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3. 20:44ㆍ미술/미술 이야기 (책)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목차
1
자화상
군담
선
그림에 부치는 시
무제
산처기
파리에서 보내는 편지
신인양성이 급하다
여름 2제
곡마단
여인
서울에 돌아와서
다시 서울에 돌아와서
의욕의 서울
포도
산방기
파시
남풍
무제
수화
호박
순대튀김
서울
예술소론
국전의 명랑성
중세기적 우화의 세계
미술대학의 이상
여인과 지성
서울의 산
그림 안 파는 이야기
가시 울타리랑 걷어치우고
청백자 항아리
놀란 토끼
2
내 아끼는 딸에게
지화상을 그리며
여섯 평 공방에서 허송세월
처녀 출품
파리통신
내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파리의 지붕 밑
봄이 오고 있는데
하늘
산
빗속의 광채
파리화첩
아내에게 주는 편지
상봉
무제
배꽃
밤섬과 비둘기
비둘기
서울
편편상
3.
고향의 봄
가을의 소리
피카소와 돋보기
상 파울로전의 인상
항아리
무제
새해
둥근 달과 항아리
소냐
자연스러운 생활
뻐꾸기와 꽃향기
어글리 서울
뉴욕통신
4
미술대학의 사명
입체파에서 현대까지
전위미술의 도전
5. 편지와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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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 항아리
지평선 위에 항아리가 둥그렇게 앉아 있다.
굽이 좁다 못해 둥실 떠 있다.
둥근 하늘과 둥근 항아리와
푸른 하늘과 흰 항아리와
틀림없는 한 쌍이다.
똑
닭이 알을 낳듯이
사람의 손에서 쏙 빠진 항아리다.
무제 Ⅰ
팔리지 않을 것을 미리 알기 때문에 그림에다 가격을 안 붙이기로 했다.
예측대로 그림은 한 폭도 팔리지 않았고 전람회는 무사히 끝났다.
전람회가 끝나면 오는 것은 으례 피로뿐이요, 고독과 허무 뿐이었다.
왜 전람회를 하는지 모르겠다.
전람회 끝날 때의 마음처럼 싫은 것은 없다.
그림을 반출하는 것은 송장을 치우는 것 같다.
신문에 우리들의 전람회 評이 났다. 평이라 봤자, 이야기가 나오자 곧 끝났다.
미술은 역시 어렵게 보는 게 아닌 성싶다.
물론 철학도 아니요, 시도 아니요,
더구나 무엇을 그렸느냐는 것도 아닐 뿐더러 또한 교육도 아니다.
미술은 순전히 교양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기에 세잔느의 미술정신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아무런 노력 없이
담박에 현대미술을 이해하기는 좀 곤란하다.
그림 안 파는 이야기
나는 그림을 팔지 않기로 했다.
팔리지가 않으니까 안 팔기로 했을지도 모르나 어쨌든 안 팔기로 작정했다.
두어 폭 팔아서 그리파 여행을 3년은 할 수 있다든지,
한 폭 팔아서 그 흔해빠진 고급차와 바꿀 수 있다든지 하면야
나도 먹고 사는 사람인지라 팔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디 내 그림에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인사가 있기를 바라겠는가.
그림을 팔지 않기로 작정한 다음 부터는 마음이 편하다.
"그 그림은 안 팝니다" 이렇게 똑똑히 대답하고나서 내 마음은 어찌나 통쾌한지 모르겠다.
사람의 마음은 이상해서 안 판다고 하면 더욱 조른다.
그러나 나는 시종일관 안 팔아 왔다.
그래서 내 공방은 자꾸만 내 그림으로 좁아 간다.
적어도 미술품은 '수장'의 입장에서 사지 않으면 안된다.
기분, 실정, 의리, 동정 같은 따위의 사교로 미술작품을 사서는 안된다.
그러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수장가가 나오지 않고서는
오늘도 내일도 미술가는 그림으로 생활하기가 어려울 것이오
또한 팔리는 미술가일지라도 평생 제작이 풍비박산 되고 말 것이다.
하여튼 내 그림은 내가 아끼는 수밖에 없다.
나는 그래도 내 그림이 귀엽다.
20년쯤 후에 나는 내 손으로 미술관을 지을 생각이다.
장소는 깊은 산중. 관람료는 무료로 하되 도록만은 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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