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길 명소

2015. 10. 11. 20:13책 · 펌글 · 자료/예술.여행.문화...

 

 

 

 

은행나무길 명소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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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군 문광면 양곡리에 위치한 문광저수지길은 10월이 되면 황금색길을 즐기려는 방문객들로 붐빈다.

마을 진입로 400m양쪽 은행나무 가로수길이 노랗게 물들어 장관을 연출한다.

이곳은 1975년 양곡1리 주민들이 마을입구가 너무 쓸쓸하다고 생각해 은행나무 100여 그루를 심은 게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40년이 지난 이제는 식재 당시 2m정도였던 어린 나무들이 수십미터로 자라 웅장한 황금터널길을 이루고 있다.

 

저수지 옆길이라 아침 일찍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날이면 특히 무릉도원같은 몽환적인 경관을 보여준다.

수면 아래로 비친 노란색 가로수 반영이 데칼코마니를 이뤄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 때문에 가을이 되면 사진작가들이 꼭 찾아가고싶은 제1순위 출사코스이다.

2013년에 방영된 KBS드라마 ‘비밀’에서 지성과 황정음이 만났던 곳이기도 하다. 

 

마을 사람들은 양곡저수지로 부르고싶어 하고 환영 현수막에도 양곡저수지로 표기하고 있지만

농어촌공사에서 관리하는 명칭은 ‘문광저수지’라고 한다.

관계관청인 괴산군은 양곡저수지 주변 2km 구간에 은행나무를 추가로 심고, 수변 데크와 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정비하여 ‘황금빛 에코로드 명소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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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 현충사 입구 곡교천변 역시 문광저수지 못지않은 은행나무길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아산시 충무교에서 현충사 입구까지 2.2km 구간에 조성된 은행나무가로수는 1966년 ‘현충사 성역화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됐으며,

1973년 10여 년생의 은행나무를 심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심은 지 40여 년이 지났기 때문에 연령이 50년이 넘은 이들 은행나무가로수는 이제 아름드리 나무로 자라났다.

 

현재 은행나무길에는 총 365그루가 자라고 있고 이 중 곡교천변에는 180그루 가량이 가로수를 이루고 있다.

이곳 은행나무길은 지난 2000년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거리숲’ 부문에서 우수가로로 뽑혔으며,

전국의 아름다운 10대 가로수길에 선정되기도 했다.

아산시는 이 은행나무길을 현재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하고 있어 여유롭게 가을풍광을 즐길 수 있다.

곡교천변 은행나무길에 가면 시간이 될 경우 꼭 현충사도 둘러보기를 권한다.

가을이 되면 현충사 경내 곳곳에 단풍이 익어 아름답기 그지없으며,

특히 이충무공 활터 옆에는 수령이 무려 500여 년된 거대한 은행나무가 서 있어 황금빛이 쏟아내리는 듯한 황홀한 자태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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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내면 광원리 은행나무숲 역시 가을이면 빼놓을 수 없는 은행나무숲 명소이다.

약 4만㎡의 규모에 5m간격으로 2000여 그루의 은행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이곳은 다른 은행나무숲과는 달리 사유지이다.

평상시에는 들어갈 수 없고 은행나무 황금색으로 익는 10월 일정기간에만 2010년부터 일반인들에게 개방돼 왔다.

사유지이고 관광지가 아니기 때문에 주차장이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으므로 도로변에 차를 세워놓으면 된다. 

이곳은 오대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기온이 낮은 관계로 다른 지역보다 단풍이 일찍 시작된다.

보통 10월 첫주 쯤이면 은행나무숲이 70% 정도 물들고 10월 중순에는 황금색이 절정에 달한다고 한다.

이곳 은행나무들은 입구 은행나무들의 경우 거의 수나무들이기 때문에 고약한 냄새도 별로 없다.

 

도시에서 살던 은행나무숲 주인은 아내가 만성 소화불량으로 오랫동안 고생하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삼봉약수가 효험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30여 년 전 이곳 오대산 자락에 정착하게 됐다고 한다.

남편은 아내의 쾌유를 바라며 넓은 땅에 은행나무 묘목을 하나둘 심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홍천 은행나무숲이 생기게 된 유래이다.

이런 일화 때문에 특이 홍천 은행나무 숲은 연인들이나 잉꼬 부부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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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시 청라면 장현리 청라은행마을 역시 은행나무숲으로 빼놓을 수 없다.

청라은행나무마을은 토종 은행나무 이삼천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농촌마을이다. 이 중에는 100년 넘은 은행나무도 꽤 많다.

이 마을에서 전국 은행 생산량의 10% 정도가 나온다고 한다. 규모가 큰 은행나무 군락지로는 둘째라면 서러운 곳이다.

 

마을을 둘러싼 은행나무 둘레길은 해마다 가을이면 황금색 은행잎과 고택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청라면 장현리 688번지의 신경섭 가옥은 청라은행마을의 절경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 후기 한식가옥인 신경섭 가옥 주변으로 겹겹이 둘러싼 은행나무가 멋스러운 돌담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같은 경관을 보여준다.

2012년부터 매년 가을에는 청라은행마을 축제도 열린다.

청라은행마을 축제는 축제 3년 만인 지난해 관광공사의 ‘10월에 가볼만한 베스트 8’에 선정되는가 하면

농어촌공사 ‘가을에 가볼만한 농촌체험 베스트 20’에도 선정되는 등 가을 서정 축제로 전국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으며,

 

올해 선정된 42개 농촌축제 중 지난 2012년부터 4년 연속 선정된 축제는

전국적으로 '청라은행마을 축제'를 비롯해, 울진군의 '십이령 등금쟁이 축제', 상주군의 '곶감 축제' 등 3개 축제 뿐이다.


 

 

 

 

 

 

이 이외에도 공주 갑사가는 은행나무길도 좋고, 경북 영주의 부석사 은행나무길은 ‘극락 가는 길’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장엄하다.

수도권에서는 과천 서울대공원 산책로, 서울 위례성길, 삼청동길, 덕수궁길 등이 유명하다.

 

(글,사진/임윤식)

 

 

 

 

 

 

 

 

p.s

 

홍천 수타사

 

국내 명승지는 대개 오래된 절을 끼고 있게 마련이라, 여행을 다니다 보면 반드시 천년 고찰을 만나게 된다. 홍천의 9경 중 하나인 공작산 수타사도 그러한 경우. 신라 성덕왕 7년(708)에 창건된 고찰로, 오랜 역사에 걸맞게 월인석보(보물 745호)를 비롯한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두 날개를 활짝 펼친 공작새처럼 산자락을 뻗어 내린 공작산은 이름만큼이나 수려한 산세를 자랑한다. 공작이 알을 품은 듯한 ‘공작포란형(孔雀抱卵形)’ 명당에 자리 잡은 것이 수타사다. 어쩐지 아늑하더라니, 풍수를 몰라도 땅의 기운은 몸이 절로 감지하는 모양이다.

수타사 단풍은 단청보다 화사하다. 이토록 짙고 노골적인 빨강이 절을 에워싸도 되나 의아할 지경이다. 신라의 여승 설요는 스물한 살 봄날, ‘꽃 피어 봄 마음 이리 설레니 / 아, 이 젊음을 어찌할 꺼나’라는 시 한 줄을 남기고 환속했다던가. 산에 불을 놓은 듯 아찔한 추색(秋色)이 수행자의 단정한 마음에 도깨비불처럼 번질까 저어되는 가을 산사다.

흔히들 단풍을 표현할 때 “곱게 물들었다”라고 말하지만, 실은 울긋불긋한 색소가 더해져 단풍잎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엽록소가 빠지면서 본래 가지고 있던 붉고 노란 제 색깔이 드러나는 것이라 한다. 뜨거운 광합성의 여름, 초록이 들끓는 생장의 계절을 지나 본래 자아로 돌아온 단풍은 얼마나 위풍당당한가. 일찍이 시인 백석은 저 무르익은 아름다움을 보고 ‘어데 청춘을 보낸 서러움이 있느뇨, 어데 노사(老死)를 앞둘 두려움이 있느뇨’라고 예찬한 바 있다. 가을볕에 붉게 익은 중년의 얼굴도 청춘의 홍안 못지않다고 우겨볼 따름이다.

수타사를 한 축에 두고 초승달처럼 휘어진 형태의 공작산 생태숲은 자생화원, 수생식물원, 생태관찰로 등 알토란 같은 구색을 갖추고 있다. 미리 숲 해설 프로그램을 신청해 보다 적극적으로 숲과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 공작산 생태숲을 통과해 수타사 계곡을 끼고 걷는 산소길은 이름 때문인지 유독 공기가 청량하게 느껴진다. 피톤치드는 활엽수보다 침엽수에서, 또 물이 있는 곳에서 더 많이 생성된다고 하니 계곡을 따라 걷는 산소길이 제 이름값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울울창창 하늘 높이 치솟은 잣나무와 단풍이 가장 아름답게 든다는 마가목, 옅은 바람결에도 파도 소리를 내며 온몸을 떠는 은사시나무 등 가을 숲의 이야기를 귀동냥하며 오솔길을 걷노라면 길동무가 없어도 적적하지 않다. 산소길은 계속해서 계곡 상류로 이어지지만 출렁다리에서 계곡을 건너 다시 수타사로 내려갈 수 있다. 출렁다리 아래로는 ‘귕소’라 불리는 웅덩이가 있다. 이곳 말로 소나 말의 여물통을 ‘귕’이라 하는데, 바위가 움푹 파인 모양이 여물통을 닮아 붙은 이름이다. 수타사에 가까워질 즈음, 박쥐굴을 통해 용이 승천했다는 용담을 볼 수 있다.

제철은 아니지만 수타사 앞의 연지도 아름답다. 가슬가슬 말라비틀어진 연잎으로 가득한 못은 풍성한 빛과 색의 향연 한 축으로 이 계절이 마땅히 감내해야 할 소멸의 풍경이다. 가장 눈부신 날은 속절없는 붕괴의 서막. 절정에 이른 단풍을 바라보며 이런 시구절이 떠오르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눈멀고 귀먹은 시간이 곧 오리니 겨울 숲처럼 더는 아무것도
애닳지 않은 시간이 다가오리니’(김사인, ‘화양연화’ 중에서)


1.2 해마다 가을이면 불꽃처럼 타오르는 공작산의 붉은 단풍이 곱게 늙어가는 천년 고찰 수타사를 에워싼다. 3.4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산소길은 산 좋고 물 맑은 홍천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다.