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돌아오지 않는 강,
종이에 연필과 유채, 20.3×16.4cm 1955년 말 개인 소장
종이에 연필과 유채, 18.8 x 14.6, 1956년 임옥미술관 소장.
이중섭은 완전히 자포자기한 듯한 예감이 드는 그림도 그렸다.
미국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을 보고 난 뒤에는 그 제목이 좋다면서 자꾸 영화 제목을 되뇌이기도 했다.
어느 날 한묵이 방문을 열어보니 이중섭이 술 냄새를 풍기면서 신문에 실린 영화 광고를 잘라 벽에 붙여놓고 웃고 있었다 한다.
그는 <돌아오지 않는 강>을 제목삼아 여러 점의 그림을 그렸다.
그것이 그의 절필작이라고 하는 일련의 그림들이다.
이 그림들은 모두 집안에서 창문에 팔을 기대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남자와 머리에 무엇인가를 인 여자가 기본 설정이다.
창 안쪽의 인물은 창틀에 기댄 팔에 고개를 뉘기도 하고 똑바로 들고 있기도 한데,
한 그림에서는 등장인물이 쳐다보는 쪽, 즉 화면 아래에 담을 그리고 그 위에 흰 새 한 마리를 올려놓았다.
머리에 물건을 인 여인은 만나기가 어려운 아내라고 여겨지지만,
같은 설정은 한 이전 그림을 염두해 둔다면 아내뿐 아니라 북에 두고 온 어머니일 수도 있다.
어느 날 집 밖 골목길에서 보았을 하나의 장면을 여러 가지로 변주한 이 그림들은
비록 작은 크기에 간단한 설정으로 그려져 있지만 이중섭이 한 가지의 소재에도 얼마나 많은 배려를 쏟았는가를 알 수 있는 생생한 사례이다.
이중섭은 이 그림들을 벽에 붙여놓고 그 아래에 아내가 보내온 편지를 잔뜩 붙여놓았다.
이 무렵 이중섭은 아내에게 온 편지를 뜯어보지도 않았다.
자료제공 : http://bull.new21.org/
http://blog.naver.com/hongcs0063/220753543362
까만 눈이 펄펄 내리고
반짝반짝 빛나던 아이 눈동자 어슴프레 해지면
꼿꼿하던 고개도 떨구어집니다
창문 너머
엄마 어여 돌아오기만 기다리다
기다림에 지쳐
아이의 얼굴마저 사라집니다
그토록 기다리는 엄마는
바로 집 모퉁이 뒤에서
광주리에 맛난 떡 가득 이고
발 길 재촉하지만
벽에 가린 아이의 눈은
엄마의 얼굴을 볼 수 없읍니다
이제 몇 발자욱만 디디면
그리운 엄마를 만날 수 있건만
아이는 맥을 놓읍니다
함께 하던 강아지도 떠나고
거위도 기둥에 머리 박고 쓰러집니다
까만 함박눈 수북수북 쌓이고
몇 발자국 남긴 엄마와 아이의 골목길은
건너가지도 못하고
돌아오지도 않는 강이 되어
아이와 엄마는 검게 타들어 갑니다
4349. 7. 4. 이중섭의 마지막 절필작품 '돌아오지 않는 강'을 보며 쓰다. 이 작품은 이중섭이 1956년 서울의 정릉골짜기에서 생의 마지막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그린 것이라 한다.








'미술 > 미술 이야기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해 - 상처받은 '나'를 만나는 시간 (0) | 2017.02.07 |
---|---|
『나를 설레게 한 유럽 미술관 산책』 (0) | 2017.02.03 |
『고양이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0) | 2017.01.29 |
『민화의 뿌리 』 (0) | 2017.01.25 |
안규철, 『모든 것이면서 아무것도 아닌』(All but Nothing) (0) | 2017.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