.



**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 **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이어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病)과 함께 약(藥)과 함께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한 남자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엔 없었던 여자이지요.
자기의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채전밭 한 뙈기 가지지 않은 여자예요.
남편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고 쑥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느님!
저의 아내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하지 마시어요!


 
더 감동적이었던 것이 남편의 글에 화답하여 쓴 부인의 글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남편이 드린 기도보다 더 간절한 기도
시인 아내의 절창(絶唱)이었습니다.



** 너무 고마워요 **


남편의 병상 아래에서 잠을 청하며 

사랑의 낮은 자리를 깨우쳐주신 하느님!
이제는 저이를 다시는 아프게 하지 마시어요.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죄로 한 번의 고통이 더 남아 있다면,
그게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
하느님!
저 남자는 젊어서 부터 분필과 함께,

몽당 연필과 함께 산, 시골 초등학교 선생이었어요.
시에 대한 꿈 하나 만으로
염소와 노을과 풀꽃만 욕심내온 남자예요.
시 외의 것으로는 화를 내지 않은 사람이에요.
책꽂이에 경영이니 주식이니 돈 버는 책은 하나도 없는 남자고요.
제일 아끼는 거라곤 제자가 선물한 만년필과

그간 받은 편지들과 외갓집에 대한 추억 뿐이에요.
한 여자 남편으로 토방처럼 배고프게 살아왔고,
두 아이 아빠로서 우는 모습 숨기는 능력 밖에 없었던 남자지요.
공주 금강의 아름다운 물결과
금학동 뒷산의 푸른 그늘만이 재산인 사람이에요.
운전조차 할 줄 몰라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남자예요.
승용차라도 얻어 탄 날이면 꼭 그 사람 큰 덕 봤다고
먼 산 보던 사람이에요.
하느님!
저의 남편 나태주 시인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좀만 시간을 더 주시면
아름다운 시로 당신 사랑을 꼭 갚을 사람이에요.

 
오늘은 나태주 시인의 시를 찾아 읽었습니다.
나태주 시인은 싯말이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이렇게 쉬운 말인데 감동은 진하게 옵니다.






** 행복 **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나태주 시인은 아내를 이렇게 말합니다.


'날마다 묵은 음식을 새음식처럼 차려주는 사람
 어디 있을까?'
'사철을 두고 봄 여름 가을 겨울
 헌 옷을 새옷처럼 챙겨주는 사람
 어디 있을까?'




나태주 시인은 묘비명도 이렇게 미리 정해 놓았다고 합니다.
' 많이 보고 싶겠지만 조금만 참자 '


어네스트 헤밍웨이는
'일어나지 못해 미안하오!'


유명한 버나드 쇼는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줄 알았다 '
 





 

출처: 가톨릭 사랑방 원문보기 글쓴이: jangmee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정하, <길 위에서> 外  (1) 2024.06.05
김혜순  (1) 2024.03.22
기형도  (0) 2022.12.16
마종기  (1) 2022.12.08
결혼에 관한 시  (0) 2022.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