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두 번씩 서울 오르내리면서

2021. 3. 25. 18:57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셋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갖고 다니며 읽는 중인데,

기차 시간 왕복 두 시간에 시내버스 왕복 한 시간,,

오며 가며 책 반 권은 읽습니다.

저는 흔들리는 차 안에서도 책을 잘 읽습니다.

썸머리까지 해가며 속속들이 읽었던 책이었는데도,

다시 새롭게 눈에 들어오는 귀절이 있어요.

그때 그때, 또 나이 들면서 ─

 

 

 

 

장영희, 『내 생애 단 한 번』

 

 

* 꿀벌은 몸통에 비해 날개가 너무 작아서 원래는 제대로 날 수 없는 몸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꿀벌은 자기가 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당연히 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열심히 날개짓을 함으로써 정말로 날 수가 있다는 것이다.

 

 

*  가르치는 일은 그들의 영혼을 훔쳐보는 일이고, 그래서 나는 그들의 영혼 도둑이다. 그들의 맑은 영혼 속에서 나는 삶의 보람과 내일의 희망을 주는 글거리를 찾는다.

 

 

*  머피의 법첵 ─  "何必이면"

 

 

*  모 배우가 화장품 광고 출연료로 3억원을 받았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3억원이면 내가 10년간 밤새워 페이퍼 읽으며 일해야 버는 액수인데, 그 배우는 하루 만에 벌었다는 것이다.

내가 잘 빠진 육체는 가지지 못했어도 그런대로 꽤 아름다운 영혼을 가졌다고 생각하지만, 아마 내 아름다운 영혼에는 3억 원은 커녕 3백 원도 주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  시지프스의 悲劇은 산꼭대기에서 굴러 내려오는 돌을 또다시 혼신의 힘을 다해 올려 놓은 행위 자체는 아니다. 그의 悲劇은 그가 힘겹게 밀어올리는 돌이 다시 굴러떨어지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  <어린 왕자>의 작가 생 텍쥐페리는 슬픔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살아 있다는 증거이고,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은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에 숨어 있는 보석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의 눈물은 그저 눈물을 흘리기 위한 눈물이요, 순전히 자기 연민의 의미 없는 눈물이니. . . . . .

 

 

*  어느 시인이 말하길, '인생 행로에 있어 靑春을 마지막에, 즉 60대 뒤쯤에 붙이면 인간은 가장 축복받은 삶을 살게게 될 것'이라고 했다.

 

 

* <미국인>이라는 소설에서 헨리 제임스는 한 임물에 대해 "그는 불운을 깨울까 무서워 발끝으로 살짝 걸으며 살아갔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게 바로 나다.

 

 

* 사람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산다.

과연 어느 순간 가면을 벗어 던질 수가 있을까?

죽음의 영원한 이별 앞에서라면 ─ ?

 

 

*  영겁의 시간에 비하면 칠 팔십 평생 정도는 눈 깜빡할 순간이다. 좋은 마음 좋은 말만 하고 살아도 아까운 세월인데, 우리는 미워할 시간, 시기할 시간, 불신할 시간, 아픔을 줄 시간을 따로 마련하면서 산다.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미워할 때 그를 '용서해야 할 이유'보다는 '용서하지 못할 이유'를 먼저 찾고, 누군가를 비난하면서 그를 '좋아해야 할 이유'보다는 '좋아하지 못할 이유'를 먼저 찾고, 누군가를 '사랑해야 할 이유'보다는 '사랑하지 못할 이유'를 먼저 찾지는 않았는지.

 

제 작은 누님이 평생을 온통 누굴 미워하면서 증오하면서 만 살았습니다.

만나기만 하면 항상 남들에 대한 뒷담화나 험담하는 말들로. . . . 이제 곧 칠십인데, 지금 이 순간에도 아마. . . . .

 

 

* 가을은 이해를 위한 계절이다.   "Autumn is for understanding"

 

"헤어집시다. 정열의 시간이 우리를 잊기 전에" (예이츠)

 

 

*  <주홍글씨>라는 소설에서 너새니얼 호손은 이 세상에서 가장 '용서 받지 못할 죄'는 다른 사람의 '마음의 성역'을 침범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 <아마데우스>의 살리에르가 마지막 장면에서 정신병원에 들어가면서 하는 말, "히히히. 나는 보통밖에 안되는 (경멸적인 어조)  것의 세계 챔피언이다!" 라고 하는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던 적이 있다. 나의 일생을 어쩌면 그렇게 간략하고 정확하게 요약하는 말이었는지.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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