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석,《아버지의 정원》

2019. 7. 17. 19:49미술/미술 이야기 (책)






아버지의 정원



아버지의 정원 어느 미술사가의 그림 에세이
저자  정범석
출판  |  2010.7.16.

책소개

어느 미술사가의 그림 에세이『아버지의 정원』. <어느 미술사가의 낭만적인 유럽문화 기행>의 저자 정석범이 이번에는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통해 그림을 읽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네 살부터 열두 살까지 서른 두 개의 에피소드로 그림에 대한 이야기와 분석, 미술이론을 설명한다. 저자는 화가와 그들이 펼치는 작품세계 대신,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에 주목하고 있다. 관객이 어떤 경험을 가지고 어떤 시선으로 그림을 보느냐에 따라 그림에 대한 해석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클로드 모네, 빈센트 반 고흐, 에드바르트 뭉크, 앙리 마티스, 프리다 칼로 등의 서양화가부터 나빙, 거렴, 안도 히로시게, 김득신 등의 동양화가까지 아우르며 다양한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저자 정범석

홍익대 대학원에서 미술사 전공.

한경 신문기자 하다가 파리1대학 미술학 박사 취득 (근대 동서회화 교류사).

홍익대 대학원에서 강의.

 




목차

들어가며
프롤로그 : 기억의 보물상자 만들기

1. 전곡
사선을 넘다 - 케테 콜비츠〈죽음의 위로〉
말 없는 사나이 - 클로드 모네〈생 라자르 역〉

2. 원주
기찻길 옆 판자집 - 월리엄 터너〈비, 증기 그리고 속도 - 대서부 열차〉
원주천의 범람 - 안도 히로시게〈쇼노〉
누나의 치마폭 - 나빙〈창곡도〉
메뚜기 볶음 - 거렴〈호박꽃과 메뚜기〉
암탉의 최후 - 김득신〈파적도〉
전설 따라 삼천리 - 가츠시카 호쿠사이〈고다와 고헤이지〉
낯선 아버지 - 다비트 바일리〈바니타스 상징이 있는 자화상〉

3. 대구
서울내기의 비애 - 게리 두〈화실의 화가〉
꼬맹이들의 습격 - 티몰레옹 마리 로브리숑〈인형극을 보는 사람들〉
동촌발 뉴욕행 비행기 - 바실리 칸단스키〈즉흥6 - 아프리카〉
오, 나의 베아트리체 - 볼레스라바 키비스〈프리마베라〉
남산초교 괴담 - 조르지오 데 키리코〈거리의 우울과 불가사의〉
한낮의 음악실 - 앙리 마티스〈음악〉
해변으로 가요 - 라울 뒤피〈카우스의 요트 경기〉
낙포강 황포돛단배 - 석도〈망천문산〉

4. 비아
우린 두 끼 먹는다 - 빈센트 반 고흐〈감자먹는 사람들〉
비아초교 잔혹사 - 게오르그 그로츠〈사회의 지도자들〉
돼지 멱따는 소리 - 에드바르트 뭉크〈절규〉
여자의 힘 - 아르테미지아 젠틸레스키〈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
동물의 왕국 - 프리다 칼로〈원숭이가 있는 자화상〉
콜렉터 - 베르트 모리조〈나비 채집〉
반갑다 제비야 - 황신〈행화유연도〉
린도의 죽음 - 조슈아 레이놀즈〈강아지를 안고 있는 보울즈 양〉
물귀신 - 호아킨 소로야〈해변의 아이들〉
목욕탕이 뭐다냐? - 로렌스 알마-타데마〈카라칼라의 욕탕〉
갑볼이 아저씨 - 캉탱 마시〈추한 여공작〉
도깨비 불 - 프란시스코 코야〈날아오르는 마녀들〉
아라비안 나이트 -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그랑드 오달리스크〉

에필로그 : 아버지의 정원 - 조지아 오키프〈분홍 그릇과 녹색 잎〉

이 책에 등장하는 화가들


- 가츠시카 호쿠사이 /

- 거렴 (1828-1904) (中國)

- 게오르그 그로츠

- 김득신

- 나빙 (淸)

- 다비트 바일리

- 라울 뒤피

- 로렌스 알마 타테마

- 바실리 칸딘스키

- 베르트 모리조

- 볼레슬라브 키비스

- 빈센트 반 고흐

- 석도

- 아르테미지아 젠텔레스키

- 안도 히로시게

- 앙리 마티스

- 에드바르트 뭉크

-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 조르지오 데 기리코

- 조슈아 레이놀즈

- 조지아 오키프

-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

- 캉탱 마시

- 케테 콜비츠

- 클로드 모네

- 프란시스코 고야

- 프리다 칼로

-호아킨 소로야

- 황신 (1686~ ?)



이 책에 등장하는 음악들



 

 

책 속으로


한 어린 소녀의 다급한 목소리가 한탄강 계곡에 메아리쳤다. 승일교 아래쪽 물결이 유난히 거센 곳이었다. 그 소리를 듣고 소녀의 아버지가 달려왔을 때 동생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고 난 뒤였다. (중략)
심장은 이미 멎어 있었다. 그는 서둘러 아들의 몸을 안아 강가에 눕혔다. 그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인공호흡을 시작했다. 정소령은 있는 힘을 다하여 소년의 작은 가슴을 여러 차례 압박했다. 천지신명께 제발 하나뿐인 아들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세차게 입김을 불어넣었다. 그의 간절한 기원이 통했던 것일까? 순간 아이의 입에서 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이내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중략)
케테 콜비츠의 를 보면서 포악한 심판자인 죽음이 때론 비탄에 잠긴 이들을 어루만져주는 위로자가 될 수 있음을 본다. (중략)
비탄의 정서를 드러내기 위해 작가는 곡선과 가느다란 필선을 표현수단으로 선택했다. 분노 가득한 직선과 박력 넘치는 두툼한 필선으로는 그와 같은 섬세한 정서를 담아내기 어렵다. 화려한 색채를 덧입히는 것은 더욱 적절치 않으리라. 비탄은 원초적 감정의 자연스런 분출이다. 그러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무슨 색채가 필요하겠는가. p.p.12~17


이윽고 원형의 비행기 놀이기구는 동심원을 그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략) 조금 전까지 눈앞에 보이던 가족들의 모습은 어느새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아니 볼 수가 없었다. 주변의 경치는 너무나 빨리 지나가 형체들은 흐물흐물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었다. 눈앞의 모든 형체는 해체되어 어지러운 색채의 조합으로 바뀌어 갔다. 그야말로 색채 추상 그 자체였다. 형체는 흐물흐물 녹아버려 알록달록한 색면들만이 어울려 춤추고 있었다. 나는 구상의 세계에서 추방되어 추상의 세계에 유폐된 듯했다. (중략)
내가 대구 동촌 유원지에서 경험한 색채의 유배지는 바실리 칸딘스키의 시리즈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회화예술에서 구체적인 대상들의 사실적인 재현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칸딘스키는 1909년부터 고상한 주제와 사실적 재현을 중시하는 전통적 회화원리에서 탈피하여 인간 감성의 자연스러운 분출을 중시하는 색채 추상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1909)는 바로 사물이 구체적인 형상을 상실학고 추상적인 색채의 면들로 전화되어 가는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우리는 단지 ‘아프리카’라는 부제를 통해 이것이 아프리카적 모티프에서 느낀 즉흥적 감흥을 담은 작품이라는 점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여기서 고유성을 상실한 것은 형체뿐만이 아니다. 대상이 갖고 있던 고유한 색채도 사라졌다. 색채는 주제의식과 결별한 채 순수한 조형적 요소가 되어 강렬한 보색 대비를 이루면서 ‘추상’이라는 회화의 새로운 회화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p.p.70~72


그곳이 바로 돼지를 죽이는 곳이라는 것을 알고 난 다음부터 나는 대장간 근처에 얼쩡거리지 않았다. 도살은 사람의 발길이 뜸한 밤에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때부터 밤이 무서워졌다. 잠잘 시간이 되면 나는 이불을 뒤집어쓴 채 귀를 틀어막았다. 돼지 멱따는 소리는 대개 열 시 어름에 이루어졌다. 열 시가 가까워 올수록 내 공포감은 점점 증폭되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공포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다 마침내 괘종시계가 정각을 알리면 내 심장은 거의 멎어버릴 것만 같았다. (중략)
뭉크의 그림 (1893) 속의 사내도 다리를 건너다 말고 갑자기 귀를 틀어막은 채 나처럼 공포의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의 해골 같은 얼굴은 그의 순간적 공포가 얼마나 심한가를 말해준다. 그가 발산하는 공포의 기운은 가공할 원색의 파장이 되어 주변의 모든 자연과 물체들에 격렬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하늘은 핏빛 구름으로, 푸르른 녹지는 시퍼런 회오리로 변하여 화면에 공포의 밀도를 더해주고 있다.
그 공포는 뭉크가 지속적으로 파헤치고자 했던 ‘인간 자아의 심리적인 몰락’이다. 산업화와 함께 점차로 고립되어가면서 정서적 파멸에 직면한 인간의 위기를 상징화한 그의 그림은 한마디로 우리가 처한 현실의 내면적 풍경화다. 115~118p.



출판사서평

감상자의 경험에 주목한다! 색다른 시선으로 전혀 새롭게 다가오는 대가의 그림들

 
계곡에서 도움을 청하는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물살이 유난히 거센 곳에 한 소년이 물에 빠지고 만 것이다. 아이의 아버지는 고통도 잊은 채 돌부리에 채이고 바위에 부딪히며 아이를 구했지만 이미 심장은 멎은 상태였다. 그는 간절한 기도와 함께 실낱같은 희망으로 인공호흡을 하고 아이는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이것은 어린 시절 저자가 겪은 이야기이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통해 케테 콜비츠의 작품 <죽음의 위로>를 바라본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이를 위로하는 ‘죽음’을 표현한 이 작품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 자신의 경험을 이용한 것이다.
첫 장부터 한편의 소설 같은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 책은 각각의 에피소드 마다 명화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 방식이다. 클로드 모네ㆍ빈센트 반 고흐ㆍ에드바르트 뭉크ㆍ앙리 마티스ㆍ프리다 칼로ㆍ윌리엄 터너ㆍ바실리 칸딘스키 등의 서양화가부터 나빙ㆍ 거렴ㆍ안도 히로시게ㆍ김득신 등의 동양화가까지 섭렵하며 다양한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저자는 군인 아버지를 둔 덕분에 어린 시절 전국 방방곳곳으로 이사를 다녀야했다. 전곡ㆍ대구ㆍ원주ㆍ비아를 떠돌며 항상 이방인으로써 겪은 에피소드들과 그 시절의 예민한 감수성을 바탕으로 경험한 인상들을 적절히 배치해 독자들에게 명화를 설명해주고 있다.
<아버지의 정원-어느 미술사가의 그림 에세이>는 미술서다. 하지만 단순히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통해, 그림을 읽는 아주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지금까지의 미술서가 화가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이 펼치는 작품세계에 관심을 두었다면 이 책에서는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 즉 관객에 주목한다. 관객이 어떠한 경험을 가지고 어떠한 시선으로 그림을 보느냐에 따라 그림에 대한 해석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점에 주목하여 자신의 경험을 통해 그림에 대한 이야기와 분석, 미술이론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풍부한 예술적 감수성의 저자의 유려한 문장은 독자들이 재미있게 글을 읽어나갈 수 있게 해준다. 정신없이 책을 읽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새 그림에 대한 지식과 그것을 감상하는 데 대한 새로운 시야를 갖게 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무척이나 재미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미술서. 미술사가의 시선


<아버지의 정원>은 재미있게 읽히지만 절대로 가벼운 미술서는 아니다. 파리1대학(팡테옹-소르본느)에서 미술사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지금도 공부를 손에서 놓고 있지 않은 미술사가이다. 그가 지금까지 공부해왔던 미술에 대한 이해와 견해를 책 속에 자연스럽게 풀어놓았다. 저자는 자신이 공부한 미술의 깊이 있는 해석과 이론을 독자들에게 새롭고 재미있게 전달하고자 택한 방식은 이렇다. 그는 색채 추상을 설명하기 위해 자신이 어릴 적 놀이기구에 탔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간 놀이공원에서 비행기 놀이기구를 타면서 주변 사물의 형체가 해체되고 색채가 혼합되는 것을 경험한다. 사실 누구나 그러한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저자는 그 누구나 겪어봤을만한 경험을 통해 이해하기 어려운 추상화인 칸딘스키의 <즉흥6-아프리카>를 이야기하며 사물이 구체적인 형상을 상실하고 추상적인 색채의 면들로 전환되는 색채 추상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또 조르지오 데 키리코의 <거리의 우울과 불가사의>에 드러난 형이상학과 기하학적 긴장을 설명하기 위해 어린 시절의 악몽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회장이었기 때문에 청소 검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교실을 나서며 느꼈던 어린 저자의 공포와 그로 인해 악몽을 꾸게 되었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키리코의 그림에 나타난 공포감을 더욱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꿈이라는 것을 통해 왜곡된 투시도법에 대한 이해를 원활하게 해주고 있다.
이처럼 저자는 어린 시절 왕따를 당하면서 기차를 벗 삼았던 이야기(윌리엄 터너 <비, 증기 그리고 속도-대서부 열차>), 어여쁜 여학생을 짝사랑하며 속으로 전전긍긍 말 못하던 이야기(볼레슬라바 키비스 <프리마베라>), 사랑했던 강아지를 잃었던 이야기(조슈아 레이놀즈 <강아지를 안고 있는 보울즈 양>) 등을 통해 그림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음악과 영화 등 예술에 대한 풍부한 지식으로 풀어놓는 다채로운 이야기들


<아버지의 정원>은 미술서지만 단지 미술에 대한 이야기로 그치지 않는다. 음악과 영화,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다양한 예술적 즐거움을 제공한다.
월남전에서 귀환한 아버지의 달라진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야기한 <낯선 아버지>에서는 김추자의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가, 프랑스에서 만난 박사논문 지도교수와 나눴던 음악 이야기를 다룬 <한낮의 음악실>에서는 베토벤의 ‘전원교향곡’이, 처음 바다를 본 감상을 이야기한 <해변으로 가요>에서는 키보이스의 ‘해변으로 가요’와 타임스의 <So much in Love>가 다뤄지고 있다. 아름답고 귀여운 것에 집착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을 다룬 <콜렉터>에서는 존 파울즈의 동명의 소설을 각색한 연극 <콜렉터>에 대한 이야기를 곁들여 집착이란 정신적 현상으로 인상주의 화가 베르트 모리조의 <나비채집>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아름다운 컬러 도판과 부록까지


각각의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그림들은 이해를 돕기 위해 컬러 도판으로 담겨있다. 또한 책의 뒷부분에는 부록으로 이 책에 등장하는 화가들과 음악에 대한 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본문에서 다루고 있는 화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뒷부분의 부록을 참고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에 등장하는 음악들도 부록으로 실려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기대작


저자의 전작인 <어느 미술사가의 낭만적인 유럽문화 기행>은 2005년 출간돼 오랜 기간 예술 및 여행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머물며 독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저자는 아름다운 유럽의 여섯 도시를 여행하며 예술작품과 건축물들을 관람해 인문학적 에세이로 풀어냈다. 미술사학자답게 시각예술에 몰두하던 저자는 점차 시대적 배경, 음악, 문화, 종교 등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며 다각도에서 유럽의 문화를 이야기했다. 그렇게 낭만적인 유럽문화 기행으로 유럽과 예술을 사랑하는 독자들의 인문적 교양과 예술적 감수성을 채워줬던 그가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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