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그림을 사야겠습니다』

2018. 12. 23. 12:08미술/미술 이야기 (책)




아무래도 그림을 사야겠습니다 2018. 3




국민일보 미술 담당 손영옥 기자가 미술품 구매 대중화를 목적으로, 평범한 월급쟁이가 감상과 투자를 겸해 미술품을 사려면 얼마가 있어야 하고, 어디서 구입해야 하며,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해 답을 답은 『아무래도 그림을 사야겠습니다』. 저자는 빠듯한 월급 탓에 외투를 더 장만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직장인을 위한 미술품 구매 안내서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출간했다.

책의 1장에서는 자기만족의 소비에서 벗어나 시간이 흐를수록 의미와 가치가 더하는 미술품 구매를 제안하고, 2장 에서는 구체적으로 그림을 구매하는 장소와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특히 저자가 공을 들인 부분은 ‘월급쟁이 컬렉터를 위한 화랑’이다. 처음 컬렉팅을 시작하려는 직장인을 위한 실용적인 정보를 담았다.

3장은 컬렉팅으로 삶이 달라진 이들의 사례와 미술품 가격 상승 요인에 대해 알려주며 계속해서 미술 공부를 해야만 진정한 컬렉터가 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다양한 미술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정리했으며, 꼭 알아야 할 화랑·경매장·아트페어 정보는 물론 미술품 가격 상승의 요인까지 분석해 수록해 미술품 감상의 즐거움은 물론이고 나아가 장기적으로 투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생애 첫 번째 미술품 컬렉션을 구상해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엄마, 나 저 그림 살래. 맡겨둔 세뱃돈 12만 원 주세요.”
초등학교 4학년 혜인이는 개막 전날에 엄마와 구경하러 왔다가 그렇게 첫 손님이 됐다. 혜인이의 경우는 컬렉터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결단력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타산적인 생각이 아니라 정말 마음이 가는 것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순수한 열망과 용기, 그게 컬렉터의 첫걸음 아닐까. _(79쪽) 중에서

대체 어디로 가야 할까. 미술대학을 졸업한 개인전 2~3회 경력의 참신한 작가의 전시를 열고, 언론에 홍보를 하며 키워주는 화랑은 어디일까. 해외 아트페어에까지 작품을 팔아주는 화랑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미술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초보 컬렉터라면 그런 작가를 주로 취급하는 화랑이나 미술관의 안목을 빌리는 게 중요하다. 신혼 때 어느 지역에서 전세를 시작하는지가 부동산 재테크의 출발이라는 말처럼, 마찬가지로 좋은 화랑과 관계를 트는 것이야말로 컬렉터로서의 성공을 가름할 출발이다.
필자는 이 책을 쓰면서 송은 아트스페이스, OCI미술관, 금호미술관 같은 비영리미술관에서 후원하는 신진 작가의 전시가 좋다는 인상을 받았다. 화랑 중에서는 북촌의 원앤제이갤러리, 청담동의 갤러리EM(엠), 서촌의 갤러리룩스 등이 젊은 작가 발굴과 육성에 관심을 쏟는 곳으로 인정받고 있다.
_(114~115쪽) 중에서

대중적인 축제이자 전문가를 위한 미술제전이라는 비엔날레의 이중적 성격은 초보 컬렉터에게 엄청난 장점이다. 축제처럼 즐겨도 좋지만 구매의 관점에서 둘러봐도 좋다는 이야기다. 비엔날레야말로 미술의 미래 가치를 보여주는 곳이다. 좀 실용적으로 표현하면 10년 후 돈이 될 젊은 작가를 발굴할 수 있다는 말이다. 비엔날레는 국제 공모를 거쳐 선정된 예술감독이 메가폰을 쥐고 엄선한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기에 이들 감독의 안목을 빌릴 수 있다.
_(165~166쪽) 중에서

작품의 가격은 이처럼 재료비와 작품 제작에 들인 기간 등 물리적 요인에 작가의 명성에 대한 가격이 더해진 것이다. 작가적 명성은 다른 요인도 작용하겠지만, 주로 창작성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 중요하다. 권오상 작가의 예에서 보듯이, A급 갤러리나 주요 공사립미술관에서의 전시 및 작품 소장 여부가 작품 가격이 올라가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친다. 작품 가격이야 상업 갤러리에서 매기지만, 상업성보다는 미술사적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술관 전시 및 소장 여부는 작품을 거래하는 화랑과 경매사 등에서 크게 참고하는 만큼, 작품 가격이 업그레이드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_(219쪽) 중에서

화랑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어떤 유형일까. 어떤 화랑 대표는 성실성을 따진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일정한 작품 물량이 나와줘야 시장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화랑 대표들에게 전속 작가를 고를 때 뭘 보는지를 물어봤다.
“작가 품성을 봅니다. 타고난 예술가다, 이 길밖에 모르는구나, 하는 느낌이 있는 작가...를 고르지요.” (학고재갤러리 우찬규 대표)
“예술성 못지않게 인간성을 봅니다. 작가와 화랑의 관계는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서로 믿고 지원하는 것인데, 신의를 지키지 못하면 안 되지요.” (국제갤러리 이현숙 회장)
“저는 진정성을 봅니다. 진정성이 있으면 성실성은 그냥 따라와요. 성실한데 진정성이 없는 작가도 있거든요. 열심히 하는데 뭘 하는지 모르면 안 되는 거잖아요.” (원앤제이갤러리 박원재 대표)
_(267쪽) 중에서





저자 : 손영옥
저자 손영옥은 경북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국민일보》 기자로 입사해 문화부·경제부·산업부·국제부 등을 거쳤다. 인터넷뉴스부장·문화부장을 지낸 후 현재 문화부 선임기자로 일하며 미술·문화재 분야 기사를 전문적으로 쓴다.
미술품은 생산자가 제작한 뒤 소비자에 의해 향유됨으로써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취재 현장에서도 미술 작가 못지않게 작품의 유통 프로세스에 있는 컬렉터, 화랑, 큐레이터, 평론가에게 눈길을 주는 편이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석사학위(MIPP·2004), 명지대학교 예술품 감정학과에서 석사학위(2010)를 받았고, 서울대학교에서 <한국 근대 미술시장 형성사 연구>로 미술경영학 박사학위(2015)를 취득했다. 이후 서울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한 폭의 한국사》《조선의 그림 수집가들》《독일 리포트》(공저)가 있다.









목차


차례

책을 내며

1장 _컬렉팅에 다가가기


명품 가방 대신 미술품 구매를 권하다
첫 컬렉션의 예산 정하기
미술 전문가의 자금별 재테크 조언
저평가된 근대 동양화는 어떨까
500만 원으로 메디치가의 기분을 느끼다
컬렉션, 이제 중산층의 자격

2장 _공부해야 할 것들


그림은 어디에서 사야 할까
500만 원을 들고 미술 경매에 가다
삼청로 화랑가 1번지 탐방
월급쟁이 컬렉터를 위한 화랑
미술계의 ‘등단’ 제도, 레지던시 작가를 만나다
축제처럼 즐기며 구입까지, 아트페어
미래의 미술 트렌드가 보이는 곳
미술계 떡잎 감별법, 공모전

3장 _즐거운 변화를 기다리다


취미로 시작한 컬렉팅의 진화
그림을 모으다 미술 공부에 빠지다
미술품 가격은 어떻게 오르는가
한국 컬렉터의 보수적 취향
유니클로 입는 월급쟁이 컬렉터
우아하면서 치열한 컬렉터의 삶
화랑과 작가의 공생법

마무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