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두 크리슈나무르티, <아는 것들로부터의 자유>

2020. 5. 13. 20:27책 · 펌글 · 자료/인문 · 철학 ·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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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란 살아 움직이는 것이어서 쉴 곳이 없다.

어떤 절이나 교회에도 없으며 어느 종교나 교사, 철학자, 그 누구도 당신을 진리로 인도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당신은 이 살아 있는 것이 다름아닌 있는 그대로의 당신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남인도 첸나이에서 태어난 크리슈나무르티는 바닷가에서 놀던 열네 살의 어느 날,

神智學會를 이끄는 영국인 애니 베산트와 리드비터에게 발견되어 새로운 메시아로 지목당한다.

이후 그는 영국으로 건너가 인류를 구원할 '세계의 교사'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으며, 동시에 神智學회 안에 설립된 '별의 교단'의 교조가 되었다.

그러나 이십 대에 스스로 시작한 명상의 결과로 발견한 진리는 특정한 종교나 종파에 소속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18년을 기다려 마침내 메시아로 추앙받으며 미륵불의 화신으로서 세계의 스승으로 즉위하는 날, 크리슈나무리티는 그 자리에서 구세주를 원하는 무수한 이들의 바람을 저버린 채, '별의 교단'을 해체하고 자신 앞으로 모금된 엄청난 재산마저 포기했다. 자신에게 붙여진 구세주, 부처의 화신, 세계의 구루 같은 찬사와, 자기 앞에 엎드려 절하는 수많은 이들의 나약한 예배를 뿌리친 것이다.

"오늘 아침 우리는 별의 교단 해체를 놓고 함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어떤 사람은 기뻐할 것이고 또 어떤 이들은 무척 슬퍼할 것입니다."로 시작하는 그의 '별의 교단' 해체 선언문은 숱한 종교와 교파로 나뉘어 서로 자신의 것만을 진리라고 내세우는 현대의 종교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참으로 진실한 선언이었다.

"진리로 통하는 길은 따로 없습니다. 종교나 종파를 통해서는 결코 진리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진리에는 끝도, 한계도, 접근하는 길도 없습니다.

따라서 진리를 향한 여행은 조직화될 수 없습니다. 조직화하면 진리는 죽어 버립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진리를 안겨 줄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별의 교단을 해체하려 합니다."

이후 크기슈나무리티는 전 세계를 여행하며 진리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 우리는 선생들에 의해, 권위자들에 의해, 책과 성인들에 의해 마치 숟가락으로 떠먹여지듯 양육되었다.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것들에 대해 말해 주세요. 저 언덕들과 산 너머 그리고 지구의 저쪽에 무엇이 있는지……." 그러고는 그들의 설명을 듣고 만족해한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말에 의지해 살며, 우리의 삶이 경박하고 공허하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얻어들은 얘기로만 사는 사람들이다. 늘 듣는 바대로 살았고, 여러 조건과 환경에 맞추어 억지로 모든 것을 받아들여 왔다.

우리는 많은 영향을 받아 생긴 하나의 결과물이며, 우리 안에 무엇 하나 새로운 것이 없고, 우리 자신을 위해 발견한 것이 하나도 없다. 독창적이고도 원래 모습 그대로인, 명징한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이제 자신에 관해 아는 것을 모두 잊으라. 자신에 관해 지금까지 가졌던 생각을 잊으라.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출발하려고 한다.

어젯밤에는 비가 몹시 내렸고 지금은 개기 시작한다. 새롭고 신선한 날이다.

이 새로운 날이 마치 단 하루밖에 없는 것처럼 만나자.

어제의 기억은 모두 뒤에 남겨 놓고 함께 여행을 떠나자.

그리고 처음으로 우리 자신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하자.



<산방한담>에[ 실린 '거꾸로 보기'를 통해 법정스님은 이야기 한다.

"내 눈이 열리면 그 눈으로 보는 세상도 함께 열리는 법이다. 인도의 명상가이며 철학자인 크리슈나무르티는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에서 자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가 보는 법을 안다면 그때는 모든 것이 분명해질 것이다.

그리고 보는 일은 어떤 철학도, 선생도 필요러 하지 않는다. 아무도 당신에게 어떻게 볼 것인가를 가르쳐 줄 필요가 없다. 당신이 그냥 보면 된다.'

그 어떤 고정관념에도 사로잡히지 말고 허심탄회 빈 마음으로 보라는 것.

자기 눈으로 볼 때 우리는 대상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이다."




출처.《법정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






















 지두 크리슈나무르티의 생애  

 

 

 

 

   지두 크리슈나무르티는 1895년 5월 11일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에 있는 작은 도시 만다나팔레의 신앙심 깊은 가정에서 태어났다. 1909년 그가 열네 살 때 마드라스에 국제 본부를 둔 신지학회(Theosophical Society) 회장 애니 베산트 박사와 다른 지도자 리드베터가 그의 영적 능력을 간파하고 양자로 삼게 되었다. 당시 그의 부친이 이 협회에서 근무하고 있어서 그들의 눈에 띄게 된 것이다. 이들은 바로 크리슈나무르티가 신지주의자들이 온다고 예측했었던 세계 교사(World Teacher)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세계교사는 인간에게 구원을 가져다주기 위하여 때때로 인간 형상을 취한 주 마이트레이아, 즉 그리스도나 부처와 같은 존재이다. 세계교사가 오는 것을 준비하기 위하여 별의 교단(The Order of the Star in the East)이라 부르는 범세계적 기구가 신지학회 산하에 구성되었다. 그리고 어린 크리슈나무르티를 그 수장으로 삼았다. 1920년을 즈음하여 그가 세계 언론의 관심을 끌면서 이상주의자들, 영적 모험가들, 진보정치인들, 지식인들, 낭만주의자들이 그를 동방에서 온 새로운 그리스도로 여기고 그의 강연을 들으려고 수천, 수만 명씩 모여들었다.

 

   1922년 크리슈나무르티는 삶의 전망을 완전히 바꾼 신비 체험의 과정을 겪었다. 몇 년 뒤에 그는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을 스스로 던져버렸다. 그것은 많은 이들의 기대를 버리는 일이었다. 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린 별의 교단을 해체하고 이 일을 위해 모금된 많은 돈과 재산을 포기했다. 그때부터 1986년 2월 17일 사망할 때까지 거의 60년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인간 내면의 근본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사람들에게 역설했다.

 

《별의 교단 해체 선언 전문: 아래》

 



 

 

   크리슈나무르티는 모든 시대의 가장 위대한 사상가 및 종교 스승들의 한 사람으로 평가되었다. 그는 어떤 철학이나 종교를 내세우지 않고, 일생생활 속에서 갖는 우리 모두의 관심사들, 즉 폭력과 부패로 가득 찬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문제나 안전과 행복을 위한 개인의 탐구, 그리고 사람의 공포, 불안, 상처, 슬픔 등과 같은 내면적인 부담으로부터 스스로를 벗어나게 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그는 마음의 미묘한 움직임을 아주 정밀하게 파헤쳐 명상적이고 종교적인 특질을 우리의 일상생활에 도입해야 할 필요성을 지적했다.

 
   크리슈나무르티 자신은 어떤 종교나 종파 또는 나라에 속하지 않았다. 정치적, 이념적 사상을 내세우는 어느 학파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로 그는 이런 것들이 사람과 사람을 분리시키고 분쟁과 전쟁을 일으키는 요소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무엇보다 먼저 우리 모두가 힌두교도, 이슬람교도 또는 기독교도와 같은 종교인이기 전에 인간이며,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들임을 거듭 강조했다. 또 우리 스스로가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이 땅 위를 조심스럽게 걷자고 요청하며 청중들에게 자연과 그 모든 피조물들에 대한 깊은 경외감을 전달했다.

 

   그의 가르침은 종교적 신앙, 민족주의적 감정 그리고 종파적인 시각의 모든 인위적인 경계를 초월하고 있다. 동시에 진리나 신에 대한 인간의 탐구에 새로운 의미와 방향을 제시했다. 그의 가르침은 우리 시대에 관련된 메시지일 뿐 아니라 무시간적이고 보편적인 진리의 내용을 담고 있다. 크리슈나무르티는 스승으로서보다는 마치 친구처럼 말했고, 그의 가르침과 이야기는 책에서 얻은 지식에 기초하지 않고 인간의 심리에 대한 자신의 통찰과 그의 종교적 비전에서 나온 것이다. 그 결과 해를 거듭할수록 근본적으로 일관된 내용의 그의 메시지는 더욱 신선하고 생생한 느낌을 전달해 주었다.

 

   많은 청중에게 강연할 때 듣는 사람마다 크리슈나무르티가 마치 자기에게 개인적으로 말하면서 자기의 특별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느꼈다. 그와 사적으로 면담할 때는 사람들의 손을 잡고 그들이 자신의 이해를 통해서 스스로 치유하도록 도와주는 인자한 선생님이었다. 종교학자나 도인, 수행자들은 크리슈나무르티가 전통적인 개념을 새롭게 조명하는 것을 듣고 감탄했다. 현대 과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의 도전을 받았을 때 그의 토론이나 대담을 통해서 그들과 더불어 하나하나 짚어가며 그들의 이론을 포용하면서 그 한계를 지적해 주었다. 그는 청소년 교육에도 지대한 관심을 쏟았다. 그의 지도로 창설된 학교들의 학생들과도 진지하게 잘 어울리면서 감수성이 예민한 그들 스스로 삶의 폭넓은 문제를 파악하도록 일깨워 주었다.


 

 

 

 

   크리슈나무르티는 철학적인 문서나 자료를 많이 남겼다. 이 자료들은 대중 강연, 질의응답, 저술, 교사와 학생들 그리고 과학자와 종교인들과의 토론, 개인 대담, 텔레비전과 라디오 면담, 편지 등의 형태로 남아 있다. 이들 중 많은 부분이 책으로 발간되었는데, 아직도 오디오와 비디오테이프에 녹화된 자료가 더 많이 남아 있는 셈이다. 그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석자와 해석자에게 의존하는 대신 그의 저술을 직접 읽거나 남긴 말을 들어 보는 것이다. 

 

   전 생애를 통해서 크리슈나무르티는 추종자를 원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른 사람을 따르는 것은 누가 되었든지 간에 악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자와 제자의 조직을 만들지 않았고 누구도 그의 저술의 해석자가 되는 것을 인가하지 않았으며, 사후에 그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후세를 위해서 그의 말, 대화 및 저술의 올바른 내용과 기억을 보존하여 널리 대중들에게 전하는 것만 당부했다.

 

 

 

 

 

 The Book of Life 

  Daily Meditations with Krishnamurti

   J, Krishnamurti (1995)

 

 

   달라이 라마가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철인' 이라고 칭송한 크리슈나무르티의 《The Book of Life》는 1933년부터 1968년 까지 그가 쓴 글과 강연, 대화의 내용 중 가장 중요한 대목들, 삶에 대한 본질적 물음과 해답들만을 뽑아 엮은 크리슈나무르티 가르침의 정수를 담은 책이다. 1995년 미국 하퍼콜린스 출판사에서 출간된 이래 10여 년간 변함없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명상서로, 현대인들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삶의 교과서이다. 이 책에 담긴 크리슈나무르티의 심오하고도 신선한 삶의 태도를 따라가다 보면, 혼란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깨닫게 되고, 진정 자유롭고 충만한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될 것이다.

 

※ The Book of Life : Daily Meditation with J. Krishnamurti 전문을 파일에 첨부했습니다.

 

 

 

 

별의 교단 해체 선언 전문(全文)

 

   오늘 아침 우리는 별의 교단 해체를 놓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기뻐할 것이고 또 어떤 이들은 무척 슬퍼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기뻐하거나 슬퍼할 문제를 떠나서 이제 내가 설명을 하겠지만 하나의 피할 수 없는 귀결입니다. 진리로 가는 길은 따로 있지 않다고 나는 단언하는 바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길, 어떤 종교, 어떤 종파로도 진리의 나라에 가까이 갈 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나의 관점이며 나는 전적으로 여기에 뜻을 두고 있습니다.

 

   진리는 어디에 묶이지도 않고 조건지워지지도 않으며 어떤 길로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기 때문에 결코 어떤 조직으로 만들 수도 없습니다. 조직을 만든다 해도 어떤 특정한 길을 따라 사람들을 그 쪽으로 인도하거나 몰고 갈 수는 없습니다. 먼저 이 점을 이해한다면 하나의 믿음을 조직화한다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믿음은 순전히 한 개인의 문제이며 그것을 조직화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됩니다. 그렇게 할 경우 그것은 죽은 것이 되고 딱딱하게 굳어져 버립니다. 그것은 하나의 교리가 되고 교파가 되고 종교가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되기 마련입니다.

 

   세계 어디서나 모든 이들이 열심히 하고 있는 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들 허약하고 정신적으로 뭔가 결핍된 사람들을 위해 진리가 땅에 떨어지고 하나의 놀이개감이 되어 버렸습니다. 진리는 끌어내려질 수가 없습니다. 그보다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그것을 향해 올라가야 합니다. 산꼭대기를 골짜구니로 잡아 끌어내릴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별의 교단이 해체될 수밖에 없는 첫번째 이유입니다. 이렇게 해도 여러분들은 또 다른 교단을 조직하고 진리를 찾는다는 미명아래 끝없이 다른 조직에 가입할 것입니다. 나는 어떠한 영적인 조직에도 소속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부디 이 점을 이해해 주길 바랍니다. 만일 여기에 목적을 두고 한 조직이 만들어진다면 그 조직은 사람들을 한 곳에 묶어 두고 허약하게 만들고 절름발이로 만들어 성장을 방해할 뿐 아니라 개개인이 혼자 힘으로 절대적이고 조건없는 진리를 발견해 나갈 때 얻어지는 그의 독특함마저 잃게 만듭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어쩌다 교주가 된 이 교단을 해체키로 결심한 또 다른 이유입니다.

 

   이것은 어떤 거창한 행위가 아닙니다. 나는 추종자들을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내 뜻하는 바가 바로 이것입니다. 누군가를 따르는 순간 진리는 아득히 멀어집니다. 나는 여러분들이 내 말에 주의를 기울이든 그렇지 않든 상관 하지 않습니다. 나는 이 세상에서 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으며 흔들리지 않는 확신을 갖고 그 일을 해 나갈 것입니다. 나는 오직 한 가지 가장 근본적인 일, 즉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일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온갖 새장, 모든 두려움에서 인간을 해방시켜 주고 싶습니다. 종교나 새로운 교파를 세우려는 것도 아니고 새 이론이나 새로운 철학을 주장하고자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당연히 어째서 내가 끝없이 강연을 하면서 세상을 돌아다니는지 궁금해 할 것입니다. 무슨 이유 때문에 그런 일을 하는지 여러분에게 밝히겠습니다. 나는 결코 누가 나를 추종하거나 혹은 특별한 제자들로 이루어진 어떤 별난 집단을 만들기 위해 그런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남과 구별된 존재가 되는 것을 끔찍히도 좋아하고 있습니다. 그 구별이라는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터무니없고 하찮은 것인지! 나는 그런 터무니없는 짓거리들을 장려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세속적인 의미 속에서나 혹은 영적인 세계에서나 나에겐 제자도 없고 사도들도 없습니다.


   내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돈의 매력도 아니고 안락한 생활도 아닙니다. 편안하게 살기를 원했다면 나는 이런 야영대회에 나타나지도 않았을 것이고 이런 습기찬 나라에 오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나는 지금 단 한번으로 문제의 결말을 짓기 위해 아주 솔직히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유치한 토론을 해마다 되풀이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나를 인터뷰한 한 신문기자는 수만 명의 신도를 가진 조직을 해체하는 것은 엄청난 일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는 그것을 굉장히 큰 일이라고 여겨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앞으로 당신은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더 이상 추종자도 없을 것이고 당신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영원을 향해 얼굴을 돌리고 귀를 기울이고 그것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이 다섯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전혀 이해도 못하고 편견에 잔뜩 물들어 있으며 새로운 것을 원하지도 않으면서 빈약하고 썩어빠진 자신들의 존재에 맞게 새 것을 해석하려드는 사람이 수만 명 있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나는 자유롭고 어디에 물들어 있지도 않으며 부분이나 상대적인 것에 매여 있지도 않은 전체를 다 감싸안은 영원한 진리이기 때문에 나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나를 따르거나 내게서 어떤 새장 같은 종교나 교파를 만들려 하지 말고 오히려 그 모든 것에서 자유로와지길 나는 바랍니다. 오히려 모든 두려움에서 - 그것은 종교의 두려움, 구원의 두려움, 영적인 것에 대한 두려움, 사랑에 대한 두려움, 죽음에 대한 두려움, 삶 자체에 대한 두려움에서 해방되어야 합니다.

 

   한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것은 그 그림을 그려 나가는 도중에 기쁨을 얻고 또 그 그림이 자신의 표현이고 자신의 영광이고 행복이기 때문에 그 그림을 그리듯이 마찬가지의 심정으로 나도 이 일을 하는 것이며 누구에게서 어떤 다른 것을 원하는 것도 없습니다. 이제까지 여러분들은 자신들을 높은 영적인 세계로 인도해 줄 어떤 권위있는 사람이나 권위있는 분위기에만 익숙해져 왔습니다. 여러분들은 다른 누군가가 엄청난 힘, 기적을 발휘해 자신들을 행복이 있는 영원한 자유의 나라로 데려다 주길 바라고 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이 삶을 바라보는 눈은 전부가 그런 권위에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지난 3년 동안 계속해서 내 말을 들어 왔고 그런데도 아주 몇몇을 제외하고는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을 다시 한 번 곰곰히 생각해 보고, 따져 보고, 깊이 파고들어가 내 말을 완전히, 근본적으로 이해하려고 해 보십시오.

 

   18년 동안이나 여러분들은 이 위대한 사건, 세계의 스승의 도래를 위해 준비해 왔습니다. 그러니까 18년 동안 여러분들은 한 조직을 만들어 갖고서 누군가가 나타나 여러분들의 가슴과 마음에 새로운 기쁨을 안겨 주기를, 자신들의 삶을 송두리째 탈바꿈시켜 주기를, 완전히 새로운 이해를 심어 주기를 간절히 바래왔습니다. 여러분들을 삶의 새로운 지평으로 데려다 주고 여러분들에게 용기를 주며 자유롭게 해 줄 그 누군가를 열심히 기다려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보십시오! 그러한 믿음이 여러분들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가를, 그저 뱃지나 달고 다니는 그런 터무니 없고 쓸모없는 피상적인 변화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게 했나를 한번 깊이, 찬찬히 살펴 보십시오.

 


 

 

 

   그러한 믿음이 과연 삶의 온갖 껍데기들을 죄다 벗겨내 주었습니까? 그것을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딱 하나 있습니다. 즉 과연 여러분들은 거짓과 껍데기에만 매달려 있는 이 세상에 대해 더욱 위험스런 존재가 되었으며 더 자유롭고 더 높은 존재가 되었습니까?  이 별의 교단의 회원이 된 이래 과연 달라진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 여러분들은 자신들의 영적 세계를 남에게 의지하고 있으며 자신의 행복과 자신의 깨달음을 다른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깨달음, 영광, 더렵혀지지 않은 순수한 자아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라고 내가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데도 여러분들 중의 누구도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있어야 아주 적은 한 두 사람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조직을 가져서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다른 어떤 사람도 여러분들 자신을 자유롭게 해주지 못합니다. 어떤 조직에 들어가 자신을 희생하거나 무엇을 숭배한다고 해도 자유롭게 되지는 않습니다. 자신을 어떤 단체에 묶어 두거나 일에 열중한다고 해서 자유롭게 되지도 않습니다. 여러분들은 타자기를 이용해 편지를 쓰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타자기를 제단에 올려 놓고 숭배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조직이나 단체를 주 관심사로 두면서 여러분들이 하고 있는 행동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신도가 얼마나 됩니까?" 신문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내가 제일 먼저 받는 질문이 바로 이것입니다. "추종자를 얼마나 가지고 있습니까? 그 수의 많고 적음에 따라 우리는 당신이 하는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판단할 것입니다"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나는 모릅니다. 거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자유로워진 사람이 단 한 사람만 있어도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여러분들은 어떤 특별한 사람만이 행복의 나라로 들어가는 열쇠를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 열쇠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누구도 특별히 그것을 가질 자격을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그 열쇠는 바로 여러분들 자신의 내면에 있으며 여러분들 스스로 그 순수하고 더렵혀지지 않은 내면의 알맹이를 알아 나갈 때 바로 그곳에 영원의 나라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들은 다른 누군가가 여러분의 영적 상태와 여러분들이 영적으로 어느 만큼의 높이에 올라갔는가 점수 매겨 주는 데 익숙해져 왔습니다. 얼마나 유치한 일입니까! 자신이 얼마나 깨끗한가를 자신 말고 또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끝도 없고 시작도 없는 영원한 그 무엇을 진정으로 알고자 하고 찾아 나서는 사람은 더 열심히 함께 걸어갈 것이고 비본질적이고 실체가 없으며 그림자뿐인 모든 것에 대해 더욱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중심이 더 확고하고 불꽃 그 자체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구심체를 우리는 만들어야 하며 그것이 나의 의도입니다. 아직은 여러분들이 알지 못하고 있는 그러한 참된 우정 속에 각 개인 간의 진정한 협동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어떤 권위나 누구의 구원 때문이 아니라 여러분들이 진정으로 이해하고 그래서 영원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이것은 그 어떤 쾌락, 그 어떤 희생보다도 값진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여러 이유들 때문에 나는 2년에 걸친 심사숙고 끝에 교단을 해체키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것은 순간적인 충동에 의해 내린 결정이 아닙니다. 그렇게 하도록 누군가의 압력을 받은 적도 없습니다. 이런 일에 누군가의 설득은 필요하지가 않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나는 인내를 가지고 차분히, 하나하나 깊이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어쩌다 내가 우연히 교주가 된 이 교단을 해체하기로 결정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다른 조직을 만들거나 또 다른 누군가를 섬기고 기대하는 것은 여러분 자유입니다. 그런 것과 나는 이제 상관이 없으며 새로운 새장을 만들거나 그 새장에 새로운 장식품을 내거는 것에 나는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나의 유일한 관심사는 오로지 인간을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자유롭게 하는 것에 있습니다.

 

 

   크리슈나무르티 생애와 사상 : 탄생에서 '별의 교단' 해체까지..中 (메어리 루틴스 저, 류시화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