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다라

2023. 10. 21. 09:41책 · 펌글 · 자료/인문 · 철학 · 과학

 

지옥이니 극락이니 하는 것은 문제 밖의 잡담이다.

숨쉬고 살아 있는 동안 여하히 가장 인간답게 살다 죽을 수 있느냐가 문제이다.

베풀음 없는 깨달음이라면 굴 속의 원숭이도 할 수 있다.

 

 

 

 

부처는 신이 아니라는 진언, 누구든 깨치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아편같은 다라니 때문에

신세 조진 젊은 놈들이 이 땅에 무릇 기하일까.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정적 속에서 등뼈를 반듯이 펴고, 단전에 힘을 주고, 눈길을 코 끝에 붙박아둔다.

그리고 저마다 조실로부터 받은 화두를 든다.

그러면 이때부터 번뇌와 망상은 활동을 시작한다.

화두의 틈을 비집고 들어와 끈질기게 정신의 집중을 파괴시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망상이나 번뇌를 의식적으로 없애는 노력을 해서도 안 된다.

그렇게 하면 이번에는 망상을 없애야겠다는 또 하나의 망상이 덧붙여지기 때문이다.

망상이야 일어나든 말든 나는 나대로 화두만 의심하면 된다.

그리하여 망상도 지쳐 스스로 물러가고 오직 화두 하나만이 청정하게 떠오르면,

이번에는 망상보다 더 무서운 수마(睡魔)가 달려든다.

그래서 끄덕끄덕 졸다 보면 벼락치는 소리를 내며 입승의 죽비가 어깻죽지를 두들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